8000만 년 전 백악기 후반 한반도 남부. 큰 머리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숲의 제왕’ 타르보사우루스(주인공 점박이)가 앞발에 기다란 발톱이 삼지창처럼 3개나 달려 있는 ‘숲의 검객’ 테리지노사우루스와 숨 막히는 결투를 벌이고 있다. 점박이가 사냥을 나간 사이에 자신의 새끼를 죽인 테리지노사우루스에게 복수하러 나선 것.
이빨을 내보이며 큰 소리로 위협하는 점박이와 삼지창을 휘두르는 테리지노사우루스의 싸움이 만만치 않다. 점박이가 상대의 목덜미를 물어뜯자 테리지노사우루스는 발톱으로 점박이의 허벅지를 힘껏 긁는다. 오랜 힘겨루기 끝에 결국 점박이가 승리했지만 이는 상처뿐인 승리. 점박이는 피 냄새를 맡고 쫓아온 ‘공룡 숲의 하이에나’ 벨로키랍토르 떼에 둘러싸인 채 붉은 저녁노을이 지는 하늘을 향해 포효한다.
백악기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들이 블록버스터급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11월 24일~26일 EBS 방영)에서 첨단 컴퓨터그래픽(CG)으로 생생하게 부활했다. 최신 연구 성과와 국내에서 발견된 화석을 바탕으로 재현한 공룡들의 마지막 낙원인 한반도. 하늘엔 거대한 익룡인 해남이크누스가 날고 호숫가엔 거대공룡인 부경고사우루스가 어슬렁거리며, 친타오사우루스 떼가 수천km를 이동하며 대륙을 횡단한다.
다큐 ‘한반도의 공룡’은 EBS와 올리브 스튜디오가 1년간 공들여 완성한 야심작이다. 어떻게 백악기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화면에 등장할 수 있었을까. 다큐 전체 제작을 담당한 EBS 한상호 PD, CG로 실감 나는 공룡을 탄생시킨 올리브 스튜디오 최오신 제작총괄PD와 박성배 시각특수효과(VFX)팀장, 과학적인 부분의 자문을 맡았던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허민 교수를 만나 1년간의 제작과정을 추적했다.
숲의 제왕 타르보사우루스(Tarbosaurus)
‘놀라게 하는 도마뱀’이란 뜻의 *수각류로 백악기 후반 공룡세계를 주름잡았다. 몸무게 5t, 몸길이 12m에 머리 크기만 1.5m.
강력한 턱에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 먹이를 물면 어지간해 놓치지 않는다.
생김새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조금 전 시대에 살았다. 아시아(몽골)에서 화석이 발견됐으며 다큐에선 주인공 ‘점박이’로 나온다.
주인공은 왜 점박이일까
“사라진 시대를 복원하는 데 흥미가 있었죠. 공룡도 흔한 다큐가 아니라 영화처럼 생생하게 구현하고 싶었어요. BBC나 할리우드 같은 서양에서 해석한 공룡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한반도 공룡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반도 공룡 다큐를 만든다고 하면 처음엔 다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스태프, 작가, 카메라맨, 올리브스튜디오 작업자 모두 고개를 가로젓더군요.”
어릴 적 경남 거제에 살아 그 근처인 고성에 공룡 유적지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던 한상호 PD. 한반도 공룡을 갖고 다큐를 만들고 싶어 지난해 12월 허민 교수에게 무작정 전화했다. 그 뒤로 다큐의 시나리오를 맡은 이용규 작가가 허 교수의 한국공룡연구센터를 방문했다. 처음 가져온 시나리오는 너무 흥미 위주라 통째로 버리고 새로 고민했다. 이 작가는 여관에 숙소를 정하고 센터에 출근하면서 허 교수 옆에 붙어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다큐니까 논문에 나온 내용처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스토리라인을 잘 잡아야 한다는 걸 원칙으로 삼았죠. 연구원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 4~5명이 함께 모여 ‘코리아노사우루스 회의’를 했어요.” 허 교수가 제작진에게 과학동아 2005년 7월호 특집 ‘코리아노사우루스’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이 일이 계기가 돼 다큐의 제목은 처음에 ‘코리아노사우루스’로 정해졌다. 이 작가는 한 달간 여관 생활을 하며 원고를 10차례 수정한 끝에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했다.
다큐는 화산 폭발, 가뭄 같은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백악기의 마지막 낙원인 한반도 호숫가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숲의 제왕으로 성장하는 타르보사우루스 점박이의 일대기다. 주인공은 왜 점박이일까. 한 PD는 “학생들이 좋아하고 드라마틱한 얘기가 나올 수 있어 육식공룡을 선택했고 당시를 호령했던 최고의 맹수인 타르보사우루스로 정했다”며 “한국 공룡이니까 이름도 친근하게 점박이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점박이는 콧등에 ‘몽고반점’처럼 점이 있는 게 특징이다.
허 교수는 “처음엔 영화 ‘쥬라기공원’으로 잘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도 고려했지만 아시아(몽고)에서 화석이 발견되는 타르보사우루스가 한반도에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에 타르보사우루스가 속한 수각류 공룡 발자국 화석이 많다”고 설명했다.
8000만 년 전 하늘의 주인
해남이크누스(Haenamichnus)
해남 우항리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신종 익룡.
날개 길이 12m. 뒷발에서 물갈퀴가 확인된다.
날 때는 마치 큼지막한 행글라이더가 나는 것 같고 강변이나 호숫가 진흙에 내려 지렁이나 조개를 파먹는다.
걸을 때는 낮은 포복처럼 네 발로 움직인다.
매년 짝짓기를 하기 위해 멀리 날아다니고 알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 지어 낳는다.
토착 거대공룡
부경고사우루스(Pukyongosaurus)
경남 하동에서 골격이 발견된 ‘천년부경룡’이란 뜻의 백악기 초기 용각류. 몸길이 23m에 몸무게 60t의 거대공룡.
하루에 350kg이나 되는 식물을 먹어 무리가 지나가면 숲이 황폐화된다. 타르보사우루스조차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위용이 대단하다.
토종 조연, 부경고사우루스와 해남이크누스
“국내 발자국 화석으로 볼 때 사실 한반도 남부는 대형 수각류부터 작은 공룡까지,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이 어울리는 ‘무도회장’이었죠. 8000만 년 전에는 한반도, 일본, 중국, 몽골이 붙어 있어 공룡이 살기에 적합한 한반도 호숫가로 몰려와 살았을 겁니다.”
다큐에는 중생대 한반도에 살았던 토종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경남 하동에서 목등뼈, 등뼈, 갈비뼈, 빗장뼈 등이 발견된 대형 초식공룡 부경고사우루스, 전남 해남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익룡 ‘해남이크누스’가 바로 그들. 허 교수는 “부경고사우루스처럼 목 긴 *용각류는 8000만 년 전이면 북미에서 전멸했고 한반도 남부처럼 먹을 게 많은 호수에 모여 살았을 것”이라며 “날개 길이가 10m가 넘는 해남이크누스는 중국까지 충분히 날아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륙 횡단한 초식공룡
친타오사우루스(Tsintaosaurus)
‘친타오 도마뱀’이란 뜻의 백악기 후반 *조각류 오리주둥이공룡.
몸길이 10m에 몸무게 3t의 초식공룡. 머리에 긴 볏이 있어 트럼펫 소리를 내 동료와 연락하거나 적을 위협한다.
다큐에서 무리 지어 2000km를 이동하고, 타르보사우루스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으로 나온다. 친타오사우루스 뼈는 중국에서 발굴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친타오사우루스가 속하는 조각류 발자국이 발견됐다. 한반도에 우기가 오면 북쪽에서 친타오사우루스가 무리 지어 내려와 호숫가에서 놀았을 가능성이 높다. 2004년에는 전남 보성에서 친타오사우루스와 같은 조각류에 속하는 힙실로포돈류의 골격 화석이 발견된 적도 있다.
백악기의 돼지
프로토케라톱스(Protoceratops)
‘처음 뿔이 있는 얼굴’이란 뜻의 백악기 *각룡류.
몸길이 2m에 몸무게 0.2t의 초식공룡. 아시아(몽골)에서 화석 발견.
얼굴에 크고 화려한 주름장식이 있으며 앵무새 부리처럼 생긴 주둥이로 나무뿌리를 가위처럼 잘라 먹는다.
가는 발 덕분에 비교적 빨리 달리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맞설 줄 안다.
“공룡도 눈물을 흘리나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점박이가 포효할 때 눈물을 흘린다면 어떨까. “이용규 작가가 찾아와 타르보사우루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가능한지 물었지요. 하지만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곤란했습니다.” 허 교수는 다큐를 자문하면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제작진은 타르보사우루스에 대해 어릴 적에 깃털이 있는지, 성장하면서 외형이 어떻게 변하는지, 눈꺼풀이 있는지, 침을 흘리는지, 사냥할 때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제작진이 주인공 타르보사우루스에 점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인지 처음엔 점을 많이 넣어 얼룩말처럼 그려 왔는데, 그건 아니라고 했죠. 사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점박이의 달리기 속도였어요.”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티라노사우루스는 자동차를 추격할 정도인 시속 70km로 달리지만, 많은 과학자들에 따르면 불균형한 다리 같은 몸 구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 허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나 타르보사우루스가 달릴 때 시속 20km를 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큐에도 이 부분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벨로키랍토르의 경우 제작진은 털이 나 있다면 깃털인지, 솜털인지, 털이 암수 구별에 영향을 주는지, 둥지와 알의 모양은 어떤지, 사냥할 때 뒷다리 2번 발톱의 역할이 무엇인지, 걷거나 달릴 때 꼬리를 항상 뒤로 곧게 펴고 있는지 등을 허 교수에게 문의했다. 또 해남이크누스에 대해서는 날아갈 때 동작은 어떤지, 걷는 모습의 특징이 무엇인지, 주둥이 모양은 어떤지, 이빨이 있는지, 발에 있는 물갈퀴가 오리 물갈퀴와 비슷한지 등을 물었다.
전남 해남 우항리는 익룡 발자국이 443개나 발견된 세계 최대 규모의 익룡 발자국 화석 산지다. 일부 익룡 뒷발 화석에서 처음 물갈퀴가 확인됐는데, 이것이 신종으로 인정받은 해남이크누스의 특징이다. 허 교수는 “8500만 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해남이크누스는 발자국 화석을 봤을 때 낮은 포복과 비슷하게 네 발로 걸었다”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한국에 와서 익룡 발자국 화석을 봤다면 익룡을 무조건 날도록 만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룡은 앞발의 네 번째 발가락이 발달해 날개가 됐지만 걸을 때 앞다리에 힘을 주고 뒷다리는 따라오는 형태였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다큐에서 해남이크누스는 호숫가 진흙에 내려 민물 고둥이나 조개를 파먹는다.
허 교수는 자신도 모르는 내용은 전 세계 공룡학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로 문의했다. “한 번은 깃털공룡을 발굴해 ‘네이처’에 논문을 냈던 중국 수싱 박사에게 급하게 휴대전화로 랩터와 관련한 질문을 했는데, 당시 랴오닝 발굴 현장에서 있던 그가 ‘잘 모른다’고 답하더군요. 물론 ‘당신이 전문가인데, 누가 아냐’며 답을 달라고 했죠.”
숲의 공주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
‘작은 약탈자’란 뜻의 백악기 초기 수각류. 몸길이 55~77cm. 오늘날 새의 조상으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활공한다. 온몸이 다채로운 색의 깃털에 덮여 있어 숲의 공주라 할 만큼 아름답다.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곤충을 먹고 산다. 아시아(중국)에서 화석 발견.
나뭇가지 흔들고 막대로 물을 친 이유
제작진은 뉴질랜드 올로케이션으로 카메라에 담은 원시 자연의 배경에, 영화 ‘유령’의 민병천 감독이 이끄는 올리브 스튜디오의 70여 명이 순수 국내 그래픽기술로 구현한 공룡을 합성해 실감 나는 화면을 완성했다. 먼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스토리보드에 그림을 그려 2차원 콘티를 만든 뒤 뉴질랜드로 사전 답사를 떠났다. 한 PD는 “3명이 번갈아 운전하면서 한반도의 3배쯤 되는 뉴질랜드를 이 잡듯이 뒤져 적합한 곳을 배경지로 선정해 시험용으로 촬영했다”며 “이걸 갖고 3차원 CG를 입혀 보고 현장에서 어떤 느낌으로 찍을지를 익혔다”고 말했다.
드디어 지난 4월 중순경 제작진은 본격적으로 배경을 촬영하기 위해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문제는 날씨였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라 도착한 첫날부터 비가 쏟아졌고, 다음날 아침에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어요. ‘촬영을 어떻게 하나’하며 절망에 빠졌는데, 다행히 돌아다니다 보니 하루 만에 눈이 녹더라고요.” 한 PD는 “더 큰 문제도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북섬의 사막에서 친타오사우루스 무리가 있는 배경을 찍을 계획이었는데, 고도 1700m에 눈이 쌓여 있어 무척 난감했습니다. ‘촬영을 다 접고 몽고로 가야 하나’하는 생각까지 했죠. 1주일을 기다려 촬영을 하긴 했어요. 대신 나중에 올리브 스튜디오에서 배경에 찍힌 눈을 일일이 지워야만 했답니다.”
공룡이 있다는 걸 가정하고 배경을 찍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머리 인형을 매단 막대를 높이 세우거나 길이 10m 이상의 줄자를 사용해 화면에서 공룡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감을 잡았고, 테리지노사우루스나 친타오사우루스가 나뭇잎을 먹는 장면을 찍을 때는 나뭇가지에 피아노줄을 매고 흔들었으며, 공룡이 물을 먹는 장면에서는 기다란 막대로 물을 툭툭 치며 촬영했다. 익룡이 땅 파는 장면에서는 사람이 나무막대로 땅을 파며 찍었고, 공룡이 달리다 방향을 바꾸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기다란 물체를 양쪽에 줄로 매달아 사람이 끌기도 했다. 올리브 스튜디오 최오신 PD는 “보통 블루마스크를 씌워 촬영했다가 나중에 이 위치에 3차원 공룡을 제작해 입힌다”며 “배경을 촬영하는 모습만 봤다면 뭐하는 거냐고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차원 CG는 어떻게 했을까. 최 PD는 “진흙 모형을 만들어 3차원 영상을 구현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다양한 각도의 2차원 영상을 갖고 상상력을 발휘해 3차원 영상을 완성했다”며 “화면에 3차원 공룡을 구현하고 나서 걷거나 달릴 때 무게중심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살피며 이상한 부분을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공룡의 질감도 중요하다. 박성배 팀장은 “타르보사우루스는 악어처럼 단단하고 거칠게, 벨로키랍토르는 도마뱀처럼 날카롭고 윤기 있게 각각 질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크로랍토르의 털을 구현하기가 기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상 못지않게 음향도 신경 썼다. 한 PD는 “예를 들어 공룡이 알을 깨고 나오는 소리는 타조 알을 깨는 소리로 표현했으며, 40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사운드 트랙을 준비했다”며 “다큐 ‘한반도의 공룡’은 풀 HD 영상(1080i)과 어우러진 명실상부한 영화”라고 말했다. 즉 ‘한반도의 공룡’은 코리아노사우루스를 부활시킨 대작이라 할 만하다는 뜻이다.
허 교수는 “이 다큐는 학술적으로 중생대 공룡의 서식지로 중요한 한반도를 전 세계에 보여주기에 손색없는 작품”이라며 “100점 만점에 99점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전남 해남, 화순, 보성, 여수, 경남 고성으로 이어지는 한국 백악기 공룡해안(남해안 공룡 화석지)을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반도 공룡이 화면을 벗어나 세계로 날아오르려고 준비 중인 셈이다.
수각류, 용각류, 조각류, 각룡류*
공룡은 골반 구조에 따라 도마뱀 골반을 가진 용반류와 새의 골반을 가진 조반류로 나뉜다. 용반류는 다시 두 발로 걷는 육식공룡인 수각류와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인 용각류로 구분된다. 조반류에는 뿔공룡(각룡류), 판공룡, 갑옷공룡, 조각류 등이 속하며, 이 중 조각류는 뒷다리가 발달해 두 발로 걷는 초식공룡이다. 오리주둥이공룡도 조각류에 속한다.
공룡 숲의 하이에나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
‘재빠른 약탈자’란 뜻의 백악기 후기 수각류.
몸길이 1.8m, 몸무게 20kg의 작은 몸에 비해 영리하다.
앞발의 날카로운 갈고리 발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제2의 포식자.
단단한 꼬리는 재빨리 방향을 바꾸거나 균형을 잡는 데 이용한다.
아시아(몽골, 중국)에서 뼈 화석이 발견됐고 국내에서는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다큐에서는 점박이 동생 하나를 죽인다.
뉴질랜드에서 긴 막대로 물을 치며 배경을 촬영하고 있다.
커다란 공룡이 물을 먹을 때 튀는 물방울을 연출하는 장면이다.
다큐 ‘한반도의 공룡’의 시나리오와 2차원 콘티.
다큐의 처음 제목은 ‘코리아노사우루스’였다.
다큐 ‘한반도의 공룡’의 최종 편집 장면.
한상호 PD(위쪽)가 점박이가 포효하는 장면을 가리키고 있다.
숲의 검객
테리지노사우루스(Therizinosaurus)
‘베는 도마뱀’이란 뜻의 백악기 후반 수각류.
몸길이 10m에 몸무게 3~6t.
앞발에는 70cm가 넘는 발톱이 3개나 달려 있다.
평소에 풀을 즐겨 먹다가 다른 공룡이 자기 영역에 침입했을 때 공격한다.
아시아(몽골)에서 화석 발견. 다큐에서 점박이와 마지막 결투를 벌인다.
공룡 어미가 알에서 깨어 나오는 새끼를 바라보는 장면.
공룡과 깨진 알을 3차원 CG로 만든 뒤 둥지가 있는 배경 영상과 합성해 완성한다. 배경은 화산이 폭발하는 시기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연기를 피우며 찍었다.
이빨을 내보이며 큰 소리로 위협하는 점박이와 삼지창을 휘두르는 테리지노사우루스의 싸움이 만만치 않다. 점박이가 상대의 목덜미를 물어뜯자 테리지노사우루스는 발톱으로 점박이의 허벅지를 힘껏 긁는다. 오랜 힘겨루기 끝에 결국 점박이가 승리했지만 이는 상처뿐인 승리. 점박이는 피 냄새를 맡고 쫓아온 ‘공룡 숲의 하이에나’ 벨로키랍토르 떼에 둘러싸인 채 붉은 저녁노을이 지는 하늘을 향해 포효한다.
백악기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들이 블록버스터급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11월 24일~26일 EBS 방영)에서 첨단 컴퓨터그래픽(CG)으로 생생하게 부활했다. 최신 연구 성과와 국내에서 발견된 화석을 바탕으로 재현한 공룡들의 마지막 낙원인 한반도. 하늘엔 거대한 익룡인 해남이크누스가 날고 호숫가엔 거대공룡인 부경고사우루스가 어슬렁거리며, 친타오사우루스 떼가 수천km를 이동하며 대륙을 횡단한다.
다큐 ‘한반도의 공룡’은 EBS와 올리브 스튜디오가 1년간 공들여 완성한 야심작이다. 어떻게 백악기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화면에 등장할 수 있었을까. 다큐 전체 제작을 담당한 EBS 한상호 PD, CG로 실감 나는 공룡을 탄생시킨 올리브 스튜디오 최오신 제작총괄PD와 박성배 시각특수효과(VFX)팀장, 과학적인 부분의 자문을 맡았던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허민 교수를 만나 1년간의 제작과정을 추적했다.
숲의 제왕 타르보사우루스(Tarbosaurus)
‘놀라게 하는 도마뱀’이란 뜻의 *수각류로 백악기 후반 공룡세계를 주름잡았다. 몸무게 5t, 몸길이 12m에 머리 크기만 1.5m.
강력한 턱에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 먹이를 물면 어지간해 놓치지 않는다.
생김새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조금 전 시대에 살았다. 아시아(몽골)에서 화석이 발견됐으며 다큐에선 주인공 ‘점박이’로 나온다.
주인공은 왜 점박이일까
“사라진 시대를 복원하는 데 흥미가 있었죠. 공룡도 흔한 다큐가 아니라 영화처럼 생생하게 구현하고 싶었어요. BBC나 할리우드 같은 서양에서 해석한 공룡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한반도 공룡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반도 공룡 다큐를 만든다고 하면 처음엔 다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스태프, 작가, 카메라맨, 올리브스튜디오 작업자 모두 고개를 가로젓더군요.”
어릴 적 경남 거제에 살아 그 근처인 고성에 공룡 유적지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던 한상호 PD. 한반도 공룡을 갖고 다큐를 만들고 싶어 지난해 12월 허민 교수에게 무작정 전화했다. 그 뒤로 다큐의 시나리오를 맡은 이용규 작가가 허 교수의 한국공룡연구센터를 방문했다. 처음 가져온 시나리오는 너무 흥미 위주라 통째로 버리고 새로 고민했다. 이 작가는 여관에 숙소를 정하고 센터에 출근하면서 허 교수 옆에 붙어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다큐니까 논문에 나온 내용처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스토리라인을 잘 잡아야 한다는 걸 원칙으로 삼았죠. 연구원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 4~5명이 함께 모여 ‘코리아노사우루스 회의’를 했어요.” 허 교수가 제작진에게 과학동아 2005년 7월호 특집 ‘코리아노사우루스’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이 일이 계기가 돼 다큐의 제목은 처음에 ‘코리아노사우루스’로 정해졌다. 이 작가는 한 달간 여관 생활을 하며 원고를 10차례 수정한 끝에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했다.
다큐는 화산 폭발, 가뭄 같은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백악기의 마지막 낙원인 한반도 호숫가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숲의 제왕으로 성장하는 타르보사우루스 점박이의 일대기다. 주인공은 왜 점박이일까. 한 PD는 “학생들이 좋아하고 드라마틱한 얘기가 나올 수 있어 육식공룡을 선택했고 당시를 호령했던 최고의 맹수인 타르보사우루스로 정했다”며 “한국 공룡이니까 이름도 친근하게 점박이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점박이는 콧등에 ‘몽고반점’처럼 점이 있는 게 특징이다.
허 교수는 “처음엔 영화 ‘쥬라기공원’으로 잘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도 고려했지만 아시아(몽고)에서 화석이 발견되는 타르보사우루스가 한반도에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에 타르보사우루스가 속한 수각류 공룡 발자국 화석이 많다”고 설명했다.
8000만 년 전 하늘의 주인
해남이크누스(Haenamichnus)
해남 우항리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신종 익룡.
날개 길이 12m. 뒷발에서 물갈퀴가 확인된다.
날 때는 마치 큼지막한 행글라이더가 나는 것 같고 강변이나 호숫가 진흙에 내려 지렁이나 조개를 파먹는다.
걸을 때는 낮은 포복처럼 네 발로 움직인다.
매년 짝짓기를 하기 위해 멀리 날아다니고 알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 지어 낳는다.
토착 거대공룡
부경고사우루스(Pukyongosaurus)
경남 하동에서 골격이 발견된 ‘천년부경룡’이란 뜻의 백악기 초기 용각류. 몸길이 23m에 몸무게 60t의 거대공룡.
하루에 350kg이나 되는 식물을 먹어 무리가 지나가면 숲이 황폐화된다. 타르보사우루스조차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위용이 대단하다.
토종 조연, 부경고사우루스와 해남이크누스
“국내 발자국 화석으로 볼 때 사실 한반도 남부는 대형 수각류부터 작은 공룡까지,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이 어울리는 ‘무도회장’이었죠. 8000만 년 전에는 한반도, 일본, 중국, 몽골이 붙어 있어 공룡이 살기에 적합한 한반도 호숫가로 몰려와 살았을 겁니다.”
다큐에는 중생대 한반도에 살았던 토종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경남 하동에서 목등뼈, 등뼈, 갈비뼈, 빗장뼈 등이 발견된 대형 초식공룡 부경고사우루스, 전남 해남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익룡 ‘해남이크누스’가 바로 그들. 허 교수는 “부경고사우루스처럼 목 긴 *용각류는 8000만 년 전이면 북미에서 전멸했고 한반도 남부처럼 먹을 게 많은 호수에 모여 살았을 것”이라며 “날개 길이가 10m가 넘는 해남이크누스는 중국까지 충분히 날아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륙 횡단한 초식공룡
친타오사우루스(Tsintaosaurus)
‘친타오 도마뱀’이란 뜻의 백악기 후반 *조각류 오리주둥이공룡.
몸길이 10m에 몸무게 3t의 초식공룡. 머리에 긴 볏이 있어 트럼펫 소리를 내 동료와 연락하거나 적을 위협한다.
다큐에서 무리 지어 2000km를 이동하고, 타르보사우루스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으로 나온다. 친타오사우루스 뼈는 중국에서 발굴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친타오사우루스가 속하는 조각류 발자국이 발견됐다. 한반도에 우기가 오면 북쪽에서 친타오사우루스가 무리 지어 내려와 호숫가에서 놀았을 가능성이 높다. 2004년에는 전남 보성에서 친타오사우루스와 같은 조각류에 속하는 힙실로포돈류의 골격 화석이 발견된 적도 있다.
백악기의 돼지
프로토케라톱스(Protoceratops)
‘처음 뿔이 있는 얼굴’이란 뜻의 백악기 *각룡류.
몸길이 2m에 몸무게 0.2t의 초식공룡. 아시아(몽골)에서 화석 발견.
얼굴에 크고 화려한 주름장식이 있으며 앵무새 부리처럼 생긴 주둥이로 나무뿌리를 가위처럼 잘라 먹는다.
가는 발 덕분에 비교적 빨리 달리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맞설 줄 안다.
“공룡도 눈물을 흘리나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점박이가 포효할 때 눈물을 흘린다면 어떨까. “이용규 작가가 찾아와 타르보사우루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가능한지 물었지요. 하지만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곤란했습니다.” 허 교수는 다큐를 자문하면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제작진은 타르보사우루스에 대해 어릴 적에 깃털이 있는지, 성장하면서 외형이 어떻게 변하는지, 눈꺼풀이 있는지, 침을 흘리는지, 사냥할 때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제작진이 주인공 타르보사우루스에 점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인지 처음엔 점을 많이 넣어 얼룩말처럼 그려 왔는데, 그건 아니라고 했죠. 사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점박이의 달리기 속도였어요.”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티라노사우루스는 자동차를 추격할 정도인 시속 70km로 달리지만, 많은 과학자들에 따르면 불균형한 다리 같은 몸 구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 허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나 타르보사우루스가 달릴 때 시속 20km를 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큐에도 이 부분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벨로키랍토르의 경우 제작진은 털이 나 있다면 깃털인지, 솜털인지, 털이 암수 구별에 영향을 주는지, 둥지와 알의 모양은 어떤지, 사냥할 때 뒷다리 2번 발톱의 역할이 무엇인지, 걷거나 달릴 때 꼬리를 항상 뒤로 곧게 펴고 있는지 등을 허 교수에게 문의했다. 또 해남이크누스에 대해서는 날아갈 때 동작은 어떤지, 걷는 모습의 특징이 무엇인지, 주둥이 모양은 어떤지, 이빨이 있는지, 발에 있는 물갈퀴가 오리 물갈퀴와 비슷한지 등을 물었다.
전남 해남 우항리는 익룡 발자국이 443개나 발견된 세계 최대 규모의 익룡 발자국 화석 산지다. 일부 익룡 뒷발 화석에서 처음 물갈퀴가 확인됐는데, 이것이 신종으로 인정받은 해남이크누스의 특징이다. 허 교수는 “8500만 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해남이크누스는 발자국 화석을 봤을 때 낮은 포복과 비슷하게 네 발로 걸었다”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한국에 와서 익룡 발자국 화석을 봤다면 익룡을 무조건 날도록 만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룡은 앞발의 네 번째 발가락이 발달해 날개가 됐지만 걸을 때 앞다리에 힘을 주고 뒷다리는 따라오는 형태였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다큐에서 해남이크누스는 호숫가 진흙에 내려 민물 고둥이나 조개를 파먹는다.
허 교수는 자신도 모르는 내용은 전 세계 공룡학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로 문의했다. “한 번은 깃털공룡을 발굴해 ‘네이처’에 논문을 냈던 중국 수싱 박사에게 급하게 휴대전화로 랩터와 관련한 질문을 했는데, 당시 랴오닝 발굴 현장에서 있던 그가 ‘잘 모른다’고 답하더군요. 물론 ‘당신이 전문가인데, 누가 아냐’며 답을 달라고 했죠.”
숲의 공주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
‘작은 약탈자’란 뜻의 백악기 초기 수각류. 몸길이 55~77cm. 오늘날 새의 조상으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활공한다. 온몸이 다채로운 색의 깃털에 덮여 있어 숲의 공주라 할 만큼 아름답다.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곤충을 먹고 산다. 아시아(중국)에서 화석 발견.
나뭇가지 흔들고 막대로 물을 친 이유
제작진은 뉴질랜드 올로케이션으로 카메라에 담은 원시 자연의 배경에, 영화 ‘유령’의 민병천 감독이 이끄는 올리브 스튜디오의 70여 명이 순수 국내 그래픽기술로 구현한 공룡을 합성해 실감 나는 화면을 완성했다. 먼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스토리보드에 그림을 그려 2차원 콘티를 만든 뒤 뉴질랜드로 사전 답사를 떠났다. 한 PD는 “3명이 번갈아 운전하면서 한반도의 3배쯤 되는 뉴질랜드를 이 잡듯이 뒤져 적합한 곳을 배경지로 선정해 시험용으로 촬영했다”며 “이걸 갖고 3차원 CG를 입혀 보고 현장에서 어떤 느낌으로 찍을지를 익혔다”고 말했다.
드디어 지난 4월 중순경 제작진은 본격적으로 배경을 촬영하기 위해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문제는 날씨였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라 도착한 첫날부터 비가 쏟아졌고, 다음날 아침에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어요. ‘촬영을 어떻게 하나’하며 절망에 빠졌는데, 다행히 돌아다니다 보니 하루 만에 눈이 녹더라고요.” 한 PD는 “더 큰 문제도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북섬의 사막에서 친타오사우루스 무리가 있는 배경을 찍을 계획이었는데, 고도 1700m에 눈이 쌓여 있어 무척 난감했습니다. ‘촬영을 다 접고 몽고로 가야 하나’하는 생각까지 했죠. 1주일을 기다려 촬영을 하긴 했어요. 대신 나중에 올리브 스튜디오에서 배경에 찍힌 눈을 일일이 지워야만 했답니다.”
공룡이 있다는 걸 가정하고 배경을 찍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머리 인형을 매단 막대를 높이 세우거나 길이 10m 이상의 줄자를 사용해 화면에서 공룡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감을 잡았고, 테리지노사우루스나 친타오사우루스가 나뭇잎을 먹는 장면을 찍을 때는 나뭇가지에 피아노줄을 매고 흔들었으며, 공룡이 물을 먹는 장면에서는 기다란 막대로 물을 툭툭 치며 촬영했다. 익룡이 땅 파는 장면에서는 사람이 나무막대로 땅을 파며 찍었고, 공룡이 달리다 방향을 바꾸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기다란 물체를 양쪽에 줄로 매달아 사람이 끌기도 했다. 올리브 스튜디오 최오신 PD는 “보통 블루마스크를 씌워 촬영했다가 나중에 이 위치에 3차원 공룡을 제작해 입힌다”며 “배경을 촬영하는 모습만 봤다면 뭐하는 거냐고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차원 CG는 어떻게 했을까. 최 PD는 “진흙 모형을 만들어 3차원 영상을 구현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다양한 각도의 2차원 영상을 갖고 상상력을 발휘해 3차원 영상을 완성했다”며 “화면에 3차원 공룡을 구현하고 나서 걷거나 달릴 때 무게중심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살피며 이상한 부분을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공룡의 질감도 중요하다. 박성배 팀장은 “타르보사우루스는 악어처럼 단단하고 거칠게, 벨로키랍토르는 도마뱀처럼 날카롭고 윤기 있게 각각 질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크로랍토르의 털을 구현하기가 기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상 못지않게 음향도 신경 썼다. 한 PD는 “예를 들어 공룡이 알을 깨고 나오는 소리는 타조 알을 깨는 소리로 표현했으며, 40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사운드 트랙을 준비했다”며 “다큐 ‘한반도의 공룡’은 풀 HD 영상(1080i)과 어우러진 명실상부한 영화”라고 말했다. 즉 ‘한반도의 공룡’은 코리아노사우루스를 부활시킨 대작이라 할 만하다는 뜻이다.
허 교수는 “이 다큐는 학술적으로 중생대 공룡의 서식지로 중요한 한반도를 전 세계에 보여주기에 손색없는 작품”이라며 “100점 만점에 99점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전남 해남, 화순, 보성, 여수, 경남 고성으로 이어지는 한국 백악기 공룡해안(남해안 공룡 화석지)을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반도 공룡이 화면을 벗어나 세계로 날아오르려고 준비 중인 셈이다.
수각류, 용각류, 조각류, 각룡류*
공룡은 골반 구조에 따라 도마뱀 골반을 가진 용반류와 새의 골반을 가진 조반류로 나뉜다. 용반류는 다시 두 발로 걷는 육식공룡인 수각류와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인 용각류로 구분된다. 조반류에는 뿔공룡(각룡류), 판공룡, 갑옷공룡, 조각류 등이 속하며, 이 중 조각류는 뒷다리가 발달해 두 발로 걷는 초식공룡이다. 오리주둥이공룡도 조각류에 속한다.
공룡 숲의 하이에나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
‘재빠른 약탈자’란 뜻의 백악기 후기 수각류.
몸길이 1.8m, 몸무게 20kg의 작은 몸에 비해 영리하다.
앞발의 날카로운 갈고리 발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제2의 포식자.
단단한 꼬리는 재빨리 방향을 바꾸거나 균형을 잡는 데 이용한다.
아시아(몽골, 중국)에서 뼈 화석이 발견됐고 국내에서는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다큐에서는 점박이 동생 하나를 죽인다.
뉴질랜드에서 긴 막대로 물을 치며 배경을 촬영하고 있다.
커다란 공룡이 물을 먹을 때 튀는 물방울을 연출하는 장면이다.
다큐 ‘한반도의 공룡’의 시나리오와 2차원 콘티.
다큐의 처음 제목은 ‘코리아노사우루스’였다.
다큐 ‘한반도의 공룡’의 최종 편집 장면.
한상호 PD(위쪽)가 점박이가 포효하는 장면을 가리키고 있다.
숲의 검객
테리지노사우루스(Therizinosaurus)
‘베는 도마뱀’이란 뜻의 백악기 후반 수각류.
몸길이 10m에 몸무게 3~6t.
앞발에는 70cm가 넘는 발톱이 3개나 달려 있다.
평소에 풀을 즐겨 먹다가 다른 공룡이 자기 영역에 침입했을 때 공격한다.
아시아(몽골)에서 화석 발견. 다큐에서 점박이와 마지막 결투를 벌인다.
공룡 어미가 알에서 깨어 나오는 새끼를 바라보는 장면.
공룡과 깨진 알을 3차원 CG로 만든 뒤 둥지가 있는 배경 영상과 합성해 완성한다. 배경은 화산이 폭발하는 시기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연기를 피우며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