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별에서 분출되는 제트
3장의 사진에는 막 태어나는 별 HH1/HH2 주위의 제트(또는 쌍극류, bipolar outflow)가 잘 나타나 있다. 조금 섬뜩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이 사진들은 어린 별에서 분출되는 가스의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위] 사진에서 제트가 나오는 곳은 중심의 작은 별이지만 이 별은 먼지로 이루어진 구름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전혀 볼 수 없다. 이 원시별은 마치 태반 속의 아기처럼 따뜻한 '모태공간'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제트는 거의 대칭으로 나타나는데 그 양 끝단은 주변의 성간구름에 부딪혀 불규칙적인 모양을 보인다. 여기서 제트의 길이는 자그마치 1광년에 달한다.
[사진 아래 왼쪽] 위 사진에서 제트가 시작되는 부분을 확대한 모습. 이것은 마치 머신건(machine gun)에서 쏜 빛처럼 곧게 뻗어 있는데 빛줄기가 불연속적으로 나타난 것은 밝은 가스 덩어리들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별탄생의 역학적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제트가 분출하는 이유는 주변의 가스와 먼지가 어린 별주위를 맴돌면서 중심을 향해 낙하하기 때문이다.
[사진 아래 오른쪽] 화살촉처럼 나타난 이 구조는 바우충격(bowshock)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빠른 속도로 운동하는 물질이 느린 물질과 만났을 때 형성된다.
원시별에서 발견되는 제트(Young Stellar Jets)는 약 20년 전, 성운에 나타나는 밝은 점들을 관측하던 중 발견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는 허빅-하로 천체(Herbig-Haro objects)이며 제트가 원시별로부터 나오는 물질의 흐름이라는 사실은 이미 이 때 알려지게 되었다.
이 사진들은 모두 HST의 WFPC 2로 촬영했으며 HH1/HH2는 오리온자리 방향으로 지구에서 1천5백광년 떨어져 있다
사진/J. Hester(Arizona State Univ.), the WFPC 2 Investgation Definition team, NASA
HH 30에서 분출되는 제트
이 사진에는 원시별 HH30의 미세한 부분까지 잘 나타나 있다. HH30 역시 제트를 동반한 어린 원시별로 양방향으로 쌍극류가 분출되고 있다. 94년 2월과 올해 1월에 촬영한 이 두 장의 사진을 통해서 우리는 고속으로 분출하는 가스덩어리(blobs)의 위치가 눈에 띄게 변화한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원시별로부터 제트가 분출되는 속도는 8만km/시.
사진의 어둡게 나타난 부분은 별 주위에 낙하하는 물질이 접시 모양을 이룬 원반(disk)이다. 이 원반은 먼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중심별에서 나오는 빛을 차단하며 원반에 떨어지는 물질 가운데 일부는 아주 높은 온도로 가열되어 별의 자전축 방향으로 세차게 뿜어져 나온다. 한편 제트에 가스덩어리가 보이는 이유는 별탄생이 단속적으로 나타나며, 이것은 별을 향해 낙하하는 물질이 단속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 사진은 태양계와 비슷한 크기의 유입물질원반(accretion disk)을 촬영한 최초의 사진이 되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원반 위아래 표면이 아주 잘 나타나 있는데, 이것은 별탄생과 관련된 유입물질원반이론을 직접 뒷받침하는 훌륭한 관측적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HST의 원시별 촬영은 또다른 의미를 갖는데 그것은 별의 탄생이 행성계(planetary system)의 형성과 동시에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별형성(star formation)이 진행됨에 따라 중심별이 충분히 뜨거워지면 물질의 낙하가 멈추게 되고, 그 이후 별에서 나오는 항성풍(stellar wind)은 유입물질원반을 밖으로 날려 보낸다. 이것은 대체로 행성계가 형성되고 난 이후의 일이라고 추측된다.
태양계 형성에 관한 가장 일반적인 이론은 이 시스템이 유입물질원반으로부터 태어났으며 현재 남아있는 행성계는 원반이 있었던 사실을 말해주는 '화석'이라는 것. 이 이론은 모든 행성이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며 거의 동일한 회전평면에 놓인 이유를 매끄럽게 설명해 준다.
여러분은 사진으로부터 원반의 중심은 얇고 가장자리 부분이 두껍다는 사실을 곧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비교적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데, 곧 원반의 중심보다 가장자리에서 물질이 훨씬 천천히 낙하한다는 것. 이 현상은 과거 원시별에서 관측되는 스펙트럼으로부터 이미 예측되었지만 이렇게 작은 스케일에서 직접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진은 HST WFPC 2로 촬영했다. HH30은 황소자리 방향으로 4백50광년 거리에 있다.
사진/C. Burrows (STScI & ESA), the WFPC 2 Investigation Definition team, NASA
아래 그림은 원시별 HH30의 제트와 유입물질원반의 구조를 나타낸 것이다.
세 원시별에서 분출되는 제트
이 고해상 사진들은 천문학자들에게 있어서 오랜 숙제였던 별탄생의 신비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제트는 별이 새로 태어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역학적 과정으로 풀이된다.
[사진 왼쪽 위]의 유입물질원반이 또렷하게 나타나 있다. 우리는 이 원반의 옆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새로 태어나는 별에서 나온 빛 때문에 원반의 윗면과 아랫면이 밝게 나타난다. 그러나 중심의 원시별은 원반에 가려진 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진에서 붉게 나타난 제트는 별에서 직접 나오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HST는 제트가 수십억 km 밖까지 미친다는 것, 그리고 제트가 좁은 빔의 형태를 갖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사진/C. Burrows (STScl & ESA), the WFPC 2 Investigation Definition team, NASA
[사진 오른쪽 위]목걸이 모양의 제트 구조를 보여주는데 이것은 꽤 먼 거리까지 분출되고 있다. 이러한 제트의 형태는 마치 머신건에서 나오는 빛의 '총알'처럼 가스 덩어리가 폭발적으로 밝게 빛나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 제트는 약 80만km/시의 속도로 분출되고 있다.
사진/J. Hester (Arizona State Univ.), the WFPC 2 Investigation Definition team, NASA
[사진 아래] 사진의 제트는 원시별 HH47에 속해 있으며 총연장 50억km에 달한다. 이처럼 제트가 복잡한 모양으로 나타나는 것은 동반별(companion star)의 섭동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HST는 HH47의 제트가 성간구름을 관통해서 지나갔고 또한 아주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때 제트가 밝게 빛나는 이유는 성간물질에 부딪쳐 충격파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제트의 왼쪽 끝에 나타난 흰색 필라멘트구조는 그 부근 가스가 중심별에서 나오는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HH47은 1천5백광년 떨어져 있으며 남반구 하늘에서 보이는 검성운(Gum Nebula)의 한쪽 끝에 있다. 검성운은 오래된 초신성 잔해라고 생각된다.
사진/J. Morse(STScI), NASA
토성의 테를 통과(?)하는 위성들의 모습
이 시리즈 사진은 지구와 토성의 궤도경사각 차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테가 안보이는 현상을 포착한 것. 이런 이벤트는 매 15년마다 일어난다.
이것은 지난 5월22일 찍은 사진인데, 당시 토성까지의 거리는 15억km였다. HST의 WFPC2는 아주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분해능 덕분에 토성 대기에 나타나는 7백25km보다 큰 물체를 분해할 수 있다. 각각의 사진에서 토성 중심을 가로지르는 검은 선은 태양 빛에 의해서 생긴 테의 그림자. 그러나 가장 위에 있는 사진의 경우 테는 아직 토성 적도면에 대해서 2.7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아직 테의 옆면을 똑바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토성의 오른쪽에 그려놓은 작은 상자에는 테의 모습이 나타나 있는데, 이것은 화상처리를 통해서 테의 밝기를 실제보다 25배 증폭시켜 얻은 결과이다.
[위] 테가 태양빛을 받는 면(곧 테의 북쪽면)보다 조금 위에서 토성을 본 모습. 토성의 위성인테티스 (Tethys)와 디오네(Dione)가 모행성의 왼쪽(동쪽)에 있고 야누스(Janus)는 오른쪽(상자중심)에 겨우 모습을 나타냈다. 판도라(Pandora)의 경우 사진에서는 위치를 확인하기 힘들다. HST는 토성 대기의 미세한 부분까지 포착해냈다. 그 예로 여러 개의 줄무늬가 양 반구에 걸쳐 잘 나타나 있고 북반구 적도대(equatorial Zone) 북쪽에 가느다란 줄이 희미하게 보인다. 한편 테 그림자 바로 위가 밝게 나타난 것은 테에 의해 산란된 태양빛이 다시 대기에 반사되었기 때문이다. 북극의 극지방 안개(polar haze)가 남극보다 밝게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중간] 이 사진은 테가 적도면과 거의 나란해진 시각에 촬영한 것. 이때 토성 테는 위의 사진보다 75% 가량 어두워졌지만 테의 옆면 역시 태양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위성레아(Rhea)가 토성의 왼쪽에 보이며 엔셀라두스(Enceladus)는 오른쪽 테에 밝은 점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야누스는 그 오른쪽에 모습을 보이고 있고 판도라는 엔셀라두스 바로 왼쪽에 있지만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한편 북반구의 적도대 바로 왼쪽 위에 보이는 타원 모양은 이 행성의 국부적인 대기순환 현상을 보여준다.
[아래] 이 사진은 위 사진보다 96분(HST가 지구를 한번 공전하는데 걸리는 시간) 후에 촬영한 것이다. 테는 10% 가량 밝아졌고 위성레아는 토성 바로 동쪽에서 토성 남반구에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있다. 한편 타원 모양의 구조는 토성의 자전으로 인해 서쪽으로 움직였으며 가느다랗게 보이는 선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것은 지난 1990년 토성 대기에 나타났던 폭풍이 남긴 흔적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사진들을 이용, 지구에서 볼 때 테와 토성 적도면이 일치하는 시각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토성 테의 두께를 재볼 수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토성의 위성들을 검출하는 데에도 이 자료가 사용된다. 테와 적도면이 일치하는 시각을 결정하는 작업은 토성의 세차운동을 측정하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세장 모두의 사진은 메탄 흡수선이 나타나는 8922 Å에서 7초간 노출한 것이다.
사진/Amanda S. Bosh(Lowell Observatory), Andrew S. Rivkin(Univ. of Arizona/LPL), the HST High Speed Photometer Instrument Team(R. C. Bless, PI), N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