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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황금종 개구리가 이끈 환경올림픽

호주판 난지도에 건설된 스타디움

황금종 개구리 한마리 때문에 대형공연장 공사를 중단한 올림픽당국.9백만t의 쓰레기 위에 건설된 주경기장.매년 1백만kW이상의 전력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태양열 타운'올림픽 빌리지.전세계에서 날아든 1백40여종 새들의 생태천국. '그린올림픽' 시드니올림픽을 만나보자.

'그린올림픽'을 표방한 제27회 시드니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홈부시 베이. 시드니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올림픽 파크에는 주경기장인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수십여개의 경기장이 말끔하게 단장돼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군데만은 파헤치다만 공사장처럼 지저분하게 방치돼 있다. 바로 야구 경기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이 벽돌공장부지는 지금 시드니올림픽이 내세우는 ‘환경올림픽’의 상징처럼 돼있다.

주경기장을 짓고도 남을 만한 엄청난 규모의 부지가 흡사 썩은 사과처럼 방치돼온 이유는 바로 개구리 한마리 때문이었다. 중국의 베이징을 누르고 200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기도 이전인 지난 92년. 이곳에 대형공연장을 건립하는 도중, 당시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에 처해있었던 황금종 개구리(green and goldenbell frog)가 발견되자 올림픽당국은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이곳을 보존지역으로 선언해 버렸다. 어렵게 발견한 황금종 개구리가 맘놓고 살 수 있도록 연못을 만들고 이동경로를 확보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때부터 이 지역만큼은 올림픽 참가자를 위해서가 아닌, 황금종개구리를 위한 공간이 돼버렸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 지역에는 경기장이 들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황금종 개구리들은 이미 1천마리 이상 번식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금도 이 지역만큼은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소수의 전문가만이 이따금씩 들어가 황금종 개구리의 번식상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황금종 개구리가 이끈 환경올림픽


쓰레기 산에 세워진 올림픽경기장

새천년 첫 올림픽을 유치한 시드니당국이 올림픽준비과정에서 ‘환경’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황금종 개구리의 경우에서 뿐만은 아니다. 에너지, 급수, 쓰레기처리 등 모든 분야에서 시드니올림픽당국은 환경을 최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올림픽조정국(OCA)의 조 모스 환경담당관은 “모든 올림픽 관련시설물들을 지을 때 에너지 사용과 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시드니는 이번 하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환경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대략 환경의 다양성 보호, 에너지 보존, 수자원 보호, 쓰레기 줄이기, 자연적·문화적 자산 보전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지켜나가기 위한 토양은 부족하기 짝이 없었다. 당장 올림픽시설이 들어선 홈부시 베이부터가 생물이 자라나기 어려운 ‘버려진 땅’이었다. 18세기까지만 해도 도살장 등으로나 쓰이던 황폐한 땅이었던 것이다. 홈부시 베이는 본래 영국 이민집단이 호주에 정착하기 이전에 ‘어보리진’이라는 원주민이 살던 정글지대였다. 19세기 들어서는 농경지나 공장 부지로 개발되면서 습지는 점점 줄어들었지만 ‘버려진 땅’의 운명을 거역하지는 못했다. 이 지역에는 최근까지만 해도 9백만t의 쓰레기가 매립돼 있었다. ‘쓰레기 산’으로 불렸던 서울의 난지도 매립지를 떠올리면 쉽게 연상될 만한 곳이 바로 홈부시 베이인 것이다. 그러나 시드니 시당국은 여기에 매립돼 있던 폐기물을 수거해 재배치하고, 특수하게 고안된 매립 저장실로 통합·관리하면서 이 쓰레기산을 하나하나 정화해나갔다.

태양열 이용에서 자연채광까지


주경기장 주변에 늘어선 대형가로등에는 모두 대형 태양열 집열판이 하나씩 달려있다.


올림픽 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홈부시 베이를 정화시켜나간 일이 환경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하드웨어적 방법이었다면 에너지와 수질을 보전하는데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온 일은 소프트웨어적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 보존을 위해서는 태양열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방법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앞에 늘어선 대형 가로등은 모두 대형 태양열 집열판을 하나씩 매달고 있고 선수단과 기자들이 묵고 있는 신축 호텔 옥상에도 태양열 집열판이 가득 채워져 있다. 시드니 도심열차가 정차하는 ‘올림픽 파크’역은 자연채광을 위한 투명지붕을 설치해놓았다. 모두 전력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이렇게 태양열 이용을 극대화한 덕분에 시드니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홈부시 베이의 올림픽 빌리지가 매년 1백만kW이상의 전력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태양열 타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천t이나 줄일 수 있는 규모다. 또 올림픽 스타디움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공급원 중에는 5백kW짜리 대형 천연가스 엔진이 두개 작동하고 있는데, 이 엔진 작동 결과 온실가스 배출을 40%나 줄여나갈 수 있었다.

모든 시설물을 건립할 때 에너지절약형 설계를 도입한 일도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다. 수영 장 풀에서는 관람석 주변에만 에어컨시설을 설치하고 나머지는 자연통풍을 통해 쾌적한 내부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수영경기장 내에서도 식당과 사무실만 에에컨을 전면 가동하고 있을 뿐이다.

통풍시설뿐만이 아니라 조명시설도 마찬가지. 자연채광이 최대한 수영장 내부를 비칠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수영장 내부에서 경기를 벌이는 데는 단 10개의 조명등만 가동된다. 이 모두가 특수 설계된 지붕을 이용해 조명과 통풍시설을 완벽하게 갖춤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관람석 의자 밑에는 센서를 부착해 바닥에서 1.5m 높이까지는 22℃로 유지하고 선수들이 사용하는 풀 근처는 28℃를 유지하도록 하는 차별 냉방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 새롭게 개발된 수질여과장치를 도입해 다른 수영장들이 사용하는 소독약품의 30-40%만 써도 되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영장 물의 온도와 수질은 시드니올림픽 수영경기에서 많은 신기록을 작성하는데 기여했다. 시드니올림픽 당국이 환경올림픽을 얼마나 긴 안목으로 준비해왔는가를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주경기장에서도 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 건물 설계부터 고심해온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타원형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4곳의 물탱크로 모아지는데 바로 이 물을 모아 그라운드의 잔디를 키우고 식당이나 화장실 등을 청소하는 것이다. 관중들이 입장하는 데도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자연통풍이 가능한 경기장 외곽의 별도 통로가 사용된다.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이 권장되고 전기배터리자동차가 운행됐다.
 

수질정화 위한 특수선박

시드니올림픽에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또다른 방법은 바로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것이다. 올림픽기간 중 시드니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린카드’라고 불리는 티켓 한장으로 도시철도, 버스, 페리호 등을 원스톱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시드니 중심부의 서큘라 키에서 출발하는 페리호는 올림픽이 열리는 홈부시 베이까지 참가자를 실어나르는 중요한 교통수단이 됐다.

서큘라 키에서 이 유람선을 타고 홈부시 베이까지 이르는 50분간의 바닷길에서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시드니 항구를 돌아보면 항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청정한 수질에 놀랄 수밖에 없다. 과학적 설계와 철저한 환경관리 덕택이다. 시드니항에서는 수질을 정화하기 위한 특수선박이 늘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닷길 주변으로는 철거된 공장부지들도 볼 수 있다. 주변의 대기오염을 고려해 정부가 공장들을 시외곽으로 모두 이전시켜 놓은 것이다. 물론 이전에 따르는 이주비는 모두 정부 부담이다.

대중교통을 장려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배기가스를 유발하는 교통수단 이용 자체를 막기 위해 올림픽시설 설계 당시부터 경기장을 집중 배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모든 경기장 시설들이 14km 범위 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참가자는 웬만하면 걸어서 이동할 수 있고 차량을 이용하더라도 이동거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경기장이나 숙박시설을 포함해 모든 시설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한 일도 환경파괴나 자원낭비를 막기 위한 고려에서 출발했다. 시드니올림픽 선수촌은 주경기장을 포함해 어느 경기장에도 45분내에 도착할 수 있도록 자리잡고 있다. 물론 선수의 교통이용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이다. 이 올림픽 타운에 건립한 선수촌은 올림픽이 끝난 뒤 일반숙소로 이용하기 위한 분양이 모두 끝난 상태이다. 이를 위해 선수촌 역시 고층으로 짓지 않고 시드니 시민들의 주택 분위기와 걸맞는 4-5층 규모로 제한해놓았다. 게다가 적지 않은 선수촌아파트는 조립식으로 지어져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이를 해체해 일반시민들의 별장을 짓기 위한 건축자재로 재판매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재활용 정신이 올림픽시설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수질정화를 위해 바다 위에 떠다니는 특수선박.


2010년 세계최대 환경테마파크 완공

호주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1만5천명의 선수단과 임원, 그리고 수천명의 기자와 체육·문화 관계자들이 모여드는 지상 최대의 행사를 준비하면서 무엇보다도 환경을 내세우게 된 데는 그들 나름대로의 자연자원이 적지 않은 배경으로 작용했다. 호주는 고대로부터 조성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4천5백만년 전에 형성된 호주대륙에는 그 역사에 걸맞게 토양이 보유하는 영양소들이 이미 모두 걸러져버려 황폐한 땅으로 남아있는 곳도 있다. 어떤 식물군들은 경쟁집단을 도태시키기 위해 이러한 과정을 스스로 유발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호주 환경당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식물들이 서로 어울려 자랄 수 있도록 혼합식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나무들은 암반이나 태양빛이 강한 곳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내성을 갖게 된다.

또한 호주에서 발견되는 꽃나무 1만8천여종 가운데 무려 1만5천여종이 전세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종자들이다. 2백95종의 포유류 중에서 2백50종이 호주에서만 서식하고 있다. 8백여종의 도마뱀 중 7백10종 정도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이고 곤충과 거미 중에서도 80-90%는 호주에서만 살고 있는 것들이다. 호주는 이렇게 다양한 동·식물군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환경 보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98년 올림픽 경기장 주변에 조성한 2백주년 기념공원에는 지금도 전세계에서 날아든 1백40여종의 새들이 생태천국을 연출하고 있기도 하다.

황금종 개구리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된 벽돌공장부지를 끼고서는 세계 최대의 환경 테마파크가 조성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공사가 계속돼 오는 2010년에야 완공 예정인 ‘밀레니엄 파크’에는 1백만그루가 훨씬 넘는 나무가 심어진다. 이 ‘밀레니엄 파크’는 쓰레기 매립터 자리에서 파낸 흙을 쌓아올려 산을 만든 뒤 조성한 곳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쓰레기 더미 위에 핀 꽃’이라고 할 만하다. 경기장시설 건축을 위해 잘라낸 나무들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밀레니엄 파크’에 옮겨다 놓았다고 올림픽조직위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국제 환경감시단체 그린피스 참여

특히 시드니올림픽 조직위원회에는 그린피스나 그린게임워치 등 국제적인 환경감시단체가 함께 참여해 올림픽 준비과정 전반을 감시해왔다. 어느 나라에서건 정부와는 적대적이라고만 보여졌던 비정부기구(NGO)들이 공조직에 함께 참여해서 훌륭한 성과를 내놓은 모델을 함께 보여준 것이다. 시드니올림픽이 인류 최초의 ‘그린올림픽’으로 훌륭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의 숨은 노력 역시 적지 않았다.

호주는 풍요로운 나라이다.낮은 물가와 높은 경제성장률,그리고 건전한 흑자예산 등이 호주의 경제적 풍요를 지켜주고 있다.게다가 시드니는 넓은 면적에 비해 4백만명밖에 안되는 인구를 갖고 있어 더욱 풍요롭고 넉넉해 보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드니가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온통 '3R'이라는 재활용 정신을 강조해왔다. '줄이고(Reduce),다시쓰고(Reuse),재생한다(Recycle)'는 것이다.이러한 정신에 따라 시드니 올림픽이 완벽한 '그린올림픽'으로 치러질 수 있었다.가난해서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 때문에 그들은 재활용을 선택한 것이다.

200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성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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