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가 발달한 인간은 해시계에서 시작,태엽시계 전자시계 등을 개발,보다 정확한 시간을 알고 산다.그런데 인간 이외의 수백만에 달하는 생물종들은 어떨까.
생물은 살아있는 물질이다. 그러므로 생물은 언젠가는 죽는다. 바로 이 '죽는다'는 점이 생물과 비생물이 다른점이다. 만일 생물이 영원히 산다면 그것은 벌써 생물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그러면 생물이란 무엇일까?
따지고 보면 지구라는 우주공간에서 시간과 함께 존재하는 생물체라는 뜻이다. 이 말에서 시간이란 무엇일까? 시간은 우리가 과거 현재 미래로 연속하여 흐르는 시간 속에 살면서도 잘 알 수 없는 현상이다. 시간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나 자연과학에서는 측정할 수 있어야 관찰현상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인간사회에서 중요한 과학의 문제는 시간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시계의 개발이었다. 우리는 보다 정확한 현재의 공간에 존재하기 위해 보다 정확한 시계를 가지고 과거를 돌이켜보며 미래를 설계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약속한다면 꼭 시간과 장소를 함께 정해야 한다. 시간만을 정해도 안되고 장소만을 정해도 안된다. 그러나 사는 곳을 묻는다면 장소만을 대답한다. 이것은 산다는 말에 시간의 개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두뇌가 발달한 인간은 해시계에서 시작, 태엽시계 , 전자시계 등을 개발, 보다 정확한 시간을 알고 산다. 그런데 인간 이외에 수백만에 달하는 생물종들은 어떨까.
다른 생물들도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시계를 가지고 있을까? 대답은 간단한다. 시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시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시간을 인식한다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생물체 자체가 시간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계가 없을 때 사람들은 태양의 위치를 보고 먼동이 트면 새벽, 해가 머리 위에 뜨면 정오, 해가 서산에 기울면 저녁이라고 알았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리면 밤, 하늘에 달이 뜨지 않으면 그믐, 만월이면 보름이라고 날짜도 달을 보고 알았다.
또한 생물의 행동을 보고도 시간을 짐작했다. 첫닭이 홰를 치고 울면 첫새벽 한시, 첫 노고지리가 울면 새벽, 나팔꽃이 피면 아침, 분꽃이 피면 오후 곁두리 때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방법으로는 대개의 시간 밖에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시계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아무리 현대과학이 발전되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공간에서 시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사람이 아무리 정확한 시계를 만들어 아무리 정확한 시간을 읽는다 하더라도 현재 시간과의 오차를 줄일 수는 있을 망정 정확한 현재의 시간을 알아낼 수는 없다.
생물이 시간을 인식한다는 것은 생물체내에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생체시계라고 한다. 현대과학은 생물이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를 체내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그 구체적 메커니즘과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편의상 식물 동물 사람으로 나누어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증거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식물의 생체시계는 잎에 있다.
식물의 잎은 낮에는 거의 수평상태이고 밤에는 수직에 가까운 상태로 위치가 달라진다. 이러한 사실은 기원전 4백년 알렉산더 대왕시대의 역사가인 안드로스틀로네스(Androstlones)에 의해 관찰되었다. 프랑스의 천문학자인 드 마랭(De Marain)은 1729년 잎운동의 일주기리듬과 명암주기와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미모사를 재료로 하여 조사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다윈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바 있다.
1875년부터 1915년에 이르기까지 페퍼(Pfeffer)는 강낭콩을 실험재료로 하여 연구했다. (그림3)에서는 콩과식물의 수면운동을 볼 수 있다.
강낭콩은 밤 10시에 잠을 자기 시작하여 아침 6시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도꼬마리는 밤 9시에 잠을 자기 시작하여 낮 2시가 되면 잠을 깬다. 분명히 도꼬마리나 강낭콩은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시계는 사람이 만든 시계와 일주기가 같을까? 1920년 독일의 스토펠(Stoppel)은 페퍼의 실험을 계속한 결과 이 시간이 거의 정확하게 24시간임을 발견했다. 그는 생체시계가 이렇게 정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환경의 어떤 요인이 어떤 계획에 의해 날마다 바르게 교정을 하여 생체시계를 작동시킬 것으로 생각했다. 바로 그 요인이 적색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59년 미국의 할버그(Halberg)는 개략적인 24시간의 주기를 개일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명명했다. 식물은 생체시계를 이용하여 정확히 밤과 낮의 길이도 인식할 수 있다. 무 시금치 무궁화 등은 1년 중 낮이 긴 여름에 꽃이 핀다. 도꼬마리 콩 코스모스 국화 등은 낮이 짧은 가을에 꽃이 핀다. 전자를 장일식물이라 하고 후자를 단일식물이라고 한다.
장일식물은 하루 일조시간이 14시간 이상이 되면 꽃눈이 나오는 종류이고 단일식물은 하루의 일조시간이 14시간보다 적어야 꽃이 피는 종류다.
식물이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게 분명해지자 그것이 어느 부위에 있는지가 관심사가 되었다. 인간의 마음이 인체 어디에 있는지 관심거리가 된 것과 마찬가지다.
매일 14시간 이상 명조전에서 기른 도꼬마리를 위로부터 3번째 잎만을 단일처리한 결과 꽃눈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잎의 세포에 생체시계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생체시계가 세포 속에 있다면 세포의 세포질에 있는 것인지 핵에 있는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사갓말(Acetabularia)은 10cm 정도의 단세포로 된 녹조류로 광합성능에 있어서 분명한 개일리듬을 나타낸다. 사갓말이 성숙하여 굽이 긴 술잔과 같은 형태를 가진 사갓을 만들기 전에 줄기와 핵이 있는 기부로 나누어 줄기에서 발생하는 산소를 광과 온도가 일정한 조건에서 4주간 조사하였다.
관찰 결과 광합성으로 발생하는 산소의 리듬성은 핵을 가지고 있을 때와 같게 나타났다. 이 사실은 생체시계는 세포질에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상에서 식물의 경우 생체시계는 잎과 같이 광을 인식하고 흡수하여 광합성을 하는 기관의 세포질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동물은 어떻게 시간을 인식하는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활동 대사 생식 리듬 조절하는 생체시계
동물의 경우는 활동 대사 생식 등과 같은 생물의 대부분의 기본기능이 개일리듬으로 발현된다. 어떤 종류의 게(Sesarma속)는 (그림4)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몸의 색깔변화와 활동리듬을 나타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낮에는 조직 속에 있는 색소과립이 외골격의 표면으로 퍼져 어두운 색이 되고 밤이 되면 이색소 과립들이 뭉쳐 밝은 색으로 보인다. 이 리듬은 약 24시간을 주기로 하여 일정점형으로 나타나고 게의 활동리듬은 삼정점형으로 복잡하게 나타난다.
또한 로빈새의 활동도 일주기성을 갖는다. 1주기리듬 실험에서 재미있는 것은 광을 밤낮없이 일정하게 해주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조건에서도 리듬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쥐(DDY쥐)의 수면리듬을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실험에 사용한 쥐는 11-15시 사이에 잠을 자는 개체수가 가장 많았으며 07-09시 경에는 약 55%가 잠을 잔다는 것을 알았다. 밤에도 약 20% 정도가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밤에도 모든 개체가 활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잠을 자게 하는 물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토끼 두마리를 수술로 혈관을 연결하면 한 마리가 자면 다른 한 마리도 따라서 잠이 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실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잠을 자게 하는 물질이 혈액 속에 있다는 것이다. 만일 수면이나 활동이 생체시계와 관련이 있다면 시간 인식에 혈액이 작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생체시계가 세포내에 존재한다면 식물세포의 경우는 세포질에 있다는 것을 사갓말을 재료로 한 실험에서 확인하였다.
동물의 경우 어떠한지는 자연적으로 핵이 소실된 성숙한 적혈구세포에서 일주기리듬의 존재를 관찰하여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일정한 조건에서 배양된 적혈구가 가지고 있는 포스포타제산(acid phosphatase)과 아세틸콜린 에스테라제(acetylcholin esterase) 두 효소의 활성도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이 두 효소의 활성도에 대한 개일리듬이 확인되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적혈구에는 RNA도 없고 단백질 합성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생체시계는 아주 위력있는 기구이다. 뇌 속 깊숙이 파묻혀 있으면서 언제 잠을 깨고 언제 잠드는지를 가르쳐주며 체온 및 호르몬 분비를 조절한다. 많은 야근자나 여행자가 겪는 고질적 피로와 시차병 등이 이것을 증명해준다.
우리의 몸은 생체시계의 예측지능으로 밤이 새는 동안 열손실이 촉진되고 열생산이 감소되어 다소 혼미스러운 정신상태에 이른다. 이른 아침이 되면 이 생체시계는 체온을 증가시켜 새롭게 하루의 힘을 준비하게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더 민첩하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체온은 오후 중반에 절정에 이르고 밤 동안에 감소하여 이른 아침에 최저가 되는 분명한 개일리듬을 보여주게 된다.
생체시계의 영향을 받는 호르몬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멜라토닌(melatonin)이다. 이 호르몬은 늦은 저녁과 밤에 송과선에서 분비된다. 여러가지 포유동물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하루하루의 분비유지량이 한해 동안의 밤기온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 변화는 계절별로 발현되는 생식활동과도 연관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간은 어느 부위에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노타(Nauta)는 1946년 수면을 조절하는 중추가 시상하부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쥐의 뇌를 절단하는 실험으로 수면조절중추가 시교차상핵 부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생체시계의 정확한 존재 부위는 밝히지 못 했다.
1967년 리히터(Richter)는 뇌의 부분을 파괴하거나 여러가지 내분비선을 제거하는 동물실험을 통해 시상하부의 전복측부를 파괴한 설치류 동물이 개일리듬을 소실하는 것을 밝혔다. 쥐를 재료로 하여 시각기억에 대한 응수 행동은 시교차상핵을 파괴한 쥐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생체시계가 시교차상핵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에 존재하는 시계가 관여할 수 있다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