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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문학계 새 스타로 각광

블랙홀 발견에 큰 공

X선 발견은 천문학의 새 지평을 열어 주었다. 이론적 존재에 머물렀던 블랙홀 후보를 찾아냈고 고밀도별의 물리적특성과 주위환경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블랙홀은 빛조차 빨아들인다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것이 블랙홀인줄 알지요?" 그 대답은 간단하다. "X선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백조자리 X-1이나 대마젤란성운 X-3 등은 유력한 블랙홀 후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X선을 방출하는 천체이다. X 뒤의 숫자는 발견된 순서를 의미한다. 천문학계 최대의 스타, 블랙홀은 X선천문학에 의해 그 실체가 밝혀질 것이다. 블랙홀뿐만 아니라 별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나는 컴팩트스타(고밀도 별)인 중성자별 백색왜성은 X선 관측을 통해 그 신비의 베일을 벗고 있다. 새로운 우주탐색 도구로 각광받고 있는 X선 천문학의 세계를 알아보자.

천문학의 새 지평 열다
 

1957년 티코 브라헤가 발견한 초신성의 X선 사진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이후 그 잠재력을 가장 빨리 간파하고 수용한쪽이 의사들이라면, 뒤늦게나마 그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쪽은 천문학자들이다.

X선의 물리적 특성이 밝혀진 이후 통신을 하는 사람들 쪽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전파는 외부로 발산되지 않고 전리층에 되반사되기 때문에 유용한 통신수단으로 자리잡았는데, 전파통신을 가능케하는 전리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라는 의문이다.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의 에너지로는 전리층을 만들지 못한다. 태양빛에 파장이 짧은(에너지가 높은) 자외선이나 X선이 포함돼 있어야 지구 대기층의 일부를 전리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하나의 문제 제기는 개기일식 때 관측되는 태양 코로나로부터 나왔다. 코로나는 가스밀도가 낮은 반면에 높은 온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여기에서 자외선과 X선이 방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를 수용, 2차대전이 끝난 직후 천문학계에서는 외계 X선(자외선 포함) 사냥에 나섰다. 사냥터는 당연히 우주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X선은 지구 대기층에 흡수되기 때문에 지표면에서는 검출할 수 없다. 미국 해군천문대에서는 폰 브라운이 개발한 로켓의 탑재부에 검출기를 실어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 자외선과 X선의 검출을 시도했다(도달고도 1백km). 이 시도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그후 이와 유사한 과학로켓을 여러번 띄웠으나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러한 더딘 행보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은 1962년 과학로켓 에어로비에 의해서다. 에어로비에는 미국 MIT에서 개발한 가이거계수기가 실렸는데, 이 검출기에 X선을 방출하는 천체가 잡혔다. 태양을 제외한 최초의 X선원은 Sco X-1(전갈자리 소속). 1963년 미국 해군연구소의 프리드만 박사팀도 이 사실을 확인했으며, 게성운 방향에서 강한 X선이 방출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X선천문학'이라는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그러나 60년대의 과학로켓은 고노 1백km이상에서 수분 정도 머무르는 것이 고작이었으므로 천문학자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Sco X-1 발견 후 8년이 지난 1970년, NASA(미국항공우주국)에서는 본격적으로 X선 천체 사냥에 나섰다. 우후루인공위성이 적도상공 케냐의 한 해변에서 발사됐다. 우후루는 케냐말로 '자유'를 의미한다.

우후루의 활동으로 X선 천체의 숫자는 대거 늘어났다. 에어로비나 기타 과학로켓, 또는 기구를 통해 밝혀진 X선원의 수는 10여개에 불과했으나 우후루는 이 숫자를 3백40개로 늘여놓았다. 단순히 양적인 팽창만이 아니다. 우리은하 내의 쌍성계와 초신성잔해들, 퀘이사, 세이퍼트은하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X선 천체들이 발견된 것이다. 그 결과 천문학의 지평은 대폭 넓어졌다. 가시광선과 전파가 가져다주는 정보만으로 드넓은 우주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해석한다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우주를 보는 또하나의 창이 탄생한 셈이다.
 

아스카가 찍은 X선 천체들.M81의 중심과 초신성 1993j에서 X선이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X선에 실린 정보

어떤 천체가 X선을 방출하는가. 여기서 방출되는 X선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가. X선을 방출하는 천체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태양의 코로나처럼 온도가 아주 높은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둘째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과 같은 고밀도 별에서 나오는 것.

태양대기의 맨 바깥층이라고 할 수 있는 코로나는 개기일식 때 관측이 가능하다. 태양표면의 온도가 6천K 정도인데 비해, 코로나의 온도는 표면의 1백배 이상. X선 관측에 따르면 1백만K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태양정도의 중력을 가진 별에서 외곽층에 표면보다 훨씬 뜨거운 희박한 대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수수께끼를 푸는데 X선이 동원된 것이다.

X선 망원경으로 태양코로나를 보면 틈새구멍이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관측 결과 태양풍이 이 구멍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드러났다. 태양풍은 지구 자기장에도 영향을 준다. 이 지역은 다른 코로나 영역보다 온도가 낮고 밀도도 떨어진다. 따라서 X선의 방출 세기도 약해져 주변보다 어둡게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관측하는 별은 홑별로 보이지만 많은 수가 쌍성을 이루고 있다. 두 개의 별이 짝을 이루면서 회전한다. 그중의 하나가 마지막 진화단계에 도달해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이 되었다면 다른 짝별의 구성물질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은 고밀도로 수축된 별(컴팩트 스타)이므로 그만큼 중력장이 세기 때문. 이 때 흡수되는 물질의 운동에너지가 빛에너지로 바뀌면서 X선을 방출한다. 이곳에서 나오는 X선을 조사해 고밀도별의 물리적 특성이라든가, 주변 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

블랙홀도 마찬가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물질의 운동에너지가 X선으로 방출되는 것이다. 결국 X선 천문학은 이론적인 존재에 불과했던 '우주괴물'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함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앞으로 X선 천문학의 주요 과제 중의 하나는 블랙홀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다. 만약 X선이라는 우주로 열린 새로운 창이 없었다면, 우리는 별의 진화모델조차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밖에도 X선 천문학이 할 일은 많다. 뜨거운 성간가스가 분출되고 가스가 폭발하는 고에너지 환경에 놓인 외부은하 연구는 많은 부분 X선이 담당해주어야 할 몫이다. 또한 거대은하와 구상성단중심부에 대한 정보도 X선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왜냐하면 X선은 투과력이 세, 중심부의 정보를 밖으로 전달하는데 적격이기 때문이다. 전파나 가시광선은 '내부' 정보전달자로서 X선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이밖에도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 퀘이사의 비밀을 벗기는 일도 X선천문학 몫이다.
 

(표)X선 관측위성 발사 현황
 

아스트로 시리즈와 로샛

현재까지 밝혀진 우주공간의 X선원은 6만개 이상이다. 우후루 이후 X선 망원경을 싣고 우주공간에 올라간 인공위상 수만 15개가 넘는다. 금세기 안에 준비중인 것을 합하면 20개에 달한다(표). 이들은 고도 5백-6백km지점에서 1백분을 공전주기로 지구를 돈다. 이들 인공위성에는 X선망원경이 실려 있다. 초기 X선망원경은 대부분 경통 내부에 가스를 채우고 이 가스들이 이온화된 정도를 측정해 X선을 감지했다. 최근의 X선 망원경은 금속거울을 비스듬히 설치하고 X선의 입사각을 최소로 해 검출정도를 매우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검출기에 CCD가 활용되고 있다.

초기 X선 인공위성은 미국과 유럽 일부국가의 독점물이었으나 80년대 들면서 일본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이른바 아스트로 시리즈로 불리는 일본의 X선 인공위성은 일본이 우주상업시장에 뛰어드는 발판 역할을 한 셈이다. 이미 3대가 활동을 마쳤고 현재 네번째인 D가 발사돼 활동중이다.

현재 관측이 진행 중인 것으로는 X선 발견 1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독일(뢴트겐의 조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쏘아올린 로샛이 있다. 로샛의 관측결과가 발표될 즈음에는 X선 천문학은 한단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X선 연구현황은 어떠한가. 우선 다른분야와는 달리 인공위성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우리 실정으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 연구인력 또한 매우 층이 얇고 축적된 연구결과가 빈약하다. 80년대 말 천문우주과학연구소 시절 사운딩로켓(과학로켓)을 계획할 당시 로켓에 올릴 탑재물로 X선 검출기가 검토돼, 이의 개발이 진행됐다. 그러나 현재는 로켓발사 계획 자체가 불분명해 지지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의 관심 수준이 로켓이나 인공위성 발사 그 자체에 머무르고 있고, 그 내용물(탑재물)을 무엇으로 채우느냐는 뒷전으로 밀려있다.

현재 97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다목적위성 계획 등을 감안해볼 때 우리도 5년 안에 우주과학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 때를 대비해시 X선 검출기 개발을 지속하고, 외국 위성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연구 결과를 축적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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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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