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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색색의 꽃이 피어 우리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때 꽃잎의 색깔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종류의 식물이라도 어느 곳에 심었느냐에 따라 그 색이 달라지기도 한다. 꽃잎 속에 존재하는 유기 물질을 통해 색이 나타나는 원리에 관해 살펴보자.

Q1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가) 빛이란 비교적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로 과거에는 가시광선만 빛이라고 생각했으나 현대에는 빨간색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750nm~1mm)과 보라색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10~390nm), 자외선보다 파장이 더 짧은 X선 등의 전자기파를 포함한다. 전자기파는 파의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진동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이뤄져 있다. 전자기파는 또한 입자의 성질을 나타내는데, 입자성을 강조할 때 광자(photon)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광자의 에너지(E)는 진동수(ν)에 비례하고, 파장(λ)에 반비례한다.



색을 띠는 물체는 가시광선의 일부 파장의 빛은 흡수하고, 나머지 파장의 빛은 반사(산란)시킨다. 이러한 전자기파와 물질의 상호 작용은 주로 전기장에 기인한다. 양자역학의 이론에 따르면, 원자나 분자의 에너지는 특정한 값만 가질 수 있도록 양자화(quantized)돼 있다. 그리고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원자나 분자는 높은 에너지 상태(들뜬 상태)와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을 받으면 이들 흡수해 들뜬다.

원자나 분자에 빛이 닿으면 빛의 전기장에 의해 원자나 분자의 전자구름이 빛의 주파수와 같은 주파수로 앞뒤로 진동한다. 원자나 분자의 낮은 상태와 높은 상태 간의 에너지 차이가 빛(광자) 에너지와 같으면 빛의 흡수가 일어난다. 두 에너지가 다른 경우에는 진동하는 쌍극자(dipole)를 만들게 된다.

전자기학 이론에 따르면 진동하는 쌍극자는 진동 주파수와 같은 전자기파를 내놓는다. 이것이 빛의 레일레이(Rayleigh) 산란이다. 레일레이 산란은 쪼인 빛(입사광)과 산란된 빛의 파장(광자 에너지)이 같은 탄성 산란이다.

(나) 상자 속 입자(particle in a box)는 양자역학에서 다뤄지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로 입자가 무한히 깊은 포텐셜 우물에 갇혀 있어 나가지 못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또한 입자가 벽과 충돌할 땐 에너지와 운동량이 모두 보존되는 완전 탄성 충돌이 일어난다고 가정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고전역학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볼 경우, 단순히 입자가 등속직선운동을 하고 벽에 부딪히면 튕겨 나오는 결과를 얻는다. 그러나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 문제에 적용하면 상식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심지어는 어떤 지점에선 입자가 발견될 확률이 0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상황이나 고전역학의 관점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사실임이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다) 2개 이상의 다중결합이 단일결합을 하나씩 사이에 끼고 존재하며, 이들 결합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현상을 컨쥬게이션이라 한다. 이 상호작용은 공명에 기인하는 것으로, 불포화결합 사이에 끼인 단일결합은 어느 정도 불포화결합성을 보인다. 예를 들면, 뷰타다이엔 CH2=CH-CH=CH2에서 C=C의 결합거리는 1.37Å, C-C는 1.47Å인데 이는 컨쥬게이션에 의한 상호작용의 결과로 에틸렌 C=C의 결합거리 1.34Å보다는 길고, 에테인 C-C의 1.54Å보다 짧아진다. 이는 이중결합에 존재하는 전자가 단일결합 쪽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며 이를 전자가 한군데 치우친 것이 아니라 골고루 퍼져있기 때문에 비편재화돼 있다고 표현한다.

이와 같은 구조는 대표적으로 벤젠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고전적인 이론에서는 <그림 2>의 (a)와 같이 이중결합과 단일결합이 교대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로 결합길이를 측정한 결과, 이중결합과 단일결합의 중간 길이인 0.140mm로 측정되었고 6개 결합의 길이가 모두 같았다. 현재 이론에서는 <그림 2>의 (b)와 같이 6개의 p오비탈이 고리형태로 비편재화돼 결합을 이루는 것으로 설명한다.

(라)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1991년 스위스 연방 기술원(EPFL) 화학과의 마이클 그랏젤 교수가 처음 개발했다. 이 전지는 표면에 화학적으로 흡착된 염료 분자가 태양빛을 받아 전자를 냄으로써 전기를 생산한다.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통해 받은 태양에너지를 전자의 흐름으로 만들어내 산화환원작용의 에너지로 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식물의 잎이 광합성을 할 때 엽록소라는 염료가 빛을 흡수한다. 이에 비해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나노 크기의 염료분자를 사용하며 일반적으로 TiO2를 많이 쓴다. 표면에 염료분자가 화학적으로 흡착된 나노 입자 반도체 산화물 전극에 태양빛이 흡수되면 염료분자는 전자를 내놓는다. 이 전자가 여러 경로를 통해 투명 전도성 기판으로 전달돼 최종적으로 전류를 생성한다. 전기적 일을 마친 전자는 다시 염료분자의 본래 위치로 돌아오면서 전지를 순환하게 된다.

1) [난이도 상] 다음의 물질 중 a는 R자리에 H가 올 경우 베타카로틴이라고 하고, OH가 올 경우 루테인이라고 한다. b는 꽃잎 색소인 안토시아닌의 일부인 안토시아니딘이다. 이들이 색을 띠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안토시아니딘은 염기성 용액 속에서 적색과 청색 중 어느 색을 띠겠는가?


2) [난이도 중]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에서 에너지 변환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시판되는 염료는 여러 염료성분이 섞여있다. 또한 각 염료 성분은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 시판되는 염료를 이용한다고 가정하여 논해보시오.

전문가 클리닉
1) 화합물의 구조와 빛의 관계를 묻는 문제로 양자역학의 기본 문제입니다. 빛의 흡수 원리나 슈뢰딩거 방정식을 제시문에서 주어진 내용을 바탕으로 화학1에서 익히 배웠던 공명구조에서 비롯된 컨쥬게이션이라는 개념에 적용시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배우지 않은 생소한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추론을 통해서 적용시켜야 하는 만큼 문제의 난이도는 높은 편입니다.

색을 띤다는 것은 빛을 흡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는 양자화돼 있는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가 주어진 가시광선 중 일정 파장의 빛 에너지와 같음을 의미합니다. 주어진 물질들의 구조를 살펴보면 단일결합과 이중결합이 교대로 나타나는 컨쥬게이션 구조가 길게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자 속 입자에서 살펴봤듯이 이 길이가 길어질수록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작아지고, 흡수할 수 있는 빛의 파장 또한 달라집니다. 제시문의 지식을 잘 활용해 논리적인 답을 작성해봅시다.

2)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라는 소재를 이용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통찰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력을 보는 문제입니다. 태양전지는 흡수된 빛 에너지를, 전자의 이동을 통한 산화환원을 야기시킬 수 있는 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많은 양의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많은 전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때 태양빛을 흡수하기 위해 염료를 이용했는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염료는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므로 하나의 염료만으로는 많은 빛을 흡수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염료를 어떻게 이산화티탄에 흡착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됩니다. 만약 여러 염료가 한데 섞여 있다면 어떻게 분리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봅시다.

예시답안
1) 유기 화합물도 여러 색을 띤다. 문제에서 주어진 식물의 주요 색소의 구조식에서 보듯이, 주어진 색소들은 단일 결합과 이중 결합이 길게 번갈아 있는 컨쥬게이션 구조를 갖고 있는 화합물이다. 이중결합 중 단일결합과 같은 하나의 결합을 시그마 결합이라고 하고 회전이 불가능한 나머지 하나의 결합을 파이결합이라고 한다. 컨쥬게이션 구조에서 이 파이결합에 존재하는 전자는 특정한 원자에 고정된 것이 아니고 사슬 전체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이를 상자 속 입자의 개념에 적용시켜보겠다.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인 원자 안을 벗어나 따로 존재한다면 에너지가 매우 많이 필요하므로 이때의 포텐셜 에너지는 매우 크다. 이로 인해 전자는 원자의 내부에서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금속결합에서 보면 자유전자는 하나의 원자에서 다른 원자로 자유롭게 이동한다. 이는 각 원자의 오비탈(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서로 겹쳐져 다른 원자로 전자가 넘어가더라도 다른 원자의 원자핵이 전자를 잡아당겨 에너지를 낮은 생태로 안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컨쥬게이션 구조도 마찬가지로 파이결합들이 끊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으므로 전자는 컨쥬게이션으로 연결된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다.

L값이 커지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전자가 갖는 에너지는 작아지며 이 에너지와 같은 에너지를 갖는 빛만이 흡수된다. 나머지 파장의 빛은 제시문에서 언급했듯이 전자의 진동만을 야기시키고 이로 인해 똑같은 에너지를 갖는 빛이 다시 방출되는 레일레이 산란이 일어날 것이다.

즉 컨쥬게이션된 이중결합 사슬의 길이가 길수록 에너지가 작고 파장이 긴 빛을 흡수한다. 그래서 더 짧은 파장의 빛의 색으로 보인다. 식물들은 문제에서 보여준 기본 골격 색소화합물에서 컨쥬게이션 이중결합의 길이를 변화시키거나, 치환기를 붙여 이들의 에너지를 변화시킴으로써 여러 가지 색을 만들어낸다.

안토시아니딘의 구조를 살펴보면 벤젠고리에 OH가 달려있는 페놀류이므로 약산성을 띤다. 이 물질이 염기성 용액 속에 존재할 경우 페놀과 마찬가지로 해리돼 수소 이온이 떨어져나가 산소원자가 음이온을 띤다. 이 음이온은 벤젠고리에 있는 파이결합과 같이 컨쥬게이션을 형성할 수 있으므로 컨쥬게이션이 더 길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따라서 전자의 에너지는 더 낮아지며 에너지가 낮은 파장이 빨간색 계통의 빛을 흡수하므로 염기성 용액 속에서 안토시아니딘은 푸른색을 띤다.

2)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반도체 산화물에 염료를 흡착시켜 제작한다. 태양에너지는 염료에 흡착되어 전자를 이동시키며 이 과정은 반도체 산화물 내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빛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므로 여러 파장의 빛을 흡수할수록 더욱 효율이 좋은 태양전지다. 이때 사용되는 염료는 엽록소처럼 특정 색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특정 파장의 빛만을 흡수한다.

따라서 여러 파장의 빛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염료를 이산화티탄(TiO2)에 흡착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적합한 방법은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하는 것이다. 크로마토그래피는 고정상에 염료 혼합물을 위치시키고 이동상을 확산시키며 여러 염료를 분리한다. 여러 염료들과 고정상과 이동상 사이의 인력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이 경우 TiO2을 고정상으로 이용해 크로마토그래피와 같은 방법으로 여러 염료를 흡착시킨다면, 염료의 종류에 따라 특정 위치에 분리된다. 따라서 다양한 파장의 빛을 흡수할 수 있다. 1

201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조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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