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암치료, 수화물검사는 물론 각종 비파괴검사와 새로운 소재개발 도구로 이미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은 X선은 변신을 거듭하면서 21세기 나노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올해는 X선이 발견된지 1백년이 되는 해다. 처음 발견될 당시 X선은 물리적 성질이 전혀 밝혀지지 않아 '미지(X)의 광선'이란 뜻의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이제 X선 자체의 물리적 성질은 물론 그것을 쪼였을 때 인체를 비롯한 대상물체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 그 실체가 완벽하게 드러났다. 더 이상 X선이 아닌 것이다.
실제 모습이 알려진만큼 그 쓰임 또한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X선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90%이상이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그만큼 X선이 일상생활 속에 깊게 파들었다는 반증이다. 어느 과학자는 "대개의 과학적 발견내지 발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이 줄어드는데 X선만큼은 예외다"며 "퇴색할만하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더욱 위용을 떨치는 것이 바로 X선이다"고 밝혔다. X선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뢴트겐이 자신의 부인 손을 찍은 뼈사진과 함께 논문을 발표하자 가장 흥분했던 그룹은 의사들이었다. 인체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X선 사진은 21세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까지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시진(視診)의 도구이다. 당시의 의사들이 X선을 단순히 속을 들여다보는 도구로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암이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환부에 X선을 '겁없이' 조사했다. 심지어는 위궤양에도 썼다는 기록이 있다. X선이 방사선임을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친 행위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암치료에 X선이 매우 광범위하게, 또한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체를 투시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처음 X선에 관한 소문이 퍼지자 일부에서는 누군가가 X선의 투과력을 이용해 집안 내부를 들여다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독일의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여배우의 속옷을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고 해 'X선 쌍안경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주의문을 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웃지못할 사건들을 겪은 후 X선은 공항에서의 수화물검사나 우편을 투시기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는 도구'로서의 X선은 공업적으로 널리 활용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미파괴검사. 특히 구조물과 구조물을 연결시키는 용접부위가 제대로 연결됐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으로 X선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성수대교붕괴 원인을 살피는데도 X선이 사용됐다.
X선의 본질
X선의 실체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X선은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로 정의된다. 전자기파를 파장이 긴 순서대로 배열해보면 전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의 순서다(그림1). 즉 X선은 감마선과 함께 파장이 아주 짧은 전자기파라고 할 수 있다. X선의 파장 길이는 대략 1백-0.1Å(1Å은 ${10}^{-10}$m). 파장이 짧다는 이야기는 물체를 투과하는 힘(투과력)이 세다는 의미. 이를 달리 해석한다면 에너지가 높은 전자기파라고 할 수 있다.
파장이 짧으면 진동수가 많고 따라서 에너지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X선은 직진성이 강하며 자석에 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X선은 프리즘이나 렌즈를 통과해도 굴절하지 않고, 거울이나 금속면에서도 거의 반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만으로 X선의 본질을 이해하기는 부족하다.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보자. X선과 감마선은 일종의 입자, 즉 광자(photon)라고 할 수 있는데, 질량은 없고 에너지파만 가진 광자이다. X선과 감마선이 다른 점은, 고속전자가 진공공간에서 가속돼 금속편을 때렸을 때 금속원자의 외곽전자궤도에서 발생하는 것이 X선이고, 핵을 때렸을 때 나오는 것이 감마선이다. 일반적으로 감마선은 특정 파장대의 파로 방출되고 X선은 다양한 파장이 스펙트럼 형식으로 방출된다.
보통 고속으로 가속된 전자가 금속편에 부딪치면 다양한 현상이 발생한다. 우선 입사전자가 외곽전자에 모든 에너지를 전달한 후 소멸되는 경우, X선이 발생하면서 에너지를 얻은 외각전자는 튀어나와(궤도를 이탈해) 다른 원자를 전리시킨다. 이를 광전효과라고 한다(그림2).
더욱 고에너지로 가속된 전자는 외곽전자에 부딪쳐서 경로가 휜다. 이때도 X선이 발생하는데 입사 전자의 에너지 일부는 외곽전자가 가지고 튀어나가고 나머지는 다른 전자에 부딪쳐 광전효과를 일으킨다. 여기서 2차 X선이 발생한다. 이를 콤프턴 산란이라고 한다. 마지막 경우는 원자핵과 외곽전자 사이에서 전자쌍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 때 소멸방사선이 생성되는데 이 결과는 에너지가 질량화한 것.
변신을 거듭
이러한 X선 생성과정을 근거로 우리 주변에 어떻게 X선이 활용돼 왔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의학진단용. 일생 동안 X선 사진 한번 안찍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X선 사진은 널리 쓰이고 있다. "X선만큼 의학 발달에 기여한 진단 기술은 없다"는 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X선 사진의 원리는 간단하다. X선은 물체에 따라 투과하는 정도가 다르다. 좀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물체의 밀도가 높을수록 투과하기 어렵다.
물론 밀도가 균일한 같은 물체라면 단파장의 X선이 상대적으로 파장이 큰 X선보다 투과력이 세다. 적절한 파장대를 선택(전자의 가속에너지로 조절) 우리 몸에 X선을 쪼이고(보통 1백kV의 X선) 맞은 편에 필름을 놓는다면 뼈를 통과하는 X선과 일반조직을 통과하는 X선은 그 양이 다르다. 그 결과 필름에 검은색의 뼈사진이 명암 차이로 드러나게 된다.
X선 사진은 단순한 2차원 영상에 불과하다. 만약에 X선 사진이 변신을 하지 않고 옛것만을 고집했다면 X선에 대한 관심은 지금만 못했을 것이다. 1974년 영국의 엔지니어인 하운스필드와 남아공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코맥은 X선 사진을 입체화시킨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를 개발했다. 우리는 한방향의 그림자만 보고 사물의 확실한 모습을 알아낼 수 없다. 그러나 여러 방향에서 빛을 쪼여 그림자를 여러개 만들고 이를 컴퓨터로 합성한다면 실제에 가까운 모습을 얻을 수 있다.
보통 CT사진은 척추와 수직인 방향의 단면 영상을 얻기 때문에 단층촬영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보통 하나의 단층화면을 얻기 위해서는 각도를 달리한 여러 방향에서 X선 촬영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얻어진 수십만개의 영상데이터를 합성하면 입체영상도 얻을 수 있게 된다. X선 CT의 등장으로 의학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두개골에 싸여 촬영이 어려웠던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밝히는데 크게 기여했다.
치료의 영역에서도 X선은 변신을 거듭했다. 방사선(X선, 감마선)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이 있었던 것은 50년대 중반, 코발트60을 이용한 감마선 생성기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진단 방사선과는 달리 치료방사선은 MV급에너지의 X선이 필요하다. 이 때는 X선보다는 감마선이 방사선치료의 핵심이 됐다. 그러나 10여년 후 다시 선형가속기가 등장하면서 치료영역에서도 X선이 주역으로 재등장했다. 선형가속기란 진공튜브에서 초고압으로 전자를 가속시켜줄 때 마이크로파를 걸어주어 전자의 에너지를 더욱 높여 주는 장치. 결과적으로 고에너지의 X선이 생성된다. 코발트60 생성기가 1.25MeV의 감마선을 생성한다면, 선형가속기는 16-20MV의 X선을 발생한다. 현재 선형가속기에서 발생되는 X선이 방사선 치료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일단 방사선이 환부에 도달하면 세포에 치명타를 가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죽은 세포가 살아나는데, 정상세포에 비해 암세포는 회복속도가 반 이하로 떨어진다. 여기에 다시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계속해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 방사선치료다.
최근에는 X선 CT를 이용해 입체영상을 얻고, 이를 이용해 환부에 정확히 방사선을 조사하는 기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진단과 치료분야에서 X선이 협동작업에 나선 것이다.
초음파와의 치열한 경쟁
X선은 일종의 방사선이므로 인체에 쪼일 때는 여러가지 제한 요소가 많다. 그러나 재료의 내부 결함을 파악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자유스러워 X선이 광범위하게 쓰여진다. 따라서 인체에 쓰는 X선은 아주 짧은 시간(1/60초)만 조사하지만 비파괴검사 때의 X선은 오랜 시간 반복해서 조사한다. 원리는 진단 X선 사진과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두꺼운 재료나 밀도가 높은 재료의 투과시험을 위해서는 높은 전압의 X선 발생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2백mm 정도의 철판 내부를 투과하려면 2천kV의 X선이 있어야 한다. X선이 재료를 투과할 때 재료내에 균열이나 기공 또는 이물질이 들어 있거나, 밀도와 두께가 다르면 흡수되는 정도가 다르다.
그러나 최근 비파괴검사 부문에는 X선의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초음파가 바로 그것이다. X선이 단순한 이미지 사진으로만 출력이 가능한 반면에 초음파의 특징은 검사결과가 데이터로 출력되기 때문에 그래프 등 여러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기술의 발달로 이미지 사진까지도 자유자재로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연구분야에서는 초음파쪽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현장(배나 다리의 용접구조물)의 비파괴검사에는 여전히 X선이 위력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바로 출력이 이미지 사진으로 나와 비전문가라 하더라도 쉽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사진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는 결함이야말로 여러가지 기법을 동원해 다양한 해석을 내리는 것보다 호소력이 강하다. '촌놈(현장)은 단순한 것(X선)을 좋아한다'고나 할까.
X선 검사는 형상이 복잡한 굴곡진 구조물에는 초음파쪽보다 강점이 있다. 또 초음파는 금이 간 형태의 결함을 잘 찾는 반면(크랙형), 부피를 가진 벌크(bulk)형 결함을 잘 표현해준다. 이러한 장점이 있는 한 비파괴검사의 영역에서 X선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을듯하다.
나노테크놀러지의 산파
비파괴검사의 X선은 단순하게 결함이나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신소재 탄생의 산파 노릇을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용 밸브를 금속계통에서 보다 가벼운 세라믹으로 대체해가는 추세인데, 이 과정에서 세라믹밸브를 만드는 공정을 모니터해주는 것이 바로 X선이다. 1차로 만들어진 제품을 X선으로 검사해 결함이 발견되면 다시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제품의 공정을 완벽하게 표준화하는 것이다.
X선의 고전적인 쓰임 중의 하나는 원소의 성분분석(정성분석)이다. 입사 전자가 외곽전자와 부딪쳐 외곽전자가 튀어나올 때 발생하는 X선을 분석하면 원자가 어떤 원자이냐는 것을 비롯해 그 원자의 다양한 성질을 알아낼 수 있다.
최근 X선은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나노(10억분의 1)테크놀러지의 세계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도구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밀 길이 측정은 레이저 간섭계가 주로 이용돼왔다. 레이저 간섭계란 집속성이 좋은 레이저를 분리시키고 다시 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간섭무늬를 이용해 미세한 길이 측정 등에 응용하는 장치. 그러나 레이저로는 반도체산업의 요체인 실리콘격자의 물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X선 간섭계를 사용하면 이러한 연구가 가능해진다. X선의 짧은 파장이 실리콘 격자간의 거리와 비슷해 회절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빔을 꺾어줄 수 있다는 뜻).
최근 표준과학원의 엄천일 박사팀은 X선 간섭계를 개발해 초정밀 길이 측정에 응용할 예정이다. X선 간섭계가 등장했다는 것은 A까지 잴 수 있는 정밀한 자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바로 주사바늘을 통해 혈관을 타고 몸속에까지 들어가 작동하는 로봇의 탄생, 즉 나노테크놀러지 세계로의 진입이 가능해졌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말 문을 연 포항방사광가속기에서 생성되는 방사광 X선은 또다른 차원에서 X선의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19세기 말에 탄생한 X선은 1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그 쓰임이 확대되고 있다. 21세기에도 X선은 변신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여는 도구로 자리잡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방사선 단위
방사선의 단위에는 여러가지 것이 혼용돼 사용되기 때문에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방사선 단위로는 92년 전까지 뢴트겐(R), 라드(rad), 렘(rem)이 사용됐다. 뢴트겐은 얼마만큼 방사선이 조사됐는지를 나타내주는 조사선량이며, 라드는 피폭 물체가 얼마만큼 방사선을 흡수했는지를 나타내주는 흡수선량이다. 렘은 인체가 방사선을 받았을 때 위해 정도를 나타내주는 단위다. 이를 선량당량이라고 한다.
1992년 정부는 국제표준단위(SI)로 통일하기 위해 뢴트겐의 단위를 없애고 라드를 그레이(Gy), 렘을 시버트(Sv)로 하기로 결정했으나 관습상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단위가 아직껏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 단위중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렘이다 방사선 작업종사자의 경우는 연간 5렘을 한계치로 정하고 규제하고 있고, 일반인들은 연간 0.5렘이 규제치다. 보통 X선 사진 한번 찍는데 0.1렘이므로 5장만 찍으면 바로 규제치를 넘게 된다. 그러나 치료 내지 진단용으로 사용하는 X선 피폭량은 규제치에서 제외된다. 그 사람이 필요해서, 즉 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할 특수목적으로 X선을 쪼였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종사자들이 "자신들이 쪼이는 방사선량은 X선 사진 몇번 찍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 수치를 비교해오면 쉽게 증명이 된다. 실제로 원자력발전소라든가 기타 방사선작업을 하는 곳에서 이 규제치만 잘 지켜진다면 인체의 영향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