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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고자기 초전도형만이 최선 아니다

'영구자석 이용하면 오히려 경제적' 업계발상전환

초전도 MRI만이 최선인가. 최근 미국 의학계에서는 MRI와 관련,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영구자석과 전자석을 사용한 저(低)자기장 MRI 대신에 강한 자기장을 유지하는 값비싼 초전도형 MRI가 반드시 필요하느냐는 것이다.

MRI는 1973년 라우터부르가 발명한 것으로 자석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으로 생명체 내에 존재하는 물분자의 양성자 공명을 측정해 생체내부를 촬영하는 장치이다. 물이 많은 부분에서는 강한 신호가, 적은 부분(뼈)에서는 약한 신호가 방출되므로 이 차이를 이용한다. 이 영상은 X선 CT보다 선명하게 나타나며, X선 피폭을 피할 수 있어 반복촬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물분자의 양성자 공명 이외에도 인이나 불소 등의 공명영상도 얻을 수 있다.

MRI설계자들 대부분은 기술적으로 고급인 초전도 MRI를 선택했다. 강력한 자계(磁界)는 저자계장치 보다 강력한 신호로 명료한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사용하는 4천개의 MRI 대다수는 초전도형.

그러나 고자기초전도형은 결점이 있다. 우선 장치 주변에 자기차폐가 필요하다. 또 코일을 절대온도 0도 가까이 냉각시키기 위해서는 액체 헬륨이 필요한데 이를 취급하기 위해서는 자격을 갖춘 기술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환자는 헬륨을 충진한 이중벽 단열구조 안의 좁은 공간에 갇혀야만 촬영이 가능한데 많은 환자가 폐쇄공포증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의 멜렌데스 박사는 "우리 병원에서 MRI 촬영을 한 환자들은 10명 중 한사람이 불안감을 느껴 촬영을 거부하거나 연기해달라고 호소했다"고 미국의학협회지(93년 8월 11일자)에 보고했다. 고자기형의 또다른 결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보통 2백만달러 이상(저자기형의 두배). 당연히 부담은 환자의 몫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저자기형에서는 피할 수 있는 것들. 결국 문제는 저자기형을 사용했을 때보다 고자기 초전도형에서 얻을 수 있는 검사정밀도가 어느 정도냐는 것으로 모아진다. 뉴욕대학 의료센터의 방사선과 의사인 와인레브는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영상의 질과 촬영범위만을 생각해보면 고자기형쪽이 정밀도가 높다. 그러나 중자기형을 사용해도 필요한 검사의 90%를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MRI 개발자인 포너사의 다마디언은 "영상의 차이는 적지만 고자기형만을 고집하다가 자금이 모자라 MRI를 구입하지 못한다면 그 차이는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싼 저자기형을 구입하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뜻.

이러한 경향을 반영, 그동안 고자기형 초전도 MRI만을 제조해왔던 제너럴 일렉트릭사 등 대부분의 메이커들은 영구자석 등을 채용한 MRI 제작에 나서기 시작했다. 손이나 팔 등을 부분적으로 촬영하는 소규모 MRI장치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 고가의 초전도형 MRI 시장이 50% 이상 시장감소율을 나타낸 것에 대한 대응전략일 수도 있지만, '싼 가격으로 최선의 치료'를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 의료계의 의식 변화를 반영하는 것.

얼마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미국 병원에서 통상 사용하는 4-5테슬러급 고자기장 MRI보다도 더욱 높은 10테슬러급 초고자기장 MRI를 99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계획이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경제적인 저자기장 MRI로의 회귀 현상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해볼 시점이다.
 

고자기초전도형 MRI 촬영때 일부 환자들은 폐쇄공포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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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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