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이르의 한 시내에서 단기간 내에 80여명에 넘는 사망자를 내고 있는 집단 괴질의 원인균 에볼라 바이러스는 사실 신종 바이러스는 아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이미 1967년 독일의 미생물학자 마버그 박사가 발견한 바 있다. '에볼라'라는 명칭은 이 질병이 발생한 자이르 에볼라 강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질병으로 1976년에는 자이르 북부지역과 수단 남부지역에서 4백여명이 사망한 바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증은 유행성 출혈열과 비슷해 '아프리카 유행성 출혈열'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유행성 출혈열보다 병세가 심하고 감염자의 50-90%가 단시일 안에 사망하는 높은 치사율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3일 안에 고열과 근육통 등의 독감 비슷한 증세를 보이게 된다.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복제를 시작하면서 감염자의 모세관은 죽은 혈액세포로 막히게 된다. 그에 따라 피부에 멍이 들고 물집이 생기면서 마침내 젖은 종이처럼 용해된다. 6일째가 되면 눈 귀 콧구멍에서 피가 마구 솟고 환자는 녹아가는 내장의 검은 찌꺼기를 토하기 시작한다. 9일째에는 통상 죽게 된다.
다행히도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증은 전염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 등 직접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숙주가 규명되지 않아 예방책이나 치료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사태의 중심지인 자이르 키크위트시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재난을 피하려는 피난 행렬이 줄잇고 있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 지역의 검역격리가 필요하다는 논의도 나오지만 자이르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모양은 길다란 섬유와 유사하다. 직경 80mm, 길이 7백-1천4백nm 정도이며 Y자, 뿔 모양, 6자 모양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화제를 부르고 있는 이유 중에는 로빈 쿡의 '바이러스', 로리 개럿의 '미래의 질병', 리처드 프레스턴의 '위험지대' 등의 소설이나 픽션 형태로 이미 그 무서움이 소개된 바 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는 듯하다.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접했던 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그대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형태라 일컬어진다. 생물의 세포 내에서 기생생활을 하며, 세포 밖에서 불활성이 되지만 세포 안에 들어가면 숙주세포의 체계에 의해 핵산(유전물질)만 세포내로 유입돼 분열된다. 생성된 새로운 바이러스는 세포를 터뜨리며 세포 밖으로 나오게 된다.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분열하기 때문에 세포에 이상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생물에 질병을 초래한다.
바이러스성 질환은 치료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병원성 미생물은 항생제로 죽일 수 있으나 바이러스를 없애는 항생제는 아직 없다. 예방백신주사를 맞아서 면역을 시켜놓는 것이 유일한 대비책이다. 그나마 바이러스는 쉼없이 변이를 하므로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바이러스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결핵 바이러스 등은 공기로도 전염된다. AIDS, 에볼라 바이러스 등은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해 전파되는 종류다. 바이러스의 생존전략은 끊임없는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다른 미생물의 1백만배의 속도로 돌연변이할 수 있다. 대개의 바이러스는 공진화를 통해 숙주를 죽이지 않는 선에서 공생을 꾀하는데, 이 또한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진화결과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바이러스들이 자꾸 얼굴을 내미는 이유에 대해, 학자들은 사회적 행태 변화에 따른 영향쪽에 혐의를 두는 편이다. 에이즈의 경우만 하더라도 아프리카 오지에서 수백년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으나 현대에 들어 외부와 접촉이 이뤄지면서 무한한 숙주를 공급받게 돼 버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