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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 돼지, 양, 연어…AI는 동물 얼굴도 인식할까?

 

얼굴 인식 기술은 스마트폰의 잠금 해제나 공항 보안 검색, 범죄 수사 등 다방면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중국 경찰은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해 5만 명이 모인 콘서트에서 수배범을 찾아 체포하기도 했죠.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안면 인식 기술이 최근 조금 엉뚱한(?) 곳에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동물의 얼굴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영장류 얼굴 구분하는 AI ‘프라임넷’

 

가장 먼저 동물의 얼굴 인식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은 야생 동물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야생에서 동물 종을 파악하기 위해 일단 동물을 붙잡아야 했습니다. 그래야 개체 식별용 마이크로칩을 심거나, 귀를 뚫어 고리를 끼우는 등 표시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는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피해를 입혔습니다.

 

올해 5월, 아닐 제인 미국 미시간주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팀은 영장류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프라임넷(PrimeNet)’을 개발했습니다. 프라임넷은 여우원숭이와 황금원숭이, 침팬지 등 영장류 세 종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제인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영장류의 얼굴 구조는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기존의 인간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영장류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달리 동물은 얼굴 각도를 통제하기가 어렵고, 얼굴의 특징을 인식하기도 더 까다로웠습니다. 연구팀은 AI에 총 14종, 1만1637개에 이르는 영장류 이미지와 280개의 영장류 영상을 학습시켰습니다.

 

제인 교수는 “프라임넷은 훈련을 통해 영장류의 눈 주변에서 서로 구별되는 특징을 찾고, 흉터와 상처 자국 등을 인지해 동물을 파악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의 테스트 결과, 프라임넷은 여우원숭이는 93.75%, 황금원숭이는 90.6%, 침팬지는 75.82%의 정확도로 개체를 식별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프라임ID(primID)’라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개발해 실제 야생동물 연구자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연구자들이 해당 동물을 찍어 올리면, 프로그램이 90% 정확도로 일치하는 개체를 보여주거나, 찾을 수 없는 경우 5마리의 후보를 제안해 줍니다.

 

제인 교수는 “아직까지는 프로그램이 동물의 얼굴을 똑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사람이 수동으로 왼쪽과 오른쪽 눈, 턱의 세 부위를 지정해 줘야 하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는 얼굴 감지도 자동화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제인 교수는 “타마린, 마모셋 원숭이 등 영장류뿐만 아니라 사자 등 사냥과 삼림 파괴로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에게까지 얼굴 인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술이 널리 쓰이게 되면, 연구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포획된 동물도 파악해 밀렵 등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카메라 20대가 초당 10회 젖소 촬영

 

농장의 젖소도 얼굴 인식의 대상입니다. 미국 최대 곡물 기업인 카길(Cargill)은 올해 1월 아일랜드의 IT 기업인 케인투스(Cainthus)에 투자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케인투스는 2016년 세계 최초로 젖소의 얼굴을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기업입니다. 케인투스의 CEO인 데이비드 헌트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현재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운 것”이라며 “이를 첨단 기술로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케인투스의 시스템은 1000마리 이상의 젖소를 대량으로 사육하는 농장에 사용됩니다. 약 20대의 카메라가 수 초 내에 개별 젖소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헌트 CEO는 “사람처럼 젖소도 얼룩, 점, 털 색깔 등이 서로 다른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픽셀 단위로 젖소의 얼굴 패턴을 쪼개 개별 젖소를 인식하는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젖소의 얼굴만 구분해봤자 농장주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겠죠. 헌트 CEO는 “개별 젖소를 인식한 뒤 그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24시간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메라가 초당 10회 젖소를 촬영한 뒤, 픽셀 단위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분석합니다. 이 변화의 비율을 추적해 동물의 행동을 관찰합니다. 평소의 건강 상태와 비교해 사료를 먹거나 물을 마시는 횟수에 변화가 있는지, 느리게 움직이는지 등을 추적하는 겁니다.

 

 

개별 젖소의 건강 상태는 농부의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전송됩니다. 헌트 CEO는 “이 기술로 수많은 젖소의 건강 상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며 “결과적으로 우유 생산량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젖소 농장에 먼저 사용하고 있지만, 돼지나 닭 등 다른 가축에 확대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13억 명의 얼굴을 3초 내에 인식한다는 무시무시한(?) 안면 인식 기술 선진국인 중국에서는 이미 돼지에게 얼굴 인식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은 올해 2월 연간 1000만 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양돈업체 데콘 그룹, 사료업체 테구 그룹과 함께 개별 돼지를 확인하고 체중과 질병 여부를 관리하는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육 중인 돼지의 평소 움직임과 이동 경로를 데이터화해 이상 여부를 감지하고, 돼지의 기침소리로 질병을 판별해낸다고 합니다. 

 

올해 3월 중국 기업 잉지 홀딩스도 광둥성에 있는 1692개 농장에서 돼지 16만8821마리의 얼굴을 모두 스캔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98%의 정확도로 돼지 얼굴을 식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맞춤형 사육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는 얼굴 인식 기술로 동물이 느끼는 통증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201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컴퓨터연구소는 양의 얼굴을 분석해 양의 통증 여부를 알아내고, 통증의 정도를 파악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 내용을 제12회 ‘얼굴 및 행동 인식 국제학회’에서 발표했습니다.

 

양에게 가장 심한 통증을 안겨 주는 질병은 발굽에 생기는 질병입니다. 발굽이 썩어 들어가기 때문에 매우 고통스럽고, 전염성도 있습니다. 또 부상이나 세균 감염으로 젖에 염증이 생길 때도 고통을 호소합니다. 이런 질병에 걸리면 빨리 발견해 치료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연구팀은 2016년 크리스타 맥리넌 영국 체스터대 연구원이 개발한, 양의 표정으로 통증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SPFES)를 AI의 기계학습에 적용했습니다. 이 척도에 따르면, 양은 고통스러울 때 얼굴에 5가지 증상을 보입니다. 눈이 좁아지고, 뺨이 조여지며, 귀는 앞으로 접히고, 입술은 뒤로 당겨지고, 콧구멍은 ‘U’에서 ‘V’자로 바뀝니다. 이 변화를 1에서 10까지 측정해 통증 정도를 파악하는 겁니다.

 

 

연구팀은 양의 얼굴 사진 500장으로 AI에게 이를 학습시켰습니다. 초기 테스트 결과, 약 80%의 정확도로 통증 수준을 예측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피터 로빈슨 연구원은 “아직은 사진만 인식할 수 있는데, 살아있는 양도 인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킬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독특한 연어 점 분포로 개체 인식

 

그래도 육상동물의 얼굴은 사람처럼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을 많이 갖고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물고기라면 어떨까요? 대부분의 개체가 거의 똑같이 생긴 물고기에도 얼굴 인식 기술이 통할까요? 

 

노르웨이 양식 기업인 세르막은 3D(3차원) 스캐너 개발 기업인 바이오소트와 함께 양식장에 있는 연어의 얼굴을 구별하는 ‘아이팜(iFarm)’이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개발한 연어 양식장은 지름 160m, 깊이 35m의 원형 그물망에 연어 20만 마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이 중 약 4만 마리가 날마다 수면으로 올라와 공기를 들이마시며 부레의 부력을 조절합니다. 

 

양식장의 수면에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는데, 이 카메라가 개별 연어의 얼굴을 인식합니다. 세르막은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놀랍게도 개별 연어를 구별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연어마다 독특한 점의 분포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입과 아가미, 눈 주변에 있는 점의 분포가 연어마다 다르기 때문에 구별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카메라는 연어의 얼굴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연어의 피부가 바닷물이(sea lice)에 감염됐는지도 확인합니다. 바닷물이는 연어의 점액이나 피부, 피를 먹고 사는 기생충입니다. 바닷물이에 감염된 연어는 성장이 제한되고 다른 질병에도 걸리기 쉽습니다. 어린 연어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이유가 이 바닷물이를 떼어내기 위해서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doi:10.1111/jfb.13684 

 

세르막 측은 “칠레, 노르웨이 등 전 세계의 양식 연어가 바닷물이에 감염돼 개체수가 줄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팜 시스템을 생각해냈다”고 말했습니다.

 

카메라 센서가 바닷물이에 감염된 연어를 감지하면, 해당 연어는 자동으로 격리됩니다. 치료가 끝나면 연어를 다시 양식장으로 돌려보냅니다. 바닷물이에 감염된 연어를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사망률을 50~70% 줄일 수 있습니다. 세르막 측은 “실제 연어가 사는 환경에서도 고품질의 이미지를 찍을 수 있어야 하고, 수백만 마리의 물고기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학습시켜야 하는 만큼 아이팜 완성까지는 6~7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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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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