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내에 가장 오래된 천체는 구상성단이다. 별의 진화모델에 따라 추정한 이들의 나이는 1백50억년. 그러나 최근에 자외선망원경 관측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거대타원은하 내에는 2백억년 가까이 구상성단이 존재하는 것이 밝혀졌다.
금세기 초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의 관측에서부터 최근 NASA의 천문학 인공위성 코비(COBE)의 관측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측증거들로 인해 빅뱅(Big Bang) 우주론은 이제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표준우주모델이 되었다. 빅뱅우주론이 암시하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점은 과거 언젠가 '시간의 시작'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시간의 역사'는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이러한 의문은 비단 천문학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이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그것은 우주의 나이를 허블상수와 비교하면 우주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 우주가 계속 팽창하여 차가운 종말을 맞이할지, 아니면 곧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하여 뜨거운 종말을 맞이할지에 관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방법을 '우주론적 시간척도 검증법'(Cosmological Time Scale Test)이라고 부른다. 허블상수와 더불어 이러한 목적에 필수적인 것이 바로 항성진화이론을 이용한 우주의 나이 측정이다. 즉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별의 나이를 알아내어 우주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항성진화론
항성진화론을 이용한 별의 나이 측정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별의 기본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별은 수소폭탄과 매우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심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뜨거운 기체덩어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심부의 수소는 핵융합반응의 결과로 모두 헬륨으로 바뀐다. 이러한 화학조성의 변화에 따라 중심부는 급격한 중력수축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별의 바깥부분은 팽창하게 된다. 따라서 별의 표면온도는 감소하게 되어 붉은 색을 띠는 '적색거성'의 단계로 접어든다.
고속컴퓨터를 이용하여 천문학자들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별이 중심수소연소단계를 지나서 적색거성으로 진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별의 전체질량에 좌우된다. 즉 무거운 별일수록 핵융합반응이 빨리 일어나서 빠른 속도로 적색거성단계로 진화하게 되며, 가벼운 별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진화하게 된다. 예를 들면 태양보다 질량이 10배 큰 별은 생성된 지 1천만년이 지나면 적색거성으로 진화하는 반면, 태양보다 질량이 3배 큰 별은 약 4억년후, 그리고 태양과 같은 별은 약 1백억년이 지나서야 적색거성으로 진화한다. 이러한 차이가 바로 항성진화론을 이용한 별의 나이측정법의 기본이 된다.
빅뱅 이후 가장 먼저 생성된 천체
현재까지 알려진 천체중 가장 나이가 오래된 것의 하나는 '구상성단'이라고 불리는 별들의 집합이다. 구상성단은 약 10만개의 별들이 상호 중력장안에서 거대한 집합을 이루는 천체로서 빅뱅 이후 제일 먼저 생성된 천체라고 믿어지고 있다.
우리은하 내에만도 약 1백4여개의 구상성단이 알려져 있다. 처음 형성 당시 구상성단내에는 질량이 다른 별들이 고루 분포하고 있고 질량이 큰 별일수록 더 높은 광도를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밝고 질량이 큰 별부터 적색거성으로 진화하게 된다. 그러므로 현재 구상성단 내에서 적색거성으로 진화하고 있는 별들의 광도를 측정하면 그 별들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고 구상성단의 나이를 측정한다.
현재는 CCD라고 불리는 첨단전자장비의 발달과 이론적 항성진화모델의 진보에 힘입어 매우 정확하게 구상성단의 나이를 계산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은하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구상성단은 약 1백50억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어진다. 즉 우주의 나이는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완벽(?)에 가까운 항성진화이론
이 값은 최근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새로 결정된 허블상수와 그로부터 유추된 우주의 나이인 80억년과 비교할 때 서로 모순이 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우주 속에 있는 천체의 나이가 어떻게 우주보다 더 많을 수 있는가?
이러한 사실을 놓고 볼 때 항성진화론에 의한 우주의 나이 측정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분야를 전공하는 학자들은 한결같이 오히려 허블상수 결정법에 더 의문을 제시한다. 그 이유는 항성진화이론은 비교적 확립된 물리법칙과 실험결과에 근거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큰 오차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유수한 서로 다른 연구진들에 의해 발표된 항성진화 모델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일치를 보인다. 또 지난 30 여년간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된 항성진화모델과 그로부터 유추된 구상성단의 나이에는 큰 변화가 없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이론과 관측을 비교할 때 필요한 절차인 구상성단까지의 거리측정에 관련된 것이다. 여기에는 최대 15%(약 20억년)까지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론적인 불확실성과 다른 모든 오차를 합해도 20%(30억년) 이상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이 허용오차를 최대한 적용한다고 할지라도 우주의 나이는 1백20억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최근 연세대학교 연구진에 의하여 제기되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 은하내 구상성단보다도 더 오래된 천체가 '거대타원은하'라고 불리는 우리은하보다 수십배에서 수백배 큰 은하 내에 존재하고 있다. 이 연구에 사용된 나이분석법은 최근에 새로이 개발된 헬륨연소단계에 있는 별들로부터 방출되는 자외선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분석에 사용된 자외선 관측자료는 1990년 12월과 지난 3월 NASA의 우주왕복선에 실린 자외선 망원경(아스트로)에 의해 얻어졌다.
이 결과에 따르면 거대타원은하의 나이는 우리은하보다도 40억년 정도 더 많다. 따라서 우주의 나이는 거의 2백억년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 결과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리고 최초의 허블상수 결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표준우주모델에 심각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