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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는 가뭄으로 시달리고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홍수로, 중동에서는 폭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요인의 하나로 엘니뇨현상이 꼽히는데, 이 엘니뇨현상이란 무엇일까.

지구 기후시스템의 에너지 근원이 되는 태양 에너지는 대기 상층 약 20-50㎞에 위치하고 있는 성층권 오존층에 일부 흡수되고 또 일기 현상이 활발한 대류권의 구름 공기 또는 부유 먼지에 반사되거나 흡수된다. 그러나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의 대부분은 지표에서 반사되거나 흡수된다. 특히 해수면의 반사율은 대략 7%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적도 해양에서는 바닷물이 대부분의 태양열을 흡수한다. 그 결과 적도 해양의 온도는 주변 중위도보다 더 따뜻하게 된다.

열대의 대기 대순환
 

(그림1) 지구의 대기 대순환과 기압배치


따뜻한 해수면 근처의 공기는 이 영향으로 점점 더워져, 주변 공기보다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위로 상승한다. 상승하는 공기 덩어리는 위로 올라감에 따라 응결하게 된다. 이때 잠열이 발생해 상승하는 공기에 추가 에너지를 제공, 더욱 더 상승하게 된다. 이것을 대류불안정이라고 한다.

열대 해양상의 대기는 상승하는 공기를 보충하기 위해 주변에 수렴된다. 태양은 계절에 따라 위치가 바뀌는데, 봄과 가을에는 적도가 가장 많은 태양 에너지를 받아 가장 따뜻하다. 반면에 태양은 여름에 북쪽으로 올라가며 겨울에는 남반구에 위치하게 된다. 이에 따라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열대 해양상의 대기는 하층 대기의 수렴에도 불구하고 남북 방향으로 계절에 따라 이동하게 된다. 이를 수렴하는 하층 대기의 이동을 무역풍이라 하는 이유는 계절에 따라 그 풍향이 변하기 때문이다.

북쪽에서 남쪽의 수렴대로 이동하는 북반구의 무역풍은 지구의 자전 영향으로 생기는 움직이는 물체를 운동 방향의 오른쪽으로 전향시키는 전향력(코리올리힘)의 영향으로 점차 북풍에서 북동풍으로 바뀌게 된다. 반면에 남쪽에서 북쪽으로 수렴하는 남반구에서는 북반구와는 반대로 전향력이 움직이는 물체를 왼쪽으로 전향시키는 까닭에 남동 무역풍을 일으키게 된다. 이 북반구의 북동 무역풍과 남반구의 남동 무역풍은 열대 해상에서 서로 합류해 동풍 계열의 바람을 만든다.

열대 해상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편동풍의 영향으로 태양에너지에 의해 더워진 표층의 바닷물을 서에서 동으로 이동시킨다. 이 해류는 적도 바로 남쪽에 위치해 남적도 해류로 불리는데, 초속 약 50-60㎝다.

해수온도 대기 해양의 동서순환
 

(그림2)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의 발생구조


이에 따라 필리핀 부근의 서쪽 태평양에는 따뜻한 바닷물이 모여 해수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동쪽 태평양에서는 따뜻해진 표층의 바닷물은 서쪽으로 이동해가고 밑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용승류에 의해 찬물이 모이게 된다(그림 2의 윗면 참조). 이로 인해 동·서 적도 태평양에 걸쳐 나타나는 해면 높이의 차는 약40㎝정도가 된다.

이와 같이 표층 해류가 서쪽으로 흘러 축적되는 현상에 대해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적도 해수면에서 약 1백m가 되는 해저에서는 표층과 반대로 서에서 동으로 해류가 흐르게 된다. 이것을 적도 하층류 또는 적도 잠류라 하는데, 전향력의 영향으로 적도에 가깝게 집중되며 수온 약층(thermocline)내에 존재한다. 이 열대 태평양의 수온 약층은 서태평양에서는 2백m의 깊이를 가지나, 동태평양에서는 40m의 깊이에 불과하다. 이는 (그림 2)의 윗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쪽에서는 따뜻한 물이 내려가는 침강류가 일어나는 반면 동쪽에서는 차가운 하층의 바닷물이 올라오는 용승류가 일어난다. 남미의 페루 연안이 세계적 어장이 될 수 있는 것도 이처럼 차고 영양이 풍부한 하층의 바닷물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도서지방에서는 따뜻한 해수온도의 영향으로 하층 대기의 열대 수렴대가 강화된다. 이에 따라 (그림 3)에서 보는 것처럼 대류 구름이 형성되며 이 지역에 많은 비를 내리게 한다. 이 때 상승한 기류는 약 2백hPa 고도의 대류권계면 근처의 높은 곳에서 일부는 남북으로 이동한다. 이 순환이 하들리(Hadley) 순환을 일으키며, 일부는 적도 서풍대를 형성해 동진한 후 남아메리카 부근에서 침강한다. 이 동서순환을 1920년대 인도의 기상대장이었던 길버트 워커경(Sir Gilbert Walker)의 이름을 따라 워커 순환이라 한다.
 

(그림3) 하들리 순환과 워커순환^평상시 인도네시아 부근의 해수온도가 따뜻하기 때문에 많은 대류현상과 강수가 이 지역에 나타난다.


한국가뭄 엘니뇨의 반동작용 라니냐현상
 

(그림5) 라니냐의 대류운동(위)과 엘니뇨의 대류운동(아래)


매 수년마다 태평양의 동서 순환인 워커 순환이 갑작스럽게 약해지는 변화가 일어난다. 편동풍이 돌연히 약해지고 이로 인해 동서 기압 경도가 완만해지며 인도네시아 부근 서태평양상의 수렴대 강도도 약해진다. (그림 2)의 가운데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편동풍의 약화는 곧 바로 해수면의 동서간 기울기가 해소됨을 의미한다. 그 결과 동태평양에서 용승류가 약화된다. 이를 엘니뇨 현상이라 한다.

이 엘니뇨 기간 동안은 해양의 순환(표층류와 심층류의 순환)도 결과적으로 흐름이 약해진다. 이에 따라 동태평양의 용승류가 약해지고 그 결과 그곳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게 되며, 이로 인해 남북간 온도 경도를 줄여 무역풍을 더욱 약화시킨다. 더 나아가서 중부 태평양의 온난화를 가중시키며 서태평양의 수렴대를 더욱 약화시킨다.

엘니뇨가 성숙기에 달하면 중앙 태평양의 따뜻한 해수 온도가 점차 동태평양까지 퍼져 나가게 된다. 이때 동태평양의 용승류는 거의 소멸되고 바다 속 깊이 위치하면서 동쪽으로 흐르는 심층류도 그 방향을 바꾸어 서쪽으로 흐르게 된다.

동태평양 해수온도의 상승에 따라 이 지역의 대기층에서도 침강 현상이 쇠약해진다. 엘니뇨의 발생은 서태평양의 대류 활동 지역을 태평양 중앙으로 이동하게 한다. 이때 고위도의 다른 지역으로도 그 파동이 전달되며, 그 결과 평상시와는 달리 세계 여러 지역에서 가뭄과 홍수 또는 이상 난동과 냉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엘니뇨 현상은 대개 12-18개월 동안 지속되다가 급속도로 정상상태로 되돌아 간다. 때로는 그 반동작용으로 적도 태평양상의 동풍이 평소보다 더 강화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런 현상을 라니냐 현상이라고 부른다(그림2의 아래그림).

라니냐 현상 또한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기상이변을 유발하기도 한다. 라니냐가 일어나면 인도네시아 부근 서태평양의 대류운동이 평상시보다 더욱 강화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부근의 하강기류 또한 강화된다. 이런 파동 역시 고위도 지방으로 전달돼 여러 지역에서 가뭄과 홍수 등을 유발한다. 작년 여름의 폭염과 가뭄은 1993년도 엘니뇨 현상때 반동으로 나타난 일시적 라니냐 현상 또는 반엘니뇨 현상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그림 5).

엘니뇨현상이 가져오는 기후변화
 

(그림6) 대략적인 엘니뇨로 인한 이상기상


현재 엘니뇨가 세계의 이상기상에 어느 정도로 또 어떤 메커니즘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때 동반되는 세계의 기상현상은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북부 등지에서는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으며, 반면에 적도 중앙 태평양, 멕시코 북부와 미국 남부, 남미 대륙 중부에서는 홍수가 나는 등 예년보다 많은 강수량을 보인다고 알려지고 있다.

알래스카와 캐나다 서부에 걸쳐서는 고온의 경향, 미국 남동부는 저온이 되기 쉽다. 즉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대기의 흐름이 변화해 페루 등 남미지역과 태평양을 둘러싼 열대 아열대 지역인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등지에 이상기상을 일으키는 경향이 뚜렷하다.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동부에서는 10-12월에 비가 많아지며 남아프리카에서는 여름에 중부 중심으로 적은 강수량을 보인다.

한국에서의 변화는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다소 낮으며 비가 다소 많이 오는 등의 통계적인 경향이 있으나 아주 뚜렷하지는 않다. 엘니뇨가 발생한 해의 여름철 기온이 어떤 해에는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중위도 지방에 위치하는 까닭에 적도 태평양뿐만 아니라 북서쪽 고위도 지방에서 흘러들어오는 공기의 흐름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 세력이 엘니뇨의 영향과 함께 겹치기 때문에 열대나 아열대 지방처럼 엘니뇨의 영향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현재 중앙 태평양의 월평균 해수면온도 평년편차는 10월에 평년보다 0.7℃, 11월에 1.0℃, 12월에 1.1℃로 상승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 1월에도 이 해역 주변에서는 해면수온이 평년보다 1.0℃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현재까지 4개월동안 해면수온이 계속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어 엘니뇨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기준 가뭄과 홍수, 혹서와 혹한 동시발생

요사이 유럽은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남부지방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또 중동지방에서는 폭설이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기상이변 현상은 서로 규모가 다르고 생성 및 유지 메커니즘이 상이한 공기 흐름들이 기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가능한 설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자연적 활동을 꼽을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 가운데 어느 지역에서는 늘 가뭄이 계속되고 다른 지역에서는 홍수가 발생하며 또 혹서와 냉해가 동시에 서로 다른 지역에서 특별한 원인 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지구촌에는 기후가 늘 일정한 것이 아니라 항상 변동하고 있다. 비가 평년보다 조금 많기도 하고 때로는 적기도 하며, 곳에 따라서 조금 더 따뜻한 반면 춥기도 하다.

다만 이런 변동의 정도가 때로 심하게 나타나기도 하며,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나 농사지역에 집중적으로 나타날 때가 있다. 같은 정도의 자연 변동도 우리가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지역에서는 기상이변으로 보기 쉽다.

둘째는 엘니뇨 현상과 관련된 중규모 순환의 이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직 분명히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적도 태평양상의 편동풍이 약해지고 이에 따라 더운 바닷물이 서쪽으로 원활히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더운 바닷물의 이동이 약해지면서 서태평양(필리핀 부근)의 해수온도가 평상시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지며, 중앙태평양 또는 동태평양의 해수온도는 올라가게 된다. 즉 서쪽 태평양에서 나타나던 더운 바닷물이 태평양의 중앙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기의 중규모 순환과 이에 따른 강수지역도 함께 이동한다. 적도지역의 약$\frac{1}{3}$을 차지하는 태평양상의 중규모 순환의 파동은 세계 각 지역으로 전달돼 곳에 따라 홍수 가뭄 또는 혹서와 냉해현상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셋째는 대기중 온실기체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 때문으로 볼 수 있다. 1991년6월15일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주춤했던 지구 온난화가 근래에 들어 성층권의 화산 먼지가 많이 제거돼 다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온난화가 일어나면 기온이 점차적으로 올라간다기 보다는 해수면 상승과 더불어 이상난동 한파 홍수 가뭄 등이 세계 각처에서 더 빈번히 또 더 극심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금년 유럽의 홍수와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가뭄도 이와 같은 지구 온난화와 연관된 기상이변의 일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은 앞에서 열거한 어느 하나로 설명하기는 충분하지 않다. 현재로는 이상의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요인들이 병행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방 진동지수란?
 

(그림4) 남방 진동 지수(1982-1994)


열대 태평양에 위치한 워커 순환은 인도네시아 부근에서는 저압부를 형성하는 동시에 동 태평양상에서는 고압부를 형성하는데, 그 기압차는 5-10hPa 정도로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남방 진동지수(Southern Oscillation Index, SOI)는 남위 17도와 서경 1백50도에 위치하는 타히티섬과 호주 대륙 다윈의 월 평균 기압의 편차로 나타낸다. 남방 진동지수는 평상시에는 양의 값을 가지나, 엘니뇨 기간에는 음의 값을 갖는다. 이는 인도네시아 부근 서태평양의 저압부가 태평양 중앙으로 이동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4)처럼 남방 진동 지수가 붉은 색으로 표시되는 음의 큰 값을 가질 때가 엘리뇨 기간이며, 이와는 반대로 푸른색으로 표시되는 양의 큰값을 가질 때가 라니냐 기간이다. 이는 대략 3-7년 주기를 보이나 최근에는 엘니뇨 기간이 연속됨을 보여준다.

엘니뇨와 라니냐 어떻게 다른가

엘니뇨 현상은 태평양 동부 적도해역(4°S-4°N, 150°W-90°W)의 월평균 해수면 온도 편차의 5개월 이동 평균값이 약 6개월 이상 계속해서 +0.5℃ 이상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비전문적으로 말할 때는 열대 태평양의 광범위한 해역에서 해수면온도가 평년에 비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의 어원은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를 뜻하며, 특히 이 현상이 페루에서 크리스마스 경에 나타나므로 엘니뇨(El Niño)는 아기예수를 의미한다. 엘니뇨에 대한 반대적 현상을 라니냐(La Niña)라 하는데, 어원은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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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오재호 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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