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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웠다"

좌담/일본 규슈 조류탐사를 마치고

 

일본 규슈 조류탐사단


원병오-이번 조류탐사의 가장 큰 성과는 이즈미에 있는 두루미 도래지를 좋은 날씨 속에서 탐사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내 개인적으로는 과거에 두번이나 왔었지만 모두 비가 와서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후쿠오카를 출발해 이즈미로 오는 동안 비가 오락가락해 우리 모두 얼마나 가슴을 졸였습니까? 도착해서도 가는 비가 멈추지 않아 내심 불안했습니다만 우리가 탐사하는 1시간반 정도는 비도 멈추고 자주 햇빛이 내리쪼여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나는 참말로 여한이 없이 새들을 촬영했습니다. 세계 어디에 가서 두루미 1만마리를 한눈에 볼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캐나다 두루미와 시베리아흰두루미도 보지 않았습니까?

이즈미의 두루미 도래지와 후쿠오카 시내 오호리공원에서 새들을 그처럼 가까이 접근해서 보며 여러 선생님께서도 많은 것을 느끼셨으리라고 봅니다.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공원에서 1천3백여 마리 정도의 각종 오리들이 노닐고 있다는 것은 그곳이야말로 오리의 천국임을 말해주는 것이지요.

그밖에 희귀조인 붉은가슴흰죽지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민물가마우지 등을 본 것도 이번 탐사의 성과라고 봅니다.

김종호-뉴욕에서 발행된 어느 책에서 철새의 이동에 관한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해와 북극성을 의지해 철새가 이동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알아보기 위해 일조시간을 서서히 줄이며 새의 이동과정을 조사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과연 근거가 있는 말인지요?

원병오-새들이 날 때 낮에는 해, 밤에는 별을 의지해 방향을 판정한다는 것은 실험결과로 밝혀졌습니다. 높이 떠서 나름대로 방향을 식별하는 노하우가 있는 셈이지요. 해나 별을 볼 수 없는 흐린 날에는 체내시계에 의지한다는 자력설이 있습니다. 새의 눈을 가려도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 것을 레이더를 통해 조사확인하고 있습니다. 아뭏든 새의 이동과정은 신비해서 지금도 조사가 진행중입니다.

유재복-이즈미의 두루미 도래지에 시베리아흰두루미나 캐나다두루미가 있는 것은 이동중에 길을 잃어버려 잘못 온 것이 아닐까요?

원병오-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캐나다두루미는 툰드라지대에서 번식한 놈이 미국으로 월동하러 가야 하는데, 중간지역에서 방향을 잘못 알고 한국이나 일본에도 옵니다. 군산 부근에서 미국 검둥오리 한 마리가 붙잡혀 가락지를 통해 확인된 적이 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태평양을 횡단해 한국에 온게 아니고 번식지에서 잘못 이동해온 것입니다.

신예준-산업화에 따라 자연이 자꾸 파괴되면서 예전에는 많았던 새들도 점점 희귀종으로 돼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어떤 새들이 희귀종입니까? 그리고 질병으로 죽어가는 새들도 많지 않은지요?

원병오-먼저 새에 대한 질병대책은 없습니다. 새를 치료하는 수의사도 없습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로 연구가 미진한 편입니다. 다음은 희귀종에 관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지난 60-70년대에 자꾸 개발되다 보니까 새들이 몇곳으로 모였습니다. 한곳에 모인 것을 보고 새들이 많아 보인다고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모이는 도래지만이라도 과학적 관리가 필요한데, 전연 손을 못대고 있습니다. 위험에 처해있는 새들은 현재 50여 종이 있습니다. 따오기과 황새과 도요새류 부엉이류 등이 그것들인데, 지금 종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동물로는 산양 수달 쇠고래 사향노루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 가운데 중요한 것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정홍채-이즈미의 두루미 도래지에서 여러 새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떤 새의 울음소리는 크고 리드미컬했습니다. 새의 울음소리에 관한 연구는 있습니까?

원병오-몇몇은 했으나 체계적으로 연구한 것은 없습니다. 두루미의 경우 세계에 15종이 있는데, 그들의 울음소리가 전부 다릅니다. 울음소리 뿐만 아니라 표현방법도 다릅니다. 이는 1종씩 각기 진화했기 때문이죠. 또 숫놈과 암놈의 울음소리나 표현방법도 다른데, 이를 잘 연구하면 종의 특징이나 혈통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안동식-전에 개인적으로 서산 간척지나 주남저수지 철원 등지에서 한 두번씩 탐조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번에 원교수님과 함께 활동하면서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철원에서도 두루미 1천5백여 마리가 월동하지만 이즈미야말로 철새들이 월동할 수 있도록 조성해 놓은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또 민간야조회 회원들이나 일반 가정주부들이 값비싼 탐조장비와 많은 조류도감들을 들고 와서 탐조하는 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 금할 수 없었습니다. 나도 좀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탐조동호인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원교수님, 우리나라에는 이즈미의 두루미 도래지와 같은 철새도래지에 대한 조성이나 관리계획이 언제 세워질까요?

원병오-철새도래지를 산림청이나 문화재관리국에서 관리해주도록 건의했습니다. 일본 센다이에서는 고교 교사와 천문학자 두 사람이 10여년 전부터 캄차카 반도에서 탐조활동을 하며 국제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조류에 관한 조예가 수준급입니다. 여러분도 시간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나도 지원하겠습니다. 어느 한 종을 정해 연구하면서 여러 전문가에게 자꾸 물으면 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해외에도 나가 뜻있는 시간을 보내면 학생들에게도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등 일반 임의단체보다 의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삼현-해방둥이로서 첫 해외나들이를 여행이 아닌 탐조활동차, 그것도 일본에 오게 돼 저에게는 감회가 없을 수 없습니다. 제 고향은 전남 강진인데, 어릴 때 마을 뒷산에는 백로가 하얗게 모여들곤 했습니다. 주변 논밭에는 뱀 쥐 미꾸라지 우렁이 등이 많았고 뒷산에는 백로의 분비물이 즐비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자란 후에는 그 백로가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할아버지께 여쭈었더니 논에 농약을 치기 시작하면서 다른 곳으로 갔다고 하시더군요. 그 뒤 백로가 오기를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농약 치는 것을 자제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즈미에 와서 우리 고향의 새들이 여기에 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착각했습니다. 원교수님, 저희 고향에 백로가 돌아오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그리고 후카오카 오호리공원에서 1마리밖에 없는 붉은가슴흰죽지를 찾아 세번이나 옮겨다니다 마침내 발견한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1천마리가 넘는 횐죽지 댕기흰죽지가운데 그 한 마리의 새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재차 깨달았습니다. 자연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다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원병오-이선생님의 고향에서 백로가 떠난 것은 사람이 피해를 준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백로가 약이 된다고 잡거나 알을 꺼내고 못살게 굴면 떠날 수밖에 없지요. 환경오염만이 문제가 아닌 것이지요. 프랑스에서는 백로가 살던 인근에 공장을 지어 백로가 오지 않자 인위적으로 장소를 제공해서 백로를 오도록 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BBC에서 취재하느라 야단법석을 떠는 바람에 백로가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습니다. 오호리공원의 횐죽지들도 사람이 괴롭히면 자취를 감추겠지요. 이제는 투자해야 새들이 옵니다.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는 성공한 예가 있으니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이선생님의 고향에도 투자하면 백로를 돌아오게 할 수 있습니다.

전충진-오호리공원에서 흰죽지가 떼를 지어 노니는 것을 보고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 주남저수지에서는 철새들이 모여들어 농작물 피해가 심하다고 야단인데,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이 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원병오-네덜란드에서는 농가에 피해보상을 해주고 있습니다. 피해예상액이 실제와 맞아떨어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피해가 심하면 보상하도록 해서 자연과 공존하도록 해야지요. 그런데 강화도에서는 농사도 짓지 않는 사람이 피해가 크다면서 밀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현보-일본 야조회에는 노약자들이 많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지니고 있는 탐조장비와 열정은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영종도와 강화만을 개발하는데 자연과 공존 공영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인구 1백20만의 후쿠오카시가 시내 중심에 오호리공원을 조성해 새들이 살수 있도록 한 데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박찬정-이번이 16회째 맞이하는 자연생태계 학습탐사인데, 그동안 이 행사를 거쳐간 사람끼리의 모임은 없습니까? 탐조회 식물연구회 등을 만들어 전국의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좋을 결실을 얻지 않을까요.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어 무엇을 자세히 알려면 자료가 없습니다. 도서관에 가보면 일본책뿐입니다. 춘천에서는 몇몇 학생이 조류도감을 잔뜩 가지고 캠프 생활을 하며 탐조활동을 하기도 하는데, 서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청둥오리탕은 알아도 탐조하러 나가서는 청둥오리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경희대 같은 곳에서 조류학교를 계속적으로 열면 조류탐사에 좋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탐사를 계기로 우리끼리만이라도 모임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춘천에 탐조하러 오시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춘천에도 탐조할 곳은 있습니다. 이즈미에서 두루미 도래지를 보고 우리도 민통선 안에 철새관망대를 설치하면 이즈미보다 훨씬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동네부터, 그리고 어린이부터 자연생태계를 탐사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정수도-두루미가 많은 이즈미가 미나마타병으로 유명한 미나마타(水㑨)와 이웃하고 있는 것이 공교롭게 느껴졌습니다. 유기수은(有機水銀)의 중독으로 이름난 미나마타로부터 이즈미까지 가는 동안 5-10분 간격으로 솔개 등 여러 새들이 하늘을 나는 것을 보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생각하는 것은 이제 바로 자연을 잘 보호하는 것이라고 여겨야겠습니다.

전충진-처음으로 해보는 조류탐사라서 첫날은 무척 당황했습니다. 새가 많은데, 어느 것이 무슨 새인지를 알 수 있어야지요. 원교수님께서 무슨 새라고 하시면 저는 조류도감을 찾아 보고 난 후 새를 보곤 했는데, 그때는 이미 날아가버린 뒤이곤 했습니다. 며칠동안 하니까 이제어느 정도 알 것 같은데…. 주최측에 부탁하고 싶습니다. 탐조활동에는 필드스코프가 꼭 필요한것 같습니다. 개인이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우니까 주최측에서 몇대를 구입, 준비하면 계속해서 이 행사에 유용하게 쓸 것입니다. 구입하기 어려우면 유관기관에서 빌려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효과적인 탐사를 위해서 미리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탐사지역은 어느 새가 많으니까, 무슨 새는 여기서만 볼 수 있으니까 유의해서 미리 공부하라든가, 또 쌍안경과 망원렌즈는 어느 규격품을 사라든가 등을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알려주면 실속있는 탐사가 될 것입니다.

심현보-둘째날 가이드로서 함께 탐조활동을 한 쓰치야 선생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일본야조회의 이사로서 새를 보고 무슨 새라고 척척 불러대는데 놀라웠습니다. 그는 교사의 영향 으로 16세때부터 탐조활동을 해왔다고 하는데, 저도 교사로서 좋은 가르침을 주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홍채-저는 두번째로 참가해서 영광으로 여깁니다. 이번에 탐사하면서 느낀 것은 주최측에서 탐사과정을 무비카메라에 담아 편집한 다음 각 학교에 보급하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탐사 후 학교에 돌아가 말로 하는 것보다 비디오로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박찬정-나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진짜 좋은 것은 좋은 자료를 복사해 보여주면 되고, 경험 자체가 중요합니다.

정홍채-내가 탐사에 참여한 비디오라고 하면 효과가 크지요.

전충진-이번 탐사를 계기로 우리 끼리 모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그동안의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도 도모하고….

이강운-아직 전례가 없습니다. 탐사가 끝나고 헤어질 때는 끈적끈적할 정도로 정감을 나누지만 2개월 이상 버티는 것을 못봤습니다. 아마 전국에 흩어져 계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안동식-첫날 이미 몇분이서 의견을 모았습니다. 대개 찬성하시더군요. 방학때마다 모여서 자연탐사를 하면 좋을 것입니다.

전충진-올 여름에는 소백산에서 탐사하고 겨울에는 광주에서 탐사하자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이삼현-부담을 가지면 안됩니다. 산에 갈 때는 등산한다는 기분으로, 들이나 바닷기에 갈 때는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참가하면 될 것입니다.

이강운-아까 필드스코프 준비에 관한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얘기를 전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비디오촬영건은 아직 능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찬정-이번 탐사과정을 전부 녹화했습니다. 1년이 걸리더라도 멋있게 편집해 보겠습니다. 컬러프린터도 구하고요.

※ 이어서 좌담회는 모임결성의 시간으로 바뀌어 회장(전충진)과 총무(안동식)를 선출하고 향후 모임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즈미의 호텔에서 가진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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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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