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컴퍼스도 없이 설계하는 꿀벌의 하니컴 구조. 완벽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꿀벌은 정6각형을 규칙적으로 조합시켜 집을 짓는다. 이는 공학적으로 가장 훌륭한 구조로 낭비가 전혀 없는 완벽한 구조물. 그들은 어떻게 이러한 건축기술을 습득했을까. 꿀벌은 배에 붙어 있는 밀랍샘으로부터 밀랍을 분비해 집을 만들어간다. 또한 말벌은 송진을 갉아내 거기에 자신의 타액을 섞어 버무려 집지을 재료를 마련한다.
이들 집은 6각형의 방을 모은 것으로, 입체적으로 보면 6각기둥을 대단히 규칙적으로 조합시켜 놓은 것. 우리는 이를 볼 때 "자도 컴퍼스도 없이 어떻게..."라는 의문이 든다.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솔직한 답변이다. 그렇지만 이 의문에 대한 도전도 여러 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밀랍을 가지고 집을 짓는 꿀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꿀벌이 만드는 방은 6각형의 방이, 등이 붙은 모양으로 여러개가 판상으로 나열돼 있다(그림1), 벽의 두께는 0.1㎜ 정도로 그 면적과 그것을 만드는 재료를 놓고 볼 때 가장 합리적이며 경제적인 구조. 이 집 안에 꿀을 저장한다고 할 때 자체 중량의 30배 가까이 저장할 수 있다. 6각형의 방은 위로 9-14도 정도 치켜올려져 있어 꿀이 바깥으로 전혀 흐르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는 제트기 및 인공위성의 벽에 응용돼 '하니컴'(honneycomb) 구조라고 불린다.
꿀벌은 필요에 따라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6각형의 방과 6각형이 아닌 한 종류의 방을 만든다. 수가 많은 작은 6각형의 방은 일벌의 유충들이 육성되는 방. 번식기가 시작되는 4월 하순경에는 일벌 방보다 큰 수펄 방이 만들어진다. 일벌 방이랑 수펄 방은 육아용만이 아니고 꿀이랑 화분을 저장하는데 사용된다.
본격적인 번식기에 들어가면 6각형만이 아닌 방이 만들어진다. 이곳은 여왕벌 유충이 길러지는 특수한 곳. 이곳 외벽은 그물모양으로 움푹 패여 있다. 이는 다른 6각형 방이 만들어 질때 기단이 되는 곳이다.
꿀벌의 집은 처음에는 둥근 통을 모은 것으로 만들어져 그것이 주위로부터 압력을 받아 6각기둥이 된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1966년 마틴과 린다우아는 방이 옆방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에 주목, 일벌이 중력자극을 이용해 6각형의 방을 만드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그들은 먼저 5백-1천마리의 일벌 머리와 가슴을 접착제로 붙여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포로로 잡힌 일벌은 집 만드는 일을 전혀 하지 못했지만 몸이 느슨해진 벌들은 밀랍을 분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머리와 가슴 사이에 있는 목부분의 감각털을 접착시켰다. 이번에는 처음에 집을 만들지 않았지만 접착제가 떨어진 털이 움직임에 따라 규칙적인 6각형의 집을 만들었다. 또한 가슴과 배랑 그 사이에 있는 감각모를 고정시킬 때는 정상적으로 집을 지었다. 이 실험결과로부터 린다우아는 목의 감각모가 가슴에 접촉하는 것에 의해 꿀벌은 중력방향을 감지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꿀벌 집의 외벽은 놀랄 정도로 얇고 미끄럽다. 이 두께를 측정하는데 일벌의 촉각 끝부분이 사용되는 것이 확인됐다.
최근 연구는 꿀벌이 지구 자장을 감지하며, 이것이 집을 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설이 등장했다. 아무튼 꿀벌은 훌륭한 건축사임에는 틀림없다
생물은 5각형, 무생물은 6각형
천체의 운동에 아름다운 규칙성을 부여한 케플러는 "살아있는 것은 6각형의 결정에서 5각형으로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6각형은 무생물을 뜻하며 5각형은 생물을 의미한다는 뜻.
틀림없이 생물의 형태에는 반복되는 5각형이 나타난다. 배꽃 사과꽃 등은 5장의 꽃잎을 가졌고 사람 손, 플랑크톤의 몸, 불가사리 등도 모두 다섯과 인연을 맺고 있다. 어떤 생물학자들은 5장의 꽃잎을 가진 삭물은 식용의 과실을 풍부하게 생산해내는 반면 6장의 꽃잎을 가진 식물은 유독한 경우가 많다.
한편 무기물 구조는 4각형과 6각형이 기본이다. 훌륭한 대칭성을 가진 눈의 6각형 결정, 6각기둥의 수정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물리학적으로 결정은 '병진(竝進) 대칭성'(일정한 방향으로 동일한 구조가 반복되는 것)을 가지는데 5각형은 병진대칭성을 가지지 못하며 평면을 메우지 못한다. 결정에 5각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때는 무생물과 생물을 나누는 기준을 바로 5,6각형으로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1984년 무생물에 5각형이 존재하는 것이 밝혀졌다. 준결정이라 불리는 이것은 5각형을 기본으로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황금비를 가진 '펜로즈 타일링'이 바로 그것이다(그림). 이 그림에서는 황금비를 가진 두 개의 마름모를 이용해 5각형으로 평면을 메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