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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를 낳는다. 최근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는 연습과 훈련이 기억과 생리의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불가능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는 것올 보여준다.

"카네기 홀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연습 연습 연습을 해야지요"

위의 대화는 오래된 농담이다. 그러나 이 오래된 농담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하고 있다. 체스시합, 음악연주회, 운동경기 등 여러 국제 정상급 경쟁에서 계획적인 연습이 갖는 가능성이 기대 이상임이 발견되고 있는 것.

맹렬한 훈련을 통해 체스 대가나 명연주가, 인기 운동선수 등은 기억과 생리의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불가능의 경지에 이른다.

지난 한세기 동안 세계기록은 끊임없이 단축돼 왔다. 예를 들어 1896년 올림픽 마라톤 경기 금메달 수상자 기록은 1990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참가자격 수준밖에 안 되었다.

미국 노스 텍사스대의 심리학자 마이클 마호니박사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미국 역도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는데, "지난 세기 동안 올림픽에서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졌다. 따라서 선수들은 더 많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해야 했다. 오늘날에는 오로지 운동을 위해서만 살아야 한다"고 했다.

맹렬한 훈련만이 일류를 낳는다

이같은 전적인 헌신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태도와 비교된다. 그때는 세계정상급 운동선수조차도 시합 전 단지 몇달간만 열심히 연습했다.

플로리다 주립대의 심리학자 엔더스 에릭슨박사는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지에 계획적인 훈련이 운동선수들의 기량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기고한 바 있다. 그는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훈련은 시즌 전체로 연장되었다. 그 다음에는 일년 내내로 연장되었고 그 다음에는 수년간으로 늘어났다. 요즈음 우수 선수들은 아동기에 훈련을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 총 훈련 시간을 늘리는 것이 역사적 추세"라고 말한다.

사실 기량 향상에는 다른 요소들도 작용하고 있다. 선수지도방법은 더 세련되었고 장비 또한 개선됐다. 선수층도 두꺼워졌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들은 훈련 그 자체의 절대적인 힘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정신적 능력, 특히 단기 기억능력의 한계가 줄기찬 연습의 결과 극복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 기억이란 다이얼을 다 돌린 순간 방금 들은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는 것처럼 정보가 수초 간 저장돼 사용된 후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 교재 대부분에 실린 보편적 견해에 따르면 단기 기억시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최대한계는 전화번호 길이에 해당하는 7비트(bit) 가량. 게다가 정보들이 몇개의 단위로 나누어져 각각 덩어리져 있지 않으면-가령 전화의 국번호의 숫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 것처럼一신빙성 있게 기억되지 않는다.
 

총연습시간이 성공의 열쇠다^운동경기의 기록이 계속하여 단축되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훈련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훈련이 일년내내 계속되고 과거보다 더 빨리 시작됨으로써 선수들의 일생을 차지하는 총훈련시간은 훨씬 많아지게 된다.


훈련이 낳는 기억술의 묘기
 

어떻게 연습이 완벽을 낳는가^훈련으로 발달된 근육은 모세혈관의 수가 많아져 보다 원할한 혈액공급이 가능해지고 잘 발달된 개개의 근육섬유를 갖게 된다. 최근의 연구는 한때 유전에 의해 우선적으로 결정된다고 믿어졌던 근육타입 자체도 꾸준한 연습을 통해 선수가 하고 있는 운동에 맞게 변화할 수 있다는 거을 보여준다.


그러나 에릭슨 박사와 카네기-멜른대학에 있는 그의 동료는 혹독한 연습의 힘으로 두뇌의 정보처리능력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실험을 했다. 그들은 0에서 9까지의 숫자 1백2개를 순서없이 임의대로 늘어놓은 리스트를 작성하여 대학생들에게 들려준 후 그것을 다시 정확하게 열거하도록 교육했다.

매번 다른 리스트로 50시간동안 연습한 뒤 4명의 학생은 단 한번만 들은 후에도 20개까지의 숫자를 기억할 수 있었다. 수학에 특출한 재능을 가지지도 않은 한 경영학과 학생은 1백2개의 숫자 모두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이를 위해 4백 시간 이상을 연습에 쏟았다.

"특정한 범위의 기억을 향상시키는 능력은 여러 방면에서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는데 핵심적 요소"라고 카네기-멜른 대학 컴퓨터 과학 및 심리학 교수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 박사는 주장했다. 에릭슨 박사는 사이먼 박사가 주도하는 연구팀의 일원이었다.

"모든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에서 이러한 기억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기억은 색인과 같다. 전문가들은 그들이 인식할 수 있는 정보 '덩어리'를 약 5만개나 갖고 있다. 내과 의사의 경우 그같은 덩어리 대다수는 질병의 증상에 해당한다"

사이먼 박사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이와 유사한 기억훈련 효과는 체스 명인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체스 선수들이 되풀이해 연습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물론 최선의 수를 선택하는 법. 연습할 때 그들은 다른 체스선수들 간의 시합을 연구하고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그들 스스로 판세를 판단하여 다음 수를 예측한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체스 수가 반복되는 연습의 결과 머리 속에 기억된다. 몇몇 체스명인들이 눈가리개를 한 채 상대가 어떤 수를 두었는가를 귀로 듣는 것만으로도 경기를 해나간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지 오래다. 네덜란드의 체스 챔피언이기도 했던 아드리안 디그루트(Adrian DeGroot)는 1940년대에 이미 많은 체스 명인들이 경기 중인 체스판을 단 5초간만 보고도 판 위의 모든 말들의 위치를 그대로 재현함을 보여준 바 있다.

훗날 사이먼 박사 연구진은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체스 명인들의 이같은 기억능력은 게임에 이용된 말들에만 한정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선수들은 경기에 관계없이 아무렇게나 놓인 말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같은 기억술 묘기는 에릭슨 박사가 교육시킨 한 대학생에 의해 다시한번 반복됐다. 1990년 실험연구에서 박사는 체스에 대해 별로 알지 못하는 학생에게 체스 수를 기억하는 훈련을 50시간 시켰는데, 그는 연습 후 놀라운 기억력을 보여주었다.
 

1896년부터 1928년까지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수상자의 성적은 1980년 이래의 보스턴 마라톤 참가자격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상대선수 자세만 보고도 공이 떨어질 지점을 안다

일류 체스선수, 음악가, 운동선수 등은 연습을 통해 그들을 남보다 뛰어난 존재로 만드는 기량을 갖추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랜드 대학의 연구자 브루스 아버나티(Bruce Abernathy) 박사는 가장 노련한 스쿼시나 테니스 선수들은 서브를 넣는 상대선수의 자세만 보고도 그 공이 어디에 떨어질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토마스 핸슨이란 학자는 샬로츠빌의 버지니아대학 대학원생이던 1992년에 행크 아론이나 로드 캐루와 같은 위대한 야구선수들에 대해 연구했다. 여기서 그는 역대 최고의 타자들은 어떤 공이 날아올 것인가를 알려주는 암시를 포착하기 위해 상대투수의 필름을 연구하면서 경기준비를 했음을 알아냈다.

인지과학자들은 운동선수들이 순식간에 이런 암시를 포착하여 실전에 이용하려면 역시 훈련이 잘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의 움직임에 자동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훈련인 것이다. "훈련이 완벽을 낳는다"는 격언은 운동선수나 음악가들이 쌓는 수련에 대해 연구함으로써 확인됐다.

시카고대학 안토니 칼리노프스키 박사는 국내 챔피언 수준에 이른 수영선수들은 평균 10세 때 훈련을 시작한 반면 미국 올림픽 팀에 참가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선수들은 평균 7세 정도에 수영을 시작했음을 알아냈다. 1987년에 행해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회와 국제 대회의 체스우승자들 사이에서도 이와 마찬가지 나이 차가 나타났다.

한편 30년 이상 국제적인 독주자로 활약한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평균 5세에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반면, 베를린시에서 가장 훌륭한 음악원에 가입돼 있으며 국내적인 지명도밖에 획득하지 못한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8세에 악기를 시작했음이 에릭슨 박사가 지난 해 '사이콜로지컬 리뷰'지에 제출한 연구논문에서 밝혀졌다.

에릭슨 박사가 다양한 종류의 훈련계획들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정상의 도전자들에게도 한계는 있다. 신체적 인내력과 정신적 기민함의 한계 때문에 바이올린 연주자이든 역도선수이든 간에 보통 하루 4시간 이상은 힘든 연습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훈련도 '정도껏'

"올림픽 역도선수를 훈련시킬 때 우리는 종종 연습시간을 줄여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팀의 사기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선수들이 화를 잘 내게 되며 피로, 훈련에 대한 무관심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마호니 박사는 말했다.

에릭슨 박사는 또 격렬한 연습을 오래 계속 하면 몸을 망치거나 좌상을 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대부분의 우수 선수들은 하루 8시간의 수면, 30분간의 낮잠 등 휴식 역시 훈련의 한 부분으로 삼는 것을 발견했다.

효과적 훈련은 경기에 관련된 중요기술을 익힐 뿐 아니라 개인의 한계를 체계적으로 극복하는 데도 중점을 둔다. "한계를 극복하려면 처음에는 실수를 하더라도 계속 시도를 해야 한다. 또 단순히 기계적으로 반복만 해서는 효과를 얻을 수 없고 목표에 점점 더 근접하도록 행동을 되풀이하여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에릭슨 박사는 말한다.

명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실례다. 1993년 에릭슨 박사는 음악 전문학교의 최우수바이올린 연주자들은 20세가 될 때까지 총 1만 시간을 연습한데 비해 그보다 약간 못한 수준의 연주자들은 평균 7천5백 시간을 연습에 쏟은 것을 발견했다.

중국 올림픽 다이빙 선수를 대상으로 한 플로리다 주립대 존 셰아(John Shea) 박사의 연구결과도 흥미를 끈다. 몇몇 11살짜리 다이빙 선수들이 미국의 21살 먹은 선수들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훈련에 쏟았는데, 이 중국 선수들은 4살에 훈련을 시작했다.

사이먼 박사는 "어떤 분야에서든지 특출한 기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10년간의 꾸준한 연습이 필요할 수 있다. 모차르트는 네살바기 때 작곡을 시작했지만 17세가 돼서야 명곡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총연습시간이 정식시합에 소요된 시간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 플로리다 주립대 닐 차니스(Neil Charness) 박사의 미발표 논문 내용이다. 1993년도 베를린시 토너먼트의 1백7명의 참가자의 순위를 비교한 결과 그는 선수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할수록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차지했음을 알아냈다. 그러나 그들이 다른 선수들과 시합하는데 쓴 시간은 순위와 관계가 없었다.

선천적 재능이 설 자리는?

꾸준히 오랫동안 훈련을 하면 운동선수의 몸이 그 운동의 요구에 맞게 변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어느 정도까지 일어나는가는 덜 알려져 있다.

에릭슨 박사는 "심장과 폐의 크기, 관절의 유연성, 뼈의 강도는 모두 훈련시간에 비례하여 늘어난다. 그리고 훈련된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모세혈관의 수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근육 그 자체도 변한다. 극히 최근까지 학자들은 근육섬유 종류의 비율은 90% 이상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다. 적혈구가 풍부한 느린 연축(근육에 순간적인 자극이 가해질 때 수축이 최대치에 이른 다음 이완되어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올 때까지의 과정) 근육은 마라톤과 같이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에 필수적이다.

반면 빠른 연축근육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내는 것이 가능하므로 역도나 단거리 경주와 같은 운동에 불가결하다. 에릭슨 박사에 따르면 근육섬유는 운동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빠른 연축근에서 느린 연축근으로 바뀔 수 있다.

수년간 높은 수준의 지구력 훈련을 받은 선수의 심장 크기는 정상수준을 벗어날 정도로 커진다. 이러한 생리적 변화는 아동기 사춘기 청소년기에 훈련을 쌓았을 때 극대화된다.

에릭슨 박사는 이것이 사실상 모든 최우수 선수들이 아동기 흑은 청소년기 초기에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몇몇 운동, 가령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경우 심한 운동을 하기 전에 근육이 완전히 형성될 필요가 있으므로 예외라 할 수 있다.

에릭슨 박사가 주장한 의견 중 가장 이론의 여지가 많은 것은 타고난 재능에 관계없이 훈련만으로도 신기록 수립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선천적 재능은 챔피언이 되는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그의 동료 샤니스 박사는 말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동기유발과 기질이다. 아무 아이나 이런 엄격한 훈련을 견뎌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심리학자들은 연습만을 강조하는 것은 뛰어난 성취를 이루는데 있어 재능이 갖는 힘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박사는 에릭슨 박사의 이론은 누가 어려운 훈련을 자청 하는가, 혹은 훈련을 받도록 만드는가 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덧붙여 지명도나 순위에 관계없이 우리가 우수 선수나 연주자에게서 바라는 것, 예를 들어 체스 선수의 혁신적인 창의력이나 음악가의 감성적 표현력 같은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나는 오랫동안 피아노를 가르쳤지만 또박 또박 충실히 연습을 해서 매주 조금씩 나아지는 학생과 무리로부터 벗어나 앞서나가는 학생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연습시간 외에도 선천적 재능이 우열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소지는 많다. 모차르트는 여러분이나 나와는 다르지 않았던가".

가드너 박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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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다니엘 골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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