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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애물을 만나도 주어진 작업을 위해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의 다리. 동물을 모방해 제작된 휴먼로봇의 다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휴먼 로봇의 보행기구는 다리 위에 몸체를 탑재하고 몸체가 넘어지지 않도록 자세를 유지하면서 진로상에 장애물이 있더라도 전후좌우로의 이동과 회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보행 기구는 기계적인 강도와 보행 구동능력을 기본적으로 만족시키면서 각종 센서와 고성능 제어기 및 지능형 제어 알고리즘을 이용해 난이도가 높은 보행 제어와 자세 제어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보행기구가 탑재할 수 있는 몸체의 무게는 가벼울수록 좋지만 앞으로 5년간 예측되는 관련 기술의 발전 추이를 감안할 때 머리에 해당되는 시각부와 두 손, 두 팔, 회전 가능한 몸통, 각종 센서와 제어기 등을 포함해 대략 3백㎏ 내외가 무게의 하한치로 잡힌다. 이 경우 보행기구 자체의 무게는 대략 2백-2백50㎏이 될 것이며 평지에서의 보행속도는 사람과 비슷한 시속 4㎞쯤이 될 것이다.

4각 보행기구의 기본모델은 게의 다리를 본딴 '판토그래프 형태'와 동물의 다리를 본딴 '다관절 형태'의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판토그래프 모델은 몸체에 고정된 구동장치들의 기구학적인 연동에 의해 링크 구조의 다리를 움직이는데, 몸체의 크기에 비해 접지면적이 커 안정성이 높고 보행궤적이 단순한 반면, 무겁고 공간활용이 비교적 어렵다.
 

중국 심양 자동화 연구센터가 제작한 6각 보행기구. 관절 이음새의 자유도를 높여 장애물도 쉽게 넘는다.


마치 동물처럼 움직여

이에 비해 말과 같은 동물의 다리를 본딴 다관절 모델은 각 관절에 구동장치를 부착, 경량화가 가능하고 몸체의 활용 공간이 큰 반면, 각 관절의 연동에 의해 안정된 보행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실제 동물과 같은 지능 수준의 보행제어가 요구된다.

판토그래프형 4각 보행기구에 관한 연구는 근 20여년간 매달려온 일본 동경공대의 히로세 교수가 단연 앞서 있다. 그는 전동모터로 구동되는 무게 1백50㎏의 4각 보행기구를 만들었다. 이 기구는 카메라를 이용한 시각센서, 발의 착지 상태를 감지하는 촉각 센서를 이용해 평지는 물론 계단과 같은 장애물도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의 로봇 이동기구 연구가 가진 특징은 용도에 따라 기구부 종류가 다양하면서도 실용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히로세 교수가 기구학적 설계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천부적인 소질과 감각이 기업체의 적극적인 지원, 우수한 인력과 조화를 이루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무라타제작소가 개발한 '자이로 스타'. 3.5g의 자이로


험로에선 걷고 평지에선 뛰고

일본 기계기술연구소에서도 판토그래프형 4각 및 6각 보행기구에 관한 많은 연구를 수행하면서 기구부의 개발에 독특한 시도를 해왔다. 연구소는 노를 젓는 것과 같은 다리의 보행동작을 특수한 링크 기구와 한 개의 전동 모터를 사용해 구현함으로써 복잡한 보행동작의 제어를 극히 단순화한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이는 별도의 모터에 의해 다리의 수직 길이를 변화시킴으로써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인데, 결과적으로 기계적인 링크 구조가 너무 커지고 보행 궤적이 평지를 기준으로 고정돼버리는 바람에 경사면 보행이 불가능한 실패작으로 평가되고 말았다.

최근 이 연구소는 하이브리드형 이동기구로서 판토그래프형 4각 보행기구와 무한궤도형 주행기구를 복합한 로봇의 다리를 만들었다. 하이브리드형의 장점은 험로에서는 보행기구로 이동하고 평탄한 노면에서는 주행기구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인데, 반면 무거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형 이동기구는 특수한 용도를 위해 개발되는 보행기구의 변형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관절형 4각 보행기구의 개발 사례 중 가장 앞선 것으로는 히타치사가 개발한 4각 보행 기구를 들 수 있다. 히타치사에서는 원자로의 보수 등에 이용할 수 있는 로봇의 개발에 착수하면서 전기유압식으로 구동되는 4각 보행기구를 시제작했다. 이 보행기구는 다리 길이 1천48㎜, 전후 다리 간격 1천60㎜, 좌우 다리 간격 4백㎜에 다리 하나의 무게만도 52㎏에 달하는 것이었다. 평지에서의 보행은 가속 정속 감속 등의 구간을 구분해 각 관절을 미리 프로그램한 궤적대로 구동시켜 이루어지는데, 최대 보행 속도는 시속 2.5㎞로 보고됐다.

이 로봇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장애물을 통과할 때 발에 장착된 거리 센서를 이용해 발이 잘못된 지점에 착지하지 않도록 보행궤적 수정 알고리즘이 수행된다.

히타치사는 전기 유압식 4각 보행기구를 이용한 실험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 모터 구동식 4각 보행기구를 개발했다. 모터 구동식을 채택한 것은 전기 유압식으로 보행기구를 구동할 때 유압펌프와 오일 탱크가 추가로 장착돼야하는 문제가 있고, 시스템 전체의 효율이 낮아지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전동식 보행기구에는 중량당 출력비를 종래의 서보 모터보다 10배 정도 높인 최적의 서보 모터와 감속기를 개발해 달았다. 이를 통해 무게도 전기 유압식 보행기구보다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는데, 보행 성능은 당초 목표를 모두 달성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아이디어에 못 미치는 완성도

4각 보행기구가 아닌 2각 보행기구로는 와세다 대학에서 개발한 유압구동식 2각 보행기구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와세다 대학은 가토, 다카니시 교수 등이 이 분야에서 20년 정도 지속적인 연구를 하면서 12번째 시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사람의 다리를 모델로 한 이 2각 보행기구는 전기 유압식 구동기만을 사용해 개발됐는데, 이것은 관절의 구동부위를 최소화해 사람 다리와 비슷한 크기로 경량화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유압공급원과 보행 제어기를 포함한 총 중량은 약 1백20㎏에 달하고 최대 보행속도는 초당 5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각 보행기구는 각 관절을 사전에 프로그램한 궤적대로 구동하는 방법으로는 지속적으로 안정된 보행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보행에 따른 몸체 무게 중심의 변화가 안정된 범위 안에 유지되도록 실시간 제어해주는 알고리즘이 요구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2각 보행기구가 실용화단계까지 개발되려면 아직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 기계기술연구소에서도 약 8년째 타조의 다리와 유사한 형태를 띤 전동식 소형 2각 보행기구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는 순수 기술적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으나 실용적인 완성도는 아직도 매우 미흡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한국 과학기술원에서 국책연구과제로 동경공대의 모델과 유사한 판토그래프형 4각 보행기구의 개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3년간의 비교적 짧은 연구기간 동안에 4각 보행기구를 완성시켰고 논문 연구실적도 많이 쌓아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으나, 기구학적인 설계나 기계적인 제작 완성도 면에서는 보완할 점이 많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다관절형 4각 보행기구 개발을 위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목표로 하는 보행성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구학적인 구조부의 최적 설계, 최적 구동장치의 선정을 비롯해 작업 팔과 무거운 몸체를 탑재한 상태에서 평지에서의 높은 보행속도, 험한 노면 위에서의 안정된 보행 및 자세 유지, 폭이 좁은 도랑과 낮은 담을 넘어가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장애물 통과, 명령된 경로를 따라서 이동하는 운행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제어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수준은 이러한 연구를 일차 시도한 데에 의의가 있는 정도다. 향후 현재보다 성능이 향상된 시각 센서, 역학 센서, 자이로 센서 등을 비롯해 연산 능력이 배가된 전산기가 개발될 것임을 예측한다면 이들을 활용해 다관절 4각 보행기구의 완성도도 급격히 높아져 2000년대에는 실용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다리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밀 모터의 개발이 뒷받침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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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홍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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