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3 팔과 손

유연성 살려 기계의 한계 도전

유연하게 움직이는, 가볍고 힘센 팔과 손은 휴먼로봇이 지향하는 목표다.

휴먼로봇의 팔은 인간의 팔과 유사한 모양, 기능을 목표로 한다. 인간의 팔 운동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기구부분과 제어부분에 인간의 팔 크기와 같은 외형을 하고 자체중량에 비해 큰 가반(可搬)중량을 가진 두 대의 로봇팔이 필요하다. 또한 이 두 대의 팔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협조제어 알고리즘 문제와, 큰 가반중량을 내기 위한 적절한 모터의 선택과 고출력의 앰프도 필요하다.

최근의 로봇산업계에는 모듈식, 경량구조, 여유자유도라는 3가지 개념을 갖춘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용어를 중심으로 휴먼 로봇의 팔을 살펴보자.

자유롭게, 효율적으로

기존 로봇들의 작업 영역은 로봇팔을 구성하는 링크의 길이에 의해 한정돼 왔다. 작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레일과 같은 평형운동 관절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최초에 제어부를 설계하면서 추가관절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이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관절 내부에 모터 제어부, 구동부를 장착한 모듈라 타입의 로봇 링크를 설계해 변화하는 작업환경에 따라 로봇 링크의 장착이나 탈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모듈라형 로봇이다.

다시 말해 모듈라형 로봇은 로봇의 응용범위가 넓어지면서 로봇에 요구되는 다양한 작업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콤팩트한 설계의 어려움으로 최근에야 실용화되기 시작한 모듈라형 로봇은 로봇의 각 관절을 각각의 모듈로 제작한 형태이므로 주변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결합,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편 경량구조 로봇이란 로봇 자체 구조를 강력한 액튜에이터(actuator)와 경량자재를 결합해 가반 중량과 자체중량의 비율을 향상시킨 로봇이다. 보통 인간은 자신의 체중보다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는 반면, 현재의 산업용 로봇은 자신의 무게에 비해 적은 가반 중량을 갖는다. 이에 따라 인체의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로봇에 적용하는 연구가 계속돼 왔지만 아직은 실용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는 로봇팔 본체를 경량화할 수 있는 재료를 연구하는 방향과 관절을 구동하는 액튜에이터를 강화시켜 액튜에이터의 토크와 속도를 링크에 전달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산업 로봇팔에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서보모터는 큰 출력을 내기 위해서 고속의 회전운동을 한다. 로봇 관절의 각속도는 구동모터보다 느리므로 로봇의 부하조건에 맞추기 위해 기어나 하모닉 드라이브를 사용해 속도를 낮추고 토크를 높이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이러한 감속기는 로봇의 제어시 성능을 약화시키는 백 래시, 마찰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속에 높은 토크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액튜에이터를 개발중인데, 최근 개발된 '사마리움-코발트 브러시리스 서보모터'는 직접 구동방식의 로봇팔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로봇팔의 동작속도가 모터가 출력할 수 있는 속도보다 낮기 때문에 모터출력의 효율은 아직도 상당히 낮은 현실이다.

사람이 물건을 잡거나 옮기려면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등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로봇도 자유도(degree of freedom)라는 것이 필요하다. 자유도는 각 관절들을 연결시키는 부위의 숫자와 동일한데, 로봇이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6개 자유도 이상의 관절을 갖는 로봇팔을 여유자유도형 로봇이라 한다.

3차원 공간상에서 임의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3개의 자유도가 필요하다. 이는 3개의 변수와 3개의 방정식으로 이루어지는 3차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에 한개 이상의 변수가 추가되면 해석할 수 있는 해는 무수히 많아진다. 이렇게 많은 해들을 이용해서 인간의 팔과 같은 장애물 회피 작업과 조작 성능지수의 증가, 특이자세 회피 등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작업 공간 내의 장애물을 회피하면서 주어진 궤적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장애물의 모델링과 충돌위험이 있을 때 각각의 관절이 충돌회피경로를 구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작업의 우선순위를 정해 주작업으로 궤적을 추적하고 부수 작업으로 여유자유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중국의 심양 자동화 연구센터가 제작한 위험작업 로봇


단순한 형태, 단순한 기능

한편, 로봇의 손이 담당한 최초의 역할은 단순히 로봇팔의 말단부에 위치해 물체를 고정시키는 기능이었다. 따라서 물체의 움직임은 순전히 로봇팔의 움직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로보틱스 분야가 점점 발달함에 따라 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에서 물체를 안정되게 잡는 단순 기능외에도 위치와 자세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추가적 기능이 요청됐다.

특히 휴먼 로봇은 인간이 작업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인간을 대신해 작업-한 대의 로봇팔이 옮기기에는 부적합한 특수 모양의 작업물 이동, 두 팔을 이용해 작업물을 잡고 하는 조립작업, 지체부자유자들의 편의수단이나 간편한 보조작업 등-하는 로봇으로서 사람의 팔과 손을 대치할 수 있는 복수개의 로봇팔과 다지 다관절 핸드 등을 필요로 한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에서 로봇손은 '엔드이펙터(end-effector)'라 불리는데, 이는 로봇팔의 말단에 부착돼 로봇팔로 하여금 물건을 잡고 움직이고 지정된 위치로 옮기는 등 일련의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란 의미다.

현세대의 산업용 로봇이 여러 가지 다른 작업을 위해 재프로그램될 수 있고 정밀하게 운용될 수 있는 컴퓨터로 관리되는 다재다능한 기계이긴 하지만, 기존의 엔드이펙터는 단순한 기능만을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실질적인 응용범위는 용접 도장작업 포장 등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작업에 한정된 실정이다. 즉 복잡한 조립작업 등은 보통 특별한 고정구나 공구를 요구하게 되므로 로봇의 적용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조립작업 등에서 소요되는 장치의 수와 그리퍼(gripper)의 교환을 줄여 일처리량을 늘리고, 한편으론 라인에 필요한 장비를 줄이기 위해 유사성이 있는 부품들을 몇 개의 종류별로 구분하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유연성을 지닌 조립 생산 시스템은 부수적인 설비나 장치, 그리퍼의 교환시간이 소요되지 않고 운영돼야 한다. 따라서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엔드이펙터는 기구의 성능이나 효율성, 또는 작동의 세련미 등에서 그동안 창조된 수많은 기구중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링크와 구동기 및 감지요소가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의 손을 모방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다지 로봇손의 근본적인 특징은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로봇팔의 기능에 제한되지 않고도 제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자신이 만든 '매스터-슬레이브'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마에다박사.


환경정보도 손으로 감지

다지 로봇손(multi—fingerd robotic hands)은 물체와의 접촉점 수가 늘어나 보다 안정되게 물건을 잡을 수 있고 넓은 범위의 파지형상을 취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두 개의 손가락을 갖는 단순한 그리퍼에 비해 훨씬 많은 종류의 물체를 파지할 수 있다.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두개의 손가락만을 갖는 그리퍼는 물체를 파지할 때 발생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종종 물체의 기하학적 형상에 적합하도록 손가락 끝에 골이나 홈을 파는데, 이런 방법은 다른 형상의 물체를 다룰 때 도리어 제한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지 로봇손의 보다 근본적인 특징은 로봇 손 안에서 물체를 섬세하게 조작함으로써 로봇팔의 성능을 제한하고 있는 제어 문제들 중 일부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파지하고 있는 물체를 특정한 방향으로 미소한 거리만큼 이동시키고자 했을 때 물체가 로봇팔에 고정돼 있어 팔 전체를 움직여야만 한다면 제어의 정도에 제한을 줄 것이다. 따라서 손가락만을 이용해 물체를 손 안에서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면 제어의 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미소 운동 제어 이외에도 다지 로봇손은 파지한 물체의 변위와 자세에 커다란 변화를 줄 수 있다. 이 특징들을 이용해 장애물이 있는 복잡한 작업 환경 아래서 전체 로봇팔의 운동이 제한을 받거나 로봇팔 관절축들의 운동범위를 넘는 경우에는 효과적으로 로봇손이 이용될 수 있다.
로봇손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주위 환경에 대한 정보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힘이나 접촉 센서를 장착한 로봇손을 이용해 물체의 위치를 알아내고 형상이나 재질 등을 식별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보는 궁극적으로 로봇손의 동작을 제어하거나 자율 공정 시스템 등을 위한 환경을 모델링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인간의 손 흉내내는 휴먼로봇

인간 손의 기구학적 구조를 모방해 실제로 제작된 다지 로봇손으로는 스텐퍼드/JPL 손, 유타/MIT 손, 한양 로봇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스텐퍼드/JPL 손은 손의 중량과 부피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터들을 모두 매니퓰레이터의 앞쪽에 설치하고 도관을 통하는 유연한 테프론 코팅 케이블을 이용해 각 손가락 관절에 힘을 전달하도록 한 것이다. 이 손은 n개의 손가락 관절에 각각 존재하는 양방향의 자유도를 제어하기 위해 n+1 개의 편향구동기인 인장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손의 기구학적인 구조와 링크의 길이 등은 작업 공간 내의 등방성을 지닌 점들의 궤적을 포함하도록 설계됐다.

유타/MIT 손은 각각 4개씩의 자유도를 갖는 3개의 손가락과 1개의 엄지 손가락 및 3개의 자유도를 갖는 손목부로 구성돼 있다. n개의 관절들을 서로 독립적으로 제어하고 유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각각의 관절에는 2개의 텐던(tendon, 힘줄)이 지나게 되는데, 압력 제어밸브와 실린더로 구성된 구동기에 의해 작동한다.

한편 한양 로봇손은 각각 n개의 관절을 n개의 모터와 2n개의 텐던으로 구동시키는 구조로 설계됐다. 텐던의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동력전달의 노선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텐던을 관절축에 감는 형태를 유지했고 링크의 길이 비는 각각의 손가락의 작업 공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율로 산정된다.

이상의 로봇손을 제어하기 위해 로봇손을 이용하는 물체의 조작은 접촉력을 가하는 방향으로 물체의 운동도 동시에 발생한다. 따라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힘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운동 궤적이 힘 제어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위치제어가 수반돼야 한다.

즉 위치 및 힘 제어 문제가 서로 연쇄되도록 제어기를 설계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강성 제어(stiffness control) 임피던스 제어 (impedance control) 하이브리드 힘/위치 제어 (hybrid force/position control) 등이 필요하다.

로봇손에 부착되는 접촉 센서는 손가락 끝의 접촉면을 싸고 접촉점에서의 압력 분포 및 물체 형상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배열센서(array sensor)와 손가락 끝의 직후 면에서 손가락과 물체간의 결과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힘-토크 벡터 센서의 두가지 종류로 크게 구분된다.

센싱 알고리즘을 이용해 파지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물체를 미끄러짐이나 과도한 힘에 의한 손상 없이 효과적으로 파지하기 위해서는 손가락과 물체와의 접촉력을 적절하게 분포시킬 접촉력 계획과 위치 계획, 접촉 자세계획 등이 물체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KIST 2000 과제'의 하나로 추진중인 휴먼로봇의 로봇손 모델은 1차적으로 인간의 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초음파 구동방식과 공압 구동방식을 병렬로 제작할 이 손의 손가락은 대략 인간 손가락의 1.5배 크기. 이 로봇손은 현재 9㎏f의 악력(握力), 마찰계수 3.0, 위치 정밀도 0.5㎜로 면촉각 센서를 이용해 잡는 힘을 측정하면서 전체 손가락 잡기와 함께 두 손가락 사이 끼우기, 양방향으로의 손가락 회전 등과 같은 운동기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도쿄전력이 후루카와 전기, 후지전기 등의 회사와 함께 올해 개발한 전선작업 로봇. 수 많은 전기용품과 통신용품, 컴퓨터 등이 물려 있는 전선을 교체하거나 고장을 수리하는데는 고도의 주의력이 요구되는데, 이 로봇은 이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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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용일
  • 오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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