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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천명 이상의 암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양성자형 선형가속기를 건설해야 한다.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지 몇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X선은 의료 진단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1백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병의 진단 뿐아니라 치료과정에도 기술의 진보에 따른 각종 첨단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근래에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는 암의 경우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한개의 정상세포가 어떤 원인-우리는 무수히 많은 발암원인 속에서 살고 있다-에 의해 종양세포로 바뀌고 이 세포가 다시 2배로 개체수를 증식시킬 때 성장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이 개체증식이 30회 반복될 때 세포의 수는 약 10억개로 증가하며 종양세포의 무게는 1g정도가 된다. 이때가 아마 임상적으로 암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시기일 것이다. 기관지세포가 폐암을 일으키는 암종으로 바뀔 때 약 12주마다 2배수로 증식되는데, 이 경우 약 7년동안 겉으로는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후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개체증식이 10번만 진행되어도(겨우 2년 동안) 종양의 크기는 1천배로 커지고 이 경우 환자의 생명은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 방사선치료 문제점 해결

암의 경우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는 치료법으로 외과적 수술 외에 화학요법, 방사선요법이 사용되는데 뒤의 두 방법은 대개 외과적 요법과 병행하여 치료효과를 높여준다. 외과적 수술은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에게 매우 위험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환부가 머리속 아주 깊은 곳에 위치하거나 민감하고 복잡한 기관에 붙어 있다면 더욱 위험할 것이다. 화학적 요법 역시 그 자체가 지니는 독성에 의하여 환자의 상태에 따라 사용범위에 제한을 받는다.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는 방사선요법으로 X선이나 감마선(X선보다 파장이 짧음)을 이용하거나 중성자나 전자빔을 이용한다. 특히 전자빔의 경우 에너지가 10-20MeV 정도로, 대부분의 경우 선형가속기를 이용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선형가속기가 30여대 설치되어 환자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가 완벽하지 않은 것은 암세포의 특성과 전자빔이나 X선의 특성이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즉 급격히 확장하는 암세포는 그 증식속도 때문에 암세포 주위에 산소가 원활이 공급되지 못한다. 산소가 결핍된 세포는 정상적으로 산소를 공급받는 세포보다 방사선치료 효과가1/3 수준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이 경우 잘못하면 방사선치료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환부에 도달하는 방사선량을 높여야 하나 여기에도 제한이 따른다. 치료가 어려운 환부는 대부분 신체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게 마련이고 이 경우 방사선을 조사할 때 환부에 도착하기 전에 주위를 감싸고 있는 정상조직을 먼저 상하게 할 우려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환부를 여러 방향에서 조사하지만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극복할 기술도 찾아냈다.

지난 30-40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상당수의 가속기가 건설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 목적이 원자핵이나 그보다 더 작은 물질의 성질을 규명하기 위한 것인데, 이 중 몇몇의 가속기는 부수적으로 의료용 연구를 수행하였다. 특히 흔히 사용되는 가속입자 중 가장 무거운 입자인 양성자를 이용한 연구에서 약 2백50MeV 에너지를 가지는 양성자의 치료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 뛰어난 암치료 효과

양성자는 신체의 조직 속 약 20-3O㎝ 깊이에서 방사선량이 대부분을 세포에 작용시키기 때문에 암세포에 대한 방사선 집중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동시에 주위의 정상조직에 주는 피해가 다른 경우보다 현저히 낮다. 양성자뿐 아니라 이보다 무거운 탄소나 네온 원자를 이용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1955년 이후부터 전세계적으로 약 1만2천명 이상이 양성자치료를 받았다고 학계에 보고된 바 있고 특히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만 지난 1961년 이후 5천명 이상을 치료했다.

이렇게 효과적인 치료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우선 여기에 사용되는 가속기가 엄청나게 비싸 아무리 큰 병원이라도 이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가속기를 보다 싼 값에 건설할 수 있기에 지금 세계적인 병원에서 전용 치료장치를 건설하고 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 병원에는 이미 2백60MeV급 양성자 싱크로트론이 설치되었고, 하버드 의대는 2백30MeV 사이클로트론을 벨지움의 IBA사로부터 도입하여 1998년부터 환자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텍사스주는 연방정부와 협력으로 6천5백만달러를 들여 암치료센터를 건설하기로 합의하고 여기에 사용될 가속기는 작년에 개발계획이 중단된 SSC가속기용으로 이미 확보한 양성자가속기를 전용하기로 결정했다.

■ 중입자가속기 가동 시작

이외에도 유럽의 여러나라와 러시아중국에서도 병원용 가속기건설을 계획중이다. 그러나 가장 야심적인 계획은 이미 일본에서 이루어졌다. 일본 지바현에 위치한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는 총공사비 3백26억엔(2천6백억원)을 들여 중입자 가속기를 건설하여 1994년 6월부터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6일자 일본 원자력산업신문에 따르면 두부암 환자 3명을 이미 치료했다고 발표했다. 이 환자들에게는 외과적인 수술은 전혀 행하지 않고 단지 ${C}_{12}$원자를 1회당 약 90초간 10회 환부에 쪼이는 처치만 이루어졌다. 일본과 같은 중입자가속기는 사실 너무 비싸 경제적이지 못하며 앙성자를 이용하여도 치료효과는 충분하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치료용으로 쓸 수 있는 양성자가속기는 없다. 그러나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자력으로 건설한 기술력이 바탕이 되면 우리도 국제적인 규모의 치료용가속기를 건설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 건설을 성공적으로 이끈 포항가속기연구소는 2백50MeV급 양성자 선형가속기를 건설하여 암센터를 짓는 것을 다음 목표중의 하나로 잡고 있다. 하루에 3명씩만 치료하여도 1년이면 1천명의 환자를 살려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의 경제수준으로 이 정도는 충분히 건설할 능력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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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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