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350여 개의 외계행성이 발견됐습니다. 앞으로 외계행성 목록이 급격히 늘어날 겁니다.”
충북대 물리학과 한정호 교수는 미시중력렌즈 방법으로 외계행성을 찾는 ‘외계행성사냥꾼’이다. 한 교수는 지난해 초 ‘사이언스’에 크기와 배치가 태양계와 비슷한 외계행성계를 보고한 논문의 공동저자다. 11개국 69명의 연구자가 이름을 올린 이 논문에는 한 교수 외에도 한국천문연구원 광학부 박병곤 부장과 이충욱 박사도 참여했다.
외계행성이란 지구나 목성 같은 태양계 행성처럼 다른 별에 속해 있는 행성이다. 우주에는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공간에만 100억 개의 은하가 있고 은하 하나는 평균 100억 개의 별로 이뤄져 있으므로 태양처럼 행성을 거느린 별도 많을 것이다. 한 교수는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그 존재를 입증하지 못하다가 1995년에야 최초로 외계행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외계행성의 90% 이상은 시선속도 방법으로 찾았다. 시선속도 방법은 별과 행성이 무게중심 둘레를 서로 공전할 때 나타나는 별의 미세한 움직임을 분석해 행성을 찾아낸다. 이 방법으로 밝혀진 행성은 별에 가까운 목성형 행성이 대부분인데, 행성이 크고 가까울수록 별의 요동도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행성횡단관측법이 주목받고 있다. 일식이 되면 태양빛이 가려지듯이 행성이 별 앞으로 지나가면 미세하나마 별빛이 줄어든다. 그 차이를 해석해 행성의 존재와 특성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지난 2월 유럽우주국(ESA)은 이 방법으로 지구지름의 1.7배, 지구질량의 4.8배인 지금까지 가장 작은 지구형 외계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별까지 거리가 태양에서 수성까지 거리의 23분의 1에 불과해 열기로 표면온도가 1000℃에 이르고 공전주기도 20시간밖에 안 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한 교수는 “공전반경이 클수록 별을 가린 행성을 찾을 확률이 낮아진다”며 “또 행성이 너무 작으면 별을 가리더라도 별빛의 변화를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찾을 수 있는 가장 작은 행성은 지구 크기 정도”라고 말했다.
미시중력렌즈는 화성만 한 외계행성도 찾을 수 있어
“청주대 응용과학부 장경애 교수가 1980년대 은하를 이루는 개개의 별도 중력렌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룬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그 뒤 별이 중력렌즈로 작용하는 경우를 ‘미시(micro)중력렌즈’라고 불렀죠.”
한 교수는 미시중력렌즈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처음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외계행성을 찾는 방법에 주목했다. 즉 미시중력렌즈 역할을 하는 별이 행성을 거느릴 경우 행성의 위치에 따라 이 부근을 지나가는 별빛의 경로를 휘게 하는 정도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해석하면 행성의 크기와 질량을 추측할 수 있다(미시중력렌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과학동아 2007년 4월호 ‘한국의 지구사냥꾼 나선다’ 참조).
2006년 1월 26일자 ‘네이처’에는 미시중력렌즈를 이용해 지구질량의 5.5배인 외계행성을 발견한 논문이 실렸다. 이 행성은 지구에서 약 2만 1500광년 떨어진, 태양 질량의 22%인 적색왜성을 2.6AU(천문단위, 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평균거리) 떨어져 돌고 있다. 한 교수팀도 같은 해 지구질량의 13배인, 당시 3번째로 작은 외계행성을 발견해 ‘미국천체물리학회지’에 발표했다. 한 교수는 “미시중력렌즈법이 개선되면서 발견되는 외계행성 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며 “우리도 올해 외계행성 4개를 발견해 현재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 교수팀과 천문연 박병곤 박사팀은 ‘마이크로펀(micro-FUN)’이란 국제 공동연구팀의 일원으로 외계행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 교수팀과 천문연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370억 원을 들여 남반구의 세 곳, 즉 칠레와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광시야 망원경을 설치하기로 한 것. 여기에는 무려 4억 개의 화소로 이뤄진 검출기(CCD)가 붙어 있어 별이 빽빽한 우리은하 중심에서 오는 수십억 개의 별빛을 분석해 외계행성을 찾는다.
한 교수는 “이 망원경은 2014년쯤 완성될 예정”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진행되면 지구형 행성은 수십 개, 목성형 행성은 수천 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에 놓인 외계행성을 찾을 확률도 높다. 그는 “우주에서 지구의 생명체만 유일한 생명체인가 라는 물음은 천문학에서 오래된 주제였다”며 “이제 우리는 여기에 대해 답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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