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식품과학의 관점에서 기능성 식품이란 특수한 생리기능을 가진 식품원료를 이용해 술 죽 빵 음료 떡 과자 등의 식품으로 만든 것이어야 하며 약처럼 만들어 선전 판매해서는 안된다.

기능성 식품(functional food)이라는 용어는 1980년대부터 일본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식품성분의 생리활성 기능을 강조해 만들어진 용어인데, 천연물의 약리작용을 많이 이용해온 동양의 한의학적 음식문화에서 생겨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식품의 기능은 1차적으로 영양공급원으로서의 기능, 2차적으로 맛 조직감 등 관능적 만족을 주는 기능, 그리고 3차적으로 생리활성 또는 약리적 효과를 나타내는 기능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기능성 식품이란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과잉영양에 의한 성인병이 만연되면서 이제까지 중요시하지 않았던 3차적 기능을 강조하고 이러한 기능을 특별히 많이 가지고 있는 식품을 분류 지칭하는 말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기능성 식품이라는 명칭이 합당치 않다고 보고 최근 이들은 designed food, 즉 특수한 목적에서 설계된 식품이라는 용어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양생식품(medicated food)이라는 용어가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학술적으로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아직 그 명칭이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능성 식품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제품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이제까지 소위 건강식품으로 불리던 제품들이며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돼 왔거나 기술제휴해 만들어낸 제품에 붙여지고 있다.

효과 뚜렷하고 신속하면 식품아닌 약품

특수한 생리활성 기능을 가진 식품소재에 관한 연구는 그동안 꾸준히 진행돼 왔다. 이들 식품소재는 제약부문에서 사용하는 약리활성 재료와는 구분된다.

식품에서 다루는 것은 치료효과보다 예방효과를 갖는 물질이다. 이들은 약이라고 판단하기에는 그 효과가 너무 느리고 미미하며 그 독성이 대단히 낮아 식품으로 장기간 대량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한 물질들이다.

효과가 뚜렷하고 신속하면 약품이기 때문에 식품의 생리기능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증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건강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식품에서 약리효과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으며 비양심적인 업자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상태를 악용해 과대선전을 일삼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

소위 '건강식품'이라는 이름으로 터무니없는 과장선전과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이들 부정식품의 범람을 막기 위해 보건사회부는 몇년 전부터 건강보조식품이라는 분류를 만들어 이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금년에는 그 대상 품목을 대폭 확대해 총 22종의 건강보조식품이 식품공전에 등재돼 있다.

이들 식품이 식품공전에 등재된 것은 이들 제품의 생리효과를 정부가 인정해 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생산과정과 유통을 정부가 감독하고 과대선전이나 부당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돼온 한약 또는 보약재료에는 생리활성 성분을 비교적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품재료들이 있으며 이제까지 식품으로 별로 사용되지 않던 저급 농수산물에도 인체에 유용한 성분들이 함유돼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이들 중 대표적인 예를 들면 EPA(eicosapentaenoic acid), DHA(docosahexaenoic acid)를 함유하는 생선 기름, 대체감미료로 사용되는 소당류(oligosaccharides), 식이섬유와 같은 다당류(polysaccharides), 생체 대사과정에 관여하는 여러가지 효소(enzymes), 면역체계에서 발견되는 항보체들을 들 수 있다.

EPA와 DHA의 생리효과에 관한 관심은 1972년 덴마크의 뱅(bang)과 뒤어버그(Dyerberg)가 에스키모인들의 식생활과 질병의 관계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에스키모인들의 허혈성 심질환 발병률이 유럽인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이유가 이들이 주식으로 하는 어류에 EPA와 DHA 함량이 높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한 데 기인한다. 이들은 w—3계(탄화수소측쇄 끝에서 세번째 탄소에 이중결합이 있는)지방산으로 순환계 질병뿐만 아니라 유방암 대장암 등 암의 발병률을 낮추고 머리를 좋게 하며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방암의 발병률은 지방의 섭취량과 밀접한 정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아직 지방섭취를 비교적 적게 하는 나라이므로 지방질의 섭취가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급선무다.

EPA나 DHA가 머리를 좋게 할거라는 추측도 이들 지방산이 뇌세포에 많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섭취한 지방산이 얼마나 그대로 뇌에 축적될 것인가도 의문이지만 이들 지방산이 뇌에 과량으로 축적되는 것이 과연 머리를 좋게 한다는 증거는 더더욱 없다.
 

(표1)지방 섭취량과 유방암과의 관계


DHA 함유한 우유 머리좋게 하는 증거 없어

이런 상황에서 DHA가 조금 더 함유된 우유를 머리가 좋아지는 우유로 선전판매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또 EPA나 DHA를 농축시킨 생선기름을 기능성 식품, 혹은 머리가 좋아지는 약으로 선전해 수험생에게 엄청나게 비싼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들 지방산이 항암작용 면역증진작용 등으로 동물실험에서 수명을 연장시켜 준다는 연구보고들이 있으나 한두 가지의 식품성분에 의해 인간의 수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전제는 받아 들여지기 어렵다. 그런데도 EPA나 DHA를 특정 생선기름에서 어렵게 정제해 기능성 식품이라는 이름으로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한편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들깨기름 유채기름 등에는 EPA나 DHA의 전구체(체내 대사과정에서 이들 물질로 전환될 수 있는 물질)가 되는 리롤렌산이 60% 이상 함유돼 있다. 이것은 체내에서 EPA나 DHA와 꼭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들깨기름을 자주 음식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식이섬유는 현재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생리기능 식품소재다. 동물실험에 주로 의존했던 서양의 영양이론에서 섬유소는 소화흡수되지 않는 물질로, 성장이나 체중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는 불필요한 성분으로 간주돼 왔다.

따라서 서양의 식품가공법에서는 섬유소를 대부분 제거하고 전분 설탕 단백질 지방 등의 영양성분만을 농축시킨 음식이 보편화된 것이다. 그 결과 비만현상이 만연하게 됐고 심한 변비현상과 대장암 발병이 급증하게 됐다. 그들은 1970년대에 와서야 비로소 이러한 문제가 그들의 식품 속에 섬유소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식이섬유를 만들어 약처럼 먹고 있다.

한국인은 다행히 아직 쌀밥과 채소를 주식으로 하고 있으므로 천연적인 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나라에서 식이섬유제제나 음료를 비만과 변비를 고쳐주는 기능성 식품 또는 미용식으로 수입해 팔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런 식품은 부모의 무관심이나 무지로 인해 빵이나 햄버거와 같은 서양음식에 잘못 길들여진 극소수의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은 아직 밥 김치 국(우거지)을 기본으로 하는 훌륭한 균형식을 먹고 있으니 식이섬유를 약처럼 먹을 필요가 없다.
 

'머리를 좋게 해주는 우유' '아무리 마셔도 살 안찌는 음료' '임내새를 제거하는 껌'등 '기능성 식품'으로 불리는 새로운 개념의 식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들 식품과 약품 구분할 줄 알아야

특수한 생리기능을 가진 식품소재로서 현재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소위 기능성 식품도 많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프럭토오리고당(fructooligosaccharides)을 들 수 있다.

이것은 포도당(glucose) 한 분자에 과당(fructose)이 2—4개 분자가 결합한 소당류로서 체내에서 소화흡수되지 않으면서 설탕에 가까운 단맛을 내는 물질이다. 특히 이것은 대장에까지 소화 흡수되지 않고 내려가 장내 균총중에서 인체에 유익한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의 생장을 도와준다.

그러므로 비만을 경감하며 당뇨병 관리에 이용되고 대장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체 감미료로 그 용도가 확대되고 있으며 여러가지 다이어트 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여러 업체에서 생물공학적 방법으로 이들을 대량 생산해 국내소비는 물론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대체감미료중에는 충치예방의 목적으로 당알콜류가 사용되고 있다. 솔비톨, 말티톨과 같은 당알코올은 설탕에 가까운 감미를 가지고 있으나 충치를 일으키는 세균들이 이용할 수 없는 물질이다.

따라서 캔디나 과자, 음료에 이들을 사용하면 충치를 현저히 줄일 수 있고 비만을 경감하는 다이어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너무 과량을 섭취하면 설사를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체감미료로 사용되는 여러가지 다른 소당류 당알코올류에 대한 개발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생리기능을 가진 식품성분에 관한 연구는 여러 분야에서 수없이 연구되고 있다. 체내 활성산소를 줄여 노화를 방지하는 효소인 슈퍼 옥사이드 디스뮤타제(superoxide dismutase)에 관한 연구가 최근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효소는 현재 소의 혈액중에 있는 적혈구에서 추출하는데, 이것을 항원성이 다른 인체에 적용하는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의 혈액을 식품으로 사용해 선지국을 즐겨 먹는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연구는 매우 흥미롭다.

또한 표고버섯 영지버섯 인삼 고사리 등에 있는 면역증진 항보체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효성분들을 추출 농축 정제하면 식품의 범주를 벗어나서 약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이 기능성 식품이라는 용어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이유다.

식품과학의 관점에서 기능성 식품이란 특수한 생리기능을 가진 식품원료를 이용해 술 죽 탕 음료 떡 과자 등의 식품으로 만든 것이어야 하며 약처럼 만들어 선전 판매해서는 안 된다. 현재 약처럼 선전 판매하는 기능성 식품들은 약품으로 분류돼 약품제조에 상당하는 철저한 생산감독과 유통관리하에 두어야 한다. 또 소비자들도 식품과 약품을 구분할 줄 아는 구매행위를 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철호 교수

🎓️ 진로 추천

  • 식품학·식품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