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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법칙은 물질과 에너지가 한 방향으로만 바뀔수 있음을 천명한다. 이는 엔트로피가 증대되는 방향인데, 우주 삼라만상은 가치와 질서가 있는 상태로부터 가치가 없는 혼돈 상태로만 변해간다.

향수병의 뚜껑을 열어두면 향기가 온 방안으로 퍼지게 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즉 향기가 다시 향수병에 모이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컵에 담긴 물을 엎지르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담아내기는 쉽지 않다. 불 속에서 부젓가락을 꺼내면 주위 온도와 같아질 때까지 식지만, 가만 둔 부젓가락이 열을 뿜게 되지는 않는다.

엔트로피를 이해하려면 먼저 들게 되는 몇가지 예들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관찰하는 수많은 현상들은 자세히 보면 모두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열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고 농도와 농담이 있을 때 서로 섞여 균일해지려는 경향이 대표적인 것이다.

엔트로피 이론의 중심이 되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활력, 즉 잠재력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는 넓은 의미에서 에너지 형태의 변화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에너지 형태가 변할 때 자발적으로 변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 즉 모든 변화는 항상 일방적으로만 진행하며,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엔트로피인 것이다.

에너지의 변화관계를 논의하는 학문을 열역학이라 한다. 여기에는 제 1법칙과 제 2법칙이 있다. 엔트로피 법칙은 제 2법칙에 해당된다. 이 열역학 법칙은 일반물리나 일반화학의 초보강의에서 가르치고 있는 고전이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고전 열역학을 가리켜 "이것만이 내가 확신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내용의 유일한 물리학 이론으로서, 그 기본 개념의 적용의 테두리 안에서는 결코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엎지르기는 쉬워도 주워담기는 어렵다'

열역학 제 1법칙은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다.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기 때문에 생성되거나 소멸될 수 없고, 오직 그 형태만이 바뀐다는 내용이다.

열역학 제 2법칙, 즉 엔트로피 법칙은 물질과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바뀔 수 있음을 천명한다. 다시 말해 물질과 에너지는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부터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얻을 수 있는 형태로부터 얻을 수 없는 형태로, 질서가 있는 상태로부터 질서가 없는 상태로만 변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엔트로피는 물질계의 열역학 상태를 나타내는 양(量)의 하나다. 열의 이동에 따라 엔트로피도 이동하는데 그 수치는 이동한 열량을 절대온도로 나눈 것으로 나타낸다.

불안정한 물질이나 계(system)가 평형상태 또는 안정된 상태로 되려 할 때 엔트로피는 증대된다. 이와 반대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으며 자연계의 현상은 반드시 엔트로피가 증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러므로 열역학 제 2법칙에 따르면 우주 삼라만상은 질서가 있고 가치가 있는 상태로부터 무질서하고 가치가 없는 혼돈 상태로의 한 방향으로만 변할 수 있는 것이 된다. 무질서한 상태일수록 엔트로피는 크고, 에너지 축적상태가 고르지 않고 집중돼 있을수록 엔트로피는 작다.

엔트로피 증대의 원리는 통계역학에서는 계의 분자운동이 질서정연한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자연스럽게 이행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정보이론에도 쓰이는데, 여기서 엔트로피는 모호함을 나타내는 정보량의 척도다. 모호함과 난잡한 정도의 증감이 엔트로피의 증감을 의미한다.
 

단층으로 형성된 분화구 바닥. 석탄은 옛 숲의 잔해가 탄화된 것이다.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에 들어있는 에너지는 불의 형태로 방출된다.
 

엔트로피는 증가하기만 한다

열역학 법칙은 귀납적 법칙이다. 즉 수많은 실험이나 관찰을 토대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법칙으로 정착한 것이다.

엔트로피란 용어는 1868년 독일의 물리학자 클라우지우스(Rudolf Clausius)에 의해 최초로 창안됐다. 그는 받힌 계(system)에서 에너지 준위의 차이는 그 차이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보다 41년 앞서 프랑스 장교인 카르노(Sadi Carnot)는 이미 그와 관련되는 기본 원리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증기기관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려는 연구를 통해, 전체 계의 한 부분이 매우 뜨겁고 다른 한 부분은 매우 차갑기 때문에 엔진이 작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에너지가 일로 변환되려면 반드시 에너지 농도의 차이가 있는 부분들이 계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가 온도차이에 따라 옮겨갈 때마다 다음 번에 사용가능한 에너지 양은 줄어든다.

댐 위의 물이 호수로 떨어지는 동안 물은 전기를 일으키거나 수차를 돌리거나 다른 종류의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닥의 물은 아주 작은 물레방아조차 돌릴 수 없다.

전자를 사용가능한 에너지, 후자를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의 상태라 할 때 엔트로피 증가는 사용가능한 에너지의 감소를 뜻하다.
 

엔트로피가 최대에 이르게 되면 지상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열죽음'상태가 된다.
 

1868년 독일의 물리학자가 창안

열역학 제 1법칙만 염두에 둔다면 에너지는 무한대로 쓴다고 해도 바닥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 열역학 제 2법칙을 적용하면 에너지가 어느 한 상태로부터 다른 상태로 변환될 때는 반드시 모종의 불리한 상황이 부과되게 된다. 이는 미래에 어떤 일을 하는데 사용가능한 에너지의 양이 손실됨을 뜻하는 것이다.

엔트로피 법칙에 의하면 지구 어디에선가 질서가 더 생기는 것은 그 주위 환경에서 그보다 더한 무질서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사람들은 공해 에너지위기 자원고갈 등이 지구 전체의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명 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의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주장은 일종의 성장한 계론으로 이어지는데, 아직 전적으로 공감을 얻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찌됐건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일수록 인간이 살기에는 부적합하거나 불편하다. 지구의 전체 에너지 양은 일정한데 사용불가능한 에너지가 많은 엔트로피 상태에 놓이게 되면 인간에게 많은 불편이 생길 것은 분명하다.

바야흐로 세계는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다 한다. 왜 그럴까. 먼저 석유자원의 고갈 때문이라고 간단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자원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엔트로피 증가 때문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연료를 태우는 일은 근본적으로 엔트로피를 증대시키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고찰해보면 지금과 같은 에너지자원 위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나무자원에서 석탄자원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중세 유럽은 나무 자원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문화였다. 거의 모든 분야에 사용되던 나무가 고갈되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석탄이다. 에너지 자원의 변환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사회체제나 자연환경, 나아가 세계관의 변화까지를 유발했다.

숲에서 나무를 해와 생활에 활용하던 사람들은 석탄을 구하기 위해 탄광으로 향했고 철도를 놓아 무거운 석탄을 운반했다. 그런데 화석연료는 나무연료를 사용할 때보다 더 큰 엔트로피 증가를 가져온다.

석탄은 수억년에 걸쳐 땅속에 묻힌 식물이 가연성으로 바뀐 퇴적암이다. 과거 지구가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낮은 엔트로피 상태를 축적해놓았던 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자연속 에너지 자원은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 즉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많은 상태로 존재한다. 천연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면 될수록 인간들은 손에 넣기 어려운 연료 쪽으로 옮아가게 된다. 이는 결국 에너지를 구하기 위한 엔트로피 방출이 심해진다는 이야기다.

근래들어 새로운 에너지로 핵에너지, 합성연료 등이 논의되고, 일부는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들을 구하려면 더 많은 엔트로피를 필요로 하며, 그 사용과정에서 더 많은 엔트로피가 발생한다.

절제를 추구하는 세계관만이 '살 길'

모든 에너지는 궁극적으로 열에너지 형태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 열역학 제 2법칙이 제시하는 결론이다. 모든 것이 열에너지 형태로 바뀐 상태를 열사(heat death) 상태라고 하는데 이를 우주의 종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열사상태는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로 생명체나 어떤 물질 분자도 없고 열만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한정된 자원이 아니면서 지구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아닌 것은 태양에너지 정도다. 지구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요인은 모두 태양에 근거한다. 지구는 상당히 낮은 엔트로피 상태인 햇빛, 즉 빛에너지를 흡수하고 같은 양에 해당하는 높은 엔트로피 상태인 열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한다.

그 덕분에 지구에는 낮은 엔트로피 상태인 생명체들이 생겨났다. 또 이들이 여러 종으로 진화하고 번식했다.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유명한 저술에서 생명체는 음의 엔트로피(네겐트로피)를 먹고 산다고 주장했다. 생명체는 양질의 에너지를 흡수, 엔트로피 증가를 이겨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생명체가 살아가는 것은 음의 엔트로피를 끊임없이 흡수함으로써 일종의 정류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질이나 에너지 등에 의한 음의 엔트로피 공급이 중단되면 생명체는 평형상태인 죽음에 이르게 된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특히 고등한 동물일수록 그 증가도는 심한데, 그 중에서도 인간은 으뜸이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을 뿐 아니라 나날이 발달하는 문명을 통해 연료를 소비하고 자원을 사용하는 데 가속도가 붙은 지 오래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혼돈의 와중에서 무질서해지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성장위주 세계관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라고 제레미 리프킨은 진단한다. 이 세계관이 병들고 시들어가며 모든 것을 오염시키는 원흉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도 세계관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처럼 엔트로피 이론은 엄혹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이는 환경오염 문제와 연관지을 수 있다. 환경오염 지수가 사용불가능한 에너지 형태로 변환된 사용가능한 에너지의 총량이라 할 때 결국 엔트로피증가와 환경오염은 같은 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엔트로피 이론은 환경보호론과는 방향이 다르다. 가령 엔트로피 이론은 요즘 한창 기대를 모으고 있는 물질의 재순환(리사이클링)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물질을 재순환한다는 것이 한번 사용한 에너지를 그대로 재사용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쓰레기를 처리해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할 경우 그 처리에는 또다른 새 에너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금속의 경우 재회수 효율은 30%에 불과하다.

물질(에너지)은 창조되거나 소멸될 수 없으며(열역학 제1법칙), 물질이 지속적으로 재순환되는 동안 매회 붕괴가 조금씩 진행되는 대가를 치른다(열역학 제 2법칙)는 엄혹한 법칙은 어찌보면 지구의 미래를 절망적인 것으로 규정하게 한다.

그러나 제레미 리프킨은 인류가 이같은 현실 앞에서 절망이 아니라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소비지향의 세계관을 절제와 조화의 세계관으로,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자연중심의 세계관으로 바꾸어 엔트로피의 평형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문명 비판에 기반을 두고 미래사회를 위해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엔트로피 이론은 현재 유럽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태주의 운동과도 맥을 같이 하는 듯하다.

'녹색운동'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생태주의 운동은 기존의 환경보호운동과는 세계관에서 큰 차이가 난다. 환경보호운동이 인류가 더 쾌적하고 편리하게 살아가는 데 목표를 둔다면, 생태주의는 인류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 또한 살아갈 수 없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일상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환경보호주의가 배기가스가 덜 배출되는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역점을 둔다면 생태주의는 '인간에게 자동차는 꼭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그리고 공해가 적은 교통수단을 찾을 것을 주창한다. 걷기나 자전거를 택하는 길이 그것일까?
 

더럽히긴 쉬워도 닦아내긴 어렵다. 엑손-발데즈 기름 유출사고로 더럽혀진 해안은 일일이 사람 손으로 닦아내야 했다.

 

'엔트로피'저자 제레미 리프킨

 

현대 미국의 대표적인 문명비평가이자 행동가로 알려진 제레미 리프킨은 현재 미국 생물과학기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93년에 조지 워싱턴대학의 시험관 수정 프로그램에서의 배자복제 실험 성공 소식이 매스컴에 발표됐을 때,그는 즉각적으로 윤리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인간의 탄생을 둘러싼 실험은 필히 새로운 종류의 우생학을 낳는다"는 그의 주장이 매스컴을 통해 세계로 전달됐다.

 

리프킨은 미국 의회 위원회에서 경제 및 사회문제에 관한 노사관계 고문 등을 역임했고, 1980년 카터 행정부에서 당시 미국경제의 미래를 입안하는 12명의 경제전문가중 한사람으로 직접 정부의 경제정책에 참여하기도 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 스쿨(Wharton School of Finance)과 터프츠(Tufts)대학의 플레처 스쿨(Fletcher School of Law and Diplomacy)을 거쳤다.


'엔트로피'이외의 저서는 유전공학기술의 사회적 충격을 비판한 '누가 신 역할을 맡을 것인가(Who Should Play God)' '부상하는 질서(The Emerging Order)' '선진국이 다시 일어선다(The North Will Rise Again)' 상식Ⅱ(CommonsenseⅡ)'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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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서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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