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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회 축소판 개미의 세계

엄격한 계급·철저한 분업·시간제 노동

인간과 가장 가까운 행동을 하는 개미, '곤충의 영장'이라 불리는 개미의 사회는 어떻게 조직돼 있을까.

요즘 프랑스의 젊은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책이 서점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세계 10 여개국에서 번역 출간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그는 이 책의 저술로 무명작가에서 일약 문단의 혜성으로 등장했다. 이렇듯 전 세계가 경이로움과 찬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파브르의 곤충기 이후로 처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개미가 어떠한 존재이기에 베스트셀러의 주인공이 되었나 그 실상을 살펴보기로 하자.

계급에 따른 임무만을 충실히

수많은 곤충들 중에서 개미만큼 인간사회에 가까운 무리도 없다. 이들은 모두 태어날 때부터 계급과 역할에 따라 맡은 임무만을 묵묵히 수행해 질서있는 사회를 이루고 산다. 개미 사회는 3계급(여왕개미 수캐미 일개미)으로 나누어져 있다. 여왕은 새로운 무리를 만들고 그 뒤로는 산란기계로서의 기능을 다한다. 날개를 가진 수컷은 일생에 단 한번 여왕과 결혼비행을 하여 여왕이 일생 동안 필요한 만큼의 정액을 공급하고 이내 죽는다. 일개미는 암컷이 중성화된 것으로, 크기도 작고 불임성이다. 그러나 이들은 부지런히 일하는데 개미사회의 요구에 따라 어떤 것은 보모, 어떤 것은 가사를, 또 어떤 것은 사냥꾼, 어떤 것은 군인으로서 갖가지 일에 고도로 숙달된 솜씨를 보이고 있다.

개미의 군집 개체수는 수십 마리에서 수만 마리에 이르는데 개개의 군집은 다른 큰 집단에서 분가되어온 여왕개미에 의해서 형성된다. 날개가 있는 여왕개미와 수컷은 결혼비행을 한 후 암컷, 즉 여왕개미는 날개를 잃으며 수컷은 죽고 만다. 교미를 마친 여왕개미는 차츰 새끼를 늘리게 되며, 군집이 충분히 발달되면 날개가 없는 불임성 일개미와 병정개미가 많이 생긴다. 날개가 없는 불임성 일개미는 변형된 암컷이다.

흔히 흰개미를 개미의 사촌쯤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은 변태 과정부터 크게 다르다. 흰개미는 불완전 변태를 하며 애벌레는 활동적이고 부화 후 곧 스스로 먹이를 챙겨 먹는다. 이에 비해 개미는 완전 변태를 하며, 애벌레는 다리가 없어 움직일 수 없는 구더기여서 발육의 전 기간동안 먹여주어야만 한다. 그후 애벌레가 번데기로 바뀌는데 군집의 초기에는 불임의 일개미만 생성된다. 이것들은 날개가 없고 퇴화된 생식기관을 갖고 있다. 이 군집이 대집단으로 커나가게 되면 날개가 있는 암·수가 주기적으로 생성되어 분가하게 된다. 이때 페로몬(pheromone)이라는 체외호르몬이 관여하게 되며, 이제까지 여왕개미에 의해 성숙을 억제받던 일부 여왕개미 후보들이 억제에서 벗어나 날개를 달고 새로운 개미왕국을 세우기 위해 집을 떠난다.

개미의 군집 내에서는 계급에 따라 그 역할에 현저하게 차이가 있다. 여왕개미의 주요한 업무는 집단의 번식에 있다. 여왕개미는 수명이 길기 때문에 한번의 교미로도 수년간 많은 알을 낳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수컷은 결혼비행만 끝나면 곧 죽고 만다. 새로운 군집을 이룬 여왕이 최초의 알과 새끼에게 기울이는 모성애는 대단하다. 애벌레가 성숙할 때까지 먹여 살리는데, 이 동안에 여왕의 날개 근육에서는 조직의 분해가 일어나 여왕 자신의 영양과 첫배의 새끼에게 먹일 분비물을 만들어낸다.

일개미는 집이 형성된 후에야 여왕개미와 어린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떠맡는다. 또한 일개미는 군집 내에서의 모든 노동이나 먹이 활동을 분업으로 분담한다. 병정개미는 글자 그대로 자신의 군집을 보호하고 경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보통 일개미보다는 체형이 크며 특히 머리와 턱이 잘 발달되었다. 이들은 더러 이웃의 집단을 공격하는데 전투병으로 참가하기도 하고, 집단내의 일개미 중 노동을 게을리하거나 먹이 활동을 하지 않고 태만한 개미들을 간혹 물어 죽이기까지 한다.
 

꿀을 모으는 일본 왕개미의 일개미


결혼 날짜 택일의 과학성

결혼비행은 날개가 있는 여왕개미와 수캐미만의 특권이다. 일개미와 병정개미는 날개가 없어 한평생 결혼비행 한번 하지 못한다. 이들의 결혼식 택일 방법은 대단히 과학적이어서 미신을 믿는 우리 인간들이 오히려 무색할 정도다. 개미들의 결혼식은 우리나라의 경우 5월부터 6월 사이에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경우 여왕개미와 수캐미의 출발 시각은 저녁에 해가 지고 나서 밤 7시부터 8시 사이다. 9시가 넘게 되면 벌써 여왕개미나 수캐미를 개미집에서 볼 수 없게 된다. 즉 개미의 결혼식은 빛과 깊은 관계가 있어서 저녁 햇빛이 굴앞에 비쳐 들 무렵에 시작된다.

개미들의 결혼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날의 기상이다. 대개 맑게 개이고 약간 후덥지근한 날에 많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맑게 개였다고 하더라도, 바람이 센 날이면 일개미들은 신부인 여왕의 행차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신랑 수캐미들을 모조리 굴 안으로 몰아 넣는다. 그러다가 기다렸던 좋은 날이 찾아오면 여왕개미를 선두로 하여 결혼 행렬이 푸른 하늘 높이 솟구친다. 이 때에는 수많은 수캐미가 덩어리로 떼를 지어서 따라가지만 끝까지 여왕을 좇아가는 힘세고 날쌘 놈만이 여왕을 차지하게 되고, 나머지 수캐미는 모두 땅위로 떨어져 죽어버리고 만다.

여왕개미는 모든 개미들의 우두머리이자 그 집단에 있는 개미들의 어머니이다. 개미들은 어느 것이나 굴속에서는 항상 머리를 여왕개미로 향하고 있다. 인간사회에서 모든 신하들이 왕을 향해서 엎드리듯이 개미들도 언제나 여왕 앞에서는 여왕을 향해 엎드리는 것이다.

어느 학자가 실험 중에 있는 개미집을 옮기다가 실수로 여왕개미를 눌러 죽인 일이 있었다 이때 놀랍게도 일개미들이 그 여왕의 시체를 새로 마련한 집으로 운반하더라는 것이다. 여왕개미가 아닌 다른 개미가 죽었을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뒤에 다시 실험삼아 개미들에게 새로운 집을 마련해 주었더니, 이번에는 그 여왕개미의 시체를 새로운 집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여러 날 동안을 그대로 죽은 여왕개미의 주위에 모여서 여왕개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는 죽은 여왕개미가 다시 살아나기를 갈망하는 것 같기도 하더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충성에 관한 한 개미를 따를 동물은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결혼 비행을 위해 집에서 나오는 여왕개미


복잡한 화학적 언어

개미들이 일에 열중하다 보면 배가 고플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개미들은 오다가다 길에서 동료를 만나게 되면 서로 상대방의 뱃속사정을 물어본다. 이때 개미들은 머리 끝에 달린 한쌍의 더듬이로 서로의 뜻을 전달한다. 배고픈 개미가 있으면 배부른 개미는 많은 양분이 섞여 있는 자기의 침을 토해서 배고픈 개미에게 준다.

그러나 이러한 영양교환에는 또다른 복잡한 의미가 있다. 개미의 침은 소낭이라 불리는 특수한 기관에 저장해 둔 화학물질인데, 이것을 조금씩 상대 개미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이 물질 속에는 개미의 의사를 전달해주는 화학적 성분이 포함돼 있어 상황에 따라 개미의 행동이 대응하도록 조절된다.

많은 개미들은 그들의 생존을 이러한 교환에 의지하고 있다. 이러한 영양교환에 의해 페로몬이 무리들에게 퍼짐으로써 병정개미와 일개미와의 비율이 조정되고, 또한 여왕개미와 수캐미의 후보까지 결정되는 것이다.

특이한 향기 자국

많은 개미는 동료들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특이한 향기 자국을 남겨 놓는다. 이 자국은 처음에는 일개미가 배를 땅에 대면서 달릴 때 나오는 일련의 향내나는 점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한두마리의 개체가 만든 향기 자국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대열의 전체 개미들이 만든 자국은 중요하며, 건조한 환경에서도 몇주 동안이나 지속된다. 또한 일개미는 양식의 출처나 적당한 보금자리를 만들 장소를 찾은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국을 남긴다. 이것은 병정개미의 현지답사 자국과 달리 그 모양이 일정하며, 하루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이때에 사용되는 것이 페로몬이라는 방향성 물질인데, 때로는 개미가 공격을 받았을 경우 그 집단의 다른 개체들에게 공격적으로 반응하라는 경보의 수단으로 쓰인다.

최근에 안 일이지만 어떤 종의 개미는 소리를 내고 듣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장차는 그 소리가 개미의 의사전달에 관계가 있다는 것도 증명될 것이다. 소리에 관계없이 개미가 자신의 흥분을 동료에게 간단히 전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즉 정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척후개미는 다른 개미의 가슴과 배를 촉각으로 두드린다. 만일 발견한 것이 특별히 큰 경우, 척후개미는 다른 개미의 가슴과 배를 촉각으로 두드린다. 발견한 것이 해를 미친다고 생각할 경우 위험신호를 낸다. 큰 턱을 벌리고서 복부를 높이 들어 아주 흥분하여 돌아다닌다. 그러한 행동은 다른 개미들을 부산하게 만든다.

그러나 흥분의 원인이 먹이를 발견한 때문임이 잘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의사전달에 중대한 착오가 생긴 것이다. 그리하여 개미들은 엉뚱하게도 그들의 집을 수리한다거나 애벌레를 돌보는 등 손에 닿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일부 개미들이 집밖으로 뛰어나가 먹이를 찾아내기도 한다.

이와같이 개미는 인류에 비교하면 아주 작지만, 기억할 수 있고, 학습할 수 있고, 잘못을 정정할 능력도 지니고 있다.

일명 수확개미라고 불리는 개미들은 여러가지 나뭇잎이나 풀잎 같은 것을 따서 집까지 물고 온 다음, 그것을 잘라서 흙과 함께 섞는다. 즉 반죽을 하는 것인데 이 반죽은 버섯을 잘 자라게 하는 비료가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반죽된 버섯 밭에는 개미들에게 필요한 버섯만이 자라게 되고 필요없는 다른 잡초나 곰팡이 등은 자랄 수 없게 된다. 그 이유는 개미들이 씹어서 만든 버섯 밭에 개미의 침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이 곰팡이의 생장을 억제하는 항생물질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미의 침 속에는 개미들에게 필요한 버섯만의 생장을 촉진시키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농사를 잘 짓는 또 다른 개미로 가위개미라는 종류가 있다. 이 개미는 주로 곰팡이를 재배하는데 대개 몸집이 작고 커다란 가시로 무장을 하고 있다. 이 개미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 나뭇잎을 자르기도 하고, 어떤 개미는 그 잎을 따서 지상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한편 다른 개미는 떨어진 잎을 운반하기 좋도록 작은 조각으로 나눈 다음, 그것을 양산처럼 들고 줄을 지어 집으로 돌아온다. 이 때의 모습은 마치 양산을 쓴 부인들의 행렬을 연상시켜 이 개미들에게는 '파라솔개미'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다.

가위개미는 잎을 따다가 먹는 것이 아니라 수확개미와 같이 씹는다. 씹은 것을 스폰지 덩어리처럼 만들어 집의 깊숙한 방에 보존하면 여기에서 곰팡이의 균사가 자란다. 방 안에는 곰팡이 재배를 전담하는 작은 일개미가 돌아다니고 있으며, 또 어린 새끼를 보살피는 보육담당 개미는 곰팡이가 무성한 곳으로 애벌레를 물고 가 그것을 먹게 한다. 이들은 하나의 나무를 하룻밤 사이에 벌거벗길 수 있을 정도이므로 중앙 아메리카에서는 큰 해충으로 취급되고 있다.

군대개미의 행군과 야영

군대개미는 주로 열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이 개미는 가위개미와는 달리 육식성이고 방랑자이기도 하다. 이 개미들은 영주할 장소를 결정하지 않고 먹이를 약탈한 지역에서 머물 뿐이다. 이들의 보금자리는 10여만 마리의 개미가 엉클어져서 만든 몸뚱아리의 집합체인데, 이들이 서로 얽혀서 만든 방에는 여왕개미와 애벌레가 살고 있다. 이 개미들은 사냥을 나설 때 필요에 따라 종대나 횡대로 대열을 지어 다니며, 야영지를 떠나 전진함에 따라 점점 그 수가 불어난다. 먹이를 만나면 사방에서 포위한다. 몸이 유약하고 활발하지 못한 곤충류는 모두가 꼼짝없이 개미들에게 붙잡혀 운반하기 편리하도록 조각조각 찢기게 된다.

군대개미는 행군하고, 사냥하고, 야영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동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은 여왕개미의 생식 주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왕개미는 대략 1개월 간격으로 대량의 알 덩어리를 낳고, 그 후 일개미들은 애벌레를 물고 다니면서 먹이를 주며, 그 애벌레가 고치를 만들 때쯤에 야영 생활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 애벌레가 번데기로 있는 동안 성충개미 이외에는 먹이를 먹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약탈 여행도 차차 줄어든다.

그러나 군단이 1주일쯤 야영을 하고 나면 여왕개미는 수많은 알을 산란하게 된다. 이 알이 2-3일 만에 부화되면 이번에는 새로운 애벌레들을 기르기 위하여 약탈 여행이 늘어난다. 이때부터 군대개미는 야영을 중지하고 새로운 애벌레를 운반하며 방랑 생활에 들어간다.

개미들 중에는 노예를 거느리고 거들먹거리며 사는 종류도 있다. 바로 '루페센스'라는 개미인데 이들은 생활의 전부를 노예개미에게 맡기고 있다. 만일 노예개미의 도움이 없다면 이들 종족은 1년도 못 가서 전멸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개미들은 전혀 일을 하지 않으며, 일개미도 노예를 부리는 일 이외에는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 집이 불편해서 이사를 갈 때에도 알이나 애벌레 같은 것을 자기들이 운반하지 않고 노예에게 맡긴다. 또한 먹을 때 조차 직접 자기가 먹지 않고 노예에게 먹여달라고 명령한다. 따라서 노예개미가 보살펴주지 않으면 굶어 죽게 된다.

강제로 노예를 만드는 개미 중에 '산기니아 개미'라는 종류가 있다. 이 개미는 '후스카 개미'를 노예로 삼는데, 비교적 적은 수의 노예를 거느리고, 자기들이 할 일과 노예가 할 일을 구별하고 있다. 즉 이사를 할 때에는 노예가 이사짐을 나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노예까지 나른다. 그러나 애벌레를 기르는 일은 노예에게 시키며, 자기들은 그런 일을 시킬 노예를 사냥하러 다닌다.

진딧물과의 공생

식물의 어린 싹이나 줄기에는 보통 진딧물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 진딧물의 주변을 살펴보면 여러 마리의 개미들이 서성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진딧물은 필요 이상으로 식물의 즙액을 빨아 그 여분을 감로라는 달콤한 액체 형태로 배출한다. 그리하여 개미가 진딧물을 가볍게 때리면 진딧물은 뱃속에 모아둔 물방울 모양의 감로를 준다. 그러면 그 답례로서 개미는 진딧물을 먹이가 많은 곳까지 운반해 주기도 하고, 다른 포식곤충으로부터 진딧물을 호위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겨울이 되면 진딧물의 알을 겨울 동안 개미집속에 가져다 두는 종류들도 있는데, 이들은 그것을 마치 자신들의 알인 양 정성껏 보살핀다.

어떤 종류의 개미들은 담흑부전나비의 애벌레를 자기들의 집에 끌어다 놓고 그 애벌레에게 맛있는 먹이를 먹인 다음, 대신 그 애벌레의 몸에서 나오는 단물을 빨아먹기도 한다. 이들은 서로 도우면서 생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관계에 있다.
 

진딧물을 보호해주고 있다


20%만 일한다

많은 곤충류 중에서 가장 부지런을 떠는 무리로 개미를 꼽고 있다. 따라서 직장에서 개미처럼 일하지 않으면 감원 대상에 오른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북해도대학의 사카가미교수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여 흥미를 끌고 있다. 그 이론의 핵심은 "개미처럼 일한다는 표현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며, 개미라고 모두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또한 개미의 하루 근로시간은 고작해야 6시간이어서 6시간 노동이 자연계의 섭리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는 잘 관찰해보면 개미라고 모두 열성사원은 아니며, 모든 개미가 하루에 6시간씩 일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즉 먹이를 얻기 위해 일하는 비율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체 개미식구중 50% 이상은 하루종일 빈둥거리며 나머지 20%도 자세히 살펴보면 그저 적당히 왔다갔다만 할 뿐 성의가 없는 태도를 취한다. 개미세계에서는 일하는 20%가 나머지 80%의 노는 개미를 먹여 살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하는 개미 20%만을 따로 모아서 새로운 집단을 구성해주면 이중 80%는 다시 빈둥거리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찰을 토대로 하면 개미는 전체 구성원수에 관계없이 항상 20%만 일하며 이것이 또다른 자연계의 섭리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80%의 개미가 평생 노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전투가 벌어져 일하던 개미 20% 전체가 몰살당할 경우, 그동안 잘 놀던 개미중 20%가 자발적으로 일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개미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조직을 꾸려오면서 소수 정예가 아닌 휴식의 예비군제를 십분 활용해가며 진화를 거듭해 온 것이다.

그리하여 지능이 인류에 의해 가장 화려하게 개화된 것 같이, 개미류는 동물계에서 가장 복잡한 자극에 의해 지배되고, 또한 그에 따라 화려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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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남상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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