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단백질이고 생물체의 생성, 유지, 진화에 직접 관여하는 것도 단백질이다.
19세기 중엽 네덜란드 화학자인 게라두스 뮬더(Geradus Mulder)는 모든 동물의 조직과 식물의 즙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을 추출해냈다. 그는 이 물질이 의심할 여지없이 생체 구성성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이며 이것 없이는 지구상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뮬더는 이 물질에 프로틴(Protein, 그리스어 Proteios는 처음으로 중요하다는 의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양에서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프로틴을 새알의 흰자위 이름과 같은 단백질(蛋白質)이라 불렸다.
뮬더는 단백질이 ${C}_{40}$${H}_{62}$${N}_{10}$${O}_{12}$ 같은 복잡한 화학식을 갖는다고 하기도 했다. 비록 뮬더가 단백질의 화학구조에 관해 틀린 발표를 하긴 했으나, 그는 단백질이 생명체에서 필수불가결한 물질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말한 최초의 학자가 된 셈이다.
단백질이란 무엇일까. 흔히 단백질이라 하면 달걀 고기 등 몇몇 식품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단백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면 훨씬 넓고 깊은 그 세계에 놀라게 될 것이다.
단백질은 세포에서 가장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필수적 구성성분이다. 생물체마다 화학적으로 다른 단백질을 가지므로 생명의 세계에는 수백만개의 단백질이 존재한다. 염색체가 갖는 유전정보에 따라 아미노산 순서가 결정되므로, 유전자가 가진 정보만큼 다양한 구성의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많은 생명물질이 그렇듯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대단히 다양한 기능을 한다(표1). 단백질은 대개 아미노산 가지의 구조 및 사슬에 놓여진 아미노산 순서에 따라 독특한 구조와 화학적 성질이 결정된다.
단백질은 모양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다. 머리카락, 근육조직 같은 긴 막대모양의 단백질이 있는가 하면, 혈액의 헤모글로빈이나 대부분의 효소는 둥근 공모양을 하고 있다. 시골에서 기르는 수세미를 과육을 제거하고 섬유질만 남겼을 때의 모양을 상상하면 된다.
신기하고 놀라운 아미노산의 세계
생물체에서 단백질이 하는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아미노산의 화학적 성질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고 번식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종류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자연의 섭리가 오묘한 것은 단지 20개의 비교적 간단하고 독특한 화학구조를 갖는 아미노산의 연결로 이 모든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계에 알려진 1백여개의 아미노산 중 실제로 생물체의 단백질 합성에는 20개의 아미노산만이 사용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미노산의 화학 구조가 하나의 통일된 골격구조를 가지고 그 중 한개의 그룹만이 서로 다르도록 만들어진 점이다.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카르복실기(-COOH)가 붙은 탄소를 알파(α)탄소라 하는데 이 α탄소에 세 개의 그룹 중 아미노그룹(-${NH}_{2}$), 수소 그리고 가지사슬인 R그룹이 붙게 된다. 이 R그룹에 따라 20개의 각기 다른 독특한 화학구조를 갖는 아미노산이 결정된다.
아미노산의 독특한 화학적 성질 중 하나는 아미노산의 탄소 카르복실그룹과 아미노그룹이 생리적인 pH에서 이온화하여 하전을 띄우게 된다는 점이다(그림2).
이같은 아미노산 결합은 아미노산 한 개의 아미노그룹과 다른 아미노산의 카르복실 그룹에서 한 분자의 물이 빠져 나가면서 공유결합인 펩티드결합을 형성하게 된다(그림3). 이와같이 긴 사슬 아미노산이 되도록 연결하는 화학결합 방식으로 만들어진 폴리펩티드를 단백질이라고 한다.
단백질은 이 폴리펩티드 내부의 아미노산들 간에 작용하는 또다른 힘에 의해 포개져 독특한 모양의 입체구조를 가지게 된다. 단백질의 자연적인 모양은 물이 있는 주위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생체내에서 기능하도록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는데 최소의 에너지만 들도록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고분자 화합물은 대단히 복잡한 3차구조를 가지게 된다.
생명체의 모든 활동에 관여
단백질은 생물체 내에서 기능을 하는데 필요한 서로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네 단계의 구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1차구조는 단백질을 아미노산 순서와 그 수에 따라 나타내고 있다.
다음 2차구조라 함은 폴리펩티드 사슬이 자체 또는 다른 폴리펩티드 간의 수소결합(>;NH…0=C<;)에 의해 만들어지는 구조다. 이는 자연적으로 분자 내부의 펩티드 간에 형성되며 한 축을 따라 펩티드가 오른쪽으로 휘어감고 돌아가는 구조(α-Helix:알파핼릭스라고 함)같은 것이 있다. 또다른 타입의 2차구조는 베타시트(β-Sheet)로 두 개의 폴리펩티드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만나 수소결합을 이루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여러 2차구조 모임이 폴리펩티드를 포개지고 감아지게 하여 복잡한 공모양의 구조를 갖게 되는데 이를 단백질의 3차구조라 한다.
단백질 3차구조(입체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소결합 외에도 아미노산의 서로 다른 -R 그룹 간의 정전기적 힘, 시스테인 간의 이황화결합(-S--S-), 소수성 -R 그룹 간의 흡인력 등 여러 힘들이 작용한다. 이로써 펩티드는 상당히 튼튼한 구조를 갖게 된다(그림 4).
네번째의 폴리펩티드가 만드는 단백질 구조는 단백질의 4차구조라고 한다. 이는 이미 완성된 입체구조의 단백질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더 복잡한 모양의 단백질로서 생체에서 기능 단백질로 역할하기 위해 한개의 큰 구조를 갖게 된 경우다.
유전암호 전달하는 정보원도 단백질
단백질은 정보를 갖는 고분자로 볼 수 있다고 이미 언급했다. 염색체 속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인 핵산의 베이스 순서에 따라 단백질의 아미노산 순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단백질에서 아미노산 순서는 정확히 말해서 정보 RNA(mRNA)가 갖는 세 개의 뉴클레오티드 베이스가 한 묶음이 되는 암호 정보와 정확히 일치한다.
정보 RNA가 갖는 정보는 유전자 DNA가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를 그대로 복사하여 얻어지며 단백질 합성과정에서 정보 RNA는 바로 아미노산을 순서대로 받아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단백질 합성과정에서 두번째로 중요한 기능을 하는 RNA로는 리보솜이 있다. 폴리펩티드를 만드는 작업이 이곳에서 일어난다(그림6).
유전자가 가진 정보는 전사 과정을 통해 정보 RNA(mRNA)를 만들어 전달하고 이 정보 RNA에 있는 뉴클레오티드 세 개의 베이스가 한 개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암호로 작용하게 된다. 단백질 생합성에서 한 개의 아미노산을 지칭하는 암호로 세 개의 짜여진 뉴클레오티드 베이스들을 코돈(Codon)이라고 부르고 있다.
단백질 합성과정에서 세번째로 중요한 RNA로는 운반 RNA(tRNA)가 있는데 이 분자는 정보 RNA가 가지고 있는 암호를 읽고 또 그에 해당하는 아미노산을 리보솜에 운반해주는 두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RNA다.
세포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은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그림7). 단백질 합성 초기에는 정보 RNA의 암호에 해당하는 아미노산을 운반하는 운반 RNA(tRNA)가 해당 아미노산을 가지고 정보 RNA에 붙는다. 처음에는 작은 리보솜, 다음에는 큰 리보솜이 붙어 다음 아미노산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다.
다음은 합성의 진행 단계로 두 아미노산의 펩티드 결합이 효소에 의해 이루어지고 제일 먼저 아미노산을 전달한 운반 RNA는 리보솜을 떠난다. 이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면 긴 사슬의 펩티드 공유결합이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반응을 중지시키는 정보 RNA의 암호에 따라 리보솜에서 만들어진 폴리펩티드가 떨어져 나오게 된다. 새로 만들어진 펩티드는 몇단계의 조정과정을 거쳐 포개짐이 이루어져 가장 안전한 입체구조를 형성하게 되고 필요한 장소에 운반된다. 이때 만약 유전정보에 이상이 발생, 단백질을 잘못 만들게 되면 유전병, 정신질환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생물체의 생성, 생명 유지, 진화 등 모든 생명현상에 직접 관여하게 된다.
최근 유전자 조작기술이 급격히 발전되면서 DNA합성과 시험관 속 생체 단백질 합성체계를 이용하여 단백질을 다량 합성할수 있게 됐다.
이러한 방법을 응용하면 기존 단백질 중 몇개의 중요한 기능의 아미노산을 다른 아미노산으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성능이 뚜렷이 개선되거나 또는 전혀 다른 기능을 갖는 새로운 인공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유전공학기술이 기존 능력을 갖는 적은 양의 단백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면, 단백질공학 기술은 기존의 단백질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안정한 인공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앞으로 질병 퇴치, 환경오염 개선, 식량자원 증산, 식품 개량 및 새로운 바이오 에너지 창출 등 많은 분야에서 인류복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