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크리에이터(창작자) 구독자 100만 시대, ‘과학’이라는 비인기 주제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남다른 기획력과 독특한 표현 방식으로 구독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과학 분야) 상위 1% 크리에이터들의 성공 비결을 직접 들어봤다. 프레임 밖 크리에이터들의 리얼한 일상은 덤으로 느낄 수 있다.
‘아이언맨 광자포’ ‘액화질소 메이총’ ‘배틀그라운드 빨리 낙하하는 법’ ‘우주에서 총을 쏘면 어떻게 될까?’.
긱블(Geekble)은 그동안 신기하고 별난 영상을 만들어 왔습니다. 왜 이런 영상을 올리고 있냐고요? 긱블은 열정적인 공대생들이 모여 사람들에게 과학을 재밌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팀입니다. 2017년 1월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팀이 꽤 커져서 디자인,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 전공자 14명이 함께 합니다.
‘긱블러들(긱블 사람들)’은 한 가지 가슴 뛰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뮤지션에게 무대가 있듯, 스포츠 선수들에게 경기장이 있듯, 모델에게 런웨이가 있듯,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멋진 무대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괴짜(Geek)는 만들 수 있다(Able)
긱블이라는 이름은 괴짜(공부벌레)를 뜻하는 단어 ‘Geek’과 할 수 있다는 뜻의 ‘Able’을 합친 겁니다. 긱블 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슬로건을 세웠는데요. 과학이 재미있고 특별한 이유가 바로 우리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어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세상에 호기심을 던지고, 발견하고, 창조합니다. 덕분에 과거에는 ‘초능력’이라고 불렸을 일들이 이젠 당연하게 일어납니다. TV가 없던 시절에는 저 멀리 떨어진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지는 아시안게임 축구 경기를 보는 걸 ‘천리안’이라고 불렀을 거예요. 긱블은 독자 여러분들이 과학을 단순히 ‘시험 점수를 위한’ 과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무궁무진한 호기심, 무궁무진한 창조가 과학의 진짜 묘미니까요!
'감독님’이 있는 ‘할리우드 세트장’
긱블 스튜디오는 과학 콘텐츠를 제작하는 ‘할리우드 세트장’입니다. 쓰고 보니 좀 거창한데요. 실제로 3D프린터, 레이저커터 등 각종 전자 기기와 크로마키 촬영을 할 수 있는 그린스크린, 캠코더, 조명, 짐벌 등 영상 장비가 갖춰져 있습니다. 공작실에 촬영장을 합친 느낌이랄까요.
넓은 공간에서 만들고, 찍고, 편집할 수 있어서 굉장히 효율적이에요. 한 공간에서 여러 작품들을 함께 만들다보니까, 재밌는 일도 많이 일어납니다. 얼마 전에는 로봇 주황버섯과 로봇 거북이껍질을 싸우게 했어요. 궁금하신 분들은 긱블 유튜브로!
긱블에서는 이렇게 괴짜 같은 아이디어가 넘쳐나요. 누구든, 언제든 회의를 소집할 수 있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살아있는 전두엽들이 만나면, 가끔 깜짝 놀랄 만큼 멋진 아이디어가 나오곤 해요. 한번은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로 긱블러와 똑같이 생긴 인조인간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왔… 하하하.
멋진 아이디어에는 멋진 실행력도 중요하답니다. 긱블에는 한 콘텐츠의 리더를 맡아서 마지막까지 제작을 책임지는 ‘감독님’들이 있어요. 지금 긱블에는 세 가지 콘텐츠 시리즈가 있습니다. 뚝딱뚝딱 별난 장치를 만드는 ‘어제 만든’ 시리즈와, 동심어린 호기심을 친절한 그래픽으로 설명하는 ‘정말 중요한 질문들’ 시리즈, 그리고 최근에는 공대생의 불편한 드라마 ‘감성파괴이과’ 시리즈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과학을 통해 더욱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에요. 음악과 과학을 결합한 뮤직비디오부터, 라이브 로봇 배틀 쇼까지. 과학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앞으로 긱블의 재밌고 별난 행보를 기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지적 호기심에 목마른 학생부터 성인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대중에게 ‘과학’이라는 프레임으로 소통하는 과학쿠키입니다.
과학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성인들은 어렵고 따분한, 별로 필요 없는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마치 간식을 즐기는 것처럼 즐겁고 유쾌한 과학, 때로는 달달함에서 깊은 감동이 느껴지는 과학’으로 과학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채널 이름을 ‘과학쿠키’라고 정했습니다.
과학적 발견, 과학사 관점으로 접근
제 콘텐츠의 방향은 과학적 발견이 이뤄지게 된 역사적, 사회적 배경, 과학자의 고뇌 등을 과학사적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과학적 발견을 해낸 과학자와의 공감을 이끌어내 감동을 체험하고, 발견이 있기까지의 노력과 집념, 해학적 에피소드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콘텐츠의 아이디어는 주로 물리학에서 시작됩니다. 특히 현대물리학에 도달하는 역사의 큰 흐름에 관심이 많습니다. 15~18세기 과학이라는 학문이 여러 분야로 나눠져 있었던 상황에서도 학문 간 상호작용이 있었다는 사실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우리가 자주 접했던 개념은 탄생 비화를 중심으로 색다르게 소개하고, 생소한 개념은 잘 알려진 현상들을 사례로 제공하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찾지 않아도 다룰 수 있는 내용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콘텐츠 주제를 정하는 것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만 구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표현하는 방법은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스크립트 작성에 각별히 신경 써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뉩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계는 첫 단추, 즉 스크립트 작성을 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또 스크립트를 제작하는 단계입니다. 첫 단추에서 방향이 틀어지거나 갈팡질팡하는 경우 완성품의 완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크립트는 각별히 신경을 써서 작성합니다. 보통 작성하는 데 1~2일이 걸립니다.
다음은 목소리 더빙과 영상 스케치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스크립트에서 필요한 모든 목소리를 녹음하고, 녹음된 목소리를 바탕으로 영상의 가장 큰 틀인 스케치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큰 틀을 만들어놓고 나면 필요한 영상클립이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제가 등장하는 설명 영상과 손 그림을 촬영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스크립트를 짤 때 이미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 어떤 영상을 찍을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고 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작하는 동안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설명 영상을 찍을 때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고 설명하는 것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데도 매번 새롭습니다. 연습을 꽤 하고 촬영하는데 NG(No Good)가 많이 나요. 1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원하는 수준이 나올 때까지 2시간 넘게 촬영한 적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리소스들을 모아 편집한 뒤 유튜브에 업로드합니다. 분량이 길지 않은 경우, 수합하고 편집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편집 실력이 취미 수준이어서 이 단계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됐는데, 지금은 요령이 많이 늘어서 쉽게 마무리하곤 합니다.
하루 3~4시간 작업, 독서와 강연도 짬짬이
영상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일에 전념하다 보니, 앞서 말씀드린 4단계의 과정을 요일별로 3~4시간씩 분담해서 하고 있습니다. 이외의 시간은 과학사와 관련된 책을 읽거나, 서양과학사를 다루는 데 필수적인 어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학원에 지원하기 위해 학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밖에 여러 가지 강연, 기관 또는 기업과의 공동작업, 집필 등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크게 2가지입니다. 먼저, 제 영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도구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또 과학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을, 마치 재미있는 인문학을 주제로 이야기하듯 하나의 자연스러운 문화로 인식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과학을 콘텐츠로 다루는 크리에이터가 거의 없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합니다.
노력한 만큼의 수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죠. 저 역시도 본격적으로 활동한 지 이제 겨우 10개월 남짓한 새싹 단계이기 때문에 그 동안의 수익은 거의 없거나 약간의 후원금이 모이는 정도였습니다(물론 최근 들어 채널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강연, 방송, 집필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수익이라는 현실의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과학을 사랑하고, 이것을 통해 진심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면, 모든 걸 걸지는 않더라도 시도는 해보길 추천합니다. 남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가진 최고의 장점 아니겠어요?
안녕하세요? 1분 과학입니다. 채널 이름을 이렇게 정한 건 과학 이야기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2분이 넘지 않는 짧은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배경음악을 넣고 랩 하듯 빠르게 말하는 게 콘셉트였는데, 하다 보니 요즘은 10분을 넘기네요.
무조건 재미있게 만든다
제가 1분 과학을 만든 건 과학 전공자만 알고 있기에는 과학적 지식이 너무 중요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조금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왜 아무도 얘기하지 않지?’라고 생각했죠. 과학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회라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유일하게 진실을 비춰주는 불빛 같았습니다.
그런데 마땅히 알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야, 너 유전자가 말이야…”라고 얘기를 하거나, 안방에 들어가서 “엄마, 수렵채집 시절에는…”하고 얘기를 했다간 따돌림을 당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쉽게 영상으로 만들어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저를 더욱 이상하게 생각하는 친구도 생겨났지만, 좋아해 주기 시작한 몇 명의 친구가 엄청난 힘이 됐습니다.
스토리는 주로 책에서 얻습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데, 과학 분야, 인문 분야 가릴 것 없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연결이 됩니다. 과학책에서는 과학적 사실에 대해 설명하고 인문학책에서는 인문학적 이야기를 하는데, 달라 보이는 두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연결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새로운 스토리가 됩니다.
그리고 나서 재미 요소를 넣습니다.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는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만 나열하면 또 하나의 지루한 과학 수업이 될 수 있지만, 재미가 있다면 과학을 배우는 경험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공감을 할 수 있다는 말이고, 공감할 수 있다는 말은 과학이 대중화될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영상이 재미가 없으면 절대 업로드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크리에이터의 매력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은 대략 2주 정도 걸립니다. 이후에 녹음과 편집을 하는데, 창의성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이 ‘노가다’ 작업은 하루 종일 몰두하면 평균 이틀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상대성이론(?)이 적용되는데요, 스토리를 만들 때 소요된 2주는 2시간처럼 느껴지는 반면, 편집할 때 소요된 이틀은 2억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말입니다. 편집할 때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생각이 듭니다.
녹음은 요즘 베란다에서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방 안에서 장롱 문을 열고 했습니다. 장롱 문을 열면 두꺼운 옷들이 있습니다. 이 옷들이 소리를 잘 흡수해주는데, 어느 날 베란다로 이동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과학과 성(性)은 떼어놓을 수 없는(?) 단짝입니다. 이 날도 어김없이 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정자! 귀두! 콘돔! 한참 장롱에 외치고, 한 시간 가량 녹음을 끝낸 뒤 화장실에 가기 위해 뒤를 돌았는데, 제 방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활짝. 그리고 거실엔 가족이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수치심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베란다가 마음은 편하지만 안 좋은 점도 있습니다. 제 채널에서 인기가 꽤 좋았던 ‘시간이라는 환상’이라는 영상이 있습니다. 12분가량 되는 긴 영상인데, 영상 전반에 걸쳐 ‘치이익~’ 소리가 쭉 깔려있습니다. 빗소리입니다. 이걸 배경음으로 생각하는 분도 있던데, 이 때가 장마철이었습니다. 베란다 창문을 닫으면 숨이 막혀 열어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빗소리는 고스란히 12분을 채웠습니다.
이런 저를 불쌍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이게 바로 크리에이터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멋진 장소와 비싼 장비는 필요 없습니다.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분에게 제가 해드리고 싶은 조언은 딱 하나입니다. 하고 싶은걸 하세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성공입니다.
‘과학= 현실’ 알리고파
미국의 작가 폴 호켄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늘에 별이 1000년에 한 번 나타났다면, 세상 사람들은 별이 나타나는 날 모두 모여 하늘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별은 매일 밤하늘에 떠있고, 사람들은 TV를 본다.”
아무리 신비롭고 중요한 것이라도, 너무 흔하면 그 중요성을 알아보기가 정말 힘듭니다. 제가 과학 이야기를 할 때 주변 사람들을 보면, 과학 이야기에 흥미를 갖기보다는 과학에 빠져있는 저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이 왜 중요하고 재미있는지 공감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 ‘현실 때문에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말 ‘현실’은 뭘까요. 돈? 좋은 직장? 사람들이 말하는 현실은 모두 머릿속에서 가상으로만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현실은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 곧바로 변해버립니다. 20만 년 전 지구상에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에게 초록색 종이나 콘크리트 빌딩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20만 년 뒤엔, 또 어떤 것이 ‘현실’이라고 불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20만 년 후나, 20억 년 뒤에도, 중력은 변하지 않고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것을 현실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것을 현실이라고 말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적절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과학이라는 현실을 배웁니다. 그리고 이 현실을 진정으로 배운다면, 사람들은 세상을 다르게 볼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지는 모습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