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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안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오락기'

긱블x과학동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발랄한 배경 속에 술래인 영희가 노래를 부르며 돌아봅니다. 양 갈래로 묶은 머리가 아주 귀엽네요. 그런데 영희가 조금 이상합니다. 몸통은 그대로인 채로 목만 180° 돌리질 않나, 양쪽 동공을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굴려 움직이는 사람을 찾기도 합니다. “탕!”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움직인 게 영희의 눈에 띄자마자 총성이 울렸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한 서바이벌, ‘오징어 게임’의 시작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명한 드라마지만,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라 드라마 내용을 모르는 착한 미성년자 여러분도 계실 겁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거액의 빚을 지고 삶의 나락에 빠진 사람들이 상금 456억 원이 걸린 서바이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내용입니다. 암울한 상황과 동심을 자극하는 게임이 상반돼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유튜브만 봐도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 만들기, 실사판 오징어 게임 개최 등 오징어 밭입니다. ‘오징어 코인’의 ‘떡상(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뜻)’에 긱블이 탑승하지 않을 수 없겠죠. 숨숨 님이 아이템을 찾기 위해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사무실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숨숨 님이 보던 장면은 바로 앞에서 소개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대목입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게임 속 참가자들을 감시하는 귀여운(?) 영희의 얼굴이 인상 깊습니다. 넷플릭스가 만든 공식 굿즈에도 이런 영희의 얼굴이 담겨있습니다. 말 그대로 영희의 머리를 똑 떼어 오락기 속에 넣은 모양입니다. 치사하게도 소수의 ‘셀럽 VIP’에게만 선물했죠. 긱블은 이 오락기를 직접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Power LED로 강렬한 눈빛 장착 


이번에 만들 오징어 게임 오락기는 단순히 예쁜 무언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무려 알람시계라는 기능을 갖췄죠. 오락기의 버튼 세 개가 각각 5초, 30분, 24시간 타이머에 해당합니다. 이 타이머는 버튼을 누르면 작동합니다. 그런데 시간을 알려주는 방식이 조금 무섭습니다. 설정해뒀던 시간이 끝나는 순간, 오락기 화면 속에 들어있던 영희의 고개가 360° 돌아가도록 설계했습니다. 동시에 영희 눈의 빨간 발광다이오드(LED)가 번쩍번쩍 빛나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란 노랫소리가 흘러나올 겁니다. 어째 드라마 속 장면보다 더 무서운 모습이 상상되네요. 


먼저 외관 파트입니다. 숨숨 님이 3차원 컴퓨터 그래픽(CG) 소프트웨어인 지브러시를 이용해 영희의 얼굴을 빚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3차원 모델은 긱블의 프린팅팜에서 3D 프린터로 뽑아냈습니다. 붉은색 파스텔을 이용해 볼 터치와 입술 화장도 해 줬습니다. 영희 머리를 넣을 오락기는 플라스틱 판의 일종인 포맥스로 만들었습니다. 알록달록한 모습이 아직까지는 귀엽고 발랄합니다. 


‘강력한’. 메이커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형용사입니다. 키쿠 님이 담당한 전자파트 속에도 이런 포인트가 숨어있죠. “눈을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영희의 눈을 밝게 빛나게 해보고 싶어서 파워(Power) LED를 사용했습니다.” 강력한 LED를 이용해 영희의 눈빛에서 진정한 공포를 느끼게 해 주겠다는 키쿠 님의 각오가 엿보이는군요. 키쿠 님은 “파워 LED에서는 너무 밝은 빛이 나와서 눈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보안경을 착용하고 볼 것!”이라고 주의사항을 전했습니다. 


파워 LED는 보드 위에 LED 칩을 결합한 형태라 ‘COB (Chip on Board) LED’라고도 불립니다. LED 칩에는 크기가 매우 작은 소자용 LED 칩이 9개 이상 모여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반 LED보다 광원이 많아져 매우 밝은 빛을 낼 수 있죠. 


전자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발열 현상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발열 현상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소자나 부품이 터지거나, 회로에 무리가 가 고장이 납니다. 특히 파워 LED는 자그마한 LED 칩이 좁은 공간에 여러 개 모여 있는 구조라 발열 현상에 취약합니다. 열을 제대로 식혀주지 않으면 LED에서 발생하는 열로 파워 LED가 타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파워 LED의 보드 부분에는 알루미늄 방열판이 부착돼 있습니다. 열을 잘 전달하는 알루미늄의 성질을 이용해 발생하는 열을 공기 중으로 배출하죠. 긱블은 효율적인 열 배출을 위해 영희 머리의 내부를 비워뒀습니다. 이러면 알루미늄 방열판이 공기 중에 노출돼 발열 현상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영희의 양 눈에 파워 LED를 하나씩 박아 넣었습니다. 강력한 LED인 만큼 하나에 5W의 전력을 필요로 하죠. 5W라는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 간단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전력 계산식 전력(P)=전압(V)×전류(I)에 대입해보면 됩니다. 5W짜리 파워 LED에는 5V의 전압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5=5×1. 전류는 1A가 필요하네요. 이런 LED를 두 개 사용했으니 2A의 전류가 있어야 파워 LED가 작동합니다. 


1mA(밀리암페어·1mA는 1000분의 1A)는 인체에 흐를 경우 살짝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전류입니다. 50~100mA가 흐르면 심실세동으로 사망할 위험이 있습니다. 2A는 그 수십 배 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전자파트에는 보안경이 필요할 정도로 강렬한 LED에, 감전 시 사망 위험이 있는 강한 전류가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군요. “제발 그만해…! 나, 너무…무서워!” 드라마 속 오일남 할아버지의 대사가 들리는 건 기분 탓이겠죠?


2A의 전류를 감당하기 위해 3A짜리 DC모터 드라이버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외부 전원을 사용해 충분한 전력을 공급해줍니다. 보통 DC모터 드라이버는 DC모터의 방향을 제어하는 데 사용하지만, 이번엔 파워 LED의 밝기를 조절하고 제어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그 덕분에 영희가 붉은 안광을 번쩍번쩍 빛낼 수 있게 됐습니다. 

 

360° 고개를 돌리는 제2의 컴퓨터


영희의 고개를 돌리는 건 다이나믹셀 AX-12A 모터의 역할입니다. 내부에 아두이노와 비슷한 작은 컴퓨터가 들어있는 똑똑한 모터죠. 이 모터를 이용하면 모터의 회전량, 회전속도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정확한 회전 정도를 파악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아두이노 나노로 제어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다시 왼쪽으로 홱 돌아보는 식의 예측 불가능한 영희의 움직임을 만들어줍니다.


다이나믹셀 AX-12A 모터를 아두이노 나노로 제어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다이나믹셀 AX-12A 모터와 아두이노 나노는 사람으로 치면 언어에 해당하는 통신규격이 다릅니다. 그래서 아두이노 나노를 이용해 다이나믹셀 AX-12A 모터와 통신하려면 다이나믹셀 AX-12A 모터의 언어인 프로토콜 1.0이라는 통신규격을 이용해야 합니다. 다행히 명령 패킷(Instruction Packet)이라는 특별한 형식에 맞춰 데이터를 전송하기만 하면 모터를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소름이 오소소 돋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음원은 마이크로SD 카드에 담았습니다. 마이크로SD 카드를 DF 플레이어 미니에 꽂으면 연결돼 있는 스피커로 음원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기능이 워낙 많아 원래 제작 목적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시 상기하자면 이번 작품은 알람시계입니다. 그러니까 남은 시간을 표시할 장치가 필요하겠죠. 4자리 숫자를 표시할 수 있는 모듈인 FND 세그먼트를 이용합니다. 아두이노 나노가 시간에 대한 정보를 보내면 FND 세그먼트에 시간이 표시됩니다.


이제 아두이노 나노에 모듈을 모두 연결하고 전원을 연결하면 완성입니다. 알람을 맞춰 둔 시간이 지나면 아두이노 나노가 파워 LED, 다이나믹셀 AX-12A 모터, DF 플레이어 미니 등을 작동시키죠. 그러면 눈에선 불이 번쩍이고, 고개는 자유자재로 돌아가며, 어디선가 괴기한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대환장파티가 시작되는 겁니다.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 숨숨 님이 5초 타이머를 맞췄습니다. 긴장되는 5초가 지나자 영희가 눈에서 붉은 빔을 발사합니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들려오는 모터 소리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노랫소리와 합쳐져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고조합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게 알람시계로는 완벽해 보입니다. 외관에 진심인 숨숨 님과 전자 파트에 진심인 키쿠 님의 콜라보가 이번에도 한 건 했네요. 


숨숨 님은 오락기 아랫부분에 비타민이나 간식을 숨겨놓을 수 있는 비밀 서랍을 만들어 뒀습니다. 열심히 일하다가 알람이 울리면 간식을 챙겨 먹으며 휴식하겠다는 의미인데요. 과연 숨숨 님의 큰 그림은 성공했을까요? 유튜브 긱블 채널에서 확인해보세요. 

 

202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 사진 및 도움

    긱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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