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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무진장의 자원이용, 공업화 5단계

미국의 우주과학자 에리케박사는 달은 5단계를 거쳐 공업화될 것이라고 연구논문을 제출했다.​ 정보수집이 주목적인 1단계를 거쳐 마지막 5단계는 핵융합에너지를 근간으로 하는 월면도시가 건설된다.

올해는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딘 지 25년되는 해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라 거뭇거뭇 달의 바다가 모습을 드러낼 때면 인간이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할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만만한(?) 상대. 21세기의 달은 과연 인류에 어떤 존재일까. 달은 이제 더이상 감상의 대상이나 고시(古詩) 속의 세계일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우주 관광지? 공업생산기지? 화성이나 기타 천체로의 진출을 위한 중간기지?

"달의 막대한 자원을 이용해 5단계를 거쳐서 달을 공업화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미국 우주과학자 크래프트 에리케의 청사진이다. 현재 이 청사진은 그동안 우주개발을 주도해 왔던 미국의 경제사정으로 '책상 위의 계획'에 머물고 있지만 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보고서로 꼽힌다. 에리케박사는 21세기 지구경제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를 예상하면서 달의 역할을 조명하고 있다. '5단계 공업화 보고서를 중심으로 달의 미래를 살펴보자.

우주 징검다리

지구인이 우주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넘어야할 루비콘강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강에는 다리가 두개 놓여져 있다. 하나는 지구궤도이며 또하나는 지구에서 3일이면 도달하는 달이다. 지구궤도에는 우주정거장이 건설되고 있고 달에는 달기지를 건설할수 있다.

달은 위성치고는 상당히 큰 천체이다. 따라서 인류문명의 우주진출에 달은 실험 장소로서 적격인 것이다. 달은 지구 중력의 1/6수준이기 때문에, 달에서 공업적 가치가 있는 원료를 생산해 이를 우주개발의 과정에 사용한다면 지구로부터 쏘아올리는 것보다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러자면 당연히 지구에서 자재를 운반해 달 표면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지 않으면 안된다.

월면은 작은 운석이나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완전 노출된 장소. 지구처럼 대기라는 보호막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장소에 거주시설을 건설하고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 체제를 이룩한다는 것은 현재의 지구 중심 사고방식으로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달에서도 남북아메리카 대륙에 필적하는 독자적인 문명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단 고도로 발달한 사이버네틱스(인공지능) 기술과 바이오테크놀로지, 또는 첨단 물질가공기술이 전제되어야 한다. 에리케박사는 "최종적으로 달은 지구에 의존하지 않고도 달궤도상의 우주정거장에 식량 정도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요즘 시행되고 있는 바이오스피어 II라든가 우주왕복선을 이용한 극소중력실험에서, 지구외에 새로운 생명권을 건설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폴로 17호가 타우루스 리트로우 지역(사진)에서 가져온 월석 샘플을 조사한 결과, 일부 광물은 자원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달에서 무엇을 생산할것인가

달에서 채굴 가능한 광물자원 리스트를 지구와 비교해 살펴보면 (표1)과 같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알루미늄과 철, 그리고 칼슘 마그네슘 크롬 등이다. 알루미늄은 달 고지(高地)에서의 함유량이 지구보다 월등하게 많고 철은 달 평원에서의 함유량이 지구의 두배 이상이다. 칼슘 마그네슘 크롬도 전체적으로 지구에서의 함유량을 훨씬 웃돌고 있다.
 

(표1)지구와 달의 광물자원량


달이 함유할 가능성이 많은 미량원소도 부분적으로 조사됐다. 아폴로17호가 타우루스산맥 리트로우지 역에서 채취한 샘플과 러시아의 루나24호가 위난의 바다에서 가져온 월석을 분석한 결과가 (표2)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니켈과 코발트.
 

(펴2) 달의 암석이 함유할 기능성이 많은 중요 미량원소


물론 함유량이 지구보다 많다고 다 가용성이 있는 자원은 아니다. 지구는 수억년 이상 지각변동과 생물학적 프로세스(다량의 동식물이 지각 속에 묻혀 여러가지 광물질로 변화될 수 있는 과정)를 거치면서 금속 등 여러 원소를 자원으로서 농축해서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달은 지구와 비교되는 지각활동도 없었고 생물체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은 광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있다고 해도 규모는 훨씬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니켈과 코발트처럼 평균함유량이 두배 이상 된다면 특정 지역은 광상은 아니지만 광물생산지가 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달표면의 밝은 지역은 어두운 바다 평원 지역보다 알루미늄을 두배 이상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평원지역은 티탄 크롬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다. 인류 최초의 족적을 남긴 고요의 바다 남서부쪽은 티탄 함유량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 이상으로 티탄의 함유량이 많은 지역이 있을 가능성도 적지않다.

하지만 '달 광산'은 '지구광산'과 성격이 다르다. 지구처럼 농축된 것을 캐내는 형태가 아니라 토양속에서 정련해내는 형태가 될 것이다. 달의 모래나 파괴된 암석을 자기장을 이용한 분리기를 통과시키면 금속의 순수입자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달의 모래 5백50-6백t에서 철 1t은 빼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열-기계분리법이 사용될 것이다. 예를 들면 토양을 완전히 녹인 후 원심분리기를 통과시키면 특정의 원소나 화합물이 추출된다. 이 설비는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 이외에도 정련에는 전기처리 화학처리 열처리 등이 사용될 수 있으나 이를 실현하려면 지구로부터 대량의 화학물질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달공업화 단계에서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달에서 최종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공업생산물의 종류를 완전히 예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제품과 반(半)제품은 물론 달표면에서 직접 채굴 정제된 원료물질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알루미늄 마그네슘 티탄 철 등의 합금과 이를 이용해 만든 주물 봉재 선재 금속분말재, 또는 유리섬유 파인세라믹 등도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특히 피막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나트륨의 경우 지구상에서는 물과 반응하여 산화하지만 달에서는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

'메이드 인 문'

원료 차원보다 한단계 진전된 생산들을 살펴보면 달의 유용성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실리콘칩 . 달에서 생산되는 실리콘칩은 지구상에서보다 순도가 높다. 이유는 단결정실리콘을 성장시키는데 중력이 작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중력이 아니라 무중력 상태가 필요하다면 화물선에 실어 무중력상태인 달궤도로 별 힘 안들이고 나를 수 있다. 지구처럼 중력을 이기고 탈출하는데 그렇게 많은 힘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월인(月人)은 1/6중력과 0중력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을 것이다. 고순도 실리콘칩은 양질의 태양전지를 양산할수 있다.

달표면과 궤도상에 건설할 시설물에 쓰일 금속구조재도 양산 가능하다. 이들은 악천후(기온차가 5백도까지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재료다. 여기에는 복합섬유재료 단열재료 방사선차폐재료 등도 사용된다. 결국 우주정거장, 로켓연료인 액체산소 탱크 등 일체의 우주건설자재의 생산이 가능한 셈이다.

달에서 생산하는 생산품이나 여러가지 서비스는 어디로 수출되는 것일까. 우선 수출보다는 월면 자체에서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내수가 중요할 것이다. 한가지 예를들면 초기달에는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나 레저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형태라는 것은 1/6중력이라든가 진공상태의 특수상황을 고려한 달 야구, 달 축구, 또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 신종목 레저나 스포츠를 말한다. 지구관광객을 끌기 위한 이러한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달 자체에서 생산된 자재를 확보해야 한다.

'메이드 인 문'(made in moon) 제품의 주요 수출시장으로 여기는 곳은 다름 아닌 지구정지궤도(지구 상공 3만6천km). 이곳은 절대거리만 따지면 지구가 훨씬 가깝지만 수송비 부담은 달 쪽이 유리하다. 그 이유는 중력에 따른 지구 탈출속도와 달 탈출속도의 차이 때문. 지구정지궤도에는 2천년대가 되면 1천대가 넘는 인공위성이 바글거릴 것이다. 여기에 인원과 물자를 보충해주어야 하고 당연히 고장나는 것도 생기므로 부품도 교환해야 한다. 이 서비스는 지구보다는 달에서 맡아하는 것이 경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저궤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에서는 유인시설이 많으므로 산소나 식료품이 필요한데, 이를 달에서 구입한다면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산소는 호흡용뿐만 아니라 물을 만들 때 필요하다. 달에서 수입되는 식료품은 물이 없기 때문에 주로 건조품일 것이다.

마지막에는 지구에서조차 달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는 달 공업화의 최종 목표가 될지 모른다. 예를들어 대기가 없는 달에서 태양에너지를 받아 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전기사업이 활성화된다고 할 때 궁극적으로는 이를 지구로 전송하는 사업(전송매체가 레이저든 마이크로파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기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메이드 인 문' 전자제품이 범람할지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달에서 자란 1/6 분재식물이 고가로 팔리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달공업화 5단계

그렇다면 달은 어떤 단계를 거쳐 공업화되는 것일까. 1단계는 달 자원의 예비조사다.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달의 어느 지역에 금속과 광물이 집중되어 있는지, 장래 자원 공급기지로 유망한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내기 위한 정보수집단계라고 할 수 있다.

1단계에서 사용되는 기구는 착륙선(lander) 궤도선(orbiter) 궤도회전반사경으로 구분된다. 착륙선은 직접 달표면에 내려가는 기구이며 (유인 무인 모두 가능), 궤도선은 관측통신이 주목적으로 달궤도를 도는 우주선이다. 루네타라 불리는 대형반사경은 태양빛을 받지 못하는 달의 고위도지방과 극지방에 태양광을 반사시킴으로써 사진촬영 지도작성 등을 용이하게 해주는 우주거울이다.

2단계의 중심과제는 달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달의 저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은 후에 달표면에 건설될 지상시스템의 컨트롤센터 노릇을 한다. 우주정거장은 달표면의 여러 장소로부터 무인착륙선에 의해 운반되는 달자원에 대해 공학적 생물학적 실험을 행한다. 또한 이곳은 거주지역이면서 달표면과 우주정거장을 왕복하는 '루나 페리호'의 운항센터 역할을 한다.

우주정거장은 달공업화 3단계를 수행할 요원을 훈련시키는 장소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훈련을 마친 요원은 지구로부터 가져온 여러가지 건축자재를 이용해 달 표면에 여러가지 실험시설을 짓는 역할이 부과되기 때문에 달세계의 프런티어인 셈이다.

2단계를 넘어서면 실질적인 달개발이 진행된다. 여기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는 '루나 페리'라 불리는 수송선을 저렴하게 운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일. 본격적인 수송이 시작되는데 수송비가 비싸면 투자를 유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면서도 효율이 높은 수송시스템이란 달에 슬라이딩이 가능한 활주착륙선과 달표면 이륙시 우주선이 배출하는 가스를 회수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법, 또 원자력을 이용한 달과 지구간의 수송선 등을 의미한다.

3단계는 원자력발전소를 갖춘 월면중앙처리콤비나트가 건설된다. 이 시설은 폭풍의 바다 서쪽 적도부근 평평한 곳에 세워지게 될 것이다. 이 지역은 지구에서 조망하기 가장 좋고 달 궤도의 우주정거장으로부터도 착륙하기 쉽기 때문이다. 워낙 평탄하기 때문에 활주착륙도 가능하다.
2단계에서 훈련받은 지상요원들은 달 표면을 왔다갔다 하면서 적응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수개월 이상 걸리는 달 파견 근무를 견뎌낼 수 있다. 이들 요원들은 역학적 생물학적 테스트를 수없이 받아 1/6중력 하에서도 능수능란하게 현장건설 작업을 수행해낼 수 있다. 물론 무거운 물체를 운반한다든가 정밀작업을 수행할 때는 로봇의 힘을 빌리지만, 소수요원은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 직접 현장에서 작업을 지휘할 필요가 있다.

월면에서의 건설공사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우선 냉간용접(冷間, 열을 가해 용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온 또는 더 낮은 온도에서 용접하는 방식)을 통해 암석을 부순다. 여기에 물 대신에 달에서 얻은 유황을 결합제로 사용 '달시멘트'를 제조하고 이를 이용해 벽돌모양의 블럭을 만든다. 블럭을 차곡차곡 쌓으면 이른바 '루나 이글루'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글루의 내벽은 특수도료로 처리돼 외부로 부터 완벽하게 차단된다. 이글루는 거주지, 작업장, 식용식물을 육성하는 온실로 사용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달기지가 완성되면 산소 규소 알루미늄 철 등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다. 이들을 분말야금법이나 전기야금법으로 정련하는 일과 동시에 간단한 부품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태양전지나 컴퓨터에 사용되는 실리콘제품들, 안테나와 위성 수리용 부품 등이 바로 그것.

월면도시 건설

4단계가 되면 본격적인 달 경제체제를 구축한다. 3단계까지는 경제성이 떨어져도 미래에 대한 투자로 개발을 지속할 수 있지만, 4단계부터는 적자체제를 벗어나 흑자체제로 전환이 요구된다. 그 첫번째 작업으로 1단계에서 수집한 정보를 근간으로 광물자원이 집중돼 있는 지역에 자원공급기지를 만든다. 이들은 모두 무인기지로 우주정거장으로부터 관리 운영된다. 기지에서 채굴된 자원은 모두 중앙처리콤비나트에 모여지고 이곳에서 수요에 맞게 자원이 분배된다. 4단계에서는 월면경제의 성장과 공업발전에 따라 달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이를 수용하기 위한 월면 토목공학이 발전해 생활환경이 급속히 도시화된다.

핵융합발전이 등장하는 마지막 5단계는 본격적인 월면도시가 건설된다. 폭이 수km, 높이가 5백m나 되는 거대 구조물이 월면에 생겨나고 지하로도 진출한다. 건물은 기후컨트롤센터의 조종을 받아 대륙성 기후, 건조한 아열대성 기후, 사바나기후 등 다양한 기후를 인공적으로 만들고 계절변화도 조작한다. 한 건물에는 대륙성 기후의 여름이 전개되고 있는가하면 바로 옆 건물에는 같은 기후의 겨울이 펼쳐진다. 마치 기후박물관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건물 하나를 건널 때마다 대륙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월면목장에는 농작물에 필요한 기후를 프로그램하여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온도, 습도, 광조사량 등을 적절히 조절한다.

이와같은 단계를 거쳐 이룩되는 월면도시는 지구와는 다른 독자적인 문명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공적으로 건설이 가능한 기술권이나 생물권에 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권이 얼마만큼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긴 하지만, 생산력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그에 따른 생산관계, 즉 사회관계의 형성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에리케 박사의 의견이다.

달에서 활약할 첨단 수송시스템

월면공업화, 즉 달-지구간의 무역을 성공시키는 필수조건의 하나는 비용이 적게 드는 수송시스템을 확보하느냐는 문제다. 달의 진공환경과 1/6중력에다 모래로 뒤덮인 평탄한 지표를 가진 달표면에 어떤 수송시스템이 유리하느냐는 점이다.

달의 인력권으로부터 우주선이 탈출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지구의 약 4.5%. 고도상승에 따른 중력감소까지 고려하면 4.0%까지 떨어진다. 같은 추진에너지로 지구 중력권에 비해 25배의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달에서 지구정지궤도로 추진하는 쪽이 지구에서 지구정지궤도로 추진하는 쪽보다 원료비가 훨씬 덜 든다(15-33%).

여기서 얻어지는 에너지 절약분은 지구로부터 수입하는 수소값에 필적한다(수송선은 산소-수소연료를 사용). 따라서 이 수소 수입량을 최소로 하는 것이 달경제 최고의 관건. 월면에서 수소 사용량은 착륙시의 연료소비가 태반이다. 결국 수소소비량을 줄이려면 월면 착륙시 미끄러져 내리는 활주착륙이 주목된다.

■ 슬라이딩 랜더

이 방법에서 착륙선은 달의 저궤도로부터 타원궤도를 취해 하강하고 평탄한 지역에 마련된 길이 60-1백km의 착륙장에 시속 5천5백km로 착지한다. 긴 활주로를 서서히 달려 속도를 줄여가면서 2분간에 걸쳐서 착륙한다. 비행기의 착륙방법과 대동소이하다. 활주로에 깔려 있는 모래와의 마찰이 속도를 줄이는데 기여하기 때문에 사제동법(砂制動法)이라고도 한다.

착륙선은 강하하면서 수직분사를 통해 기체를 제어함과 동시에, 대기가 없는 달에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공기에 의한 양력(揚力)과 똑같은 효과를 발생시켜 착륙시의 하중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지구중량 60t인 착륙선이라면 달에 10t이 되고 최종적으로는 기체분사에 의한 압력 효과로 1백kg의 물체가 내려오는 효과가 난다. '쿵'소리가 나야 할 착륙선이 나비처럼 '사뿐히' 내려오는것.
결과적으로 슬라이딩 방법은 아폴로 우주선들이 행했던 수직착륙법보다 90% 이상의 수소를 절감할 수 있다.

■ 자유낙하수송

이는 말 그대로 달궤도로부터 월면에 물자를 그냥 떨어뜨리는 것으로 대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규모 건설자재를 월면에 수송하는데 사용될 전망, 이 시스템은 궤도에 남아 있는 제 1단추진부와 화물에 장착된 소형추진기관으로 구성된다. 1단추진부가 궤도속도를 감속시켜 화물모듈을 분리시키면 화물은 자유낙하된다. 나중에는 화물에 장착된 추진기관이 낙하속도를 늦추면서 서서히 달표면으로 떨어진다.

이 방법은 종래의 역분사하강법보다 에너지효율이 결코 좋지 않고 난폭한 착지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이점이 있다. 우선 착륙선 등이 필요 없으므로 순수 화물 이외의 구조물양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점. 또한 추진기관의 배기가스를 우주공간으로 흩날리기 때문에 달의 환경보호에 적합하다는 점이다. 아무튼 이 방법은 슬라이드 랜딩법이 확립되기 전까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착륙선에 의한 수직 하강 수송법보다는 수송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 연료가스회수

월면에서 쏘아올린 우주선의 배기가스, 특히 수증기를 최대로 획득해 재이용하는 방법이다. 우주선 발사시 고온의 배기가스가 분출되는데 이를 회수해 냉각시켜 물을 응축시키는 방법. 달에서는 물이 귀하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물을 얻으면 연료값을 충당할 수 있다. 달 표면에 거대시설물을 별도로 건설해야 하나, 얻어지는 이득이 워낙 커 건설비를 충당할 수 있다.

지구로 수출되는 제3의 에너지원 '헬륨3'

21세기가 되면 지구는 태양에너지, 달은 핵융합에너지가 기본이다. 기존 기술로는 월면도시 건설은 불가능하다. 지구의 14일간에 해당하는 달의 낮기간에는 태양빛이 쪼여 월면도시의 내부를 유지시켜주지만 달의 밤이 되면 핵융합발전이 필요하다.

진공도가 높은 달은 핵융합발전을 일으키는 데는 지구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지구에서는 대기압 상황에서 플라스마를 가둘 수 있는 1백만분의 1토르(1토르는 1/760기압) 이하의 고진공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다. 진공을 유지하는 부분이 크면 클수록 고진공상태를 지속하는 것도 힘들다. 이 때문에 반응로의 크기가 제한되고 중성자에 의한 원격오염도 증대돼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달에서는 용적의 제한없이 1억분의 1토르, 나아가서는 1조분의 1토르도 가능하다.

더욱이 달에서는 플라즈마를 거두는데 사용되는 초전도자석의 사용과 중수소-삼중수소(D-T) 반응에서 생성되는 고밀도 중성자선의 흐름에 의한 원격오염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D-T반응은 비교적 쉽게 실현할 수 있는 핵융합반응이다. 반응에너지의 80%는 고에너지 중성자로, 나머지는 알파입자로 분배된다. 중수소는 장기 보존가능하지만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3년으로 비교적 짧아 헬륨3과 전자로 분해된다. 여기에서 삼중수소 대신에 헬륨3을 활용하는 반응이 중수소-헬륨3반응이다. 새로운 과제다.

중수소-헬륨3반응은 방사성원소인 삼중수소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방사성원소도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완벽한 클린에너지다. 이 반응에서 생성된 양성자와 알파입자는 플라즈마를 자기적으로 가두는 것이 가능하다. 이 플라즈마는 전력공급용뿐만 아니라 자원채굴용, 또는 자원재생용 열원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문제는 헬륨3의 생산인데, 이는 달의 D-T 핵융합반응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이러한 D-T 핵융합반응로는 달의 공업화 4,5단계에서 만들어져 지구로까지 헬륨3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수소-헬륨3 핵융합로는 수소도 생산한다. 수소는 환원제로 사용되기도 하고 달의 산소와 결합해 물을 생산하는데 사용된다.

중수소-헬륨3 반응은 지구와 달 또는 지구와 행성간 로켓추진제로도 적격이다.

올 1월 쏘아올린 달자원 탐사선 클레멘타인 -달표면 광물 분포 조사

지난 1월 쏘아올린 가장 경제적인 달 탐사선 클레멘타인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극지방을 비롯 달표면 전체의 광물자원 분포를 조사했다.

지난 1월, 미국 국방부가 달과 지구 주위의 소행성 연구를 위해서 클레멘타인 우주선을 발사했다. 미 국방부의 관심이 태양계 연구에 있었다기보다는, 그들이 개발한 신기술을 시험해 보기위한 방편으로 달과 소행성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신기술이란, 몇년 전까지 추진되었던 소위 '별들의 전쟁'이라는 전략 방위 주도 계획(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의 일환으로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여 군사 위성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위성을 가볍게 만들면 발사 비용이 현저하게 절약되어 경제성이 좋아짐은 물론이다.

이러한 신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달과 소행성을 사용함으로써, 군사기술의 개발뿐만아니라 태양계 연구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효과까지 있으니까 더욱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우주선 개발은 시작에서 발사까지의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여, 이에 따른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신기술의 즉각적인 이용이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사실 종전의 우주선 개발은 보통 7-8년 혹은 10년이 넘게 걸리는 것이 상례였다. 이 경우 그 긴 기간 동안의 인건비만 해도 상당할뿐만 아니라, 처음에 채택된 신기술들은 우주선이 완성되어 발사될 즈음에는 이미 낡은 기술로 전락하여 별로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허블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이다. 1978년에 시작하여 1991년에야 겨우 발사됨으로써 많은 문제들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작년 12월에 NASA 우주비행사들에 의해 수리가 되어 이제 제기능을 발휘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클레멘타인 우주선은 지난 1월 25일에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지구 적도에 대해 67˚의 경사각을 이루는 저고도 궤도로 올려졌다. 며칠 후 고체 연료를 분사하여 달까지 항진, 달주위에 타원궤도로 진입하였다. 매 5시간마다 가깝게는 4백50km 멀게는 2천9백40km 달 상공을 공전하면서 달 표면을 세밀하게 10주 동안 사진 관측하였다. 현재 클레멘타인 우주선은 소행성 지오그라피스로 항진 중이나 지구와의 통신두절로 실종상태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8월 31일 이 소행성 주위 1백km까지 근접하게 된다. 소행성 주위를 초속 10km의 빠른 속도로 지나가게 되기 때문에, 소행성 표면을 빠른 속도로 촬영하여 메모리칩에 저장하였다가 나중에 천천히 지구로 전송하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대부분의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사이에 있으나, 이 소행성은 지구 공전 궤도를 가로지르는 타원 궤도를 가지고 있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중의 하나다.

클레멘타인 우주선에 6개의 관측 장비가 탑재되어 있다. 이중 4개가 카메라로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원적외선 파장대(0.3-9.5미크론)에 걸쳐 11개 파장 영역의 화상관측을 수행하게 된다. 달이나 소행성 표면의 암석은 그 속에 가지고 있는 광물질에 따라 각기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따라서 여러 파장 영역에서 관측된 화상을 분석하면 달과 소행성 표면에서의 광물질 분포를 알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클레멘타인 우주선은 광물자원 탐사선인 셈이다. 사실 클레멘타인이라는 이름은 미국 민요 '내사랑 클레멘타인'에서 따온 것인데, 이 민요는 광부의 생활을 노래했다.

달 표면의 일반적 연구 자료는 아폴로 우주선들을 비롯해 여러 우주선들에 의해 1960년대와 1970년대 초기에 비교적 많이 제공되었지만, 광물질 구성에 대해서는 우주선 착륙지점 몇군데와 달의 적도부분에 대해서만 알려졌다. 그러나 클레멘타인 우주선은 달의 극궤도(polar orbit)를 돌면서 고(高)해상도 화상관측을 하기 때문에, 달 표면 전체에 걸쳐 암석 성분 자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화상관측의 해상도란, 관측된 사진이 얼마나 자세히 구별되어 보이는가를 말하는데, 클레멘타인 우주선에 탑재된 카메라들은 달 표면을 65-1백15m까지 구별할 수 있는 정도다. 이는 가장 최근(1992년)에 갈릴레오 우주선이 달에 근접하여 찍은 사진이 2km의 해상도를 가지는 것과 비교할 때 10배 이상의 성능이라 할 수 있다.

클레멘타인 우주선은 소행성 지오그라포스를 지나가며 약 2천개의 화상을 관측할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통신 두절로 그 전망이 매우 어두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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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김용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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