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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기기의 대명사 프린터. 저렴한 가격의 성능 좋은 제품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작동원리를 설명해주는 배려는 찾기 힘들다. 효율적 사용을 위해 프린터의 기본작동 원리를 살펴보도록 한다.

멀티미디어 화상회의 고속통신 등 첨단을 자랑하는 현란한 용어들이 활약하는 세상이지만 종이의 효용은 여전하다. 컴퓨터 작업의 최종결과물도 대개는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저장매체인 종이로 귀착되게 마련이다. 프린터란 기계가 컴퓨터 주변기기라 불리면서도 본체와 동등하게 사용자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의 컴퓨터 분야 만큼 빠르게 변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286 AT가 위세를 떨치던 것이 불과 3-4년 전이다. 하지만 이제 286은 고사하고 386 조차 단종됐다. 프린터의 경우를 살펴보자. 도트 6%, 레이저 29%, 잉크젯 65%, 흑백 23%, 컬러 77%. 최근의 프린터 선호도를 말해주는 이 수치들은 컴퓨터가 일반 사용자들에게 본격 보급되기 시작했을 무렵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프린터라면 당연히 소음 심한 도트 프린터를 떠올렸고 레이저나 잉크젯은 가격 때문에 일반사용자로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게다가 모니터만 해도 흑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니 컬러 프린팅은 언감생심 떠올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컴퓨터 관련 기술의 발전은 꿈을 현실로 바꾸면서 사용자들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주었다. 이전과 비교가 안될 만큼 싸고 좋아진 성능의 제품들이 홍수를 이루어 소비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얼마 전부터는 저가의 보급형 레이저프린터가 출시되면서 많은 사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게 맞는 프린터는 어떤 것일까.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프린터란 기계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 원리를 이해하는 일은 이미 프린터를 구입해 쓰고 있는 사용자들에게도 유익하다. 기술은 끊임없이 앞서 나가기 때문이다.

1백80dpi의 소음덩어리

컴퓨터에서 처리돼 모니터에 나타나는 것은 그것이 글자이든 그림이든 간에 모두 종이 위에 인쇄할 수 있다. 즉 컴퓨터가 모니터에 나타난 정보를 케이블을 통해 프린터로 보내면 프린터는 그 정보를 해석해 종이 위에 찍어낸다. 프린터에는 컴퓨터가 보낸 각종 명령을 해석하는 프로세서가 있어 문자나 그림을 인쇄하고 용지를 이동시키며 프린터의 상태를 파악해 컴퓨터에 알려준다.

이때 프린터가 해석하는 명령은 글꼴의 형태와 크기 뿐만 아니라 인쇄 페이지의 길이 여백폭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컴퓨터의 프로그램이나 프린터에 따라 서로 다르다. 대개의 소프트웨어들을 설치할 때 프린터의 종류를 물어보는 것은 바로 이같은 명령어 제어를 위한 것이다.

한편 프린터가 작동하는 기술은 크게 문자 프린팅 방식과 도트 프린팅 방식으로 나뉜다. 문자 프린팅 방식이란 쉽게 말해 타자기처럼 완성된 글자체를 프린터로 찍어내는 방식으로, 한때 혁신적 기술로 평가받던 '데이지 휠'이 대표적인데 요즘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도트프린팅 방식중에서도 충격식이냐 비충격식이냐로 프린터방식을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충격식 프린터인 도트프린터는 헤드에 핀을 심어 잉크가 묻어 있는 리본을 때려 잉크가 종이에 배어나오게 해 점을 찍는 방식으로 글자나 그림을 구현해낸다.

도트 프린터의 핵심 부품인 헤드와 핀은 전자석과 스프링으로 연결돼 있는데, 핀의 수가 많을수록 글자가 선명하다. 9핀 18핀 24핀 등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도트 프린터의 핀 수는 24개이고 그에 따른 해상도는 1백80dpi(dot per inch, 1인치 안에 찍을 수 있는 점의 개수) 정도.

그러나 충격식 도트프린터는 종이 위에 글자를 나타내기 위해 물리적인 힘을 가하므로 소음이 아주 심하며 해상도도 낮다. 물론 다른 프린터에 비해 가격이 싸며 종이나 리본 등의 소모품 값도 싸므로 전체적인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요즘엔 특수 목적 외에 사용자들의 선호도는 대단히 낮다.

충격식 도트프린터의 시대가 지나면서 사용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제품은 비충격식 프린터인 잉크젯프린터와 레이저프린터다. 비충격식 프린터의 득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프린터 최대의 목표인 고속과 고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출력기로서 잉크젯과 레이저는 도트를 완전히 압도하기 때문.

높은 해상도, 빠른 속도

잉크젯방식의 프린터도 헤드가 좌우로 움직이면서 선이나 문자를 찍어낸다는 점에서는 충격식 도트프린터와 다름이 없다. 그러나 잉크젯방식의 헤드구조는 도트프린터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

도트와 비교해 잉크젯이 가진 최대 강점은 바로 도트 크기를 작게해야 하는 기술적 장벽이 없다는 데 있다. 24핀짜리 도트프린터가 잉크젯과 같은 프린트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도트의 크기가 보다 높은 농도를 내기 위해 작야져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기술적 문제도 만만치 않고, 설사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얇은 핀이 프린터 리본이나 종이를 꿰뚫어 핀이 파손되거나 인쇄를 불가능하게 하는 위험이 따른다.

잉크젯방식은 전기적 신호가 헤드 속에 있는 노즐의 가열판에 보내지면 가열판이 데워진 열로 인해 기포가 발생하고, 기포의 팽창력으로 잉크가 노즐 밖으로 분사된다. 잉크젯방식은 이같은 '열전사 잉크 분사' 기술에 기초하므로 소음이 거의 없고 3백-3백60dpi의 선명한 출력을 얻을 수 있다.

열전사 잉크 분사 기술의 핵심은 엷은 필름 프린터 헤드를 사용한다는 데 있다. 이 방식은 동일한 노즐로부터 개개의 점이 빨리 분사돼 저소음에 속도도 빠를 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부품이 없고 오직 스위칭되는 저항기만 있으므로 제품의 신뢰성이 높으며 그레이 스케일 및 컬러 기능을 쉽게 구현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열전사 잉크 분사 기술은 잉크 분사 방식에 따라 버블식 압전식 마하식 등으로 나뉜다.

잉크젯 프린터가 등장한 초기에는 잉크통으로부터 유연성 있는 호스를 통해 프린터 헤드로 잉크가 배관되도록 하는 영구적 프린트 헤드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것은 프린터 헤드가 불순물에 의해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프린팅 펌프, 작은 차단 밸브, 그리고 압력 조절장치 등이 내장돼 있는 등 대단히 복잡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제품은 프린트 헤드와 잉크통을 하나로 합친 것들을 사용해 제품의 신뢰도를 증대시킨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비충격식 프린터의 또 다른 종류인 레이저 프린터는 인쇄할 글자나 그림을 감광 매체에 빛을 쪼여 기억시킨 다음, 빛이 쪼이지 않은 곳에 토너를 붙게 한다. 이 토너가 붙은 감광매체는 종이와 함께 벨트를 통과하게 되는데, 이 때 감광매체에 붙어있던 토너가루가 종이로 옮아간다. 종이는 최종적으로 뜨거운 롤러 사이를 통과하면서 붙어있던 검은 분말가루를 종이 위에 완전히 녹여 들러붙게 하는 원리로 인쇄를 해내는 것이다.

레이저프린터의 최대 장점은 뭐니뭐니 높은 해상도의 출력물을 빠른 속도로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레이저프린터의 평균 속도는 8PPM 정도지만 요즘 나오는 것들은 3백dpi를 기준으로 5-6PPM을 기본으로 삼고 있 다. 하지만 이런 속도 차이는 사실 문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래픽모드에서는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림) 잉크젯 프린터의 인쇄원리
 

컬러로 찍어낸다
 

버블젯이라 불리는 캐논사의 BJ시리즈 잉크젯
 

최근의 새로운 경향으로 컬러 프린터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컬러 프린팅이 잉크젯이나 레이저프린터에서만 가능한 일은 절대 아니다. 이미 도트프린터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도 라인프린터에 컬러 리본을 사용해 컬러를 구현했지만 질이 떨어지고 여러 색을 겹쳐 프린트할 경우 리본을 더럽혀 출력물의 선명도가 만족스럽지 않아 자주 사용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개인사용자들도 쉽게 접근하게 된 비충격식 프린터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기 때문에 날로 관심이 커지는 것이다.

컬러 도트매트릭스 프린터 이외에도 컬러 프린터는 프린팅 방식에 따라 액체 잉크젯, 상태변화 잉크젯, 열전사 방식, 염료 승화 방식과 레이저프린터 방식으로 나뉜다.

액체 잉크젯은 종이 표면 위에 미세한 잉크를 분사해 프린팅하는 것으로 다시 컨티뉴스 젯과 드롭앤드 디맨드 방식이 있는데, 버블젯이 이 방식을 이용한 프린터의 대표로 꼽힌다. 이 방식은 가격은 저렴한 반면 속도가 느리고 사용 용지의 선택이 까다롭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고체 잉크젯 방식으로도 불리는 상태 변화 잉크젯은 상온에서는 고체상태를 유지하다 프린팅할 때 상태가 변화하는 컬러 잉크 스틱을 사용하는데, 선명하고 넓은 범위의 컬러를 제공하지만 종이에 달라붙은 고체 잉크가 쉽게 떨어진다는게 단점. 그리고 열전사 방식은 컬러 왁스를 가열해 매끄러운 특수 용지에 융합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며 염료 승화 방식은 열전사 방식과 비슷한 원리로 컬러를 구현한다.

이들에 비해 레이저프린터 방식은 복사기와 비슷한 방식을 이용해 컬러를 구현한다. 즉 감광드럼이나 벨트에 레이저가 비치면 감광된 표면이 충전돼 도체가 되고 프린트 되지 않은 부분이 노출된 후 충전 부분에 토너가 접착 돼 드럼상의 이미지가 종이에 정전기로 전달돼는 방식으로 인쇄되는데, 성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 개인용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한편 컬러 프린터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모니터의 컬러와 프린터의 컬러가 일치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니터는 빛의 삼원색인 RGB, 즉 적(赤, red) 녹(綠, green) 청(靑, blue)을 사용하며 프린터는 색의 삼원색인 CMY, 즉 청(cyan) 적(magenta) 황(yellow)을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CMY의 3원색을 같은 비율로 섞으면 검정색이 나오는데, 잉크를 아무리 정교하게 섞어도 실제의 검은 색을 내기 힘들어 최근에 등장한 잉크젯프린터들은 검정색 잉크를 따로 마련하고 있다.
 

고품질의 출력물을 자랑하는 레이저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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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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