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컴퓨터 첨단 영상기법

'터미네이터''쥐라기공원''쉰들러 리스트'

어느 틈엔가 컴퓨터그래픽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가 자주 보는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에 도입된 컴퓨터그래픽은 과거 '보여주기'위한 제작에서 이제는 영화의 내용을 최대한 살려주는 '조력자'로 바뀌고 있다.

20세기와 더불어 만들어진 컴퓨터는 급속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그 기능 또한 점점 늘어가게 되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 수치 계산에 치우쳤던 기능은 지금은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폭이 넓어졌다. 수치계산에서 문서화작업 자동제어 음악 그림에 이르기까지, 앞으로의 용도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중 컴퓨터를 이용한 그림 그래픽은 사회 전반의 발전만큼이나 곳곳에 침투하여 우리 생활과 항상 같이 하는 것이 되었다. 길거리에 뿌려지는 광고 전단 한장에서 아침저녁 무심코 스쳐지나가는 TV화면, 엊그제 관람했던 영화의 한 장면까지.

처음에는 영어 철자나 기호 등을 이용해 점자화 같은 양상을 띠며 선보였던 컴퓨터 그래픽이 지금은 우리 머리 속에서 꿈꿔왔던 모든 것을 표현하는 완벽한 예술의 도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컴퓨터그래픽이 그렇게 급속하게 우리 생활 속으로 침투하게 된 것은 단연 방송과 영화, 상업필름(C.F.)등의 두드러진 공헌이다.

한국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의 시조로 다수가 인정하고 있는 것은 역시 캔 쥬스의 광고방송이다. 이를 보면, 컴퓨터그래픽은 어느 나라에서건 방송이나 영화 산업을 매개로 그 발전의 흐름을 잡아왔다고 할 수 있다. 간단히 짚고 넘어가면 이는 컴퓨터 그래픽을 구사하는 장비의 비싼 가격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돈을 투자하여 응분의 대가를 구할만한 곳이 방송과 영화 관계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의 놀라운 발전속도에 반비례하여 시스템 가격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그래픽은 날로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영화와 상업필름 등에서 그 흐름을 주도해나가기는 마찬가지고, 변화를 유도하는 것도 이러한 영역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몇가지 대표적인 영화를 통해서 살펴보고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가늠해보도록 하자.
 

'터미네이터 2'에서는 여자에서 경찰관으로 변신하는 크롬로봇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모형과 배우의 사진들을 디지털화시켜 이음부분이 표시나지 않게 처리한 컴퓨터 프로그램(모핑)에 의해 제작됐다.
 

첫 컴퓨터그래픽 영화 '트론'

컴퓨터 그래픽의 시초는 여러 데이터를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이나 도형의 '보여주기'였다. 대개 그 시작으로 삼는 것은 레이더에 포착된 상황을 알려주는 모니터 표시그림이다. 바로 그렇게 시작된 컴퓨터 그래픽이 불과 몇 십년 사이 우리가 지금 머리에 떠올리는, 놀라운 시각적 도구로까지 발전했다. 그 중 영화 속에서 컴퓨터그래픽의 급속한 발전을 보여준 것은 1982년 등장한 컴퓨터그래픽 영화, '트론(Tron)'이었다. '트론'은 불과 몇십분 안되는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인데, 당시 사용되는 컴퓨터그래픽 기법을 총동원하여 보는 이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이용된 기법은 지금처럼 현란하거나 다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촬영한 실사(實寫)를 그대로 3차원 모델링을 통해 구현한 점은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놀랍고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나 영화 자체로는 그 감동과 내용성의 문제로 인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평가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실사를 컴퓨터그래픽으로 대체하지 못해 관중을 영화 속 세계에 빠져들게 하기 어려웠다.

이는 너무 그림 자체의 자극성이 강했고 형식적인 부분에 치우쳐 상대적으로 내용이 빈곤했기 때문이라는 평을 들었다. 결국 영화라는 매체의 기본적인 목적을 이루지 못했기에 어느 한부분에서의 대단한 충격만으로는 영화사에 그저 작은 이름을 올리게 되었을 뿐이다. '트론'은 컴퓨터 그래픽과 영화와의 상호 관계를 시작부터 극명하게 드러내준 훌륭한 교훈이다.

효과와 내용, 기술과 이미지

그래서인지 그후부터 컴퓨터그래픽이 전면적으로 사용되는 예는 없다. 더욱이 딱딱하기만 했던 컴퓨터그래픽의 건조함은 철저히 자제되고 대부분 특수효과에만 이용되었다. 다시 말해서 원래의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보조기법으로 사용되었지 자극성을 주목적으로 제작되는 무모한(?)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최근의 영화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영화 '터미네이터2(Terminator2)'는 컴퓨터그래픽의 효과와 내용과의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유난히 컴퓨터그래픽이 강조되어 80년대를 강타했던 영화 '터미네이터2'는, 기법이 관객의 머리 속에 남았을 뿐 아니라 철저하게 영화 내용과 연관을 가지며 감동을 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흥행에 대단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 되었다.

무엇보다 '미래'라는 이미지가 컴퓨터그래픽과 잘 맞아떨어졌으며 사용된 기법 역시 이전의 식상한 것들에 비해 충분한 차별성이 있었다. '터미네이터'와 '어비스(abyss)' 등은 흔히 인터폴레이션(interpolation)이란 기법을 통한 '형상변형'을 그 주된 기법으로 하고 있다.

이전 컴퓨터그래픽의 맹점은 입체감은 있었으나 3차원 데이터화하여 실사의 형태를 모사하는데 어설펐다는 점이다. 그래서 리얼리티의 전달이라는 부분에서 미약했고 흡사 손으로 그린 그림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기까지 하였다. 단지 제작과정이 놀라운 일일 뿐이고 컴퓨터라는 기계의 선전과 같기도 했다.

렌더링 기술의 개가

그러나 '터미네이터'와 '어비스'는 달랐다. 무엇보다 '형상변형 기법'이 관객으로 하여금 그 어느 방법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컴퓨터그래픽만의 고유한 기법이라 느끼게 했다. 때문에 관객들은 더욱 컴퓨터그래픽과 영화 속에 빠져들 수 있었다. 당시 놀랍게 발전한 렌더링(rendering) 기술이 컴퓨터그래픽의 실제감을 뒷받침해주었다.

렌더링이란 3차원 입체 데이터를 만들고(이는 우리가 쉽게 보는 다양한 선 입체그림으로 보여진다), 이런 입체 데이터를 가시화하기 위해 옷을 입히는 과정이다. 이전의 렌더링 기술은 그 조악함 때문에 사실감이 떨어졌던 점도 있었다.

'터미네이터'에서는 액체인간의 금속성과 그 표면에 반사되는 물체, 반사되는 질감 표현 등이 그래픽이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적인 느낌에 마냥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 했던 셰이딩(shading)정도의 표면 처리는 입체의 형상정도만을 겨우 알 수 있을 뿐, 반사나 그림자 처리 등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실제로 현재의 컴퓨터그래픽 발전의 몇가지 중요한 척도는 바로 이 렌더링 기술이었다. 통상 렌더링에는 과거에 사용했던 셰이딩과 레이트레이싱(raytracing), 레이디오시티(raydiosity)라는 종류의 컴퓨터그래픽 렌더링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단순한 면 처리에서부터 그림자를 만들거나 반사의 질감표현, 주위 조명까지 고려할 수 있는 것 등 렌더링 알고리즘은 여러 종류다. '어비스'에서는 실무자들이 가장 난해하게 느끼는 물의 질감을 표현한 바다괴물과 그 형상 변형이 역시 놀라운 충격을 주며 영화의 실제감을 더해주었다.

얼마 뒤 나온 '쥐라기 공원'은 영화제작자로서의 경쟁심이 가중되어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묘사된 공룡들은 거의 완벽에 가까워 흡사 살아있는 공룡을 찍은 듯했다. 철저하게 그려진 공룡들이었지만 공룡의 질감표현은 가히 압권이었다.

과거 단순히 표면처리를 하는 것('터미네이터'류라면 단순한 표면 처리라고 할 수 있다)과 달리 맵핑(mapping)을 사용하여 그 공룡의 생생한 모습을 잘 표현했다. 맵핑은 입체 위에 원하는 질감을 사전에 그려서 입히는 것으로, 영화 제작 전에도 널리 알려진 기법이다. 그러나 '쥐라기 공원'에 사용된 맵핑 기술은 그 깊이가 이전의 어느 기술보다 훌륭하여 보는 이를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

'보여주기'에서 '도와주기'로

그 이후 더이상의 변화는 없으리라 생각되던 '터미네이터'류의 컴퓨터 그래픽에 서서히 새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 시작의 기운은 '클리프행어(Cliff Hanger)'에서 볼 수 있다.

험난한 산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실제 연기자들이 하기에는 너무 힘든 장면들이 많았다. 스턴트맨을 사용하건 안 하건 그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을 텐데, 영화에 나온 등반 모습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어떻게 저런 신기에 가까운 연기를 할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 관객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가끔 코미디 프로 장면 중에서 공중에 인물들을 들어올리는 피아노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정도 의지할 만한 줄이라면 그 산악 장면쯤이야 우습지 않을까. '클리프행어'에서도 마찬가지 보조수단들이 사용됐다. 그 흔적을 교정하고 산악과 배우의 교묘한 합성장면들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컴퓨터그래픽의 신기술이다.

다시 말해서 '눈에 보이는' 컴퓨터그래픽에서 '조력하는'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최근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찾을 수 있다. 사전 인지를 하지 않고 영화를 본 대다수 관객들은 다큐멘터리 필름의 보존(保存) 여부에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철저하게 촬영된 장면이었다. 정교하게 촬영된 필름을 컴퓨터를 이용해 걸러내고 마치 나치 시절 그대로인 듯한 낡아빠진 필름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변화경향이야말로 이 시대 컴퓨터 그래픽의 마지막 갈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컴퓨터그래픽의 현란한 테크닉을 영화 전면에 노출시킴으로써 관객을 자극하는 것은 영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보는 눈이 높아진 관객들은 '보여지는' 컴퓨터그래픽 기법에 유치함을 느낄 뿐이다.
 

스필버그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도 컴퓨터그래픽은 숨은 공로자였다. 다큐멘터리 장면들 대부분을 컴퓨터그래픽 처리, 낡아빠진 옛 필름을 보는 듯한 현실감을 살려냈다.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도 도입

이와는 다른 분야 중에서 컴퓨터그래픽 사용이 두드러지는 쪽은 만화영화다. 그러나 이용폭은 일반영화와의 차이에서 오는 오묘한 느낌 때문인지 그리 넓지 않다. 대표적인 만화영화 제작사인 월트디즈니사의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아라비안 나이트'와 올해 개봉된 '라이언 킹' 등을 볼 때 사용 깊이가 약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그래픽의 깊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보통 셀 애니메이션(sell animation) 기법을 고수하는 만화영화에서도 컴퓨터그래픽의 중간과정을 이용해 밑그림을 잡아보고, 전체적인 틀을 구상한다. 컴퓨터 안 3차원의 공간에 인물들을 넣어서 움직임을 미리 보고 그 견본에 따라 다시 수작업을 거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어느 순간, 만화 속의 현실감이 강조돼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과정이 삽입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인물의 움직임을 직접 찍어 다시 그림으로 옮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의 변화는 컴퓨터그래픽 발전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것을 컴퓨터그래픽이라 일컫기도 한다.
 

최근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에서도 컴퓨터그래픽의 역할이 늘고 있다. 영상에 직접 표현되지 않는 경우라도 그 제작과정에서 이미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 사진은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위)와 라이언 킹(아래)
 

기술발전 힘입어 '발상의 전환'

최근 한국영화에서도 적지 않게 컴퓨터그래픽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한동안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장면 중에 컴퓨터그래픽이 사용됐다는 것이 영화선전의 한 문구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의 좋고 나쁨을 논하는 것은 관객과 관련자의 일일지 모르나 적어도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은 다소 유치함을 면치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우리 영화현실의 문제이기도 하겠으나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환상이나 자극을 주려는 의도보다는 영화의 내용을 보조하는 추세를 감안한 단계라면 컴퓨터그래픽 사용이 선전이 될 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더러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이 어디에 사용되었는지를 의아하게 생각했기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컴퓨터그래픽이 사용되거나 혹은 관련이 있는 영화를 접할 때면 섬찟한 충격을 받게 된다. 기술의 문제에서 오는 회의라기 보다는 이용방향의 문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영화 장면에 묻혀 현실감을 더욱 안겨주는 것이 요즘 컴퓨터그래픽의 추세다. 컴퓨터그래픽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상상을 촉발하는 가운데 경탄을 자아내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터미네이터'류와 '쉰들러리스트'류의 컴퓨터그래픽 기법차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기술적인 발전과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단적으로 말해 발상의 전환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작게 번지는 영화 속의 컴퓨터그래픽은 하나의 장르 안에 또다른 작은 장르를 구축해 가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하한수
  • 사진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미술·디자인
  • 문화콘텐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