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년만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혜성-목성 충돌을 볼 수 있었던 우리는 진정 행운아인지 모른다. 한여름밤, 우주공간에서 벌어졌던 슈메이커-레비의 목성 충돌 장면을 되돌아본다.
지난 7월17일부터 6일간 많은 이들이 밤잠을 설쳤다. 전례없는 무더위 때문이기도 했지만 1천만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하다는 밤하늘의 우주쇼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슈메이커-레비 혜성과 목성의 충돌, 정확히 표현하자면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의 인력에 끌려 급속도로 빨려들어가는 대장관이 지난 달 광막한 우주공간에서 펼쳐졌다.
시속 21만6천㎞(초속 60㎞)의 무서운 속도로 목성을 향해 돌진해 들어가던 슈메이커-레비 혜성은 7월17일 새벽 4시59분경 첫번째 충돌을 시작했다. 이 충돌로 높이 1천9백㎞ 이상의 화염이 지구둘레를 돌고 있는 허블망원경에 포착됐고 목성에는 지구 크기 반정도의 검게 패인 흔적이 남았다.
이미 목성의 인력에 의해 총 21개의 핵으로 부수어진 슈메이커-레비 혜성은 각 핵에 목성과 부딪히는 순서에 따라 알파벳 ABCDEF 등의 이름이 붙여졌는데, 우리나라에서 관측이 가능한 것은 이중 관측시간대가 맞고 폭발규모가 큰 4번째(D핵·17일 저녁 8시46분), 7번째(G핵·18일 4시28분경), 9번째(K핵·19일 저녁 7시19분), 그리고 11번째(N핵·20일 저녁 7시 16분) 파편 등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덕 천문대, 보현산 천문대, 소백산 천문대, 연세대 일산천문대 경희대 수원천문대 등에서 일부 충돌장면과 그 직후의 모습 등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 그러나 적외선 망원경이 필요했던 네번째 파편의 충돌은 관측에 실패해 우리 천문대 장비의 낙후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 국내 천문학자들을 미국 칠레 등 해외로 파견, 국내의 장마 등 악천후를 만나는 경우에 대비했는데, 칠레 CTIO 천문대에 파견된 경희대 김상준 교수는 첫번째 파편의 목성 충돌 장면을 촬영하데 성공, 국내에 사진을 전송해오기도 했다.
또 아마추어 천문가들을 위한 각종 행사도 때맞춰 마련돼, 관측의 열기로 뜨거운 여름밤을 더욱 달궜다.
슈메이커-레비 혜성은 지난 1993년 천문학자인 유진 슈메이커가 이끄는 천체관측 연구팀이 우연히 발견한 혜성. 정식명칭은 '슈메이커-레비 1993e'다. 각기 지름 1㎞ 정도 되는 얼음덩어리로 이루어진 이 혜성조각들은 당시부터 1년 뒤 목성에 부딪혀 장렬히 부서질 것임이 예측돼왔으며 이번 대충돌로 과학자들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이다.
목성은 태양계 내에서 가장 큰 행성으로 지구에서 태양과의 거리의 4배나 되는 먼 거리에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충돌의 결과 드러나는 구름 빛 파장 등의 분석을 통해 목성의 성분과 형태 위성 등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신비를 캘 기회로 삼을 예정이었다. 또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예견했다.
이밖에 6천 5백만년 전 공룡 대절멸이 과연 혜성의 충돌 때문이었는지 여부를 알아내는 단서를 제공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가졌었다. 이번 충돌에서 파악된 여러 사실들을 통해 향후 구체적인 연구작업이 진행되면 목성과 혜성을 비롯한 우주의 신비가 조금은 더 벗겨질 전망이다.
한편 전세계 천문학자들은 세계 각지에서 이 대장관을 관측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각지에서 전송된 사진들은 그때그때 외신 전파를 타고 전세계로 전달됐다. 이들이 포착한 목성-혜성 대충돌의 장관을 다시 감상해보자. 아울러 국내에서 촬영된 목성과 혜성의 충돌 직후 모습도 함께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