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인간, 즉 신인류도 앞으로 5백만년 후면 지구의 환경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고 지구 위의 생물은 모두 사라진다. 그러부터 장구한 세월이 흐른 다음 지각 변동이 일어나 생명의 새로운 진화가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3백만년 후가 되면 또 하나의 새로운 진화가 일어나게 된다. 기후가 온난해지고 육상에서는 새로운 퇴적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앞서 인공인간들에게 일어났던 진화보다 훨씬 획기적인 진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아직도 골짜기에는 예전의 사람들이 군데군데 살고 있지만 물가에는 새로운 형태의 사람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고기만을 먹는 집단이며 고기를 잡기에 좋도록 몸이 진화했다(Piscator longidigitus).
이들의 몸매는 유선형이며 표피가 매끈하다. 발은 헤엄치기에 편하도록 돼 있고 물 속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조정된 렌즈가 있는 눈을 가졌으며 또한 빛의 굴절률을 고정할 수 있는 뇌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수중인간과 다른 집단으로, 물고기가 근접한 것을 텔레파시를 통해 알아내고 물고기가 눈치채지 못하게 접근해 잡는다. 잡은 물고기는 가족과 함께 구워 먹는다.
3백만년 후 식인종 집단도 나타나
한편 열대우림 지역에서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수상거주자들이 진화한다. 이들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산다. 음식이 풍부하고 환경에 변화가 없어서 대단히 게으르고 근친혼으로 유전적인 능력이 대단히 쇠퇴해 있다. 이들은 나무 위의 생활에 적합하도록 발도 손과 같이 잡을 수 있도록 발달해 있으며 거꾸로 매달려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개미를 먹는 사람(Formifossor angustus)들도 출현한다. 이들은 대단히 긴 손가락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개미집에 넣어 개미가 붙어 밖으로 나오게 한다. 이때 개미들이 전혀 영향을 줄 수 없도록 손가락에는 신경조직이 없으며 개미들을 입으로 훑어서 먹는다.
이들은 개미산에 면역돼 있어서 영향을 받지 않지만 체내 분해가 되지 않아 체내에 축적해두기만 한다. 그래서 이들의 고기는 누구도 먹지 못한다. 검은 털의 등부분에 흰 줄무늬가 있어서 이것이 특징으로 쉽게 구별되고 적으로부터 보호받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단독생활을 하는데, 이것은 하나의 개미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개미가 두 사람 이상의 분량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막에서는 예전의 초원거주자들과 비슷한 모습을 한 인간들이 진화하게 된다. 이들의 귀는 박쥐와 같이 쫑긋하다. 이는 열을 방사하기 위한 것이며 팔 다리가 길게 발달돼 있다. 이들의 조상은 온대숲에 살고 있었는데, 수렵진화의 결과 초원거주자와 비슷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눈은 편광(偏光)렌즈가 달려 눈부신 사막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나 색맹이다. 그러나 밤중에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세포조직이 변화돼 있다.
이들의 먹이는 곤충이나 도마뱀 등이다. 바위언덕같이 보이는 주거지에서 살며 뜨거운 햇빛과 밤의 추위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땅 속을 깊이 파고 산다.
온대지방의 숲에는 툰드라 거주자들이 진화해 식물을 먹고 사는 덩치가 크고 온순한 거대한 인간(Gigantheopus arbrofagus)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선조와 마찬가지로 두터운 지방층을 가지고 있으며 털로 뒤덮여 있다.
그런데 이들을 사냥해 먹고 사는 집단이 나타나게 된다(Acudents ferox). 이 집단은 사냥하는 다른 인간들에 비해 몸체가 큰 편이다. 초식성 인간의 두터운 피부를 뚫기 위해 앞니가 맹수의 송곳니처럼 발달돼 있고 입도 아주 크게 벌릴 수 있도록 발달돼 있다. 그런데 초식성 동물은 공격을 받으면 필사적으로 싸우게 돼 상호 피해를 입는다.
5백만년 후 지구 위 생물 모두 사라져
5백만년 후에는 그로부터 5백만년 전에 우주로 떠났던 현생인류의 자손들이 지구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들은 이미 각기 환경이 다른 별에 적응했기 때문에 지구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들이 현생인류의 직접적인 자손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들은 그동안 우주의 여러 곳에 식민지를 만들어 살면서 독자적인 문명을 만들어냈다. 지구로 되돌아온 후 이들이 살 수 있는 외관상 단순한 건물을 짓는다.
이들이 가장 고통스럽게 여기는 것은 지구와 살던 곳과의 대기압 차다. 그래서 이들은 밀폐된 건물 내에서만 살 수 있고 바깥으로 나올 때는 보호장비를 뒤집어 쓰고 나와야 한다.
결국 이들은 자신을 보호할 건물을 짓는 재료를 소진해 버리자 지구환경을 그들이 사는데 도움이 되도록 개조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구의 식물과 동물은 현저히 변화하게 되고 새로운 건물에 의해 숲과 식생이 대대적으로 파괴된다.
이 인간들은 지구에 존재하던 툰드라 거주자의 후예들의 유전자를 조작, 단백질 공급원으로 만들어 큰 건물 내에서 생산하도록 만든다. 또한 바깥의 생활이 자유롭지 못하므로 삼림거주자의 후예들을 공기정화장치를 머리에 달고 물건을 잡는 데 편리한 손과 튼튼한 다리를 가지도록 개조해 작업인간으로 사용한다.
이 작업인간들은 주인의 명령이 텔레파시 수신기를 통해 뇌에 직접 전달되도록 설계돼 있다. 기생인간보다 작은 인간들을 만들어 좁은 공간이나 건물의 외부에서 일하도록 한다.
외출할 때는 특수방호복을 입는다. 유전자 공학에 의해 삼림거주자들을 특별히 개발해 만든 긴 다리를 가진 동물의 등을 타고 다니는데, 머리에 부착된 기계를 통해 명령을 전달하게 된다.
신인류의 이러한 생활도 수세기가 흘러가면 지구의 환경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한다. 이들은 새로운 행성으로 가버린다. 드디어 지구 위에는 생물이 모두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장구한 세월이 흘러서 지구는 거대한 규모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화산들이 폭발하게 된다. 해저화산의 부근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공급되기 시작하고 다시 미세한 박테리아와 같은 생물이 나타난다. 또다시 생명의 새로운 진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딕슨의 '인간의 진화와 절멸'의 시나리오를 간략히 서술한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이후 5백만년 동안의 연속적인 진화과정을 생물학 지질학 그리고 인류학 등의 다양한 지식을 동원해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진화의 과학적인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 장차 바다는 가장 공해가 집중되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중 인간이 대단히 번성할 것이라는 점이나 인간의 지혜로 출발한 인공인간들이 문화적인 적응을 배제한다는 점, 각각의 환경과는 달리 특수하게 진화한 집단들이 상대의 환경을 넘나들 수 있다는 가정 등 다수의 현실에 맞지 않는 가정들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미래인간의 모습에 대한 치밀한 과학적인 전망이라기보다 현생인류가 가지고 있는 문명의 결과를 예측하는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여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나리오는 현생인류가 앞으로 수 천년 안에 절멸하고 현생인류가 각 환경에 맞도록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든 인공인간들이 5백만년 동안 진화해 나가다가 우주로 나간 현생인류의 자손에 의해 다시 변형되는 운명을 거쳐 결국 절멸한다는 내용이다. 앞으로 수세대 이내의 자손들은 이미 지옥과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는 내용인데, 서두에서 언급한 바대로 인간의 이기심이 앞으로의 세상을 더욱 공해와 공포로 혼란스럽게 만들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문명의 결과 미리 알려주는 경고
그러나 이타심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진 사회제도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의 본능 속에 내재된 이타심 자체는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는 것을 느리게 만들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의 지적인 능력은 당분간 통용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공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공해를 해소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며 사회 간의 갈등을 새로운 제도를 만듦으로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의학이나 유전공학이 아무리 발달해 인간을 불사신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생물계의 한 부분임을 인식하지 못하면 2백만년 전에 발명한 문명의 씨앗은 오래지 않아 인간에게 악의 꽃으로 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