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貝類)는 옛부터 인류의 생활과 긴밀한 관련을 맺어왔다.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化石)이나 패총(貝塚)에서 볼 수 있듯이 조개류는 인류문화의 여명기때부터 인간의 식량으로서 또는 화폐·재화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조개를 뜻하는 패(貝)라는 상형문자가 '돈' 또는 '보물'의 뜻으로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조개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조개소라 고둥 등 넓은 의미의 조개류는 생물분류학상 연체동물에 속하는데, 현존하는 연체동물의 99%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또한 조개류는 고생대 캄브리아기(약5억5천만년전)부터 지구상에 살았으며, 분화를 거듭한 나머지 오늘날에는 약 11만종이나 되는 큰무리로 되었다. 이 숫자는 동물계에서 곤충 다음 가는 규모.
이같은 조개의 다양한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이 바로 목포 향토문화관의 조개전시관. 이곳에는 형형색색의 갖가지 조개류가 무려 1천6백90종 4천여점이나 전시돼 있다.
중앙대 김성훈교수(농업경제학)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조개(정확히는 조개껍질인 조가비)를 고향인 목포시에 기증함으로써 86년말 개관한 조개전시관은 국내 최초의 것임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색없는 '조개의 대박물관'으로 꼽히고 있다. 전시된 조개들을 보면,사람을 잡아 먹었다는 설화가 있는 1백44kg 무게의 식인조개(큰조개)에서부터 1cm 안팎의 '난장이고둥'에 이르기까지 크기과 모양이 다양하다. 또 빛깔도 아름다운 갖가지 원색을 망라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우선 눈에 띄는 것만 열거해봐도 그리스신화의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는 설화로 유명한 가리비조개(Scallop), 섬세한 촉수(觸手)가 있는 국화조개, 아프리카 모리셔스산의 길이 10cm짜리 하프조개, 서인도제도산으로 길이 20cm의 대형인 짜부락고둥, '바다의 영광'이란 별명이 붙은 청자고둥, 지름 15cm의 가량의 대형 집낙지, 뱅갈산의 흰색소라 등 일일이 헤어릴 수 없을 정도다. 조개전시관이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조개들을 갖추게 된 것은 수집자인 김성훈교수가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 태평양지역책임자로 일하면서 중공 등 세계 각국을 순방, 조개를 채집해왔기 때문. 또 김교수는 조개를 직접 채집하는 작업 외에도 미국과 영국에 본부를 둔 조개협회(Shell Society)를 통해 매입하거나 교환해온 덕분이다. 김교수가 20여년 이상 수집한 4천여점의 조개 가운데는 세계적인 희귀종만도 2백여점에 달한다는 것. 위에서 언급한 조개협회는 조개의 가치를 판정하는 공인기관역할을 하고 있는데, 완숙하고 흡집이 없으며 아름답고 희귀할수록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한다.
국내외에서 관람객이 밀려와
흔히 조개라고 부르는 종류들은 생물학상으로 연체동물의 복족류와 부족류에 속하는 것들이다. 즉, 복족류(腹足類 또는 一枚貝)는 몸이 나선형의 조개껍질에 싸여 있고, 머리에 눈과 촉각이 있는 연체동물을 말한다. 대부분 바다에 서식하나 민물이나 육지에 서식하는 것도 있는데, 달팽이 고둥 소라 우렁이 등이 이에 속한다.
부족류(斧足類 또는 二枚貝)는 몸이 2장의 조개껍질에 싸여 있고,도끼 모양의 발로 운동하고 머리는 흔적만 남아 있다. 홍합 대합 굴 바지락 고막 등이 이에 속한다. 분류하기에 따라서는 부족류만을 조개로 보기도 한다. 약 1만여종이 현존하는데, 바다에만 서식한다. 이상의 조개류가 속한 복족류와 부족류를 제외한 나머지 연체동물중에는 오징어 낙지 등의 두족류(頭足類), 뿔조개 등의 굴족류(掘足類) 그리고 다판류 단판류 무판류 등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동해안을 제외한 서해와 남해의 해안이 심한 굴곡에다가 얕은 개펄로 이루어져 있어 조개의 서식에 적당한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비교적 많은 조개가 서식하고 있고 맛도 뛰어나 식생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조개는 일반적으로 예쁜 것이 드문 게 흠으로 지적된다. 다만 제주도 근해와 흑산도 주변의 백합들은 세계적으로도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한다.
목포의 조개전시관이 설치퇸 향토문화관은 시내중심지에서 약간 떨어진 동쪽바닷가로 속칭 갓바위로 불리는 목포시 용해동7번지에 자리잡고 있다. 향토문화관이 생긴 것은 83년7월이나 조개전시관은 86년12월 개관했다. 향토문화관측에 따르면 하루평균 1~2천명의 관람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들 관람객은 전국 각지에서 일반인 학생 등 각계각층을 망라하고 있는데, 특히 수학여행팀 단체관광팀 등 단체관람객이 많고 조개전시관의 소문을 듣고 오는 외국인도 종종 있다는 얘기다.
약 2백여평의 조개전시관을 둘러본 관람객 대부분은 "이렇게 조개가 다양하고 아름다운 줄 몰랐다" "이런 조개들은 처음 봤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 기증자인 김성훈교수는 "다가오는 해양시대를 맞아 학생들에게 바다에의 꿈을 심어 주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관람은 연중무휴로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