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로 손을 한 번 씻을 때마다 민물고기 한 무리가 생존 능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호주 시드니대의 애슐리 워드 교수팀은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4노닐페놀’(4-NP)이 물고기가 무리 지어 사는 습성을 방해해 생존 능력을 줄인다는 사실을 ‘영국왕립학회보’ 10월 23일자에 발표했다.
4-NP는 비누나 살충제, 그리고 하수처리 시에 널리 쓰이며 사람이나 동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고기가 4-NP에 오래 노출되면 여성호르몬이 과다증식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유럽연합을 포함한 선진국은 4-NP 허용기준을 0.0005~0.001ppm으로 정해놓고 있다.
연구팀은 4-NP가 미치는 다른 영향을 알아내기 위해 항상 무리를 지어 다니는 민물고기 ‘밴디드 킬리피시’ 두 무리를 각각 깨끗한 물이 담긴 수조와 4-NP가 0.001ppm 포함된 수조에 넣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자 4-NP가 든 수조의 물고기들은 깨끗한 수조의 무리보다 서로 2배 이상 멀리 떨어진 채 행동했다. 무리가 해체된 것이다.
워드 교수는 “무리짓는 물고기는 각각 자신들만의 고유한 ‘체취’로 동료를 판별한다”며 “미끈거리는 성질의 4-NP가 물고기를 감싸며 물고기의 체취를 감췄기 때문에 이들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무리짓는 능력을 잃어버린 물고기는 짝짓기가 어렵고 방어 기능도 약해져 도태되기 쉽다”며 “허용기준치에 해당하는 소량의 4-NP라도 장기적으로는 ‘치사량’과 같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