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는 헬륨 10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액체헬륨온도(4.2K)로 널리 알려진 헬륨은 어떤 원소이며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
헬륨은 1868년 프랑커랜드와 록크버에 의해 태양의 스팩트럼선에서 처음 발견됐다. 헬륨(Helium)은 태양(Helios, sun)에 무엇인가 첨가된 물질(lum, more)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태양의 에너지원이 핵융합 반응이며 이 과정에서 다량의 헬륨이 방출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만, 당시는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1895년에는 공기중에도 소량의 헬륨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으며 대기에서 직접 헬륨의 추출이 가능해졌다. 또한 자연에 안정된 상태로 존재하는 헬륨은 헬륨3과 헬륨4 두가지 동위원소뿐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중 헬륨3은 공기중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양이 미미하여 헬륨4의 1만분의 1정도다. 여기서 3과 4라는 숫자는 각 헬륨이 질량을 나타내고 이 질량 차이는 원자핵안에 존재하는 중성자 개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알다시피 원자는 원자핵과 핵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로 구성돼 있다. 원자핵을 이루고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질량이 거의 같다. 그러나 전자의 질량은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에 비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헬륨3과 헬륨4의 원자핵 내의 양성자의 개수는 2개로 같으나 중성자의 개수가 1개와 2개로, 이 차이가 질량의 차이인 것이다.
그리고 원소 사이의 화학적 상호작용은 전자의 이동에서 비롯되는데 헬륨의 전지구각들은 완전히 차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다른 물질과 잘 반응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다른 물질들과 반응하지 않는 원소들을 불활성원소라 부르며 헬륨은 이런 종류의 원소 중 가장 가벼운 원소다. 이보다 무거운 원소로는 네온 아르곤 클립톤 제논 등이 있다.
1천만분의 1초 동안만 존재하는 헬륨10
자연에서 천연으로 발견되는 헬륨3과 헬륨4 이외에 인공적으로 만든 헬륨의 동위원소는 헬륨6과 헬륨8이 있다. 최근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혈륨4보다 중성자수나 6개가 많아 질량이 2.5배가 큰 헬륨 10을 발견한 바 있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만든 헬륨의 동위원소들은 안정한 상태인 헬륨3과 헬륨4와는 다르게 존속시간이 1천만분의 1초보다 작다. 헬륨10의 등장은 중성자별의 구조를 밝히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한가지 기대뿐이다.
따라서 이들은(헬륨6, 헬륨8, 헬륨10)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원소들일 뿐이며 실제로 물리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헬륨원소는 안정된 헬륨4 또는 헬륨3뿐이다. 또 기체상(相)으로 존재하는 헬륨4는 열처리에서의 분위기 기체, 헬륨-네온 레이저의 레이저물질 등으로 사용하기도 하나 역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물질의 온도를 내리는데 사용하는 액체헬륨이다.
기체를 액화시키는 기술은 산업에 도움이 되므로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다. 로켓의 연료연소를 위해서는 액체산소가 필수적이며 천연가스는 액화시켜 보관하거나 운반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안전하다. 처음으로 액화된 기체는 산소(1877년, 1기압에서 끓는 점 90K, 즉 -1백83℃)이다. 이후 질소(1883년, 비등점 77K)와 수소(1884, 끓는 점 20K)등의 액화가 이루어졌고 끓는 점이 가장 낮은(4.2K)헬륨의 액화는 1908년 온네스에 의해 성공되었다. 여기서 K는 절대온도를 나타낸다(0K는 -2백73℃).
온네스에 의한 헬륨의 액화는 저온물리학이란 새로운 물리분야를 만들었으며 액체헬륨을 이용한 수온의 초전도현상이 발견되어 초전도물리학이 태동됐다.
초저온에서도 액체
헬륨은 자연에 존재하는 어떤 물질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헬륨은 온도를 0K 가까이로 내리더라도 고체가 되지않고 액체상태로 존재한다. 둘째 이 액체헬륨은 어떤 온도(2.176K) 이후에서는 초유체의 성질을 갖는다. 여기서 초유체라는 것은 보통유체와 달리 점성을 전혀 갖지 않는다. 그래서 이 초유체를 무한히 긴 파이프속을 통해 흘려도 전혀 유속이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초유체의 성질은 초전도체 도선에 전류가, 전류값이 변하지 않고 무한시간 동안 흐른다는 사실과 유사하다.
헬륨이 0K 가까이에서도 액체상태를 유지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에 크게 배치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물질의 온도를 낮추어 가면 물질은 점점 질서화된 상태, 즉 기체→액체→고체, 즉 상(相)이 변하며 0K까지 가면 물질은 고체상 중 가장 안정된, 완전히 정렬된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고체가 모든 물질에 있어서 가장 정렬된 상태라는 통념 때문이다.
헬륨은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 중 유일하게 0K에서도 유체 상태가 고체 상태보다 더 안정돼 있다. 헬륨은 자연에서 수소 다음으로 가벼운 원소이다. 따라서 질량이 적음으로 해서 이 0K가까이에서도 원자들이 계속 요동한다. 또한 수소나 다른 어떤 원소들보다 원자 상호간의 인력이 적기 때문에 원소들이 서로 뭉치지 않는다. 즉 수소는 ${H}_{2}$인 분자상태로 존재하나 헬륨은 원자상태로 존재한다. 그 결과 헬륨은 0K 가까이에서도 액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액체헬륨의 고체화는 26기압이라는 높은 압력을 주어야 가능하다.
물질의 상태는 외부의 여러 조건에 따라 변한다. 외부 온도와 압력변화가 어떻게 헬륨의 상태를 변하게 만드는가 하는 것은 (그림)에서 알 수 있다. (그림)에 물과 헬륨4의 상그림을 비교하여 그려 놓았다. 헬륨3의 상그림은 기본적으로 헬륨4와 같은 구조를 가지나 초유체가 되는 온도는 헬륨4보다 훨씬 낮은 1천분의 3K이다. 헬륨4의 상그림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0K 가까이에서도 압력이 26기압보다 작은 경우에는 액체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 액체헬륨은 2.176K를 분기점으로 하여 두가지 다른 액체상태로 갈라진다. 즉 이 온도 이하에서는 액체헬륨은 초유체의 성질을 띠게 된다. 물의 상그림에서 물이 1기압에서는 3백73K, 즉 1백℃에서 끓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헬륨의 1기압에서의 끓는점은 4.2K이다. 그래서 물을 상온의 대기중에 두면 천천히 증발할 것이나 액체헬륨을 상온의 대기중에 두면 순식간에 증발되어 모두 대기중으로 기체화돼 날라가 버릴 것이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액체 헬륨은 외부와 열차단이 아주 잘된 용기속에 보관해야 한다.
어디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나
물체를 액체헬륨에 담금으로써 물체의 온도를 4.2K로 내릴 수 있다. 4.2도보다 낮은 온도를 얻기 위해서는 액체헬륨을 진공펌프로 펌핑하여 압력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 이를 액체헬륨의 증발냉동이라 부른다. 상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압력을 1기압 이하로 낮추면 끓는점이 낮아지므로 온도가 내려간다. 즉 액체헬륨을 펌핑하면 압력이 낮아지고 이 때문에 액체헬륨의 증발이 가속된다.
그리고 이렇게 증발되는 헬륨기체는 주위에서 기화열을 빼앗기므로 액체헬륨 자체의 온도가 내려간다. 이는 우리가 물을 손등에 바를 경우 손등의 물이 점차 증발하면서 시원함을 느끼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즉 물이 증발할 때 주위에서 기화열을 빼앗아가므로 손등의 온도가 낮아져 시원함을 느낀다.
이렇게해서 내릴 수 있는 온도의 한계가 액체헬륨4를 사용할 경우 약 1K 정도이고 헬륨4보다 휘발성이 좋은 헬륨3을 사용할 경우 한계온도는 대충10분의 3K 정도이다.
액체 헬륨을 이용하여 이 보다 더 낮은 온도를 얻고자 할 경우 희석냉동기를 주로 사용한다.
이 방법에 의해 내릴 수 있는 한계온도는 대략 1천분의 몇K이다. 현재 희석냉동기는 상업적 모델들도 많이 나와 있어서 극저온에서의 물성연구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구리나 은을 사용한 탈자화 냉동으로 내린 최저의 온도는 현재 1억분의 10K 보고되어 있다. 이렇게 낮은 온도는 물질의 물리적 성질이 온도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특정한 물리량을 측정할 수 있다. 앞으로의 물리적 기술발달에 의해 어느정도까지 0K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물리학에서 큰 관심거리 중의 하나다. 또한 이 온도 영역에서 새로운 물리현상들이 발견될 수 있느냐하는 것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