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몸안의 자장감지체계를 이용해 해변을 찾아 헤엄친다. 사람도 머리속의 자철광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미국 학계에는 인간의 두뇌세포가 자철광(magnetite)이라는 강한 자성 광물질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대두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장본인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커시빙크 박사로 그는 벌에서부터 고래에 이르기까지 자철광 결정을 이용해 지구 자장을 감지해서 방향을 잡아 움직인다고 한다. 박사는 이 자철광 결정이론으로 강한 자기장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간의 감각능력도 이 자철광에 의해 생겨나는지는 아직 확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직은 급진이론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중의 하나인 자철광이 인간의 두뇌에서 합성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에게는 깜짝 놀랄만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자철광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아직 신비에 싸여 있다. 자철광은 단지 진화의 표시일지도 모르며 아무 기능도 하지 않을지 모른다. 아니면 자철광의 기능을 연구해 보면 전자기장이 뇌암이나 백혈병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인간의 뇌를 핵자기 공명 현상을 이용해 촬영할 때 나타나는 스핀 에코(spin echo)라는 이상한 영상을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커시빙크 박사는 때로는 사이비라는 의혹까지 받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사 자신의 말에 따르면 동물세포에서 자성물질을 찾아낼 수 있는 실험실은 세계에서 그의 연구실 뿐이라고 한다. 그의 실험실은 작은 청정실(clean room)과 같다. 지질학적인 면을 고려해서 세워진 실험실은 변압기에 사용되는 철심을 6t이나 들여 둘러쌌기 때문에 지구의 자장으로부터 완전히 차폐됐다. 이 실험실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장측정계를 갖추고 있다. 이 기계로 바위나 동물의 몸안에 있는 아주 약한 자기모멘트(magnetic moment)를 측정할 수 있다.
이 실험실에서 박사는 박테리아 연어 참치에 아주 작은 자성 결정이 있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을 추출해냈다. 계속해서 거북 왕나비 새우 따개비 박쥐 설치류들도 조사해보고 싶었지만 연구비를 얻을 수 없었다. 연구비를 대주던 국립건강연구소와 다른 기관들이 지원을 중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박사는 지원이 끓어진 이유가 이 기관들이 지질학자가 인간의 뇌세포를 갖고 연구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구비가 중단되거나 전문지로부터 논문이 거절되는 경우는 연구한 사람이 틀렸을 때뿐만아니라 그 내용이 심오하지만 상당히 급진적일 때도 공통되는 운명이다. 커시빙크박사가 이 두가지중 어디에 해당되는가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10여명밖에 안되기는 해도 생물자기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커시빙크 박사는 상당히 높이 평가받고 있다.
"커시빙크 박사는 이런 자성 물질을 분리해내려고 노력해온 유일한 사람이다. 세포안에서 찾아내려고하는 물질의 농도가 아주 낮을 때는 오염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커시빙크 박사는 이 일을 충분히 해낼 사람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물리학교수이자 자성(磁性) 박테리아 연구의 전문가인 리처드 프란켈의 말이다.
매사추세츠 대학 식물학 교수인 린 마클리스는 진화 전문가다. 그는"커시빙크 박사는 매우 뛰어나지만 너무 앞서 나간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따라 갈 때까지 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다.
생물자기학에 대한 커시빙크 박사의 관심은 20년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학부를 다닐 때부터 시작됐다. 그 당시 그는 생물학과 지질학을 모두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지질학 수업시간에 자철광은 지질학적인 과정을 거쳐 생성된다고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생물학 교수가 원시 연체동물을 그에게 보여줬고 그 연체동물의 이발에는 생물학적으로 생성된 자철광이 아주 많이 들어있었다. "그 연체동물의 혀는 우리가 늘 보는 막대자석에 들러붙을 정도였다. 그것은 이제껏 보지 못한 신기한 일이었다'고 박사는 회고한다.
그 뒤 얼마 안돼, 마그네토솜(magnetosome)을 지니고 있는 박테리아 집단이 발견돼 과학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마그네토솜은 얇은 막에 둘러 싸인 생물학적인 작은 막대자석의 고리를 말한다. 이 박테리아는 알맞은 산소농도를 찾기 위해 진흙속에서 위아래로 움직일 때 지구의 자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반구에 있는 박테리아는 북쪽을 향하고 남반구의 박테리아는 남쪽을 향한다. 적도에는 두 종류가 모두 있다.
젊은 시절의 커시빙크는 여기에 빠져들었다. 동물들은 맛을 보고 냄새를 맡고 감촉을 느끼고 보고 들을 수 있는 세포를 분화시켜 진화해왔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자장을 감지하는 어떤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박사는 말한다.
1980년대 초 많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이 연구하던 것을 자장측정계에 넣어 검사하기 시작했지만 그 실험들은 모두 자화(磁化)된 먼지로 오염되기 일쑤였다. 과학자들은 그들이 검출한 신호가 측정대상인 동물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1981년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후, 커시빙크 박사는 모교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 돌아와 생물자기학을 연구할 자신의 실험실을 꾸였다.
그는 고래에 대해 연구하며 잠수할 때의 각도와 대양 바닥의 지구 자기장 세기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고 그 결과 고래는 자장감지체계를 이용해 헤엄친다는 가설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고래가 해변에 닿았는지 아는 것은 지구 자기장의 변동을 통해서라고 박사는 주장한다. 해변에서는 지구자기가 이동하거나 갑자기 떨어진다.
박사와 연구동료인 그의 부인은 나침반으로 북쪽바늘이나 남쪽바늘을 따라 미로를 탈출하도록 꿀벌을 훈련시켰다. 그런 다음 강한 자기장을 걸어 꿀벌안에 있는 자철광 결정의 자화 방향을 반대로 바꿔 놓았다. 그 후의 실험에서 벌들은 훈련받은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날아다녔다.
뇌종양등 새롭게 해명할지도
커시빙크박사가 자신의 연구를 인간두뇌에 적용시키게 된 것은 질병문제 때문이었다. 지난 10년간의 전염병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종양과 어린아이들의 백혈병이 송전선이나 집에서 쓰는 가전기기에서 나오는 전자기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리학자들은 약한 전자기장이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전자기장은 마치 고무풍선에 시럽을 쏟은 것처럼 세포주위를 미끄러져 지나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커시빙크박사는 만일 인간이 어떤 기회에 자기장에 반응하는 물질을 체내에 갖게 되었다면 물리학자들이 틀린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죽은 지 얼마 안된 일곱사람으로부터 뇌조직을 떼어내 테프론으로 코팅된 기구로 세포들을 분리했다. 이 샘플중 일부는 얼린 다음 자장측정을 했다. 그 결과, 자장과 강하게 반응하는 강자성 광물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얻었다. 이 강자성 광물말고는 인간의 몸안에 있는 철분은 다 강자성체가 아니라고 한다.
다른 샘플은 잘 분해해서 자석이 붙어 있는 시험관에 넣었다. 일주일후 시험관 유리에는 자철광 결정이 붙어 있었다. 작은 양이긴 하지만 실험에 사용된 7사람의 뇌조직 모두 자철광을 갖고 있었다. 인간의 뇌를 보면 대체로 조직 1g당 5백만개의 자철광 결정이 있다. 뇌를 감싸고 있는 질긴 막에는 1g당 1백만개의 결정이 있다. 평균잡아 인간의 뇌에는 70억개의 자철광 결정이 있고 그 무게는 1백만분의 1 온스정도 된다.
박사는 자철광이 몸안의 다른 물질, 예를 들어 핏속의 철분보다 1백만배나 더 강하게 자기장과 반응한다고 한다. 만일 1백만개의 세포중 한개의 세포에만 자철광이 들어있다면 밖에서 자기장을 걸었을 때 그 세포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자철광이 서로 짝을 이뤄 자장이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고, 외부자장에 반응해 자철광 결정들이 진동한다면 여러가지 생물학적인 영항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영향에는 암도 포함된다.
커시빙크 박사는 자철광 결정으로 인간의 뇌에 대한 다른 신비로운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향감각이 좋은 사람이나 초감각능력을 가진 사람 또는 막대기 하나로 물을 찾는 사랄들은 평균적인 자기감지능력이상의 기능을 가진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던져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러차례 조심스럽게 실험을 했지만 자철광이 그런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작은 자석들을 통해 인간이 어떤 감각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증거는 아직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점이 확인된다면 인간의 감각능력에 대한 신비를 푸는 연구가 새로운 장을 맞을 것으로 박사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