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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식성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미국에서는 작은 새우의 먹는 습성연구를 통해 동물의 식성이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아밀라제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

요즈음 아침 TV방송에서 중국 약선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요리를 보자면 못먹을 게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설명하면서, 이를 한국식으로 바꾼 약선요리 재료를 함께 소개한다는 점이다. 똑같은 재료로는 한국사람에게는 약효가 없어서인지,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입맛이 다르기 때문인지는 설명이 없다. 그러나 입맛은 각인각색인데 하물며 다른 민족 간에는 더 말할 나위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금세기초 블랙슬리(Blackeslee)가 사람들이 후각을 감지하는 능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각 개인은 자기 만의' 독특한 감각세계(unique sensory world)'에 살고 있다"고 한 말은 시사적이다(Science 48,298)

이는 후각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사람에 따라 고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야채를 좋아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특별히 고기 중에서도 돼지고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오리고기, 쇠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사람마다 특별한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아침 식사를 할 때 김치찌개보다 생선튀김에 더 손이 간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그 해답은 녹말을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제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어떤 음식에 대한 동물의 선호가 어떤 종류의 아밀라제가 만들어지는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 국립과학학회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vol 90, p5257)는 작은 갑각류의 연구결과를 통해 동물의 미각을 결정하는 유전적 요인이 있음을 제시했다.

동물의 미각을 결정하는 유전적 요인
 

동물의 식성과 유전자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쓰인 작은 새우
 

비록 이 연구가 작은 갑각류의 연구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 결과는 인간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동물에 적용될 수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뉴욕 대학의 마사 콰르나(Martha Cuarna)와 리처드 보로브스키(Richard Borowsky)는 물벼룩의 사촌쯤 되는 작은새우(Gammarus palustris)의 먹는 습성을 연구했다. 이 갑각류는 주로 조류를 먹는데, 미국동해안 외해수의 영향이 많은 습지에 서식한다. 1980년대 중반 보로브스키는 조류에 대한 이 작은 새우의 먹이습성이 아밀라제 유전자중 하나에 의하여 영향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 팀의 일원이었다.

아밀라제 유전자(Amy Ⅱ)에는 두가지 변이(Amy ${Ⅱ}^{52}$, Amy ${Ⅱ}^{55}$)가 있는데, 이 변이가 작은새우가 먹이를 선택하는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여느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작은새우도 아버지로부터 하나의 유전자 복제물(copy)을 받고 어머니로부터 또 하나의 복제물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각각의 작은새우들은 두 가지가 같은 유전인자를 가지게 되거나 혹은 서로 다른 인자를 가지게 된다.

연구자들은 두 종류의 흔히 볼 수 있는 조류에 대한 작은 새우의 먹이선택 양상을 보여주었다. 조류 중 하나는 외해의 저조성 부근의 바위나 말뚝 위에 착생하고 침모양, 혹은 댓잎모양 엽상체를 가진 갈파래(Ulva lactuca)고, 다른 하나는 외해수의 영향이 많은 해안 바위 위에 착생하며 식용도 가능한 창자 파래(Enteromorpha intestinalis)다.

일반적으로 작은새우는 갈파래가 아주 약한 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서 맛이 없기 때문에 창자파래를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Amy ${Ⅱ}^{52}$의 인자만 가지고 있는 새우는 Amy ${Ⅱ}^{55}$인자만 두개 가지고 있는 작은새우보다 훨씬 더 창자파래를 잘 먹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각 변이인자를 하나씩 가진 것은 동일한 두가지 다른 인자를 가진 것들의 중간 정도의 빈도로 창자파래를 포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그들은 인자형과 관련된 먹이의 선호도를 보여주는 것이다(Genetics, vol111, p311).

이는 어떤 원리일까? 인자형에 따라 만들어진 이형효소(Allozyme)들이 관여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들 아밀라제의 이형 효소는 어떤 방식으로 먹이선택에 기능할까?

그들은 좀더 심도있는 연구를 통해 아밀라제 유전자가 어떻게 작은새우가 메뉴를 선택하는데 관여하는지 알아냈다. 아밀라제 유전자는 AmyⅡ 유전자의 산물인 아밀라제를 만들고 그 유전자의 변이는 그 효소의 변이를 만든다. 그런데 작은새우는 많은 아밀라제를 만들고 그중 일부를 주변의 물에 퍼뜨려서 그 동물이 씹기 전에 조류의 녹말을 소화시킴으로써 맛을 보게 된다고 한다.

이때 다른 종류의 아밀라제는 녹말을 엿당을 포함한 다양한 당의 다른 혼합물로 만들기 때문에 다른 맛의 효과를 작은새우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Amy ${Ⅱ}^{52}$와 Amy ${Ⅱ}^{55}$가 다른 산물을 만들어 냄으로써 조류를 달콤하게 만든다는 것을 밝혀냈다.
 

작은새우의 주식은 갈파래, 창자파래 등 조류다.
 

아밀라제 효소 차이가 미각의 차이

연구원들은 그 두가지 조류에서 순수한 녹말을 얻은 다음 두가지 다른 변이 효소로 분해했다. 이를 HPLC(High 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로 분석한 결과 다른 당혼합물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만약 이 과정이 자연상태에서 일어난다면 작은새우가 느끼는 조류의 맛은 작은새우가 가지는 아밀라제 차이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연구원들은 이 다른 당혼합물이 작은새우가 조류를 선택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혼합물을 만든 다음 젤리와 섞어서 작고 미세한 유리구슬(glass beads) 표면에 발랐다. 이렇게 젤리가 발린 유리구슬 한쌍을 새우에게 주었더니 Amy ${Ⅱ}^{52}$에 의해 분해된 녹말의 당 산물이 발린 유리구슬이 제공되었을 경우 갈파래의 당 혼합물보다 창자파래의 당 혼합물이 선호되었다.

그러나 이형효소 Amy ${Ⅱ}^{55}$에 의해 소화된 당 산물이 발린 구슬을 제공하자 새우는 항상 갈파래의 혼합물을 선호했다.

이 결과는 그전 실험의 결과와 잘 맞아떨어진다. 즉 창자파래는 Amy ${Ⅱ}^{55}$ 보다 Amy ${Ⅱ}^{52}$에 의해 분해됐을 때 더 좋은 맛을 내고 갈파래는 Amy ${Ⅱ}^{52}$ 보다 Amy ${Ⅱ}^{55}$에 의해 분해되었을때 훨씬 더 좋은맛을 낸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같은 작은새우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밀라제에 따라서 좋아하는 조류의 종류가 달라질수 있는 것이며 작은 새우의 아밀라제 유전자가 그들이 먹는 조류의 맛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아밀라제 인자형과 먹이선호 사이의 상관 관계는 작은새우에만 특이한것이 아니라 갑각류 중 등각류(等脚類, Asellus aquaticus)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Hereditas 87, 21-26). 그러므로 이 관계는 갑각류에서 보다 일반화될 수 있고, 심지어 다른 집단에도 적용될 수도 있다.

아밀라제 인자형이 새우의 식성만 결정할까?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만약 주변에 갈파래 군락과 창자파래 군락이 나누어져 있다면, 갈파래를 맛있게 생각하는 작은새우와 창자파래를 맛있게 생각하는 작은새우의 서식지도 달라질 것이다.

유전자에 의하여 생물행동이 조작된다는 말들이 최근 많은 화제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례는 그와 관련하여 유전자와 동물 행동과의 재미있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바이오 감미료'시대 목전에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1993년 8월 14일자에 따르면 보로브스키는 이 연구를 인간의 미각에 관한 것으로 확대하려 한다고 한다.

우리 침샘에는 다양한 종류의 아밀라제가 포함돼 있고 각 개인마다 아밀라제 조합이 다양하다. 침샘 아밀라제는 우리가 씹을 때 녹말을 분해하여 당을 만들어냄으로써 우리가 먹는 음식의 맛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좀더 연구가 진행되면 햄버거와 토스트를 즐기는 서양사람과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즐기는 한국사람, 회를 즐기는 일본 사람의 차이가 바로 인간 침샘에 있는 아밀라제의 차이라고 밝혀질 수도 있다고 하겠다.

혹은 더 나아가 다가오는 2000년대에는 어떤 음식을 즐기려고 할 경우 감미료 대신 그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도록 도움을 주는 아밀라제나 유사한 효소를 뿌린 후에 먹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말 그대로 '바이오 감미료' 시대의 개막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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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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