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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입시병, 스트레스가 주범

초조형·슬럼프형 등 증세다양…새학기 급증

급격한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를 겪는 '질풍노도의 시대' 청소년기.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우 혼돈된 청소년기의 정신적 방황을 가중시키는 또하나의 과제가 있다.

우리 청소년들을 압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뭐니뭐니해도 '대학입학'일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건 못하는 학생이건 막론하고 대학입시란 숙제는 '발등의 불'처럼 떨어져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신경정신과를 찾는 학생의 분포에서도 읽을 수 있다.

"청소년기 불안 장애는 크게 과잉 불안 반응, 회피반응, 격리불안, 등교거부증, 입시병 등으로 나타납니다. 그중에서도 입시병은 진로선택의 갈등이나 시험불안, 입시실패에 대한 예기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기는 일종의 불안장애로, 신경정신과를 찾는 수험생중 절반 이상이 입시병 환자로 분류되는 실정입니다."

중앙대 의대 신경정신과학교실 청소년 정신치료 클리닉 이영식 교수의 말이다.

이 클리닉에서 1981년부터 90년까지 신경정신과에 입원한 중2와 고3, 재수생등 1백60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정신과에 입원한 환자 중 수험생 비율이 15.6%이며 수험생 중 입시병 환자는 52.4%였다고 한다.

입시병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증상으로는 두통 피로 현기증 식욕부진 시력장애 기억력방애 불면증 등의 정신 생리적 신체증상, 우울 절망감 불안 등의 정서장애가 동반된다. 심할 경우 잠재해 있던 정신병리가 활성화돼 정신병을 유발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복합적 증상을 나타낸다. 또 넓게는 학업포기 등교거부 가출 비행 약물남용 자살기도 등의 청소년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한다.

입시 통해 내재된 문제 표출

수험생 진단분포를 보면 정신병이 21.9%로 가장 많고 신경증적 장애 31.9%, 기분장애 25.0%, 적응장애 15.6%, 약물오남용 2.5%의 순이다. 병적인격은 히스테리성 인격이 18.1%로 가장 많고 편집성 13.8%, 의존성 12.5%, 강박성 10.0%, 분열성 8.8%, 경계선 7.5%, 반사회성 6.3%순이다.

입시병 환자들은 입원시기에서도 비슷한 점을 보인다. 3월에서 6월사이에 입원한 경우가 46.6%로 입시병이 아닌 같은 또래 환자들의 21.7%보다 많고 주초에 입원한 경우가 많다. 이는 새학기가 시작되는 초기에 입시에 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주말보다는 주초에 증상이 심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이들은 다른 경우보다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대 의대 신경정신과학교실은 입시병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을 7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우선 과거 성적이 부진하고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절감하는 경우, 성격이 꼼꼼하고 세심하며 완벽성을 추구하는 강박성향, 부모와 대화가 단절되고 진로 문제에서 갈등을 겪는 경우, 자신의 갈등을 외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성적 소심형 성격, 부모가 이루지 못한 것을 자녀를 통해 대리충족하려는 과잉기대형 부모를 가진 경우, 일류 집착증에 빠진 경우, 약물을 남용하거나 과거 만성신체 장애나 정신장애를 앓은 경우 입시병에 걸리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 수험생들은 임상증상이 불안장애, 전환장애, 우울장애, 비행, 주체성 장애 등으로 다양하고 복잡하게 드러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치료를 위해 청소년 정신치료클리닉에서 분류한 입시병 임상양상은 불안초조형, 공허형, 슬럼프형, 절망형, 혼돈형, 탈진형 등이다.

불안초조형

예기 탈락불안으로 인해 불안 초조증상과 다양한 신체적 호소가 주증상인 유형이다. 입시병 환자의 3분의1이 여기 해당된다. 가족의 과잉기대, 일류집착증, 입시실패경험, 갈등을 외부로 표출시키지 못하는 내향적 소심형 성격에 많다.

공허형

시험준비로 인해 그간 즐겨오던 취미나 친구관계 등을 포기해야 하는 등 대상상실로 인해 허탈감에 빠지는 유형. 흔히 약물남용이나 등교거부, 가출 등 청소년 비행형태로 나타난다.

절망형

계속되는 성적부진으로 열등감에 빠져 의기소침, 자포자기에 빠지는 유형

슬럼프형

단조로운 생활의 반복으로 '고속도로 최면상태(highway hypnosis)'와 같은 일종의 슬럼프 상태를 일으키는 것. 이러한 유형의 수험생에겐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며 생활에 변화를 주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가족간의 격렬한 논쟁 등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혼돈형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기대 수준이 높은 반면 학업실력은 좋지 못해 원망격차가 심해 혼란을 겪는다. 본능적 쾌락 욕구가 강한 반면,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 본능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이 심한 유형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삶의 의미를 찾는데 소모하고 인생목표설정을 위해 번민하고 방황한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자기 주체를 확립하지 못해 청소년기 혼돈현상이 오래 지속되며 심한 경우는 사회적 낙오자가 되기도 한다. 경계성 인격 장애나 주체성 장애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치료에 대한 저항이 심하며 병상이 복잡하다.

탈진형

무리하게 몰아치기식 공부를 하여 극도로 탈진된 상태로 무기력증 불면증을 호소하는 유형. 대학입시를 통해 자신의 내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보상심리가 강한 경우가 흔히 동반된다.

이영식 교수에 따르면 신경정신과를 찾는 청소년의 대부분은 구체적 증상이 드러났을 때 주로 가족의 손에 이끌려 병원 외래를 찾게 된다. 이들을 위한 치료방법은 크게 대화요법과 약물요법을 병행한다. 수험생이라는 특수성을 고려, 단기간에 치료를 마쳐 학업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약물투여시 기억력 장애 등 학습에 미치는 부작용을 피해야 하고, 정신과 치료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거부감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임상양상이 아주 복합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을 고려해 치료에 임한다.

그러나 입시병은 실제로는 입시자체가 정신장애를 일으킨다기보다는 입시라는 정신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해 내재해 있던 문제가 표면화되고 악화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이영식 교수는 강조한다.

인천기독병원 신경정신과장 김종주 교수도 "입시병은 수험생뿐 아니라 4천만이 모두 앓는 질병"이라 규정한다. 전 수험생의 20%만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고 대학을 나와야 사회에서 대우받는 체제에서는 입시병은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 주변인들을 모두 괴롭히는 천형이 될 수밖에 없으며 우리 사회를 이런식으로 이끄는 우리 모두가 입시병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결국 입시병 치유와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전반의 분위기와 체제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입시명, 스트레스가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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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서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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