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가 하늘 탓이다? 앞으로는 애꿎은 하늘보다는 해조류를 탓하는 편이 과학적일지도 모른다. 영국 맨체스터대 대기과학자 고든 맥피건 교수는 대형 갈조류인 켈프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날씨가 흐려진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5월 6일자에 발표했다.
맥피건 교수팀은 심해에 사는 켈프가 많은 지역의 대기에는 다른 곳보다 산화요오드 농도가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연구팀은 켈프가 빛에 노출돼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포에 저장돼 있던 요오드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산화요오드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대기 중으로 방출된 산화요오드를 추적한 결과 대기 중의 수증기가 구름으로 생성될 때 필요한 응결핵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밝혔다.
보통 바닷물에서 증발된 소금 입자나 토양 입자가 구름의 응결핵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켈프에서 나온 산화요오드까지 더해지면 평소보다 응결핵이 많아져 구름이 잘 만들어진다. 이때 생성된 구름은 일반적인 구름보다 훨씬 두꺼워 햇빛이 구름을 잘 통과하지 못하고, 구름의 ‘수명’도 길다. 흐린 날씨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셈이다.
맥피건 교수는 “켈프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한다면 영국 특유의 우중충한 날씨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