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과학자들은 방사선이 어떻게 세포를 파괴해 나가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영국 디드코트에 있는 의학연구소의 전파생물학(radio biology)팀은 방사선 중에서도 밀도높게 이온화되는 알파(α)입자를 중심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α입자는 이온화의 밀도가 낮은 X선이나 감마선보다 인체를 잘 투과하지 못한다.
연구팀은 백혈구나 적혈구로 아직 성숙하지 않은 간세포(stem)에 이 알파입자를 쬐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세포가 죽었고 살아남은 것들도 몇번의 세포분열과정을 거치자 손상당했다는 징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α입자로 인해 염색체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지금껏 과학자들은 원자력발전소 부근의 주민들이 타지역 사람들보다 백혈병에 걸리는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면서도 그것이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능 때문이라고는 설명하지 못했다. 방사능에 원인을 돌리기에는 피폭량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α입자의 영향을 밝힘으로써 과학자들은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보다 확신을 갖고 얘기할 수 있게 됐다. 연구책임자인 에릭 라이트는 "라돈이나 플루토늄이 문제는 아니다. 재래의 방법으로는 쉽게 피폭정도를 확인할 수 없는 α입자의 영향을 입는다면 훨씬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라고 밝힌다.
흥미로운 것은 α입자에 노출된 세포의 경우 염색체 이상이 딸세포에도 똑같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딸세포의 경우는 모세포의 염색체 이상과는 또다른 형태로 이상(異常)을 보이는데 이는 세포분열 이후에도 염색체 이상이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연구팀은 간세포가 어떤 종류의 훼손을 입는지를 정확히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