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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컴퓨터 모의 실험- 세기적 '우주쇼' 대예측

수소폭탄 2천만개 위력 대폭발 예상

20여개의 핵으로 분열된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과 충돌하게 되면 그동안 신비에 싸였던 목성의 비밀이 상당 부분 밝혀질 것이다.

7월16일부터 1주일 동안 혜성과 목성이 충돌한다.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서 소개된 바 있는 이 혜성은 우연히 미국의 천문학자 슈메이커와 레비에 의해서 1993년 3월 24일에 발견됐다. 그들의 이름을 따사 슈메이커-레비 제9혜성(SL9)이라고 명명되었다.

발견한 날은 구름이 가득 낀 날로서 천체관측이 불가능하였고, 그들은 할일없이 앉아 있다가 전날 찍은 사진을 검사하자고 합의를 보았다 전날 찍은 필름들은 빛이 들어와 거의 못쓰게 되어 있었고, 그 중 귀퉁이만 볼 수 있는 필름을 조사하던 중 바로 이 혜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 혜성들은 매우 희미하기 때문에, 만일 그 필름들이 폐기되었더라면 이 혜성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혜성을 발견할 당시에는 수십억 년의 생애를 다 보내고 나머지 1년 남짓 목성을 돌다가 목성과 격렬하게 부딪쳐 눈부신 섬광을 발하면서 마지막 생애를 마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원래 지름이 5km 이상이었던 이 혜성은 지금은 지름이 1-2km되는 작은 혜성들로 변해버렸다. 이 조그만 혜성들은 이미 목성의 중력에 잡혀 있고, 핵이 분열돼 일렬로 나란히 서서 '기관사 없는 열차'처럼 목성과의 정면 충돌 코스로 돌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충돌에서 발생하는 총 에너지는 1Mt 수소폭탄 2천만개 이상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므로 태양계에서 제일 큰 행성이고 멀리 떨어진 목성이라 할지라도 충돌 후 발생하는 여러가지 현상들은 지구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다. 지금 행성 전문가들은 혜성이 목성에 충돌한 후 일어날 여러 현상들을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예상해보고 있다.

통구스카의 예

지난 수년간 지구에 떨어지는 외계물체의 충격에 대한 연구는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 컴퓨터 모의실험의 발달로 과학자들은 여러 종류의 물체가 지구와 충돌했을 경우 충돌공의 지름과 깊이에 관하여 연구하고, 지구 대기권내에서 폭발가능성을 심도있게 연구하고 있다. 그 한예로 치바, 토마스, 잔크(1993)등은 1908년에 일어난 통구스카 강변의 현상을 혜성이 아닌 돌 성분이 많이 든 조그만 소행성 혹은 커다란 운석이 충돌하였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계산에 따르면 지름이 1km 미만의 물체들은 그 물체들이 대기와 충돌시 상당한 충격파를 그 물체의 내부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 충격파가 물체의 중심에 전달되면 그 물체는 공중폭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지름이 1km 이내의 물체들은 그 충격파가 중심에 전달되는 시간이 아주 짧기 때문에, 그 물체들이 지상에 도착하기 전에 공중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름 10km 이상 되는 소행성이나 혜성들은 지구 반지름의 2.5배 안으로 접근하면 조석력에 의하여 파괴되기 쉽다.

이 현상은 프랑스의 천문학자 로체에 의해서 처음으로 분석되었다. 만약 소행성이나 혜성들이 지구와 충돌하기 전 조석력에 의하여 1km 미만의 작은 파편으로 분해된다면 이 작은 파편들은 철 함량이 많이 포함되어 단단하지 않는한 지상에 떨어져 충돌공을 만들 기회는 없다.

컴퓨터 모의실험들에 따르면 저 유명한 미국 애리조나의 운석공은 돌 성분이 많이 든 운석이 아니라 거의 철로 된 운석일 것이라는 결론이다.

퉁구스카 현상도 종래에는 지상에 운석공이 없고 삼림들이 방사 방향으로 쓰러져 있기 때문에, 내부가 단단치 않은 혜성과 같은 물체가 공중 폭발하여 이때 생기는 강력한 바람에 의하여 삼림들이 쓰러졌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그러나 요즘 컴퓨터 모의실험에 따르면 돌성분이 다량 포함된 운석들도 지상 수km 높이에서 쉽게 파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름 10km의 혜성이나 소행성이 로체의 한계반경내에서 조석력에 의해 파괴되지 않으면 대기권 진입시 지표면과 충돌할 때까지 대기권내 폭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대기와의 충돌시 일어나는 충격파가 중심까지 전달되기 전에 지표면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직접 관측은 어려워

최근에 발달한 컴퓨터 모의실험을 실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슈메이커-레비혜성과 목성의 충돌로 곧 현실화되었다. 1993년 초 이 혜성이 발견되었을 때 이 혜성은 20여개의 조그만 혜성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혜성들이 일렬로 나란히 서 있는 점과, 또 목성에 근접해 있는 점 때문에 행성 천문학자들은 이 혜성이 목성에 근접했을 당시 조석력에 의해 파괴가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사진1). 자세한 궤도 계산을 한 결과 이 추측은 사실이었고, 이미 이 혜성은 1992년에 목성의 반지름에 1.5배 되는 곳을 통과하다가 파괴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제 이 혜성은 이미 목성의 중력에 잡혀있는 위성이고, 1994년 7월 16일부터 1주일에 걸쳐 목성의 남반구에 충돌하게 된다(그림). 행성 천문학자들은 이미 여러차례 학회를 열며 이 충돌이 어떠한 현상을 일으킬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혜성은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목성의 지평선을 살짝 넘은 곳에 충돌하므로 지구에서는 목성이 40여분간 자전한 다음에야 그 충돌 장소를 볼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지금 목성을 향해 가고 있는 갈릴레오 인공위성으로 이 충돌 장소를 관측하려 하고 있다. 갈릴레오호는 목성의 충돌 장소를 멀리서나마 직접 볼 수 있으나 지금 지구와의 송신 안테나가 고장이 났으므로 관측이 제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또 미국은 태양계 바깥으로 나가고 있는 보이저 인공위성으로 목성의 뒷면을 멀리서 관측하려 하고 있으나 너무 멀어서 자세한 관측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블망원경과 IUE자외선망원경으로도 관측을 시도하려 하고 있으나 이 망원경들 역시 지구를 돌기 때문에 충돌장소를 직접 관측할 수 없다.

이러한 관측의 어려움들 때문에 행성 천문학자들은 충돌후 목성이 약 40여분간 자전한 다음 지구에서 충돌 장소를 볼 수 있을 때 어떤 현상들이 일어날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컴퓨터 모의 실험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현상들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 1)슈메이커-레비 혜서이 작은 핵으로 나뉘는 과정


거대한 버섯구름 생성

첫째 목성은 단단한 지표가 없으므로 혜성과 충돌시 원형의 파고가 형성된다. 이 파고는 표면으로 전파될 뿐만 아니라 지구의 지진처럼 목성의 내부로도 전달된다. 내부로 전달되는 파고는 목성 자체의 고유한 진동수와 조화되어 일정한 진동수의 파고만 더 강하게 전달된다. 내부로 전파된 파고는 목성 내부의 밀도 차이 때문에 굴절 내지는 반사를 일으키게 된다. 이 때 굴절 또는 반사된 파고는 다시 표면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표면으로 다시 나온 파고를 관측할 수 있다면 이것은 목성의 내부 구조와 밀도를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둘째 대기권으로 들어가는 작은 혜성들은 대기와의 마찰 때문에 그 표면 온도가 약 3천도까지 높아지므로, 여기서 발생하는 복사에 의해 충돌하기 전에 밝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경은 지구에선 볼 수 없다. 계산에 따르면 충돌한 혜성은 목성 표면에서 10기압 정도 되는 곳에서 폭발한다. 폭발할 때의 온도는 수만도로 그 폭발 안에 있는 모든 원자나 분자는 이온화된다. 이 폭발은 결국 거대한 버섯 구름을 형성하면서 팽창하게 된다. 그러나 이 수만도나 되는 불덩어리를 우리가 목성 뒷면에 있다고 하더라도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불덩어리가 이온화될 때 ${H}^{-}$가 많이 생기는데 이것들이 불덩어리에서 나오는 빛들을 모두 흡수하기 때문이다.

불덩어리 버섯 구름은 더 팽창하면서 온도가 낮아진다. 약 수천도로 낮아져 ${H}^{-}$ 숫자가 적어질 때 비로소 이 불덩어리에서 나오는 빛들을 볼 수 있다. 수분내에 이 버섯 구름은 지름이 약 3천km 정도 팽창한 다음 다시 목성의 중력에 의해 대기권 0.01 기압 정도 높이에 돌아오게 된다. 지구상에서는 지름이 약 3천km 정도되는 충돌 자국을 목성이 약 40분 자전한 다음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폭발 할 때의 수천도의 섬광으로 목성 주위에 있는 위성들이 밝아지는 것을 지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히 위성들보다 목성에 더 가까이 있는 목성의 테가 뚜렷이 보일 것이다. 이 목성의 테는 보통때는 지상에서 관측이 잘 안되고 적외선 부분에서 겨우 관측된다. 이 테를 관측하려면 목성이 너무 밝으므로 목성을 마스크로 가리고 관측해야만 한다. 이 목성의 테는 1979년 보이저 인공위성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넷째 혜성이 목성의 자기권에 들어서면 혜성에서 나온 이온들은 목성의 강력한 자기장에 잡혀 빠른 속도로 돌면서 고에너지화된다. 데슬러 교수의 최근 이론에 따르면 미크론보다 작은 크기의 먼지입자들은 태양풍에 의해 전하를 띠게 돼 일정한 전압이 형성된다. 이 입자들이 목성의 자기장 속에서 파괴되면 이온들을 방출하게 된다. 이러한 이온들의 전체 양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양에 따라서 목성의 극 근처에서 일어나는 오로라 현상에 극심한 변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다섯째 호라니 박사에 따르면 혜성의 꼬리에서 나온 물질들로 인해 목성의 주위에 또 하나의 테가 3-4년 내에 생성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컴퓨터 모의실험에 의해 목성의 반지름 3-4배되는 곳에 테를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여섯째 충돌 후 혜성에서 나온 물 분자들에 의해 지구상의 구름과 똑같은 구름이 목성 표면에 형성될 것이다. 보통때 관측되는 목성의 구름은 모두 암모니아 구름이다. 목성의 온도가 낮기 때문에 이 새로 생긴 구름은 미립자인 얼음으로 되어 있는데 반사도가 높기 때문에 주위에 비하여 매우 밝게 보일 것이다.

일곱째 충남대의 김동하 교수와 필자는 이온층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광화학 반응을 연구했다. 이 연구결과 충돌한 곳에선 ${H}_{3}^{+}$, N${H}_{4}^{+}$, C${H}_{3}$등의 이온 및 분자가 다량 생성되는 것을 알아냈다. 이들 이온과 분자들은 분광 관측으로 발견될 수 있다. 그리고 몇년전에 목성에서 다량 발견되었던 ${H}_{3}^{+}$ 이온은 충돌 장소에서 혜성으로부터 나온 물분자들에 흡수돼 오히려 감소 현상을 보인다는 계산결과가 나왔다. 그러므로 이 충돌장소에서는 ${H}_{3}^{+}$ 방출 구멍이 형성될 것이다. 이 방출구멍들은 적외선 이미지관측으로 관측될 예정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관측하려고 현재 세계 여러 나라들의 행성 천문학자들은 하와이의 IRTF를 비롯하여, UKIRT CFHT 등에서 관측계획을 세우고 있고, 하와이의 인공위성 추적 장소인 미공군의 AMOS에서도 이 현상을 관측하려고 한다. 미국에서도 맥도널드 로웰 팔로마 키트피크 천문대 등에서 관측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자국내에 있는 관측소에서 각각 관측 계획을 세우고 있고, 칠레의 안데스 산맥에 있는 CTIO에서 여러개의 크고 작은 망원경으로 이 현상을 관측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선 국립천문대와 경희대 충남대를 비롯하여 각 대학의 천문대에서 이 현상들을 관측할 것이다.

특히 경희대에서는 CTIO에 관측자를 보내 7월중에 한국의 나쁜 날씨에 대비해 이 현상을 꼭 관측하려 하고 있고, 국립천문대에서는 AMOS로, 충남대에서는 맥도널드 관측소로 각각 관측자를 보내 한국의 장마전선과 나쁜 날씨에 대비하고 있다(표).
 

(표) 국내의 목성 혜성 충돌 관측 예정표


관측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즉 이미지관측과 분광관측이다. 이미지관측은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부분까지 할 예정이고, 분광관측은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 부분까지 포함할 예정이다.

이미지 관측으로 폭발의 규모나 폭발 후 퍼져 나가는 현상, 원형의 파고 등을 알 수 있으나, 분광관측으로는 다음과 같은 보다 상세한 분야를 알게 될 것이다. 즉 폭발 장소의 온도, 새로운 원자나 분자들의 발견, 이들 원자나 분자들의 함량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또한 광도(photometric) 관측으로 목성의 테나 위성들이 폭발 섬광에 의해 밝아지는 정도를 연구해 폭발 당시 정확한 온도를 알아낼 예정이다.

수백명의 행성 천문학자들은 모든 관측 자료를 분석하여 앞에서 언급한 예측된 현상들을 검토할 것이다. 검토를 한 후에 보다 정확한 컴퓨터 모델들을 만들 것이다. 이 모델들은 궁극적으로 지구에 외계물체들이 충돌했을 때 생기는 여러가지 현상을 예견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고, 6천5백만년 전에 지구와 충돌하여 공룡들을 멸종시킨 외계물체 충돌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알아내는데 쓰여질 것이다.
 

(그림)슈메이커-레비의 궤도
 

199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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