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질량의 3백배가 넘는 목성은 태양계의 맏형이다. 대적반으로 대표되는 대기의 복잡한 움직임과 그 내부, 오로라 등을 자세히 살펴보자.
목성은 지구 질량의 3백18배로 태양계에서 제일 큰 행성이다. 목성은 지구와는 달리 딱딱한 고체표면이 없고, 오히려 태양처럼 수소와 헬륨 가스로 이루어졌다. 태양의 중심에서는 이 수소들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별처럼 스스로 빛을 발하게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반면, 태양 질량의 1천분의 1에 불과한 목성에서는 그 중심에서 수소 핵반응이 일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수소 핵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중심의 온도가 1천만도에 이르러야 하는데, 목성의 자체중력을 떠받치고 있는 중심 압력이 이 정도의 고온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성은 풍부한 수소 가스를 가졌음에도 질량이 모자라 아쉽게도 이른바 '별이 되지 못한' 행성으로 남게 되었다. 천문학자들은 목성이 현재 질량의 약80배 정도만 컸다면 중심에서 핵반응이 일어나 별이 됐을 것이라 말한다.
목성의 질량은 이렇게 태양에 비해 작으나, 각운동량(Angular Momentum), 즉 어떤 한 점에 대해 회전하는 양은 태양보다 훨씬 크다. 태양계의 질량을 태양이 다 차지하고 있다면, 태양계의 각운동량을 목성이 다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태양계에서 질량과 각운동량의 이러한 나뉨은 목성과 다른 행성들의 형성 기원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왜 기체덩어리인가
약46억년 전 성간에 존재하는 한 분자운으로부터 태양과 그 주위의 행성들이 탄생되었다고 천문학자들은 주장한다. 밀도는 작지만 거대한 분자운이 중력으로 수축하여 중앙에는 태양을, 그 주위에는 행성들의 기원인 원반을 형성하였다. 이 원반 형성은 거대한 분자구름이 수축할 때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거대한 분자구름 각 부분의 운동이 정확히 상쇄되어 전체 각운동량이 0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분자운이 아주 작은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그 크기가 무려 10억분의 1(태양 크기 분의 보통 분자구름 크기)로 줄어 들었을 때 구모양의 태양 하나로는 이 각운동량을 수용할 수 없어 주위에 원반을 형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분자구름의 각운동량이 컸으면, 이 경우 생긴 원반의 질량도 커져서 이 때 형성된 목성 또한 현재보다 큰 질량을 가지게 돼 별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모든 행성이 원시태양 주위에 있던 원반에서 형성되었다면, 목성은 왜 같은 원반에서 생성된 지구와는 달리 기체덩어리인가? 이는 태양에서 가까운 지구형 행성들(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 비교적 먼거리에 있는 목성형 행성들(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생성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시태양 주위에 있던 원반은 분자구름의 성분과 같은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 무거운 먼지가 원반의 중심면에 가라앉아 먼지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작은 먼지입자들이 서로 충돌하며 달라붙어서 점점 큰 물체로 성장하게 된다. 처음에 수m에서 수백m에 이르는 행성소(planetesimal)가 만들어지고 점차 커져 소행성 크기의 '행성 씨'들이 형성된다. 그중 큰씨가 작은씨들과 충돌 합병하며 더욱 커지다가, 결국은 그 행성 씨 궤도 주위에 있는 고체 물체들을 다 휩쓸어 더 이상 수용할 물체가 없을 때 성장을 멈추게 된다.
지구형 행성들은 이 성장이 대략 지구 정도의 크기에서 멈추었으나 목성형 행성들은 그 궤도 주변 면적이 넓어 지구의 약 10배까지 자랄 수 있었다. 이렇게 목성형 행성의 씨가 10배에 이르면 주위의 가스를 중력으로 끌어 당길 수 있어 순식간에 현재 질량으로 증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목성형 행성은 주로 원반 가스의 성분인 수소와 헬륨 기체로 이루어진 반면, 지구형 행성은 원반에 있던 먼지 성분(O Si Fe)들로 구성된 암석과 금속 고체로 이루어졌다. 이런 학설은 목성형 행성들이 지구 질량의 15 내지 3백배에 이르고 행성 중앙에 무거운 원소들로 된 중심 코아(core)가 있다는 사실로 뒷받침된다. 더욱이 이 학설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질량이 각각 크게 차이가 있으나, 중심 코아의 질량은 한결같이 지구의 약 10배 정도로 측정되어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수소액체로 채워진 내부
1970년대에 미국에서 보낸 네개의 우주탐사선은 목성을 비롯한 외행성들에 관한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첫번째로 우주선 파이어니어(Pioneer) 10호가 1974년에 목성 주위를 지나갔고, 두번째로 파이오니아 11호가 1975년에 목성, 1979년에 토성 주위를 지나며 탐사했다. 연이어 다양하고 정밀한 측정기기를 탑재한 보이저 1호 2호가 1979년과 1980년에 각각 목성을 탐사하였다. 특히 보이저 2호는 1981년에 토성, 1986년에 천왕성 그리고 1989년에 해왕성을 차례로 지나며 막대한 양의 귀중한 행성자료들을 전송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보이저 1, 2호가 보내온 사진들은 이미 매스컴에서 많이 소개된 바 있다. 현재도 이 네개의 우주선은 작동 가능한 상태로 명왕성보다 더 먼 태양계 끝을 항해하고 있다. 이 우주선들은 결국 태양계 바깥에 도달해 성간 공간에 대한 자료들도 전송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얻어진 많은 자료 중 목성의 중력장 자료는 목성의 내부구조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중력장 자료들을 설명하는 모델에 따르면, 목성 중심에 반경 약 6분의1 크기의 무거운 원소들로 이루어진 코아가 있다. 이 코아는 무거운 원소들은 암석질과 메탄, 암모니아, 물, 이산화탄소들의 얼음으로 이루어진 고체상태의 행성소들로부터 온 것이다. 그러나 수천만 기압의 높은 압력이 있는 목성 중심에서 이 무거운 원소들이 암석이나 얼음형태를 유지하지 못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목성 중심이 어떤 상태인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목성의 바깥 부분은 수소가 약90%, 그리고 헬륨이 약10%인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목성내부로 들어가면 압력이 높아져 수소는 더 이상 기체상태로 존재하지 못하고 액체 상태로 바뀐다. 그러다가 목성 반경의 약 6분의1 깊이에서는 이 액체 상태의 수소가 전류를 통과시킬 수 있는 금속성 액체 수소(metalic hydrogen)로 바뀌어 중심 코아 지역까지의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이 금속성 액체 수소층에서는 목성 표면의 강력한 자기장(지구의 약10배)을 형성하는 전류가 흐르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목성은 수소 기체덩어리라기보다는 수소 액체덩어리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앞에서 목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행성이라 했다. 그러나 목성에도 미약하지만 자체 에너지가 있음이 1960년대에 밝혀졌다. 목성이 태양에서 받는 빛에너지 약2배를 적외선으로 방출하는 것이 측정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목성은 태양이 없어도 지금의 약 반정도의 밝기로 적외선 빛을 낸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눈으로 보는 행성의 빛은 태양빛의 일부가 행성 표면이나 구름층에 반사되어 나오는 빛이다. 반사되지 않은 태양빛은 행성에 의해 흡수돼 행성의 온도를 높여준다. 만약에 행성이 지속적으로 태양빛을 흡수한다면, 행성의 온도는 계속 올라가기만 할 것이다. 행성이 일정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행성도 흡수한 에너지만큼 밖으로 방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행성의 에너지 방출이 적외선 파장영역에서 일어나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뿐이다.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 군사목적으로 개발된 많은 적외선 기술들이 천문학에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그 성과중 하나로 행성에서 나오는 적외선 양의 정확한 측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측정으로부터 목성 토성 그리고 해왕성이 자체 에너지를 갖고 있음이 알려졌다. 그중 목성이 가장 큰 자체 에너지를 가졌다.
과연 이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연구결과 그것은 목성의 자체 중력에서 온다고 밝혀졌다. 목성이 큰 크기의 유체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유체덩어리가 중력에 의해 1mm라도 수축될 때 내는 에너지는 막대한 양이다. 목성이 지금 수축하고 있지 않더라도, 과거에 목성이 주위의 가스를 끌어들일 때 얻은 중력 에너지들을 지금까지 방출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천문학자들은 목성이 현재 방출하고 있는 에너지는 목성 형성시 얻어진 중력에너지의 잔재로 믿고 있다.
다양한 구름층으로 이루어져
고체표면이 없는 목성의 경우 대기의 경계를 정하는 것은 기준이 임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편의상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암모니아 구름층 밑으로 수백km에서부터 대기의 시작을 잡는다. 목성의 대기도 다른 행성의 대기와 같이 온도와 물리적 조건에 따라 밑에서부터 위로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나눈다.
목성의 대류권은 암모니아 구름층 밑 지역으로 태양빛이 직접 미치지 못하여 온도가 낮을 것 같으나, 그보다 깊은 내부로부터 목성자체 에너지 열이 대류를 통해 전달되어, 고도가 내려갈수록 오히려 온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모니아 구름층의 온도는 영하 약 1백40℃, 기압은 0.6기압 정도다. 이 암모니아 구름층 밑에는 암모니아황수화물(${NH}_{4}$SH)로 된 또다른 구름층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 약 10기압 고도에서는 물(${H}_{2}$O) 구름이 존재한다. 이곳은 영상 약20℃의 온도로서, 잠수부가 편히 활동하는 바다밑과 흡사하다 하겠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어떤 공상과학소설에서는 목성의 암모니아 구름층 밑에 상어와 같은 어류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기도 한다(그림2).
암모니아 구름층 밑은 아직 직접 관측이 안돼 신비에 싸여 있다. 1995년에 목성에 도착할 갈릴레오 우주선이 탐사기구를 목성 대기에 투하시켜 직접 탐사를 하게 되면, 아마도 이런 신비의 베일이 어느 정도 벗겨질 것이다. 이 탐사기구는 낙하산을 이용하여 천천히 상층 대기부터 내려오면서 각 고도의 온도 압력 화학조성 등의 자료를 모선에 전송하게 된다. 이 기구는 약20기압 정도까지 작동할 것으로 예상되어 암모니아 구름층 밑의 대류권에 대한 많은 자료를 얻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암모니아 구름층 위에서는 태양의 자외선빛이 흡수되어 고도에 따라 온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성층권과 중간권에 있는 메탄(${CH}_{4}$)이나 에탄(${C}_{2}$${H}_{6}$)이 태양의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활성이 높은 분자들이 된 후 다른 분자들과 화학반응하여 복잡하고 큰 탄화수화물(CH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이 탄화수화물은 유기물질로서 목성대기중에 에어로졸 형태로 남아 지구 대기에 있는 스모그(smog)와 같이 태양빛을 부옇게 산란시킨다.
고도가 더 높은 열권에는, 무거운 분자(즉 메탄이나 에탄)들은 존재하지 않고, 가벼운 수소분자와 수소원자 그리고 약간의 헬륨들이 분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태양빛 중 극자외선이 수소를 이온화시켜 이온층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 이온층은 지구의 경우와 같이 자기권에 있는 전류를 자기장을 따라 극지방의 대기로 흘러 들어오게 함으로써 목성에 오로라 현상이 생기게 한다.
지구 두개 크기의 대적반
대형 망원경으로 목성을 바라본 사람들을 목성의 암모니아 구름층의 화려함에 매혹된다.
더구나 보이저 우주선이 가까이서 찍은 사진들은 구름의 다양한 색깔과 세부 구조들까지 보여준다.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구름의 색깔은 흰색에서 오랜지색 적색 밤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모양은 여러가지 소용돌이 형태의 크고 작은 반점과 다양하게 꼬인 경계들을 보이고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적도보다 약간 아래에 있는 커다란 붉은 반점, 즉 대적반이다.
그 크기는 지구를 두개 나란히 집어 넣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 대적반은 지구상에서 생기는 태풍의 구름과 같은 것이다. 다만 지구의 태풍 구름은 저기압으로 남반구에서는 시계방향 소용돌이를 보이지만 목성의 대적반은 반시계방향이다. 따라서 이곳은 고기압 지역이다. 이 대적반은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목성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계속 보였다. 근처의 비교적 작은 3개의 백색 반점들은 1940년대부터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소용돌이 반점들이 생기는 원인에 대한 추측은 분분하다. 몇몇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반점이 혜성과의 충돌로 생성되었을 것이라는 가설 하에, 금년 7월에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면 대기에서 수천만Mt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효과로 인해 그 자리에 현재의 대적반과 비슷한 또다른 반점이 남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대적반이나 백반들의 생성 원인은 아직 분명하지 않으나, 이렇게 큰 태풍 구름이 한번 형성되면 목성에서는 고체 표면과의 마찰이 없기 때문에 오래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목성을 전체적으로 보면 암모니아 구름이 어두운 띠와 밝은 지역이 번갈아 가며 적도와 평행하게 나타난다. 전문용어로 어두운 부분을 띠(belt), 밝은 부분을 지역(zone)이라 부른다. 띠와 지역이 번갈아 있는 패턴이 거의 영구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목성이 태양의 공전축과 거의 나란히 자전하기에 계절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밝은 지역은 밑에서부터 공기가 올라와 많은 암모니아 구름이 형성되어 밝게 보인다. 암모니아 구름층 고도에서 올라가던 공기가 더 올라가지 못하고 목성의 빠른 자전으로 인해 동서로 흩어지면서 밝은 구름 지역을 적도와 평행하게 만들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어두운 띠에서는 공기가 밑으로 하강하며 암모니아 구름까지 밑으로 운반, 더운 온도에서 암모니아 구름입자들이 녹아 없어지면서 검게 보인다.
이러한 대기의 순환은 목성 내부의 열을 효과적으로 발산하는 대류운동이 목성의 빠른 자전속도에 의해 변환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 대류운동의 한 결과로 중위도 이상 지역의 띠와 지역(belt와 zone) 경계에서 동풍과 서풍이 서로 교대하며 나타난다. 이는 지구에서 중위도 편서풍, 적도지역 무역풍(동풍) 현상이 태양빛에 의해 더워진 표면열의 대류 운동으로 설명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구의 구름사진이 기상 상태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듯이 목성의 구름의 자세한 모양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 특히 띠(belt)와 지역(zone)의 경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빠르게 나타난다. 이는 격렬한 기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흰 구름이 생겼다가 점차 어두어지며 구름의 색깔이 변하기도 한다. 구름의 색깔이 왜 오랜지색이나 적색, 밤색들로 보이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암모니아 구름에 이런 색소를 가진 화합물, 예를 들어 황이나 붉은 인 등이 광화학적 반응으로 섞여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목성에 격렬한 기상현상이 일어난다는 한 증거로는 목성에서도 번개가 치는 것을 들 수 있다. 놀랍게도 보이저 우주선이 목성을 지나가며 지구의 반대편쪽 지역, 즉 목성의 밤인 지역의 사진을 찍었을 때 여러 곳에서 번개의 불빛들을 발견하였다. 목성의 낮쪽 면에서는 물론 너무 밝아 이런 번개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보이저 우주선이 목성에서 발견한 것 중, 우주물리 분야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은 목성의 오로라이다. 그때까지 관측할 수 있는 오로라는 지구의 극지방에서 뿐이었기 때문이다. 오로라는 행성의 자기권에서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나 이온이 자기장을 따라 대기로 강하하면서 대기 분자들과 충돌하여 내는 빛을 말한다. 지구의 극지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으로 극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구 오로라의 1천배
지구의 오로라는 태양에서 불어오는 태양풍(solar wind) 입자들이 지구 자기권에 들어와 가속된 후 극지방으로 강하하여 생기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은 오래 전부터 우주물리의 주요 과제로서 연구되어 왔다. 그러나 우주물리의 본격적인 시작은 1958년 반 알렌(van Allen)이 지구자기권의 존재를 인공위성으로 측정 확인한 이후이다. 그후 우주물리는 주로 지구 주위의 현상들에 국한되었으나 보이저가 목성의 오로라와 자기권을 측정하자 우주물리의 적용범위가 다른 행성들 주위까지로 넓어졌다.
보이저 우주선에 의해 발견된 목성의 오로라는 약 8백50-1천6백Å 파장대의 수소분자 방출선으로 이루어졌다. 이 오로라의 밝기는 1㎠당 1초에 ${10}^{11}$개의 광자가 방출하는 막대한 양으로 목성 전체의 출력량은 무려 ${10}^{13}$W다. 지구 전체 오로라 출력의 1천배나 된다. 우리나라 전력 소비량이 약 1천만 kW라 할 때 무려 1천배에 해당하는 출력이다.
이렇게 강력한 오로라가 왜 진작 발견되지 않았을까? 아마도 목성 오로라의 파장대가 지상에서는 관측할 수 없는 자외선 영역이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1980년대부터는 국제 자외선 탐사(International Ultraviolet Explorer) 위성으로 목성의 오로라가 꾸준히 관측되었다. 이 관측으로부터 목성의 오로라를 일으키는 전자 에너지가 약 10-1백keV 정도이고 오로라 형성 고도는 암모니아 구름층으로부터 약 3백50km 정도라고 알려졌다.
목성의 오로라가 높은 에너지의 이온들(${O}^{+}$, ${O}^{++}$, ${S}^{+}$등)에 의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목성의 자기권에는 목성의 위성, 이오(Io)에서 화산분출된 S나 O가 이온 형태로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목성 주위의 이오(Io) 궤도에는 입자 밀고가 다른 곳보다 1천배 정도 높은 플라스마가 도너츠 형태(Io torus)로 존재한다.
플라스마는 전하를 가진 이온과 전자의 혼합 가스를 뜻한다. 이 지역 플라스마의 일부가 높은 에너지로 가속되어 자기장을 따라 목성 극지방으로 강하하여 오로라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되었다. 그 근거로는 보이저가 관측한 오로라의 위치가 이오 궤도를 지나는 자기장들의 기저(footprint)와 비슷함을 들고 있다. 그러나 보이저 우주선에는 자외선 화상 관측 기능이 없었기에 오로라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했다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오 궤도 플라스마가 목성 오로라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지에 대해 의문이 남았다. 국제 자외선 탐사 위성 역시 화상 관측 기능이 없어 이 문제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1988년에 목성의 오로라지역에서 ${H}_{3}^{+}$이 발견돼 오로라 연구는 다시 활기를 띠었다.(PARTⅡ 참조). 연구결과 자외선 오로라는 이오에서 생성되는 플라스마와는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는 가설도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허블망원경으로 자외선 오로라를 관측한 결과 적외선 오로라와 비슷한 위치를 보였다. 앞으로 오로라 화상들을 면밀히 비교 검토한다면 오로라 위치와 생성기원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