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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술(鍼術), 초과학의 영역인가

전기저항ㆍ동위원소로 신비의 힘 추적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파고들어 있는 한의학. 그러나 그 원리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동양사상과 조상들의 경험적 지혜가 축적된 한방 침의 과학성을 알아본다.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는 기(氣)가 흐른다. 우리는 평소 "기운이 없다", "맥이 풀린다", "기가 꺾였다", "기가 막힌다"등의 말을 많이 쓴다. 이는 정확한 뜻을 모르는 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기(氣)에 관한 말들로, 일상생활에 침투한 한의학의 원리를 나타내준다. 이 기가 흐르는 통로를 경락(經絡)이라 한다. 혈액은 기를 따라서 흐르는 것이므로 결국 경락은 '기혈(氣血)이 운행하는 통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경락 중에서 조직이 비교적 성글고 연약하며 기가 잘 모이는 곳을 경혈(經血)이라 하는데, 이곳이 치료를 위해 침이나 뜸을 놓는 자리가 된다. 말하자면 버스의 운행노선을 경락이라 한다면 운행노선 중 정류장 교차로 다리 등을 경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혈부위를 눌러보면 다른 곳에 비해 조직이 헐거워서 쑥 들어가는 움푹한 느낌이 든다. 흔히 '급소'라고 하는 곳은 거의가 경혈 자리다.
 

침술은 신체 기(氣)의 편차를 바로잡기위해 쓰인다.
 

한방 침(鍼)의 과학적 원리

오장육부(간장 심장 비장 허파 콩팥 담 소장 위 대장 방광 등)는 각기 관련된 경락계통을 가진다. 경락의 기능은 대단히 많고 복잡하지만, 여기서는 세가지로 간추려 보자.

우선 운송작용이 있다. 이는 기(氣)와 혈(血)을 운송하는 것으로 기혈의 흐름을 조정하며 영양을 보급해주는 작용이다. 둘째, 반응작용이 있다. 인체에 질병이 발생하면 경락위에 그 질병에 대한 반응이 나타난다. 가령 위장(위 소장 대장)에 탈이 있을 때는 두통이 생기고 코가 마르며 혀에 태(苔 : 혓바닥에 이끼처럼 덮이는 것)가 끼고 입에서 냄새가 난다. 머리 코 입 등 위경락과 대장경락이 지나는 자리에 병변(病變)이 생기는 것이다.

셋째, 전도(傳導) 작용이 있다. 인체내부에 병이 생기면 반응작용이 체표부의 경혈에 나타나는데, 이곳에 침치료를 하면 그 자극이 역시 경락을 통해 장에 전달되어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경락은 체내와 체표부, 장부와 장부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며 생명활동을 유지시켜 주는 독특한 계통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넣고, 이제 경락과 침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파악해보자.

■ 전기저항과 피부전위(電位)
피부의 전기저항과 전위를 측정해 보면 경혈 부위에는 전기저항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경락의 전위가 다른 부위의 전위보다 높았다.

■ 감각전달현상
침을 제대로 놓았을 때 느껴지는 감각을 크게 하기 위하여 침자극을 중복하거나 침 끝에 전기를 연결시켜 자극 강도를 높이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보니 감각이 전달되는 방향이 경락의 방향과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

■ 혈액순환
경락을 따라 침을 놓고 혈류량을 측정해보니 혈관의 긴장성이 저하되고 동맥의 탄력성이 개선되며 혈관기능이 개선되어 혈류량이 경락을 따라 증가되었다.

■ 온도변화
전기침 등을 경락을 따라 놓고 '적외선 열추적 장치'를 이용하여 체표면의 온도를 측정했더니 밝은 띠모양(온도가 높은 부위)의 경락선과 일치하는 피부온도 변화대(帶)가 확인되었다.

■소리(音)
'음파발사(音波發射) 측정장치'를 이용하여 경혈자극, 특히 압력자극에 의해 발생되는 음향정보를 관측하면서 자극유발을 제거하면 회류적(回流的)으로 음발사(音發射) 정보가 사라진다. 이때 회류현상은 경락을 따라서 나타난다. 동물(양 토끼 등)에서도 같은 양식의 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경락이 모든 동물(어쩌면 식물까지도)들의 공통적인 생명반응 통로임을 추측하게 한다.

■ 동위원소 추적
요소 125를 주사하면 방사성 동위원소가 경락선을 따라 서서히 확산되는데, 경락의 점 사이 전파속도가 일반적인 대조점 사이보다 빠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경락선 위에 추적원소를 주사하여 방사활성이 경락을 따라 전도(傳導)하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 현상은 일반 서양의학의 해부학 및 생리학과는 다른 경락 존재의 유력한 증명이다.

이상은 경락현상이 신경계통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지만, 신경계통 및 혈액순환계통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고 있다.

인체의 좌(左)와 우(右)는 똑같지 않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본래의 자신과는 다르게 느껴지는데, 이는 좌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풍에 걸리면 어느 한쪽만 마비가 나타나는 경향도 좌우의 차이 때문이다.

병이 발생하면 경락의 좌와 우(또는 상과 하, 겉과 속)에 기(氣)의 편차가 생기게 된다. 이런 편차를 바로잡기 위해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이 침치료다. 기의 편차가 사라지면서 질병이 치료되기 때문에 한의학을 '균형의 의학', 또는 '조절의 의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침치료의 효과도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호흡기 계통의 경우 족삼리(足三里 : 무릎 밑 경혈 중 하나)에 침을 놓으면 최대 통기량 20.0%, 산소소비량 22.8% 증가를 볼 수 있다. 이는 호흡기능을 증강시킨다는 증명이다.

순환기 계통은 내관(內關 : 손목 위쪽에 있는 경혈 중에 하나)에 침을 놓으면 1분 동안 51회 이하의 맥박은 횟수를 늘려주고, 75회가 넘는 맥박은 횟수를 줄여준다. 고혈압은 혈압을 내려주고 저혈압은 올려주기도 한다.

소화기 계통은 중완(中腕 : 배꼽 위쪽의 경혈 중 하나)에 침을 놓고 X선 투시를 하면 경련중인 위(위)의 운동이 약하던 것은 강하게, 강하던 것은 약하게 조절된다. 소장과 대장의 경우도 같다.

비뇨기 계통은 신수(腎兪 : 허리 부위의 경혈 중 하나)에 침을 놓으면 콩팥의 기능을 뚜렷하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소변의 비중이 높으면 낮춰주고 낮으면 높여준다. 내분비 계통도 당뇨병, 갑상선 질환 등의 침치료 효과가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방위, 면역 반응 계통은 침치료로 백혈구가 증가되고 백혈구의 식균(食菌)능력이 50% 늘어남이 증명되었고, 신경계통은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침술마취'가 가장 눈에 띈다. 침으로만 환자를 마취시켜 산부인과 영역의 수술이 성공하기도 했다.

한의학에서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과연 경락의 형체를 볼 수 있을지, 경락의 기능을 체계화할 수 있을지, 어떻게 침 치료가 항진된 기능을 떨어뜨리고 떨어진 기능은 항진시키는 양쪽 작용을 동시에 할 수 있는지, 침운(鍼暈 : 침을 맞고 어지러워지는 부작용)의 발생기전은 어떠한지 등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있다.

한의학은 미신이나 신비의 영역이 아니고 초과학(超科學)의 영역이다. 그러나 눈부시게 과학이 발달하고 있고 전세계의 과학자들이 수많은 연구를 진행시키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경락이나 침의 신비가 과학적으로 풀릴지도 모르며, 그것은 결국 '생명의 신비'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다.
 

(그림) 인체 후면의 경혈 위치
 

199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규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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