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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진 치약, 올바른 선택기준은?

마모도와 예방치료효과 고려해야

30여종에 이르는 시판치약이 그 성분과 효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튼튼한 이를 갖기 위해 알아야 할 치약 상식을 살펴보자.

불과 10년전만해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었던 시판 치약의 종류가 30여종으로 다양화되면서 이들 치약이 어떤 성분과 효능을 갖는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빨을 튼튼히 하는데 양치질만큼 쉽고도 안전한 방법이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러나 정작 양치질의 올바른 방법이나 치약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잘못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양치질의 보조제로 사용되는 치약의 성분과 그 주요기능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자.
흔히 치약은 입안의 냄새를 제거하거나 이빨을 희게 하는 미용제로 생각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치약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치아표면을 닦고 윤택하게 하는 세정 및 연마작용에 있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치약이란 용어보다는 의학용어인 세치제(洗齒劑, dentrifice)가 치약의 기능을 정확히 설명한다고 할 수 있다.

치아에 생기는 불순물은 크게 치구(齒垢) 치면세균막(플라크 plaque) 치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치구는 치아표면에 끼는 갈색소로 일종의 때라고 볼 수 있다. 플라크는 입안에 상주하는 세균이 치아에 세균막을 형성한 것으로 이것이 침 속에 있는 무기성분과 결합하면 석회화, 치석으로 된다. 치석은 스케일링으로만 제거될 수 있다.

플라크와 치석은 치아우식증(충치)과 치주병(풍치) 등 각종 구강질환의 원인으로 꼽히는데, 치구나 플라크는 물만으로는 씻기지 않고 세치제(치약)를 사용한 양치질로 제거된다. 결국 치약은 이를 깨끗하게 하는 미용기능과 구강질환의 원인을 제거하는 예방기능을 동시에 갖는다.

치약선택의 중요 기준은 마모도

치약은 물리적인 형태에 따라 분말 크림(연고) 액체형으로 구분된다.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크림형의 치약은 19세기말 미국에서 개발됐다. 크림치약은 다시 상용(常用)과 특수용으로 구분된다. 상용은 구강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작용을 나타내는 약물이 배합되지 않은 것을 말하고 특수용은 약물이 배합된 것으로 예방세치제(therapeutic dentrifices)라고도 한다. 크림형 치약의 구성성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세마제(洗磨劑)로 전체 성분의 25~60%에 이른다.

세마제는 치아표면에서 치구 음식물 찌꺼기 플라크를 제거하는 마모작용과 불순물이 쉽게 부착할 수 없도록 치아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연마작용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세마제는 탄산칼슘 인산 칼슘(DCPD) 규산(silica) 등이다.

치아마모도는 자신에게 맞는 치약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치아는 한번 완성되고 나면 평생에 걸쳐 마모되고 변형될 뿐이어서 지나치게 마모도가 높은 치약은 치아를 필요이상으로 손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치주염 등으로 잇몸부위(치경, 齒莖)가 내려앉아 백악질이나 상아질이 노출된 사람, 잇몸조직인 치은(齒齦)이 약한 사람의 경우 마모도가 높은 치약은 지나친 자극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마모도가 너무 낮은 치약은 치구가 제대로 닦이지 않아 불결한 느낌을 준다. 특히 플라크가 더 많이 생기는 담배흡연자들에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치아표면에서 치구를 효율적으로 완전히 제거할 뿐만아니라 치구가 다시 부착되지 않게 하는 최소마모도의 수준에서 치약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하다.

치과 전문의들이 개인별 적정마모도를 판단하는데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시행착오접근법(trial and error approach)이다. 치약을 쓰지 않고 칫솔만으로 2주정도 이를 닦으면 치아 표면에 치구가 낀다. 이때 마모도가 낮은 세치제부터 단계적으로 사용, 치구를 처음으로 제거한 치약의 마모력을 적정마모도로 선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시중에 판매되는 치약포장에 마모도를 표시, 개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치약을 근사치로라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예방치의학계의 견해다.
 

크림세치제의 성분


예방치료제 첨가로 다양화 고급화

한편 1960년대부터 치약의 기본작용인 치아세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강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게 하려는 시도들이 활발히 전개됐다. 구강질환의 80~90%를 차지하는 충치나 치주병은 물론이고 치석형성억제, 상아질지각과민(시린 이)치료와 예방에 이르기까지 치약성분에 새로운 예방치료제(therapeutic agents)를 부가, 보다 높은 효과를 거두게 한 특수치약이 등장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81년 이후 치약회사간에 경쟁이 불붙으면서 다양한 특수치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종래의 치약에 부가된 성분 중 가장 확실한 효과를 거둬 관계자들로부터 공인된 것은 불소다. 플라크 속의 세균이 우리가 먹은 음식물의 덱스트린(dextrin)과 결합해 형성된 산(酸)은 치아의 에나멜층(법랑질)을 녹여 충치를 만든다. 이때 불소는 치아의 내산성(耐酸性)을 높여 충치예방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불소는 거의 모든 치약에 첨가돼 있을 뿐만아니라 수돗물에도 적정수준의 불소를 넣어 구강보건의 질을 높이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충치에 이어 대표적인 구강질환인 치주병(풍치)을 예방·치료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성분의 배합이 시도되고 있다. 우선 치주염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치석의 형성을 억제하기 위해 치석형성 억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피로인산염(pyrophosphate)을 포함한 치약이 치주염예방치약으로 시판되고 있다. 또한 지혈 및 소염작용을 나타내는 알란토인(allantoin)이나 트라넥사믹산(TNA), 아미노카프로익산이 배합된 치약이 만들어져 치은염이나 치주염으로 인한 출혈을 방지하거나 민감한 신경을 완화시켜주고 있다.

또한 잇몸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비타민E가 첨가되기도 한다. 잘못된 방법으로 이를 닦아 생긴 시린 이(상아질지각과민) 치료를 위해 마모된 상아질을 복원시키는 수산화인 성분도 첨가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특수치약의 경우 임상실험을 통해 그 효과가 인정된 예도 있으나, 이들 예방치료제가 실제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작용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한 시판치약의 포장에는 내용물에 대한 소개가 제대로 돼 있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 치약 선택에 필요한 기초적인 정보제공이 부실한 실정이다. 적어도 치아마모도와 첨가된 치료제 성분의 표시 등 간단한 소개는 있어야 다양한 종류의 치약들이 그 효용대로 쓰일 수 있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수치약을 약품으로 오해하여 그 효과를 과신하는 것도 문제점의 하나로 꼽힌다. 여러가지 예방치료제가 첨가되었다고는 해도, 약품으로 지정된 몇 종의 특수세치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존의 치약이 보다 고급화된 제품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한편 서구에서는 특수치약의 발달과 더불어 먹을 수 있는 치약이 개발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원래 무중력 상태에서 이를 닦아야하는 우주비행사들을 위해 개발된 이 치약은 정상적으로 이닦기를 할 수 없는 지체 부자유자들을 위해 실용화되고 있다.

마모도와 예방치료제의 성분을 기준으로 자신에게 맞는 치약을 선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솔질의 방법, 이닦는 시간 등에 유의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입안에 산(酸)이 가장 많이 생기는 때인 식후 3분 이내에 바른 방법으로 이를 닦는다면 치면세균막을 쉽게 제거할 수 있어 치약에 특별한 예방치료제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구강질환예방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방치료제의 효과 (국내시판치약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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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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