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로 가려면 광속으로 2백만년이 걸린다. 그 사이는 광활한 암흑의 공간이다. 이런 암흑공간에서 과학자는 현대과학의 수수께끼를 발견한다.
어릴 적 밖에 나와 밤하늘 아래 누워있으면 별이 참 많이 보였다. 이때 많은 별들이 각자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매우낭만적인 말 같지만, 그 이유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우주의 암흑 때문이라고 한다면 가히 엽기적이지 않을까.
천문학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은하에 있는 수많은 별들을 관측해 왔다. 그 결과 별들이 자기가 속한 은하의 중심에 대해 도는 속도가 중심부터의 거리에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얼른 듣기에는‘그럴 수 있겠지’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는 현대과학자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담겨있다. 왜일까.
달이 지구를 도는 이유는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만유인력) 때문이다. 그래서 달이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달은 직선으로 가고 있지만, 계속해서 지구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타형궤도를 도는 것이다.
그런데 달이 도는 속도는 지구의 질량, 그리고 달의 궤도에 따라 자동으로 정해진다.
달과 지구 사이의 만유인력이 달이 도는 구심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달이도는 속도는 지구 질량의 제곱근에 비례하고 달과 지구 사이 거리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
F= G $\frac{Mm}{R²}$ (만유인력) = $\frac{mν²}{R}$(구심력)
→ ν = $\sqrt{G\frac{M}{R}}$
(G=중력상수, M=지구의질량, m=달의질량, R=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 v=달의 공전속도)
일단 궤도 반경이 결정되면 제멋대로 아무속도나 낼 수 없다는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의 존재증거
은하 중심을 회전하는 별들도 마찬가지다. 별의 회전속도는 은하 중심으로부터 거리와 그 궤도 내 별들의 전체 질량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은하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눈에 보이는 별의 분포는 급격히 줄어든다. 따라서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별의 회전속도는 줄어들어야 한다.
이제 별의 속도가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것이 왜 이해하기 어려운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이 결과는 눈에 보이는별과같은천체가아닌다른‘눈에보이지않는 물질’이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가 안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즉 암흑물질이 존재해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다. 아니면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 틀렸든지. 이렇게 시작된 암흑물질에 대한 논의.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과학의 수수께끼 중 하나가 됐다. 이후 눈에 보이는 물질이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작다는데 과학자들은 놀랐다. 빅뱅이론의 성공적인 예측 중의 하나인 핵의 합성이론으로 과학자는 수소보다 무겁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중수소, 헬륨, 리튬과 같은 물질의 존재 비율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이 결과는 우주 관측 자료로 확인된다. 그런데 핵합성이론과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아무리 아량을 베풀어도 양성자나 중성자 같은 보통 입자들(바리온이라고 부른다)이 우주밀도의 단지 5%만을 차지한다.
우주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로 가득 차있는 셈이다.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기본입자인 쿼크를 밝힌 현대 물리학이 아직 우주의 대부분 질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암흑물질의 후보로서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직 모르는 입자들인‘윔프’와‘액시온’등 암흑물질의 후보로 내놓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여러 후보 중 현재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입자는 윔프. 입자물리학의 초대칭성 이론에 의 한 계산에 따르면 암흑물질의 양만큼 존재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무겁지만 보통의 물질과 반응이 매우 작은 입자로서, 그들 사이의 소멸확률이 적당히 작아서 우주 초기에 생성돼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들이다.
그러면 이렇게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 입자를 도대체 어떻게 찾는다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윔프가 매우 미약하지만 보통의 물질과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윔프의미약한 반응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측정이 어렵다.
당구 충돌과 비슷한 원리로 탐색
하지만 윔프는 지구를 벗어나 멀리 우주를 가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윔프는 우리은하 암흑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은 우리 주변에도 존재해야 한다. 때문에 이 미약한 반응을 측정하는 좋은 방법을 개발한다면 윔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구를 쳐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정면으로 당구공을 충돌시키면 들어온 공은 정지하고, 정지하고 있던 공이 들어온 공과 같은 속도로 튀어나간다. 만약 각도가 있으면 각도에 따라 퉁겨 나가는 속도가 다르다.
윔프가 원자핵과 충돌하면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즉 탄성 충돌이 일어나서 원자핵이 약간 퉁겨나가게 된다는 말이다. 이 원자핵은 보통 전자들이 떨어져나가 전하를 띤 상태가 되면 전하를 띤 원자핵은 물질과 전자기반응을 해 에너지를 잃는다. 잃은 에너지를 검출하면 그것이 윔프의 신호인줄 알 수있다. 원리는 매우 간단한 편이다.
하지만 1kg의 검출기(여기에 담겨있는 원자핵은 약 1025개다)에 하루에 한개가 충돌할 정도로 반응이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 또한 드문 반응에서조차 검출할 수 있는 에너지가 매우 작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러한 드물고 작은 신호를 측정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실험방법 개발에 골몰해 왔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크게 2가지. 하나는 섬광을 내는 결정을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온에서 작동해 미약한 에너지에 의한 온도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우선 결정을 이용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결정을 사용할 경우 검출기의 양을 늘리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드문 반응을 보기 위해서는 반응하는 물질의 양을 늘려야 하기때문에 양을 크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정 검출기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윔프와 충돌해 퉁겨나간 원자핵이 잃는 에너지를 빛으로 바꿔준다. 이 빛은 가시광선으로 아주 어두운 곳에서는 눈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빛을 광전자증배관이라고 불리는 장치를 통해 큰 전기신호로 변환을 한다. 이렇게 변환된 신호를 컴퓨터로 읽어내면 된다.
배경 줄이려 지하 속으로 잠입
그런데 윔프의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광자의 수가 매우 작다는 문제가 있다. 작은 수의 광자를 하나하나 세어보면 얼마의 에너지를 잃어버렸는지 알 수 있다.
저온 검출기의 경우는 어떨까. 저온 검출기는 실리콘이나 게르마늄 같은 결정을 매우낮은온도인10mK(밀리켈빈=${10}^{-3}$ 켈빈, 켈빈은 절대온도를 의미하는 것으로0K=-273℃다) 정도에서 작동을 시킨다.
윔프의 반응에 의한 미약한 에너지는 결정 표면에 입혀진 초전도 물질을 순간적으로 보통 도체로 바꿔버린다. 그 순간에 도체의 저항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초전도 상태에서는 저항이 없다) 회로에 흐르는 전류의 양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 전류변화는 미약하나마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이 자기장을 SQUID라는 장치(역시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장치로 미약한 자기장을 검출한다)로 측정한다. 저온 검출기의 장점은 매우 낮은 에너지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과 감마선에 의한 배경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약한 에너지 변화와 함께 윔프 탐색에서 어려움을 주는 문제는 배경 방사선이다. 반응이 드문 경우의 문제는 주변에서 오는 방사선들이 매우 큰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사진을 찍을 때 배경을 너무 크게 찍으면 정작 중요한 인물이 어디 있는지 찾아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윔프 탐색에서 배경을 줄이는 방법은 우선 우주선을 줄이는 것이다. 암스트롱이 달에 갈때 타고 간 우주선이 아니라 우주에서 날아오는 높은 에너지의 입자들을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양성자나 헬륨 핵들과 같은 것들인데, 지구의 대기권에 돌입하면 대기 중 원자와 핵반응을 한다. 여러분들 놀라지 마시라. 지구의 하늘 높이 수만km 상공에서 핵반응이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입자들이 생성되고 그 중 뮤온이라는 입자는 지상까지 내려온다. 뮤온은 전자와 같은 종류의 입자인데, 전자보다 2백배 이상 무겁고 1백만분의 2초 안에 전자와 중성미자로 붕괴해버리기 때문에 실생활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물리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질문을 할수있다.“ 빛의 속도로 달린다 하더라도 1백만분의 2초 동안 6백m 밖에 갈 수 없는데 어떻게 지상까지 옵니까. 농담하십니까.”
훌륭한 질문이지만 아직 물리를 좀더 배워야 한다. 이 뮤온들은 거의 광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예견했듯이 시간지연 효과가 나타난다. 지구에 붙어있는 우리가 보기에 뮤온은 그보다 훨씬 오래 산다. 그래서 여러분은 매초 머리만한 면적에 뮤온 한개씩을 맞고 있다. 오늘부터는 뮤온을 맞고 있는 기분을 느껴보기 바란다.
그렇다고 납으로 된 우산을 쓰고 다닐 필요는 없다. 뮤온은 보통의 방사선보다 아주조금 밖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얘기가 조금 빗나갔지만 이 뮤온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에너지 뮤온이 물질과 반응을 할 때 가끔가다 다른 입자들을 만들어내는데, 이 중에는 감마선도 있고 중성자도 있다.
이들 감마선과 중성자는 윔프 탐색에 있어 치명적이다. 따라서 뮤온으로부터 도망을 가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땅속 깊이 들어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뮤온은 땅에 의해 상당히 차단되기 때문이다. 지하 4백m로 들어가면 지상에서 보다 약 1만배 정도 뮤온이 줄어든다.
국내 연구진 청평 양수발전처에 자리 마련
하지만 지하로 들어가서 잠시 동안 한숨을 돌리게 해줄 뿐 배경 방사선 문제가 온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주변의 바위에서 방출되는 방사능 동위원소도 만만치 않다. 사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환경 방사능과 같이 살고 있다. 건물의 콘크리트, 음식물 등 방사능 동위원소는 도처에 있으며, 우리 몸속에도 있다.
그러나 우리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윔프 검출기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그래도 이 배경 방사선은 두꺼운 납과 구리 등을 차폐체로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제거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 막고 나서 이제 윔프를 찾아 볼까 하면, 이번에는 검출기 내부에서 다크호스가 나타난다. 검출기를 이루고 있는 물질들도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다. 윔프를 잡는 것은 그야말로 매우 어렵기 그지없다. 이들 동위원소를 제거하는 것은 화학적인 방법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화학도 열심히 배워야 한다. 이제야 윔프 탐색을 시작할 수 있다.
드물고 작은 신호를 찾는 방법도 어려운데 배경을 줄이는일 까지 하고나면, 진이 다빠져서 실험할 힘이 없을 것 같지만 물리학자들은 그 정도에 지치지 않는다. 문제가 없으면 힘이 빠지고 문제가 생기면 전투력이 증가하는 것이 물리학자들이다. 어쨌거나 보이지 않는 물질을 찾기에 엄청난 노력을 들이는 것은 우리 우주에 대해서 우리가 아직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자각에서 오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암흑물질의 탐색 연구는 이미 10여년 동안 세계의 여러 곳에서 진행돼 왔다. 지난해 초 이탈리아의그란사소(Gran Sasso)라는 지하실험실에서 NaI(Tl)이라는 결정을 사용한 실험에서 윔프의 증거를 관측했다고 발표를 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저온 검출기 실험 그룹은 이탈리아의 실험 그룹의 결과에 의해 예측되는 질량을 갖는 윔프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두 실험이 다른 실험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년내로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기는 힘들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연구는 어떨까. 다행스럽게도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됐다. 지난해에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암흑물질 탐색연구단이 발족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KIMS(Korean Invisible Mass Search의 약자)라는 실험 그룹이 청평의 양수발전처 지하 4백m에 조그만 실험 공간을 얻어, 이미 이 분야 연구에 상당한 수준에 와있는 외국의 유수한 실험진들과의 경쟁에 돌입했다.
금년에는 중국과 대만의 연구진이 합류해 국내 연구진이 주축이 되는 국제공동연구로서의 면목이 갖춰지고 있다. 비록 외국의 선발주자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서울대,연세대, 세종대, 이화여대, 성균관대의 20여명 연구진은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우주의 신비를 벗길 수 있는 연구를 한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있다.
다행인 점은 윔프가 있다면, 미국이나, 유럽이나, 우리나라나 구분 없이 같은 양으로 존재할 것이다. 자연은 발견의 기회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고 있다.
보이지 않는 당신을 찾아서
당신은 누구십니까?
차디차게 식어버린 태초의 빛에서
당신의 존재를 어렴풋이 짐작합니다.
당신은 어디에 계시나요?
은하수의 무수한 별들이
제각기 자기 자리에서 반짝이는 건
당신이 여기 있기 때문인가요?
당신은 보이지 않지만
당신의 증거는 우주에 남아
이 작은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당신의 모습은 이 영롱한 결정 속에서
반짝이는 빛으로 다가올 것만 같습니다.
우주의 한 언저리에서
당신을 찾아 나선 어린 소년이.
청평 양수발전처 : 밤에 남는 유휴 전력을 이용해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 올려 저장해 놨다가 낮에 전기가 많이 필요할 때는 역으로 발전을 하는 발전소를 말한다. 청평 양수발전처는 경기도 가평군 호명산에 위치하고 있다. 청평댐의 물을 끌어 올려 상부 저수지인 호명호에 저장하며 발전용량은 40메가와트다. 발전을 위해 지하 4백m 깊이에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다. 발전시설을 위해 건설한 터널의 내부는 윔프 탐색 실험을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발전소 측은 특별한 배려로 윔프 탐색 실험을 수행할 수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그란사소 지하실험실 : 이탈리아 테라모(Teramo)에서 로마(Rome)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그란사소 터널(길이 10.4km)이있다. 이 터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3개의 큰 지하 실험실이 있다.
각각의 지하 실험실은 높이가 18m 이고 길이는 1백m 이상이다. 지하 실험실의 최대 깊이는 약 1천4백m다. 현재 Borexino(태양중성미자측정), Cresst(암흑물질 탐색), Dama(암흑물질 탐색) 등을 포함해 16개 이상의 실험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