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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인의 뿌리, 아프리카 현생 인류

4만년전 전세계 퍼져 고인류와 대체 종교의식이나 예술적 표현 나타나

하와이대학 인류학과 칸교수가 제기한 '이브모델'에 의하면 현생인류는 아프리카의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돼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고 한다. 이 이론을 따른다면 한반도에 들어와 살게 된 후기 구석기시대의 인류들도 아프리카에서 흘러온 현생인류의 조상 가운데 일부일 것이다.

인류의 기원을 말할 때 흔히 우리가 가지는 의문은 "태고적인화석인류가 우리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직접적인 후예인가, 그리고 진화에도 오스틀랄로피테쿠스, 호모 헤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등의 단계가 있는데, 각 단계의 선조인류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진화를 이루게 됐을까" 등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현재 지구 곳곳에 퍼져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살고 있는 현생 인류들은 동일한 조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소위 인종적인 차이, 민족적 차이는 어떻게 생겨난 것이며, 이 차이는 같은 조상에서도 생겨날 수 있는 것일까? 다시 말해서 이전의 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들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이러한 의문들이 인류의 조상들을 말하는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현생인류 공통특징 두뇌용적 1천4백㏄ 이상
 

크로마뇽인의 두개골. 1868년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의 동굴 크로마뇽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후기의 화석 인류. 현대 인류와 동종이다.
 

도대체 우리들, 즉 현생인류(Homo sapiens sapiens)는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는가? 현재 살아 있는 모든 인류의 공통적인 두개골의 특징은 두뇌 용적이 적어도 1천4백㏄ 이상 된다는 점이다. 또 이마가 곧추서고 눈두덩이가 전혀 튀어나오지 않으며 머리의 종단면이 오각형에 가깝고 턱과 이빨이 작아지며 턱끝이 튀어나와 있다. 그리고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개발돼 있다.

문화적으로는 도구 사용이 지극히 복잡한 단계에 있으며 인간의 감성 표현이 다양하고 풍부해지며 사회조직들이 엄청나게 복잡해져 있다. 이러한 인류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간 것은 약4만년 전으로 알려져 왔다. 이는, 이러한 정도로 인간성의 표현이 보이는 구석기문화가 이 시기에 전세계적으로 퍼져 있으며 이 시기에 나타나는 인골에서도 현생인류의 특징이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대략 이후의 석기문화에도 이전의 제작기술과는 엄청나게 발달한 석인석기공작(石刄石器工作)이 세계의 곳곳에 나타나고 조각예술품이나 동굴벽화 등의 예술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또 인간에 대한 존경과 자연에 대한 경의가 종교적인 의식으로 표현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적인 역량을 가진 현생인류는 동시다발적으로 이 지구상에 나타난 것일까? 또 그 시기가 고고학적인 증거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4만년 전에 일어났을까?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대륙으로 들어온 이래 거의 1백만년 동안 대륙의 다양한 환경을 개척해 널리 퍼져 살고 있었음을 유적의 분포상으로 보아 알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인류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그 지역에 진출해 살고 있던 호모 에렉투스에서 진화해 다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다원발생설, 흔히 '캔들라브라 모델'(초를 꽂는 접시가 여러 개 있는 촛대)이라고 부르는 설을 믿고 있었다.

이 모델은 유럽도 현생인류의 발상지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사실 40만년 전에서 50만년 전 이후가 되면 완전한 현생인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호모 에렉투스의 형상과 비슷한 형상의 호모 사피엔스들은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또한 아시아에서도 호모 에렉투스의 특성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다.

아프리카에서는 현생인류적인 특성이 강한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대륙의 각지에서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고인류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모 에렉투스가 각 지역에서 진출한 이후 환경에 적응해 새로운 형태의 인류가 출현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호모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가 현생인류의 조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네안데르탈인들은 약 10만년 전 전후에 나타나 약3만5천년 전에도 살고 있었는데, 이 시기에는 이미 현생인류가 공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만7천년 전의 인류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월계수 잎 모양의 양날 석기
 

중동의 현생인류 일찍부터 다양한 형태로

한편 현생 인류가 한 곳에서 발생해 구대륙의 여러 곳으로 퍼져나갔다는 학설이 '노아의 방주 모델'이다. 이 가설은 근래 중국의 우신지, M. 월포프같은 인류학자들이 주장하는 '중심지-주변지역가설'과도 통하는 것이다.

중심지 -주변지역가설에 따르면 호모 에렉투스는 여러 가지 다양한 환경으로 이주해 신체적인 다양성이 나타나게 됐는데 , 이러한 기간동안 유전자의 전입이 자유로워서 단일의 종으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다양성은 환경이 좋은 지역에서 나쁜 지역보다 훨씬 그 정도가 컸다. 이 지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인류가 발생해 나머지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원래 살고 있던 고인류들을 대치해 나갔다는 것이 중심지-주변지역가설이다. 이 경우 환경이 좋은 지역이 중심지가 되며 이 중심지로 중근동지방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형태의 노아의 방주모델이 제기됐다. 하와이대학 인류학과 칸교수가 제기한 소위 '이브 모델'이다. 칸교수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생화학자인 윌슨교수와 함께 미국에 살고 있는 세계 여러 인종들의 태반을 채집해 세포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로만 전수되기 때문에 부계와 혼합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오로지 돌연변이에 의해서만 변화하게 된다. 그런데 대상으로 한 집단중에서 아프리카에서 온 여인들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가장 다양했다.

이것은 가장 오랫동안 돌연변이가 이주어진 것을 말하므로 결국 아프리카 현생인류의 기원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속도를 계산해 '이브'는 약 20만년 전쯤에 나타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결국 현생인류는 아프리카의 한 여인에서부터 약 20만년 전에 시작돼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게 됐다는 학설이다.

동일한 방법으로 미국의 월레스교수는 동남아시아가 기원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현재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는 남아프리카의 보도동굴 유적과 클라시강 하구 유적에서 발견됐다. 또한 이 지역의 석인석기 문화가 이른 시기에 나타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아프리카의 호모 사피엔스들은 현생인류적인 특성을 가진 것이 많다. 이러한 점에서 남아프리카가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의 기원지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현생인류들이 유라시아대륙으로 퍼져 들어가게 되는 것은 사하라사막의 팽창과 수축이 인류의 이동을 점프질한 결과로 생각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연유로 중동지방의 현생인류가 일찍부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현재 각 민족집단의 모습이 왜 그렇게 다르게 나타나는가? 그것은 현생인류가 각기 다른 환경지역에 들어가서 적응하게 되면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체질적인 특성이 표현되면서 모습이 다르게 된 것이다. 피부색은 아마도 햇볕의 강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것이며 눈색깔도 햇볕의 강도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다.

그리고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현생 인류화석과 현대 일본인 얼굴의 각 계측치의 비교에서 드러난 차이는 일본인과 스칸디나비아사람들과의 비교치보다도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이처럼 현재 외형상으로 크게 차이나는 집단간의 비교치가 동일지역내 화석인류와의 비교치보다 훨씬 가깝다는 사실은 이브설이나 노아의 방주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이브설을 따른다면 한반도에 들어와 살게 된 후기 구석기시대의 인류들도 아프리카에서 흘러온 현생인류 조상의 일부일 것이다. 물론 한반도 내에서도 중부 홍적세, 즉 수십만년 전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고인류가 살았던 흔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인류들은 아마도 후대에 들어오는 새로운 인류집단에 의해 대체돼 갔을 것이다.

후기 구석기시대의 사람들을 현재 한국인들의 직접적인 조상이라고 여기는 것은 너무도 단순한 생각이다. 이러한 주장은 특히 북한 인류학자들에 의해서 제기되고 있는데, 수만년의 기간을 독립적으로 진화해온 결과로 한국인의 형질이 형성됐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반도는 후기 구석기기간 동안 해수면의 하강으로 중국과 연결된 대륙의 일부였을 것이며 따라서 사람의 이동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유전자의 유입과 유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났을 것이다. 물론 지역적인 특성이 다소간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대 한국인의 체질적인 특징은 실눈이 많고 광대뼈가 튀어나왔으며 동그스름한 콧날, 속쌍꺼풀, 직모와 검은 머리, 중간정도의 키, 그리고 단두형의 머리 등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몽고인종의 일반적인 특징들 중의 하나인데, 시베리아 특히 바이칼지역의 추운 기후 하에서 형성된 인종중의 일부가 이주해 남하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평안남도 덕천 승리산 유적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고인과 신인의 유적이 발견된 곳이다. 사진은 승리산인의 얼굴을 복원한 조각품
 

한민족 단일계통으로 보는 것은 문제 있어

그러나 민족의 형성은 일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장구한 세월동안 다양한 유전인자의 출입으로 형성되는 것이어서 혈연적으로 단일계통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하간 얼굴을 비롯한 체형의 여러 계측치나 또한 항체 등의 유전학적인 자료에 따르면 몽골사람들이나 티베트사람들 그리고 일본사람들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음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고고학적인 문화상의 관계로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후기 구석기의 문화에는 시베리아나 중국과의 연관성이 나타나고 있다. 신석기시대에는 시베리아의 바이칼지역이나 연해주의 문화와 통하는 바가 있다. 또 청동기시대 이래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르도스지방이나 몽골지방 그리고 중앙 아시아지방과 문화적인 연결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인류의 유전자 교류는 소규모 지역 집단간의 차원을 넘어서 전세계로 확대돼 가고 있다. 이것은 인류의 미래를 밝게 하는 것이다. 활발한 유전자의 교류는 인간의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새로운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의 유전자를 가진 개체를 나타나게 할 가능성이 많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진화해 왔지만 그 진화의 결과로 자연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생물이다. 또한 생물은 반드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용하게 마련이다. 결국 인간은 인간 자신의 이기적인 성향에 의해 힘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지구상에서 절멸의 위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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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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