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봄철의 별자리들이 하늘을 뒤덮는다. 새벽하늘에 나타난 귀달린 행성 토성을 50㎜ 쌍안경으로 살펴보고 황소자리에 위치한 금성과 4대 위성과 함께 등장한 목성의 자태를 소상히 관찰해보자.
이달의 행성
■ 새벽하늘에 나타난 토성
거대한 고리를 가진 행성인 토성을 이달부터 새벽하늘에서 볼 수 있다. 초저녁 사자자리와 처녀자리로 메꿔졌던 동쪽의 하늘은 한밤중으로 넘어가면서, 그 자리를 직녀성과 견우성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로 이루워진 여름의 대삼각형에게 양보한다. 시간이 더 지나 새벽녘이 되면 이 여름철의 대표 별자리들도 천정 근처로 물러나고, 동쪽 지평선에는 페가수수자리의 정사각형중 한변을 이루는 두개의 별과 남쪽물고기자리의 1등성 포말하우트가 각각 약간씩 북쪽과 남쪽으로 치우친 상태로 떠오른다.
이들의 중앙에는 물병자리가 있지만 밝은 별이 없어 별자리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 밝은 1등성이 하나 나타나 있다. 이것이 바로 토성이다. 50㎜ 이상의 쌍안경으로 이것을 겨냥해 보면 아주 작지만 예쁜 모양의 토성을 고리와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행성에 귀가 달린 것처럼 보인다.
시직경은 16초 정도이고 광도는 정확히 1등급이다. 8일 새벽에는 그믐을 향해 치닫는 월령 26.8의 달이 토성 바로 북쪽을 통과해가므로 사진 촬영의 좋은 표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토성이 뜨는 시각은 이달 초 5시 5분이고 말에는 3시 16분으로 점점 빨라져 7월경 부터는 새벽이 아닌 저녁에 토성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소행성 주노의 충
이달 18일 소행성 주노가 9.8등급까지 밝아지며 충이 되는 날이다. 1804년에 하딩에 의해 처음 발견된 주노는 세레스 팔라스 베스타와 함께 4대 소행성에 속하는 것이다. 처녀자리 제타(ζ)와 타우(τ) 별을 잇는 선을 동에서 서로 이등분해 지나가는 이 소행성은 6월 달 움직임의 방향을 바꾸어 다시 이 두별 사이를 지난간다. 쌍안경 이상의 망원경으로 위의 두별 사이에 위치하는 별들을 5일 정도의 간격으로 기록하거나 사진을 찍어 비교해 보면 움직이는 천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주노이다.
■ 거문고자리 카파 유성군 월몰 후 관측 호조건
이달 22일 월령 11.1일의 달이 서쪽 하늘로 기울어 그 빛을 잃어 갈 때쯤인 새벽녘, 동쪽하늘의 여름철 별자리를 보게 되면 거문고자리 부근으로부터 방사되는 많은 별티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복사점이 직녀성과 헤라클라스 사이에 위치하는 거문고자리 유성우다. 이 유성우는 기원전 687년 중국인에 의해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유성우 중 가장 오래 된 것이다.
■ 금성, 황소자리로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금성이다. 이 천체는 이달 초 물고기자리에 머무르던 것이 빠른 속도로 움직여 이달 말에는 황소자리의 유명한 산개성단인 플레이아데스성단과 히아데스성단 사이에 놓이게 된다. 50㎜표준렌즈로 f수 2에 13초 정도의 노출을 주어 고정촬영을 하게 되면 지상의 물체와 함께 어우러진 천체의 신비로움을 사진에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3일에는 월령 2.1의 실낱같은 초승달이 금성 근처를 지나므로 2백㎜ 이상의 망원렌즈로 3초 이상의 노출을 주어 촬영하면 지구조와 어우러진 금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 목성 충을 향하여
달을 제외하면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천체인 금성이 서쪽하늘에서 질 때쯤, 동쪽하늘에는 봄의 대곡선을 하늘위로 밀어내고 지평선 위를 점령하고 있는 밝은 별 하나가 있다. 목성이다. 다음달 1일에 충이 되는 이 행성은 -2.5등급의 엄청난 밝기와 44초 정도의 시직경을 갖고 있어 달을 제외한 태양계의 천체 중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대상이다. 작은 망원경으로도 쉽게 표면의 줄무늬와 갈릴레오 위성이라 불리는 이오 칼리스토 가니메데 에우로파 등 4개의 위성을 볼 수 있다. 목성의 자전주기가 10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위성들의 공전 주기가 짧기 때문에 저녁 때 관측하고 새벽녘에 다시 관측하면 목성 표면의 변화와 위성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4월의 북쪽 밤하늘
동쪽으로 치우친 곳에 나타난 목동자리 알파별 아크투루스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봄철의 별자리들을 주도한다. 아크투루스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들 중 시리우스 다음으로 밝은 별이다. 마치 바로 밑에서 떠오르는 왕관자리의 길을 밝혀주며 높은 하늘로 인도해 가는 느낌이다. 서쪽으로 치우친 곳의 카시오페이아자리는 천천히 산뒤로 숨어 가지만, 실제로 카시오페이아자리의 W자를 이루는 별들은 지평선 아래로 지지 않는 주극성이므로 북쪽지평선이 탁트인 지역이라면 계속해서 이 별자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달에는 태양이 카시오페이아자리와 같은 적경대의 값을 갖는다. 즉 북극성과 카시오페이아자리를 잇는 선을 연장해 가면 태양이 있다. 태양이 진지는 무척 오래된 것 같은데 카시오페이아를 아직도 볼 수 있으니, 북극성 주위의 별들이 그 만큼 오래 하늘에 떠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4월의 남쪽하늘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동쪽하늘에 처음 나타나는 두개의 별은 황도상에 위치하는 유일한 1등성인 레굴루스와 봄의 대곡선상에 위치하는 1등성 스피카다. 이들은 각각 사자자리와 처녀자리의 알파성으로 북쪽하늘의 아크투루스와 함께 봄을 대표하는 별들이다. 완전한 어둠이 깔리어 희미한 2등성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사자자리는 어느 정도 포효하는 사자의 모양을 갖추지만, 처녀자리는 별모양 없이 2,3등성이 산재해 있는 모습밖에 찾을 수 없다. 시골의 밤하늘이거나 투명도가 아주 좋은 서울의 하늘이라면 오히려 스피카 밑에 위치하는 사각형 모양의 작은 까마귀자리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남서쪽 하늘에 위치하는 시리우스는 황소자리로 움직여 오는 금성과 함께 서쪽하늘을 양분하며 초저녁하늘을 주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