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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치지 않았다

지난 15년 동안 4가지 정신장애가 폭발적으로 번졌다(미국 기준). 소아 양극성 장애는 경이롭게도 40배 늘었고, 자폐증은 20배 늘었으며,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는 3배로 늘었다.

성인 양극성 장애는 2배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 증가율은 미국보다 몇 배나 높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신에 문제가 생긴 걸까. 저자는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저자가 지목하는 원인은 ‘진단 인플레이션’이다. 병원과 제약회사의 마케팅 덕분에 정신건강 염려증이 번지게 됐고, 문턱이 낮아진 진단 기준 때문에 사람들은 실제로는 멀쩡한데 정신장애 진단을 받아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정신장애에 대한 기사를 보다보면 ‘나도 이런데’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신뢰감이 좀 더 올라간다. 현재 미국 듀크대 정신의학부 학부장으로 있는 앨런 프랜시스 교수는 정신장애를 진단하는 교본인 ‘DSM(정신장애진단편람)’의 네 번째 판을 만드는 책임자 중 한 명이었다. 일종의 양심고백인 셈이다. 저자는 자신이 만든 4판이 남용되며 정신장애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는데 지난해 만들어진 DSM 5판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초인플레이션’으로 바뀔 거라며 경고한다.

사례 하나. DSM 5판에는 ‘정신병 위험 증후군’이라는 정신장애가 들어갈 뻔 했다. 저자는 “대체 언제부터 위험이 있다는 것이 질병과 같은 말이 되었는가”라고 반문하며, “걸리지도 않을 병을 두려워하는 수많은 사람이 향정신병 약을 먹고 비만, 당뇨, 심장질환, 기대수명 단축의 위험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미국인의 7%는 합법적인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돼 있다.

앞으론 짜증만 부려도 정신장애 될까

저자에 따르면 정신장애도 시대에 따라 유행이 있다. 과거에 유행한 정신장애가 마귀 들림, 신경쇠약증, 히스테리, 다중 인격 장애였다면 지금은 주의력 결핍 장애, 소아 양극성 장애, 자폐증, 양극성 장애(조울증 또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유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짜증, 노화에 따른 건망증, 폭식이 새로운 정신장애가 될 것이며 온갖 열정이 중독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그렇다면 정신장애는 모두 의사와 제약회사의 거짓말인가. 그렇지 않다. 전문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한 진짜 정신장애가 있다. 그러나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깊은 애도를 우울증으로 봐선 안 되는 것처럼 대부분의 행동은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지 결코 치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시간과 자연의 복원력을 믿으라”며 “운동, 수면, 가족과 친구와의 만남, 심리치료”를 조언한다. 의사를 찾는 것은 그 다음이다. 온갖 기사나 선전과 달리 우리 대부분은 충분히 정상이다.


 

201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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