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반짝이는 별을 망원경을 이용하여 두개의 별로 분리해 보았을 때 우주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 금상첨화로 이 이중성이 알비레오처럼 황금색과 하늘색을 띠고 있다면… 밤하늘의 별 중 반 이상이 이중성이다. 이중성은 먼 하늘 물체처럼 투명도에 의해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특별히 관측회를 가지 않더라도 학교나 집 옥상에서 훌륭한 관측을 할 수 있다. 또 이중성은 고유의 색을 띠고 두 색이 눈으로도 관측되므로 흥미로운 관측대상이 된다. 그리고 6등성 이내의 밝은 별들 중에도 이중성이 많으므로 초보자도 쉽게 그 별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이중성에 대한 기초 지식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망원경의 한 시야 내에서 두개의 별이 가까이 붙어 있을 때 이것을 이중성이라고 한다. 세개의 별이 보이면 삼중성이라고 하고, 삼중성 이상을 보통 다중성이라고 한다. 6중성까지를 다중성이라고 하며 그 이상은 성단이라고 한다. 이중성은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역학적 관계의 유무에 따라
● 연성(쌍성) : 2개 또는 3개 이상의 별이 만유인력에 의해 묶여 있으면서 공통의 질량 중심을 같은 주기로 도는 항성계를 말한다(그림1).
● 광학적 이중성 : 두 별이 우연히 같은 시선방향에 있기 때문에 마치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물론 만유인력이 작용하지 않는다(그림2).
(2) 관측방법에 따라
●안시연성 : 망원경 이외의 다른 광학적 도구 없이 육안으로도 쉽게 상호 궤도 운동이 관측되는 것으로 우리 아마추어들이 관측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 대기의 영향으로 각거리가 0.5" 이상일 때 2개의 별로 분리되어 보인다.
● 측성연성 : 두 별이 매우 가까이 붙어 있어 주성만 보이지만, 별의 고유운동을 관측해 그 별 주위에 질량이 있는 반성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을 말한다.
● 식변광연성 : 두 별의 궤도평면이 우리의 시선방향과 일치하는 이중성으로, 이 두 별은 주기적으로 서로를 가리게 되어 겉보기 광도가 변한다. 이 경우는 분리되어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안시 또는 분광연성일 수도 있다.
● 분광연성 : 역시 눈으로 분리되어 보이지 않으나, 스펙트럼 관측시 파장이 주기적으로 진동하므로 연성임을 알 수 있는 것을 말한다.
● 스펙트럼 연성 : 역시 분리되어 보이지 않으나 2개의 다른 스펙트럼 선이 겹쳐 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는 역학적 관계를 가진 것일 수도 있고, 단지 매우 가깝게 접하여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단 한쌍의 연성이 두 가지 이상으로 구분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시리우스는 측성연성인 동시에 안시연성이다. 그러나 시리우스를 직접 보려면 분리능이 좋은 대구경의 망원경이 있어야만 한다.
이제 관측의 실제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어떤 별을 선택하여 관측하느냐이다. 첫째는 밝은 별을 골라야 한다. 왜냐하면 맨눈으로 별을 볼 때에는 별들의 밝기차가 분명하지만 망원경을 통해 보게 되면 밝기차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보고자 하는 이중성이 4등급 이상을 넘어설 때 시야내의 별 중에서 그것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분리각이 큰 것을 선택해야 한다. 망원경의 한계 분해능을 넘어서는 별을 택한다든지 아주 고배율이 필요한 이중성을 고르게 되면 초보자가 두개의 별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는 주성과 반성의 밝기차가 많이 나지 않는 것을 택한다. 왜냐하면 두별의 밝기차가 많이 날 경우 분리각이 크다 하더라도 주성의 빛에 가려 반성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3월의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몇개의 이중성들을 예로 들어보자. 다음의 표기 방법과 자료 그리고 간단한 묘사는 '밤하늘 관측'의 성도 부분에서 인용한 것이다.
① α(별) Leo(별자리) 1.3+7.6(분리각) 307(위치각) 1924(연도) : 레굴루스
작은 망원경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중성으로 전형적인 움직임을 갖는다. 반성은 귤색이며, 태양 광도의 1/2 정도인 왜성이다.
② β(별) Ori(별자리) 0.1+6.7(광도) 9.4(분리각) 202(위치각) 1925(연도) : 리겔
거리는 많이 떨어져 있으나 주성이 너무 밝아 상대적으로 반성이 빛을 잃기 때문에 소구경으로 보기 힘들다. 6인치 망원경으로 1백배 정도 배율로 보면 흰색과 파란색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1831년 이후로 각거리와 위치각에 변화가 없다.
③ ζ(별) UMa(별자리) 2.4+4.0(광도) 14.4(분리각) 151(위치각) 1967(연도) : 미자르
북두칠성의 중심부에 있기 때문에 망원경을 처음 사용하는 초보자들에게 이상적. 장엄한 이중성으로 볼 수 있다.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이 별로 시력을 측정하기도 했다. 미자르는 망원경으로 발견된 최초의 이중성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1650년 사진으로 찍힌 최초의 이중성이며 분광기로 본 최초의 것이다.
④ K(별) Pup(별자리) 4.5+4.6(광도) 9.9(분리각) 318(위치각) 1951(연도) : 아름다운 쌍둥이 자매
표면이 매우 하얗다
⑤ γ(별) Vir(별자리) 3.6+3.6(광도) 3.3(분리각) 297(위치각) 1980(연도) : 포리마
주기 1백72년의 연성으로, 둘다 노란빛이고 2008년에 0.4"로 근접한다.
위의 자료에서 광도는 주성과 반성의 밝기를 +로 표시하였다. 위치각은 주성을 중심에 놓고 북극을 기준점으로 하여 반성의 위치를 동쪽으로 잰 각도이다. 연도가 의미하는 것은 분리각과 위치각의 자료가 표시된 연도일 때의 값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관측한 경험으로 볼 때 위 다섯개의 별들 중 미자르나 레굴루스는 망원경의 시야내에 넣기도 쉽고 두개의 별로 분리해 보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반면에 오리온자리의 베타성 리겔은 망원경 시야에는 쉽게 별을 넣었으나 분해되어 보이지 않았다. 여러 번의 관측 시도 끝에 어느날 주성의 빛살 사이에서 작은 반성을 보았다. 그 뒤로는 계속 관측할 수 있었다. 리겔 관측은 날씨의 영향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일단 관측에 성공하고 나면 두번째부터는 눈이 숙련되어서인지 좀더 쉽게 관측이 되는 것 같다.
고물자리는 카파성과 처녀자리의 감마성 포리마는 망원경 시야에 넣는 것부터 쉽지 않다. 성도상의 위치와 몇번의 대조 끝에 이 별들을 확인하고 배율을 높였을 때 고물자리의 별은 쉽게 분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포리마의 경우 1988년 처음 볼 당시는 분해에 성공했지만 1993년에 다시 관측했을 때는 잘 분해되지 않았다. 이유는 분리각이 작아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