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주변의 일본인 태국인에 비해 얼굴이 넓고 길며, 이마는 높으나 앞이마가 특히 좁다. 또 얼굴 전체에 비해 코의 길이 등 중앙부의 길이가 짧은 편이며, 눈 코 입이 작고 턱이 큰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중 비록 직관적이지만 동료들 간에 출신지역에 따라 얼굴 생김이 다르다는 느낌을 흔히 경험한다. 이것은 출신지역에 따라 눈 코 입 귀를 구성하는 얼굴구성의 형태소가 다르거나 아니면 한 지역에 분포하는 얼굴형의 배합비율이 서로 다르거나 둘중 하나일 것이다.
필자의 이제까지 조사를 토대로 보면 한국인의 얼굴에는 지역에 따라 계측수치상 분명히 인정할 만한 차이가 있다. 이는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도 오늘날 한국인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타입, 이를테면 원주한국인 체질한국인 문화한국인의 세 가지 타입의 출현비율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얼굴 보고 조상의 이동경로 짐작
원주형의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얼굴형의 사람은 그들의 조상이 한반도에 도래해 살던 곳이 해안가, 특히 남쪽 해안지방일 수밖에 없고, 북쪽이나 내륙지방에는 이들과는 생활방식이 달랐던 빙하기에 특화된 북방계의 체질적 영향이 크게 남아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하 50℃ 정도의 혹한에서 살아 남으려면 체구가 큰 편이 유리하다. 체온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얼굴은 요철이 적은 평평한 형이 좋다. 춥고 눈 덮인 기간이 긴 산야에서 사냥을 하기에는 두꺼운 눈두덩과 가는 눈, 작은 안구, 작은 눈동자가 더 유리했을 것이다. 이처럼 1만년 내지 1만5천년의 긴 세월을 빙하기의 고립된 생활을 하는 동안 수염이나 체모가 적어지고, 꽁꽁 언 날고기를 깨물어 먹자니 이와 턱이 튼튼해졌을 것이다.
이들 일부는 남하해 한반도쪽으로 내려오는 동안 빙하가 녹으면서 황해바다의 해수면의 높아짐에 따라 자루 모양의 한반도에 갇혀 버렸다. 이들이 원주형에게 폐결핵 등 신종질병을 옮겨 인구를 줄여 놓고, 위협에 견디기 어려운 원주형의 일부가 배를 타고 다른 곳으로 피하거나 복속되는 등 생태적 드라마가 이 조그만 한반도에도 벌어져 왔을 것이다.
거기에 중국 등지로부터 주로 서해를 통해 난민들이 계속 유입되고 전쟁에 의해 한반도 내의 인구이동이 가속되면서 점차 혼혈이 일어났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형성된 한국인의 세 가지 얼굴형은 결국 한반도 전역에 서로 교차해 퍼져 나갔지만, 분포 비율이 아무래도 처음 유입됐던 곳에서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그 지역사람들의 얼굴특징을 우리가 서로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한반도 주변의 다른 민족들과 한국 내의 지역에 따른 얼굴차이를 비교해 볼 때 현재 한국인을 이루는 우리 조상들의 이동루트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우선 한국(50명) 일본(50명) 태국(태국계 태국인 39명, 중국계 태국인 30명)의 여자대학 2년생들의 얼굴을 비교하기 위해 얼굴의 주요부를 1백50군데 이상 자로 측정해 보았다.
한국인은 턱이 크다
머리 전체의 세로 길이(턱 끝에서 정수리 끝까지)를 재어 보면, 한국인의 평균치가 2백33.38mm, 일본인이 2백30.13mm, 태국인이 2백21.04mm 정도로서 한국인이 제일 길고, 일본인 태국인 순으로 짧아진다. 이런 사실은 얼굴 전체의 길이가 짧게 작용하는 유전자는 한국인에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얼굴의 길이로 보면, 한국인 1백94.05mm, 일본인 1백85.30mm, 태국인 1백84.89mm로서 한국인의 얼굴길이가 일본인이나 태국인에 비해 월등히 길다. 이 점이 한국인의 얼굴을 구성하는 데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얼굴의 가로폭과 얼굴길이와의 비로 보면 한국인이 1:1.37, 일본인이 1:1.31, 태국인이 1:1.33으로서 일본인의 얼굴 윤곽이 전체적으로는 가장 동그랗고, 태국인 한국인 순으로 얼굴이 길다.
이런 비율은 한국인의 경우 필자가 동일한 방법으로 시행한 5년 전의 것보다 길어진 것이어서 전통적인 계란형 얼굴인 1:1.30과는 멀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얼굴의 세로 길이를 미간과 코밑을 경계로 삼분해 상안(上顔), 중안(中顔), 하안(下顔)으로 나누어 보면 한국인의 상안(이마높이) 평균이 63.09mm, 일본인이 57.36mm, 태국인이 62.63mm다. 이는 한국인과 태국인은 이마의 높이가 높은 데 비해 일본인은 현저히 낮아서 일본인다운 얼굴 인상의 형성에 이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한다.
한편 중안의 길이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인이 64.91mm, 일본인이 63.71mm, 태국인이 59.41mm로서 한국인과 일본인이 길고 태국인은 짧다. 이를 얼굴길이 전체와의 비로 보면 한국인보다 일본인쪽의 중안 길이가 훨씬 긴 셈이다. 고로 일본인다운 얼굴인상으로 보이는 요인에는 이렇게 중안이 긴 요소가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코밑부터 턱까지 하안의 길이는 한국인 일본인 태국인에서 각각 66.05mm, 64.10mm, 62.83mm로서 한국인이 길고 태국인이 짧다. 이런 사실은 한국인중에서도 턱이 짧고 작은 사람이 많이 있지만, 태국인이나 일본인보다 한국인이 턱이 큰 인자를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처럼 턱이 크다는 특징이 한국인다운 얼굴로 보여질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사실 내가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얼굴 특징에 대해 물으면 항상 턱이 크다는 대답을 빼놓지 않는다.
이마가 좁고 눈동자가 작은 한국인
이렇게 국적에 따른 얼굴측정치의 단계적 차이는 얼굴의 가로폭에서도 마찬가지 경향이다.
얼굴의 가로 최대폭을 재보면 한국인 일본인 태국인이 각각 1백41.74mm, 1백41.00mm, 1백39.27mm로서 비록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한국인이 넓고 태국인이 좁다.
얼굴의 인상형성에는 이마의 모양도 크게 관계한다. 단 연령이나 개인에 따라 관심을 갖는 얼굴부위가 달라서 젊은층은 이마에 그다지 큰 관심은 없으나 고령층은 꽤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마의 가로폭은 한국인 1백20.66mm, 일본인 1백19.00mm, 태국인 1백17.32mm로서 태국인이 좁고 한국인쪽이 가장 넓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마의 앞부분의 가로폭(대략 양쪽 눈썹의 끝 부분에 가까운 앞이마와 옆이마의 경계)인 전두최소폭의 측정치는 한국인쪽이 현저히 작다. 일본인이 98.39mm, 태국인이 98.60mm 인 데 비해 한국인은 95.50mm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이마 앞 부분이 좁은 점은 한국인 얼굴의 구성 요소 중에 매우 두드러진 특징이기 때문에 이것 또한 한국인다운 얼굴을 형성하는 데 한몫을 단단히 하는 요소다.
미간의 너비 즉 가로폭은 한국인이 가장 넓다. 한국인 26.29mm, 일본인 25.95mm, 태국인 23.32mm 로서 단계적 차이가 있다. 한국인 중에도 미간이 좁은 사람이 많이 있고, 태국인 중에도 미간이 넓은 사람이 있지만, 미간이 넓은 사람의 출현비가 한국에 많고 태국에 적은 것이다.
그러나 눈의 길이는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짧다. 일본인은 32.52mm 정도인 데 비해 한국인은 얼굴이 전체적으로 큰데도 불구하고 31.33mm로 평균치가 1mm 이상 작다. 여기에 눈의 둥글기(뜬눈의 가로에 대한 세로비 : %)를 보면 한국인이 31.99로서 가장 작고, 일본인이 33.46, 태국인이 가장 동그란 눈으로서 34,70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눈이 작은 것도 한국인 얼굴의 특징적 모습의 하나로 비쳐지는 것 같다.
한편 눈동자의 면적을 비교해 보아도 한국인의 눈이 작다는 특징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인 1백7.83㎟인 데 비해 일본인 1백9.86㎟, 태국인 1백14.74㎟로 태국인쪽이 크다.
코의 너비는 한국인이 36.51mm, 일본인이 35.89mm인 것에 비해 태국인은 38.32mm로서 태국인의 얼굴이 전체적으로 작은 점까지 감안하면 태국인의 비폭이 큰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턱의 가로폭은 역시 한국인이 큰 것이 뚜렷하다. 즉, 한국인은 1백17.97mm인 데 비해 일본인은 1백15.36mm, 태국인은 1백13.12mm로서 좁다. 그러나 입의 길이는 46.63mm로서 한국인의 45.58mm, 일본인의 44.97mm보다 크게 나타난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몇가지 유전자형 공유
이상을 요약하면 한국인은 주변의 일본인 태국인에 비해 얼굴이 넓고 길며 이마는 높으나 앞이마가 특히 좁다. 얼굴 전체에 비해 코의 길이 등 중안부의 길이가 짧은 편이며 눈 코 입이 작고 턱이 큰 특징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빼놓지 못할 주요한 특징은 한국인의 얼굴은 중안부가 오목해 옆에서 볼 때 거의 직선적인 모양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얼굴이 오목해 보인다는 것은 귓구멍에서 코허리 코밑까지의 투영적 직선거리가 짧다는 뜻이다. 특히 코 있는 언저리가 오목하게 보여서 평면적인 얼굴로 보이는데, 한국인의 얼굴을 구성하는 형태소에 이것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이주비하점간방사경(耳珠鼻下点間放射徑)은 일본인 평균이 1백2.02mm이나 한국인은 99.83mm로 다른 계측 항목이 대부분 큰 것에 비해 볼 때 현저히 짧다.
자, 이번에는 한국내의 지역차를 조사하고 이것을 주변민족과 비교해 볼 차례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일은 한국내의 지역차가 국별차보다는 크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사실은 일본인에게도 적용되는 일로서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의 차이는 각각 자기 나라의 지역차보다는 작았다.
이런 사실은 한국인이 일본으로 집단이주했다든가 아니면 일본인이 한국으로 넘어와 살게 됐기 때문이라기보다 한국인을 구성하는 몇가지 유전자형이 일본에도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즉 혼합비율이 다를 뿐이다.
한국인의 한국내 지역차에 대하여는 우선 출신 지역별로 넷으로 나누어 얼굴 각부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비교해 보았다.
머리 전체의 길이인 전두고(全頭高), 얼굴길이인 전안고(全顔高), 턱의 크기인 하안고(下顔高)는 주변의 민족중 한국인이 가장 큰 것이 특징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내에서 동남부 출신에게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마의 높이가 낮은 점은 일본인 얼굴의 주요한 특징인데, 이것도 동남부 출신들한테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안고의 길이가 긴 것도 일본인의 특징인데, 이것 역시 동남부 출신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반드시 한국의 동남부 출신이 오늘의 일본인에게 체질적 영향을 많이 주었다거나 받았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얼굴의 경우 한국 동남부 출신의 유전적 조합과 일본인의 유전적 조합간에 유사성이 크다는 사실만 공통될 뿐이다.
예를 들어 한국 동남부 지역에 일찍부터 살던 원주계에 북방계가 이주해 들어와 혼혈돼 오늘의 동남부 한국인이 형성됐고, 일본열도에도 한국의 원주계와 같은 형질의 집단이 살고 있던 차에 같은 북방계형이 별도의 루트로 건너가 살게 돼(이를테면 고구려에서 직접 일본으로) 혼혈이 일어난 결과 오늘날의 일본인이 됐다면, 한국 동남부 지역인과 일본인과는 직접적인 체질적 교섭이 없이도 유사한 특징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인의 이마 가로폭이 좁은 특징을 가장 잘 지니고 있는 지역사람들은 중서부 출신에 많고, 반대로 일본인 이마모양의 특징을 결정하는 넓은 전두최소폭(前頭最小幅)은 경기도나 강원도의 중북부 출신에게서 볼 수 있다.
인상형성에 크게 관계하는 눈의 길이는 한국인들이 주변민족에 비해 특히 작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내에서 가장 작은 수치를 보이는 지역 사람들은 충청도 전라도 등 서반부에 많은데, 특히 충청도출신에게 뚜렷하다.
일본인의 눈길이가 한국인보다 현저히 긴 특징을 한국내 지역과 관련시켜 보면 경기 강원지역 출신가운데 많이 볼 수 있다.
이를 주변 민족들과 비교해 종합하면 일본인의 긴 눈과 가로로 넓은 이마는 우리나라의 경기도 강원도의 중북부 사람과 관계지을 수 있다. 충청도 전라도의 짧은 눈길이, 동그란 눈은 아무래도 태국인의 것과 관계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일본인의 낮은 이마높이, 긴 중안은 동남부지역 출신과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
한국인 평균얼굴은 전라도 출신에 많다.
한편 외국인이 볼 때 한국인의 얼굴인상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가는 눈, 큰 턱은 특히 경상도 지역출신의 얼굴 특징과 관계 있다. 특히 귓구멍에서 코 바로 밑까지에 이르는 투영적 직선거리인 비하점방사경의 길이가 주변민족에 비해 현저히 짧은 한국인 인상을 형성하는 고유의 특징은 동남부출신의 공통된 특징이다.
한국인답다고 응답한 얼굴의 상위 6명을 컴퓨터형상모델을 사용해 합성한 사진을 보면 동남부 출신의 얼굴 특징이 농후하다. 그러나 단지 계량적으로 확인한 한국인의 얼굴, 즉 평균얼굴은 전라도 출신의 얼굴특징과 유사하며 강원도 경기도 중북부출신의 얼굴은 일본인의 평균얼굴과 가깝다.
이런 사실을 우리 민족의 추정 이동경로와 관련시켜보면 한국의 강원도 경기도 지역 주민들에게는 북방계적 유전자를 가진 이들이 많고, 이것은 이들과 일본인들과의 사이에 체질적 유연관계가 많다는 사실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