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개의 터널중 하나가 지난해 10월 개통된 이후 도버해협 해저터널공사는 급진전되고 있다.
93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중인 영국과 프랑스간의 해저터널 공사가 최근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짧은 거리가 37㎞밖에 안되는 도버해협에 해저 터널을 뚫어 건너간다는 꿈은 1751년 프랑스의 한 농부로부터 시작됐다. 1802년 나폴레옹이 이 계획을 승인했고, 1830년 프랑스의 한 기술자는 설계도면을 작성했다. 그후 1세기도 더 지난 1975년 실제 공사가 착수됐으나 완성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10월 30일 드디어 해협을 잇는 세개의 터널 가운데 하나가 개통됐다. 8천년전 빙하기때 붙어있었던 두나라가 바다를 통하지 않고 육지로만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공사를 이끌어온 주역은 유로터널사와 이 회사의 영국측 파트너인 트랜스만슈링거사. 1만4천명 이상의 인원이 해저로부터 수백t의 토사와 암석을 반출하는데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9명의 희생자를 내기도 했다.
해저터널은 두개의 열차용터널과 하나의 작업용터널로 이루어지는데 현재 열차용터널은 70%이상 공사가 진척됐다. 지난해 개통된 터널도 열차용터널 가운데 하나다. 유로터널사는 올해안으로 열차용터널공사를 마치고, 93년 6월에는 영국의 포크스톤과 프랑스의 칼레 사이를 30분만에 주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터널공사가 이제까지 순탄하게 진행돼온 것은 아니다. '20세기 마지막 거대토목공사'로 불릴 만큼 이 공사는 난코스를 지나왔다. 영국과 프랑스 양쪽 해안에서 동시에 파들어간 이 공사는 프랑스 쪽에서 고전의 정도가 심했다. 영국쪽에는 70년대에 공사를 시작했던 두개의 굴착터널이 남아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이에 비해 프랑스쪽은 처음부터 굴착해 들어가야 했고 지하암반도 영국쪽보다 경사가 심해 어려움을 겪었다.
공사중 가장 큰 난관은 작업원 부품 보급품 등을 공사현장으로 수송하고, 굴착기로 파낸 토사를 밖으로 반출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모든 운반은 양쪽 해안으로 뚫린 두개의 통로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영국쪽에서는 처음 수송용 열차에 문제가 발생했다. 터널굴착기는 무게가 1천5백t, 길이가 3백m나 되는 거대한 기계였으므로 부품상태로 현장까지 운반해서 조립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부품들을 운반하기에는 통로가 너무 좁아 열차에 전력장치를 공급할 수 없었다. 따라서 열차를 전력에 의하지 않고 배터리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으므로 부품공급이 그만큼 늦어지고 작업이 중단되는 사태도 자주 발생했다.
다음에 발생한 문제는 누수로 인한 전력계통의 고장이었다. 온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염분의 농도가 짙어서 전기가 누전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1년이나 소모됐다.
프랑스쪽의 공사조건은 영국쪽이 부딪치고 있는 문제에 더해 새로운 어려움이 추가됐다. 지층의 굴곡이 심했고 따라서 수압이 예상보다 높았다. 3~4기압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굴착기는 10기압이 되는 순간 작동을 멈추었다. 또하나 예상치 못했던 장애는 굴착기를 제조하기로 했던 업체가 경영난으로 갑자기 도산해버린 것이었다. 부랴부랴 설계를 맡았던 회사가 제작에 나섰으나 예정보다 3개월이나 공사가 지체됐다.
1년여의 시행착오를 거친후 해저터널 공사는 쾌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영국측은 누수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를 말끔히 해소했다. 그 결과 1주일에 2백90m나 굴착하는 놀라운 속도를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터널의 중간지점에 높이 60m, 폭 20m의 지하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수많은 난관을 해결한 양국의 기술자들은 이 문제 또한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