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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결합 핵융합의 수백배 에너지 방출하는 반물질(反物質)의 실체

물질과 반물질이 충돌하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엄청난 에너지 덩어리만 남는다. 소립자 수준에서 원자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는 반물질 연구. 인간의 세계관까지 뒤바꿔놓을 반물질의 실체를 알아보자.

단지 35mg만 있으면 우주왕복선과 같은 물체를 우주공간에 쏘아올릴 수 있다. 미국 공군연구소에서는 아주 적은 양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반(反)물질 연구를 추진중이다.

용각산 1회 복용량 10분의 1만으로도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는 물질. 그것이 바로 반물질(antimatter)이다. 반물질은 어떻게 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창출해내는 걸까.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같이 소멸해버린다. 그냥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물질과 반물질이 소멸한다. 물질은 우리 주위 도처에 존재하므로 반물질만 생산한다면 인류는 영원히 에너지 문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그러나 반물질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애써 반물질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를 저장하기 어렵다.

완전한 짝을 찾아서

반물질이란 과연 무엇인가. 반물질은 물질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가. 반물질은 우주 탄생의 비밀을 해결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반물질로 에너지 혁명을 이룩할 수 있는가.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기 위해 반물질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알아보자.

예부터 인간은 완전한 대칭구조를 숭상해왔다. 대칭은 아름다움을 상징했다.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 로마의 바티칸 궁전, 인도의 타지마할은 모두 대칭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고건축과 문양도 그렇다. 건축물의 구조뿐이 아니다. 인간사 또한 대칭성을 띠고 있다. 양과 음, 남과 여와 같이 +가 있으면 -가 반드시 있어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전기 또한 +, -의 개념이 충실하게 반영된 현상이다.

원자핵으로 눈을 돌려보자. 가장 간단한 원자인 수소원자는 가운데 양성자 한개에 그 주위를 전자 하나가 돌고 있다. 수소원자의 안정성은 양성자가 가지고 있는 +전하와 전자가 띠고 있는 -전하가 서로 상쇄돼 0이 되기 때문에 확보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칭성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 전하만이 대칭일뿐 질량이 너무나 다른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양성자의 질량은 전자의 1천8백36배. 엄청난 불균형인 셈이다. 더군다나 양성자와 비슷한 질량을 가진 중성자는 짝이 없지 않은가. 세상에 짝없는 것이 어디 있을까. 고무신도 짝이 있다는데….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양성자와 질량은 같으면서 전하는 반대인 소립자는 없는 것일까." "전자와 같은 질량을 가지면서 전자와 대칭되는 +전하를 가진 소립자는 없을까." "중성자와 질량이 같으면서 전기적으로는 중성인 또다른 중성자…" 물리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한번쯤 가져봄직한 생각이다.

이런 정도의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면 반물질을 찾을 수 있는 충분한 소양을 가지고 있으므로 좀더 본격적인 반물질 탐험에 나서보자. 여기서 잠깐 이 글 맨 앞에서 거론된 에너지의 개념을 생각해보자. 물질과 반물질이 결합하면 모든 것이 소멸되고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생성된다고 했다.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성을 생각할 때 에너지의 대칭성은 빼놓을 수 없다.

양성자의 짝(반물질)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은 우선 질량의 절대량이 양성자와 같아야 하고, 전하가 반대여야 한다. 여기에다 양성자가 가지고 있는 양의 에너지와는 다른 음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양성자의 이상적인 짝은 음의 에너지라는 독특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완벽한 대칭성을 확보할 수 있다.

디랙의 천재성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접합을 시도했던 영국의 물리학자 디랙(1902-1984)은 소립자의 세계에 '미적(美的)대칭'이 존재함을 예견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자지만, 전자와 같이 아주 질량이 작은 소립자는 적은 에너지로도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디랙은 전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마스터방정식을 유도하면서 음에너지 상태의 소립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음에너지 음의 질량을 상정해야 하므로 (E=m${C}^{2}$에서 에너지 E가 음이면 m은 음) 기존의 관념을 무너뜨리는 것. 처음에는 이 사실을 무시하려 했으나 그렇게 되면 빛의 산란을 설명할 수 없었다.

"여기서 디랙의 천재성이 발휘됐습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진공이란 문자 그대로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음의 질량을 가진 전자로 꽉 차 있다고 생각했지요. 이런 진공에서 음의 질량의 전자가 하나 없어지면 양의 질량과 양의 전하를 가지는 입자가 생기게 되지요. 이를 디랙은 양전자(positron)라 이름지었습니다. 비록 이론적이긴 하지만 최초의 반물질이 탄생한 것입니다." 서울대 물리학과 김제완 교수의 설명이다.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는 최초로 탄생한 반물질이다. 디랙의 예언이 있은 4년 후인 1932년 앤더슨이 우주선(cosmic ray)속에서 양전자를 발견했다. 현실세계에서 반입자가 공식적으로 데뷔한 것이다.

전자와 양전자는 질량이 똑같고 전하가 반대, 이 둘이 만나면 그 질량은 에너지로 변한다. 이 에너지는 감마선 형태로 방출된다. 감마선이란 전하가 제로이고 에너지만을 갖는 진공상태를 의미한다. 만약 거꾸로 감마선이 입자를 생성한다면 전자와 양전자가 동시에 쌍으로 생가난다.

디랙의 예언과 앤더슨의 발견이 있은 후 반입자의 존재는 그 위치를 확고히 했다. 당연히 다음 차례는 반양성자를 찾는 일이었다. 그러나 반양성자를 찾는 일은 양전자의 발견과는 조금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우선 반양성자의 질량이 양전자의 1천8백36배이기 때문에 커다란 에너지가 필요했다.

제2의 반입자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양성자를 고속으로 가속시켜 또하나의 양성자에 충돌시키는 것이다. 당시는 가속기가 없었던 시절이므로 입자물리학자들은 우주선 속에 포함돼 있는 고에너지 소립자를 사진건반 속에 입사시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충돌반응을 조사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우주선 중 고에너지소립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감이 익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한편 1945년부터 소립자 연구는 한단계 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가속기가 등장한 것이다. 가속기란 인공적으로 높은 에너지의 소립자를 만들어내는 대형 장치인 셈이다. 우주선에 비하면 가속기에서 생성되는 소립자의 수는 엄청난 수다. 1초에 수십억개 이상의 소립자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당연히 반입자 연구도 가속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1952년 반양성자를 생성하기 위해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 베바트론이라는 가속기가 설치됐다. 그 후 3년만에 쳄벌린과 세그레는 베바트론에서 반양성자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곧바로 반중성자도 검출됐다. 이제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이 소립자(양성자 중성자 전자)에 대해 3개의 반입자가 모두 확보된 셈이다.

이후 새로운 소립자, 즉 양성자나 중성자를 더욱 잘게 쪼개서 생성하는 쿼크 뮤입자 타우입자 뉴트리노 등에도 반입자는 어김없이 그 존재를 드러냈다. 디랙이 예언한 '완벽한 대칭'은 소립자의 세계를 지배하는 진리임이 틀림없다.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이론으로 예언된 사실이 실험으로 검증되면 가장 확실한 지식이 되는 것이다.
 

제네바에 있는 CERN의 LEP(전자-양전자형) 가속기 단면.  Z입자가 붕괴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왼쪽 위 그림에서 시계방향으로)
 

반수소를 만들자

여기서 더이상 소립자의 세계에 머물지 말고 일상적인 세계로 돌아와 보자. 반입자의 존재가 확인됐으므로 본격적인 반물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반수소 반산소를 만들고, 더 나가 반돌 반설(反雪) 반식물 반동물 반인간, 더 나아가서는 반태양계 반은하 반우주가 가능하지 않을까. 우선 반수소를 만드는 방법부터 살펴보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수소란 가장 간단한 원자다. 양성자 하나로 원자핵을 이루고 있고 그 주위에 전자 하나가 아주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것이 수소원자다. 그렇다면 가운데에 반양성자를 하나 잡아두고 그 주위에 양전자를 돌리면 반수소원자가 가능하지 않을까. 반수소는 수소와 모든 성질이 같다. 단 원자핵의 전하가 -이고 그 주위를 도는 양전자의 전하가 +일 뿐이다.

산소의 경우도 마찬가지. 원자핵 속에 반양성자 8개와 반중성자 8개를 결합시켜 놓고 그 주위에 양전자 8개를 궤도를 따라 돌리면 이론적으로는 훌륭한 반산소 원자가 탄생하게 된다. 반수소든 반산소든 수소나 산소와 접촉을 시키지 않는 한 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좀 더 상상력을 펼쳐본다면 0℃에서 얼고 1백℃에서 끓는 반물질도 가능하지 않을까. 반물은 반수소원자 두개와 반산소원자 한개를 결합시키면 된다.
상상은 자유지만 너무 앞서가는 것도 핵심을 읽어내는데 방해가 될 때가 많다. 우선 양성자나 반양성자를 보존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양전자나 반양성자를 보존하려면 반입자, 즉 전자와 양성자와의 접촉을 막아야 한다. 반물질은 물질과 접촉하면 금방 에너지덩어리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전한 진공공간에 반입자를 잡아두어야 하는데 이 일이 만만치 않다.

보통 이온덫(ion trap)이라 불리는 장치를 만들어 반입자를 잡아두거나 초전도체를 이용하는데, 아주 낮은 온도(액체헬륨온도, 4K)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이다. 반입자의 보존만 원활하게 된다면 언제든지 반입자를 꺼내서 입자와의 접촉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쓸 수 있게 된다. 물론 반물질을 물질과 접촉시킬 때 발생하는 감마선(일종의 방사선)을 완벽하게 열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기술이다.

그렇다면 현재 반물질 제조는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가. 반물질 연구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센터(CERN)에서 반양성자의 질량을 재는 연구를 수행하다 귀국한 서울대 물리학과 제원호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재 수준을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반수소를 제조하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반양성자 주위에 양전자를 회전시켜 반수소를 만들 수 있는 제반 기술이 완벽하게 마련돼 있으나, 예산 문제 등 기술 외적인 요인 때문에 조금 지체되고 있다고 봐야지요."

반수소에 이어 반산소 반물 반인간 등의 상상은 가능하지만 현재의 수준은 입자의 차원에서 막 벗어나 가장 간단한 원자인 수소의 반원자를 만드는 단계라는 것. 소립자 차원에서 입자와 반입자는 완벽히 대등한 지위를 확보했지만 반원자는 이제 시작단계인 셈이다.

조금 더 제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문제는 반물질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의 입장이지요. 이론적으로는 반양성자의 질량이 양성자와 똑같지만 실제는 어떤가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만약 여기에 차이가 있어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성(symmetry)이 깨진다면 기존 물리학의 장이론(field theory)은 대폭 수정돼야 하니까요. 이와 마찬가지로 반수소를 만들어 수소와의 성질을 비교해본다면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성에 관한 연구가 급진전되겠지요."

반물질연구가 물질과 반물질을 충돌시켜 에너지를 얻는 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반물질의 에너지화는 먼 훗날의 이야기이고 당장 물리학자들의 관심은 '물질과 반물질이 과연 어느 정도의 대칭성을 갖고 있는가'에 몰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 경제기획청의 2020년 미래기초연구과제에는 '물질과 반물질의 충돌에 의한 에너지 획득'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그림) 반수소와 반산소의 구조
 

반은하는 존재하는가

이제 논의의 초점을 우주로 넓혀보자. 현실 세계에서 물질과 반물질은 같은 양으로 생성된다. 가속기 내에서 입자와 반입자는 쌍으로 생성되지 반입자만을 독자적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이러한 논리는 우주 탄생 초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빅뱅의 순간 탄생한 물질과 반물질은 똑같은 양이며 그 양의 비는 1백50억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이 없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세계'의 반물질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저너머 우리 인식의 한계를 넘어 선 곳에 우리은하와 질량이 같은 반은하가 존재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취한다.

반은하 아이디어가 이상적인 대칭 모델이므로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물질과 반물질이 분리돼 서로 다른 진화과정을 밟아온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때 반물질에는 반중력(척력)이 작용한다는 논리가 등장, 물질의 세계가 반물질의 세계와 분리되는 매커니즘을 설명하기도 했으나 반물질에도 중력이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아직도 반물질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입장을 지지하는 학자도 있다.

이와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빅뱅이론으로 대표되는 우주 표준모델이다. 대폭발 이론에서도 처음부터 입자가 반입자보다 많이 탄생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는 너무나도 작위적인 설명이기 때문이다. 태초 이후 어느 시점에서 입자수가 많아졌다는 주장이다. 대통일이론에서는 1백만분의 1초 이전의 고온 고압의 세계에서 입자와 반입자가 충돌하고 소멸하는 상황에서 아주 근소한 양만큼의 입자가 살아남아 오늘날의 물질세계의 근원을 이루었다는 설명이다. 천지개벽 후 1초가 지나면 입자와 반입자의 소멸반응은 끝나고 이 반응의 결과로 생긴 에너지가 지금 우리가 우주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는 3K 우주배경 복사라는 것.

"수소폭탄의 아버지라 부르는 옛소련의 안드레이 사하로프는 60년대 초반 우주는 완벽한 대칭이 아니라는 예언을 했습니다. 1억개의 입자와 1억개의 반입자 중 1개 정도는 차이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아주 용감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수치는 현재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 공간 내의 광자(감마선)와 중입자수(바리온수)의 비(${10}^{-8}$)와 일치합니다. 완벽한 대칭을 위해 제안된 반물질이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대칭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주론을 전공한 천문대 라대일 박사의 설명이다.

지구가 완전한 구가 아니라 대칭성이 깨진 타원이듯이 우주의 모습 또한 완벽한 대칭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케플러에 의해 한번 좌절된 기하학적 완벽성은 1950년대 말 '미러의 비대칭성'(거울에 비친 우리 자신의 모습이 완벽한 대칭성이 아니라는 주장, 1백만번에 한번은 대칭성이 깨진다는 것)으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고, 60년대 중반 이후에는 입자 반입자 대칭성이 깨진 것을 확인하는 연구결과로 '대칭 철학'은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는 설명이다.

라박사는 "우리 우주는 완벽한 대칭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만약 완벽하다면 우리가 존재할 여지가 없다. 그저 깨끗한 진공일 따름이다. 물질로 가득찬 우리 세계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존재의 여지가 생겨난다"고 철학적 입장을 개진했다.

반입자의 '떡고물' PET

글 앞에서 지적한 대로 반물질 응용의 '대부'는 에너지다. 물질과 반물질이 충돌했을 때 생성되는 에너지는 인류가 지금까지 사용해온 에너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1g의 탄소가 연소할 때 7.8cal의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을 이용해 전기도 만들고 난방에도 활용한다. 여기서 탄소는 아주 없어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탄소가 반탄소에 결합해 소멸하면서 내는 에너지는 아예 탄소가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질량이 고스란히 에너지로 변하는 것이므로 100% 효율을 가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에너지원도 이런 효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

그 양에 있어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석유 1cc를 연소하면 겨우 1만cal의 열을 얻는다.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 1g은 약 2백억cal, 지구에너지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 핵융합에너지는 그 이상의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물질 1g이 반물질과 만나면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발생할까. 최소한 핵분열에너지의 1천배, 핵융합에너지의 수백배는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핵분열도 우라늄 일부 질량이 에너지로 전화됐다고 할 수 있는데 핵분열 전의 우라늄 질량은 분열 후의 핵파편 질량보다 1천분의 1정도 무겁다고 한다. 1천분의 1질량이 핵분열에너지라면 질량 전체가 모두 에너지로 바뀌면 1천배는 되지 않을까라는 추측이다. 35mg으로 우주왕복선을 쏘아올릴 수 있다는 근거는 바로 이런 계산에서 나왔다.

그러나 반물질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시기는 빨리 올 것 같지 않다. 지금 현재 소립자 차원에서 반입자를 만들고 있고 반입자를 저장하는데 엄청난 경비가 들기 때문이다.

에너지 이외에 반입자를 활용하는 곳은 가속기다. 가속기는 반입자 생산공장인 동시에 반입자를 소비하는 곳이다. 가속기의 생명은 얼마나 높은 에너지로 소립자를 충돌시키느냐는 것이다. 그래야 더 작은 소립자를 많이 만들 수 있다.

CERN에는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충돌시키는 슈퍼싱크로트론(SPS)을 보유하고 있다. 양성자와 양성자를 충돌시키는 가속기는 하나의 양성자를 고정시키고 다른 양성자를 고속으로 가속시켜 충돌시킨다. 충돌 에너지를 두배로 증가시키려면 회전하는 링을 두개 만들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양성자를 회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양성자와 반양성자는 한 링에서도 두배의 충돌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CERN은 양성자-반양성자 충돌가속기를 이용해 W보존 입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CERN 이외에도 톱쿼크를 추적하는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테바트론도 양성자-반양성자 가속기, 애초에는 양성자-양전자 충돌형이었으나 86년에 양성자-반양성자형으로 개조해 충돌반응에너지를 2배(2Tev)로 증가시켰다.

90년 8월에 완성된 CERN의 LEP는 전자-양성자 충돌형이며 쿼크와 쿼크를 연결하는 매개입자인 글로온을 발견한 바 있는 독일의 PETRA도 대표적인 양전자와 전자가 충돌하는 반입자 이용 가속기. 이외에도 1986년 쓰쿠바에 건설된 트리스탄가속기도 수준급인 전자-양전자형이다.
95년 완공 예정으로 우리나라 포항공대에 건설되고 있는 방사광가속기도 주저장링을 도는 입자가 양전자다.

처음 선형가속기에서 전자를 가속시킨 후 이 전자가 중금속 시편을 때려 양전자를 발생시킨다. 이후 양전자(반물질)를 가속시키고 주저장링(회전링)에 입사시키면서 전자(물질)와 충동함에 따라 방사광(감마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느 분야의 기초과학 연구도 '떡고물'은 존재한다. 생명의 신비를 밝히려는 유전자연구가 과학수사에도 활용되듯이 반물질을 연구하다 보면 많은 부수적 활용이 기대된다. 반물질 연구의 대표적 떡고물은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기)이다. 이 기기는 양전자를 인체에 쏘아 여기서 방출되는 감마선을 영상화시킨다. 사람 뇌 등에는 전하를 띤 전자가 존재하므로 양전자와 충돌해 감마선을 방출하는 것이다. 양전자는 가장 만들기 쉬운 반입자이므로 응용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

PTE는 NMR-CT(핵자기공명단층촬영기)보다 감도가 20배 이상 높고, 해상력이 3-5배 가량 우수하며, 정량분석도 가능하기 때문에 중추신경질환 심장질환 등의 조기 진단이 가능한 최첨단 의료기다.

아직도 미스터리에 싸여 있는 반물질의 세계. 반입자는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지만 반원자 반입자 반생물 반은하의 실체를 밝히는 일은 아직도 요원하다. 반물질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되는 날 우리의 물질관과 세계관은 지금과 1백80도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지금 물리학자들은 반물질 연구를 통해 또 다른 과학 혁명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입자의 충돌로 생성되는 소립자의 모습을 검출하는 방법도 점차 발전해왔다. 맨 위의 것이 1세대, 가운데는 전기방전을 컴퓨터처리한 2세대, 아래 것은 센서를 활용해 컴퓨터 처리한 3세대(LEP의 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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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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